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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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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싣는 순서
① ‘쌀’ 외면하는 농업지역 고성 ② 청년들 지역으로 불러들이는 ‘쌀’ ③ ‘쌀’이 만든 농촌의 기적, 가와바무라 ④ ‘농촌’과 ‘쌀’도 문화와 관광이 되는 일본 ⑤ 사람이 머무는 고성 만들기의 대안 ‘쌀’
고성은 쌀 생산을 주로 하는 농업지역이다. 대규모 산업단지나 기업이 없어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청년들이 떠나니 아이가 없어 학교가 사라지고, 지역민의 고령화는 급속히 진행 중이며 인구감소율 역시 급격한 하강 상태를 보인 지 오래다. 고성은 100년 후 지도상에서 사라질 수 있는 위기에 처한 것이다. 고성은 쌀 생산을 주로 하는 농업지역이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친환경농업’으로 이름나기도 했다. 큰 산업단지가 없는 것은 단점이지만 동시에 장점이기도 해서 생태환경이 잘 보전돼있고, 농촌체험마을 등도 일찌감치 운영된 지역이기도 하다. 그러나 쌀값은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농민들은 소득을 보장받지 못하며, 일손마저 부족해 농사를 지을 수도 그렇다고 평생 지어온 농사를 그만둘 수도 없는 형편에 처했다. 새로운 그리고 획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 농민 시름 깊어지는 고성 쌀 산업 2023년 고성군의 세대수는 2만6천546세대로, 이 중 5천271세대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전업은 3천620세대, 1종 겸업은 506세대, 2종 겸업은 1천145세대로 집계됐다. 인구통계로 보면 2023년 고성의 총 인구 4만9천468명 중 약 21%에 해당하는 1만373명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고성군의 총면적은 5만1천800㏊이다. 이 중 농경지가 8천669㏊로, 이는 논과 밭을 모두 포함한 면적이다. 쌀(미곡) 재배면적은 4천915㏊이며, 총 2만4천550톤이 생산되고 있다. 벼농사는 고성군 농업의 중심축이자 대표작물이다. 고성쌀은 비옥한 토양과 맑은 물에서 재배해 한반도를 넘어 일본의 천황까지도 즐겨 먹었다고 구전으로 전해지고 있다. 고성은 일명 ‘고성벌’로 불리는 고성평야의 기름진 흙과 풍부한 강수량 및 일조량 덕분에 최고급 친환경 쌀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녹비식물인 자운영 등을 재배하면서 토양에 유기물을 지속적으로 공급해 땅의 힘을 키우고, 화학비료나 농약 사용을 줄여 환경오염을 막으면서도 품질 좋은 쌀을 생산하고 있다. 고성쌀은 뛰어난 찰기와 탄력, 식감으로 사랑받고 있다. 고성쌀은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연속 6년 전국 쌀 대축제 및 소비촉진대회에서 대상, 금상, 은상 등을 휩쓸면서 최고의 품질이 알려졌다. 지금은 농민과 행정, 가공업체가 함께 고성쌀의 품질 향상을 위해 연구개발하고 있다. 또한 친환경농업을 실천해 누구나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쌀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쌀값 폭락과 소비 감소, 농자재 가격 인상 등 농민들은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다. 소비자들은 계속해 더욱 고품질, 고기능의 쌀을 요구하지만 농민은 고령화되고,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2024년산 공공비축미곡 1등 40㎏포당 매입가격은 6만3천510원이었다. 2023년 산 1등 가격대비 40㎏포당 6천610원이 하락한 가격으로, 최근 5년간의 쌀값 중 가장 낮았다. 벼멸구 등의 자연재해 피해는 늘어 생산량은 7% 감소했다. 쌀생산량과 소비량, 쌀값까지 하락해 농민들은 쌀 생산을 포기할지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거류면에서 쌀을 경작하는 한 농민은 “비료값과 기름값, 인건비까지 모든 것이 매년 급격하게 상승하지만 쌀값은 매년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라면서 “전통적인 농업으로는 더 이상 승산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쌀가공, 브랜드화 등을 고민해봤지만 소규모 농가가 혼자 해낼 수는 없으니 이 역시 현실적이지 못하다. 농민과 행정, 농협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획기적인 방법을 찾아야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 청년 농업인은 “후계농이 아닌 청년농업인은 기반이 없어 농업에 선뜻 뛰어들 수가 없다. 청년들이 전업농이 될 수 있을 만큼의 수익이 보장되지 않으면 농촌의 고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면서 “다른 나라, 다른 지역의 사례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고성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며, 창농 등 청년농업인 육성과 지원에도 새로운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고성의 친환경 벼 재배단지는 2008년 처음 조성됐다. 현재는 28개 단지, 380여㏊에서 친환경 쌀을 생산하고 있다. 마암면 삼락단지는 2023년 경상남도 친환경생태농업대상에서 단체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삼락단지는 2008년 시작해 점차 재배면적과 참여농가를 늘려가며 지금은 17농가, 20여㏊에서 최고 품질의 친환경 쌀을 생산하고 있다. 문제는 고성의 친환경 벼 재배단지도 고령화를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친환경 쌀 생산농가는 대부분 고령층이며, 친환경 인증을 유지하기 위한 절차와 비용은 농가의 또다른 부담이 되고 있다. 또한 가공과 유통을 연계한 시스템이 약한 탓에 친환경 벼 재배의 지속성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한동안은 벼농사 중심 농업체험이 인기였다. 대가면과 개천면, 하일면 등에서는 논 생태관찰과 타작, 탈곡 등을 체험하려는 가족이나 학교,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많았지만 지금은 중단되거나 소규모 운영에 그치는 형편이다. 농업현장의 고령화와 인구감소가 가져온 결과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팬데믹도 농업 체험농장 인증을 포기하거나 중단하게 만들었다. 체험관광을 유지하기 위한 인력이 없다.
# 콘텐츠는 넘치지만 아이디어는 부족한 문화관광 고성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고성 송학동 고분군, 한국의 탈춤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고성오광대 등 두 개의 유네스코 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공룡발자국을 비롯해 자연사적 가치를 가진 유산도 산재해있고, 다섯 개의 천년고찰, 마동호 습지와 갯벌, 농업유산인 둠벙 등 다양한 생태자원을 갖고 있다. 공룡엑스포와 당항포대첩축제, 소가야문화제 등을 비롯해 크고 작은 축제가 개최되는 지역이지만 당일 관람에 그친다. 풍부한 관광 자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성은 여전히 머물지 않는, 스쳐가는 관광지다. 체류형 프로그램이 부족하고, 이는 방문객의 소비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방문객은 꾸준히 유지된다고 해도, 일회성 방문에 그친다는 지적도 계속해 나오고 있다. 체류형 숙박시설 부족, 콘텐츠 연계 미비, 체험형 프로그램 부재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고성은 공룡을 선점했다. 그러나 새로운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없다면 선점의 의미나 가치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고성은 분명한 자원을 갖고 있다. 세계유산이 있고, 공룡이라는 상징이 있고, 소가야라는 역사와 전통문화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연결되지 않는 이상 고성의 문화관광은 이벤트성 축제, 주말 단기 방문에 머물 수밖에 없다. 고성의 문화관광은 콘텐츠는 충분하지만, 아직도 스토리와 체험을 담는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고성의 정체성을 살리면서 침체된 고성의 관광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다. 고성이 가진 자원은 농업과 관광, 역사와 문화이다. 이를 연결할 수 있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다행히 고성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고성 송학동 고분군과 당항포관광지, 상족암군립공원 등 볼거리는 물론 둠벙과 마동호 습지, 독수리 등 생태관광 콘텐츠 등 미래 먹을거리인 관광자원들이 산재해있다. 문제는 활용이다. 고성의 ‘농업’과 ‘관광자원’을 접목한다면 고성의 새로운 산업이자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농업이 관광이 되고, 지역을 되살릴 동력이 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하는 시점이다. 그렇다면 ‘쌀’을 고성의 새로운 관광 콘텐츠로 개발한다면 어떨까? 고성의 생태환경과 쌀을 비롯한 농업을 연계해 문화관광 콘텐츠로 개발한다면 지역의 새로운 활력사업이 될 수 있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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