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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맛나는 농촌, 살맛나는 고성-쇠락한 농촌이 6차산업 현장으로, ‘쌀’이 만든 농촌의 기적 “가와바무라”

도시민이 찾아오는 ‘제2의 고향 만들기’ 프로젝트 성공
공동소유·직판장·체험 프로그램으로 농업과 관광의 결합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5년 06월 20일
ⓒ 고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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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시내에서 군마현 가와바무라까지 160㎞ 거리이다. 거리만 보면 공룡나라휴게소에서 금산인삼랜드휴게소 정도이다. 하지만 대중교통으로 이동해야 하는 형편이라 교통편을 찾아보니 김해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나리타공항에 내린 후 스카이라이너라는 기차를 타고 우에노역으로 이동해 다시 신칸센을 두 번 갈아타고 버스까지 타야만 도착할 수 있다. 경로를 단 한 번도 어긋나지 않는다는 전제로, 아침 7시 45분 첫 번째 도쿄행 비행기를 타면 가장 빠른 도착 시간이 오후 4시 8분이다.
오후 6시가 조금 넘었을 뿐인데, 산골 마을 가와바무라는 버스는커녕 지나다니는 자가용조차 보기 힘들다. 심심 산골, 30년 전 갈래 종생 같은 곳이다. 전형적인 농림 지역이라 산업화와 함께 인구가 쑥쑥 줄었다.
기차는커녕 해가 지면 버스도 끊기는 가와바무라의 인구는 3천 명 남짓이다. 그런데 연간 200만~3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고, 저녁이면 인근 도시에서 일부러 장을 보러 오고, 주말이면 마을 휴게소는 주차난이 벌어질 정도다. 가와바무라는 지역 경제 활성화, 농업 지역의 성공적인 재생 모델이자 쌀농사를 기반으로 하는 마을 기업의 성공 신화로 불리며 일본 내에서는 물론 해외에서도 벤치마킹을 위해 찾는 지역이 됐다. 도대체 이 마을의 비밀은 뭘까.

# 가와바무라를 살린 도농교류 40년의 기적
가와바무라는 1971년 인구 소멸 지역으로 지정됐다. 마을을 살리려 인근 스키장 사업에 투자했지만 스키장 사업 또한 휘청이면서 마을은 파산 위기에 처했다. 쌀농사를 짓고, 임업에 종사하는 소농들이 많은 마을은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했다.
토야마 교타로 촌장은 “1981년 급속한 도시화로 도쿄 세타가야구 주민들 간 연대가 약해지면서 주민 간 소통 강화를 위해 ‘제2의 고향 만들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이때 결연할 농촌 마을을 찾기에 우리 마을이 결연하게 됐다”라면서 “농촌 마을과 결연해 도시민이 연대하고, 자매 마을에는 도시민과 교류를 통해 농촌을 이해하고 경제적 득을 볼 수 있는 효과를 기대했다. 가와바무라를 살린 첫 번째 비결은 세타가야와의 교류”라고 밝혔다.
세타가야구의 초등학교 5학년은 어느 학교든 가와바무라에서 2박 3일간의 체험을 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현장학습이 아니라 정규 수업 과정으로 편성돼 있어 6천여 명의 아이들은 대부분 가와바무라를 찾는다.
아이들은 계절에 따라 사과를 키우고 고구마를 캐고, 벼를 벤다. 임대 텃밭을 가꾸고 국수를 만들고 여전히 이엉을 얹고 있는 농가들의 지붕 교체 실습이라든지 가와바무라 주민들이 일일 선생님이 되는 목공예, 낚시 교실도 운영되니 아이들에게 2박 3일은 신나는 자연학교가 된다.
가와바무라와 세타가야는 교류 사업 활성화를 위해 세타가야-가와바 고향 공사를 합작 설립하고 100년이 넘는 고택을 구민용 휴양 숙박 시설로 개조해 가와바무라에서 난 최고급 쌀 유키호타카로 지은 밥을 낸다.
아이들이 체험하는 동안 부모들은 고즈넉한 동네를 둘러보거나 인근의 온천 마을에 가기도 하고, 마을 초입 ‘미츠노에키(길의 역)’이라 불리는 일종의 휴게소, 전원플라자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마을 내에서 소비하고, 마을의 생산물을 사니 주민들에게는 새로운 소득 수단이 마련됐다.
도쿄 도내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세타가야구의 주민은 모두 94만 명인데 이 중 가와바무라의 휴양 숙박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만 연간 6~7만 명에 이른다.
# 농업과 관광의 결합이 살린 시골마을
1993년, 가와바무라는 전원플라자 법인을 설립했다. 지역 내에서 생산된 농축산물을 유통 단계를 줄여 주민들에게 더 큰 수익이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 법인에서는 마을 내에서 생산된 농산물 직판장과 베이커리, 가공 공장, 맥주 양조장, 치즈 공방과 함께 숙박 시설 등 먹고 마시고 자는 모든 것을 복합 운영하고 있다. 법인의 주주는 주민들로, 공동 소유하면서 수익은 배당을 받거나 지역 개발, 재투자 등으로 다시 환원돼 전원플라자가 운영된다.
가와바무라에서 농사짓는 900세대는 대부분 전원플라자에 농산물을 납품한다. 전체 매출은 270억 원에 달하는데 이 중 농산물 판매 매장의 매출만 연 90억 원이다. 직원들 역시 주민들로 구성돼 50여 명의 정규 직원과 130여 명의 계약직 등 모두 180여 명의 주민들은 전원플라자에서 근무하고 있다.
토야마 교타로 촌장은 “농업과 관광의 결합은 쇠락한 농촌 마을도 살릴 수 있는 중요한 열쇠”라면서 “중요한 것은 도시민들이 찾아오려는 농촌은 도시화된 환경이 아니라 100년이 가도 그 환경이 변하지 않는 고향 같은 곳이다. 인위적으로 손질해 아름답게 꾸민 환경이 아니라 깨끗하게 관리되는 환경이 도시민들을 불러올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농업을 지키는 것은 우리 지역의 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것이며, 품질 좋고 안전한 농산물을 좋은 가격에 정직하게 판매하는 신뢰가 형성돼야 한다”라면서 “고성도 우리 가와바무라처럼 작은 농촌 마을이니 농업 생산물에 자신감을 갖고, 주민들이 마음을 합친다면 사람들이 찾아오는 지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가와바무라의 힘, 환상의 쌀 ‘유키호타카’
가와바무라는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 농촌 쇠퇴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곳이었다. 그러나 무사카타케 산의 맑은 눈 녹은 물과 비옥한 토양을 바탕으로 생산된 유키호타카(雪ほたか)는 마을의 역사를 바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키는 일본어로 ‘눈’을 뜻한다. 가와바무라는 무사카타케 산에 둘러싸여 있다. 마을과 전원플라자를 가로지르는 시내는 이 산의 눈이 녹아 흐르는 물인데, 그 양이 어마어마하다. 비옥하고 맑은 토양에서 자란 코시히카리 품종의 쌀 브랜드명이 유키호타카이다.
전원플라자의 농산물 판매장인 파머스마켓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유키호타카 매대다. 유키호타카는 국제 미 품평회에서 금상을 연속 수상하고, 천황에게 진상되는 쌀로 선정되며 ‘환상의 쌀’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고소하고 찰진 식감에다 철저한 품질 관리를 통해 재배, 도정, 포장까지 전 과정을 마을 공동체가 함께 책임지는 시스템은 이 쌀을 일본 내 고급 쌀 시장의 선두로 올려놓았다.
이 과정에서 유키호타카는 단순한 농산물이 아니라 관광객을 부르는 콘텐츠, 지역 경제를 살리는 핵심 자산이 됐다. 쌀 도정 체험, 시식 행사, 쌀가루 빵과 디저트, 유키호타카 맥주와 같은 가공품은 관광객에게 가와바무라 방문의 이유가 됐다.
유키호타카는 2005년 가와바무라의 농가 71가구가 함께 설립한 주식회사다. 회사를 설립하기 전부터 농가에서는 최고 품질의 고시히카리 쌀을 생산해왔다.
고바야시 마사유키 대표는 “식미 감정협회 콩쿠르가 있다는 것을 마감 이틀 전 알게 됐는데 당시 딱히 공모에 참여할 생각이 없었던 상황이라 준비한 쌀도 없었다”라면서 “그냥 눈에 보이는 쌀을 출품하기로 하고 보냈는데 3등상을 수상했다. 좀 더 좋은 걸 보내면 1등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음 회에 종합 부문 금상을 받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후에도 수상 소식은 연이어 들려왔다. 가와바 쌀이 맛있다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17년 동안 금상 수상만 15번이었다.
고바야시 대표는 “당시만 해도 군마의 쌀은 고양이도 피해 간다던 때였으니, 그야말로 센세이셔널한 상황이었다”라면서 “입상이 이어지면서 이름을 지키기 위해서는 맛과 질로 승부해야 한다는 신념이 생겼고 연구와 노력을 이어왔다. 우리는 1년에 4번 재배 연구회와 재배 강연회를 통해 브랜드화하고 레벨을 높이기 위해 공부했다”라고 말했다.

# 쌀 한 톨이 만든 가와바무라의 미래
유키호타카 쌀은 보통의 일본 쌀에 비해 1.5배 비싸게 팔린다. 60㎏짜리 한 포가 25만 원 선이다. 2024년산 소가야옥천쌀이 60㎏에 15만 원 정도이니 고성 쌀보다도 1.6배 비싸다. 그런데도 지난해 생산된 쌀이 상반기를 넘기지 못하고 완판된다.
쌀값이 비싸기로 유명하다 보니 한동안 짝퉁 유키호타카까지 유통됐다. 회사는 라이스센터를 만들어 출하와 건조, 도정, 저온 저장에서 발송까지 완벽하게 관리하고 있다.
가와바 촌장과 고바야시 대표는 한 동네에서 함께 자란 동갑내기 친구다. 젊은 시절 도시에서 새로운 길을 찾았던 또래 친구들은 고향에서 미래를 찾고 싶었다. 가와바무라 전원플라자 대표와도 친구다.
“이제 우리 쌀로 지은 밥을 맛보기 위해 도쿄에서 일부러 우리 마을까지 올 정도예요. 지역 농민들이 뜻을 같이 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성과입니다. 쌀을 생산하지 않았다면 우리 마을은 도시민을 불러들이는 아름다운 환경과 우수한 농산물을 갖지 못했을 것입니다. 우리 마을은 주식회사 가와바무라고, 유키호타카는 그 회사의 농업과 관광 등 부서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유키호타카는 천황에게 진상한 쌀이라는 점에서 매년 모내기와 벼베기 등 중요한 시점에는 세타가야구 어린이들이 참여해 축제처럼 치른다. 단순한 구경에 그치지 않고 아이들은 전통 복장을 하고 직접 논에 들어가 수백 년 전 방식 그대로 모를 심고 벼를 벤다. 도시에서 온 관광객들은 이렇게 재배하고 수확한 쌀로 지은 밥을 맛보고, 전원플라자에서 쌀을 사간다.
가와바무라는 단순히 쌀을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품질을 개선하고, 이를 도시의 소비자들이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게 함으로써 환경적 가치까지 더하고 있다. 마을 안에서 1차 농업 생산에서 2차 가공, 3차 관광과 체험까지 쌀 농업을 관광 산업으로 발전시킨 6차 산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유키호타카는 가와바무라의 쌀에서 시작된 체험은 농업의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지역의 경제와 문화, 관광을 하나로 엮으면서 지역 활성화를 이끌어낸 대표적인 사례이자 세계가 주목하는 사례이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5년 06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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