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고성신문 |
|
|
 |
|
ⓒ 고성신문 |
|
고성인구 4만8천597명 중 65세 이상 노인은 1만7천697명으로, 고령화율은 36.4%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3년 사이 고령화율이 평균 1.6%p 상승하고 있는 것을 볼 때 6~7년 후에는 고성군 고령화율이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출생률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22년 92명이 출생하면서 100명 아래로 떨어진 후 지난해에는 83명이 출생하는 데 그쳤다. 청년인구는 교육과 취업 등으로 고성을 떠난다. 취업 후에는 되돌아오는 청년인구가 많지 않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니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청년들은 줄어들고, 출생률이 낮으니 학교나 어린이집, 유치원이 사라지면서 교육과 지역의 공동화를 불러온다. 올해 유치원 5곳이 원아가 없어 휴원한 것도 같은 이유다.
# 지역 노인의 지역 아동 돌봄 인구는 줄어드는 데 반해 돌봄 등이 필요한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결국 사회적 부담을 가중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노인의 보건의료 및 복지를 위한 사업 예산의 확대, 늘어나는 빈 건물의 관리와 재활용을 위한 비용, 아동 돌봄 등의 보육·양육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한 비용 등 사회적 비용의 증가는 소규모 지역일수록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베이비 부머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젊은 노인’이 늘어났다. 은퇴했지만 여전히 사회활동을 원하는 고령자들의 욕구는 높아지고 있다. 젊은 부부들은 출산과 양육에 큰 부담을 느끼며 안정적인 돌봄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다. 돌봄서비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양질의 보육과 노인돌봄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고성에 적용한다면 고성은 새로운 복지정책의 모델이 될 것이며 사회적 비용 또한 줄일 수 있다. 혈연관계의 조부모가 아니더라도 지역의 고령자들이 지역 아동의 양육 및 보육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면 독거노인의 고립감을 해소하고, 고령자들의 사회참여 기회를 부여하는 동시에 청년들에게는 양육부담을 덜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 지역공동체 회복 유도하는 독일 우리보다 앞서 이런 문제를 겪은 독일에서는 지역 내 돌봄 해결을 공동체 회복에서 찾고 있다. 독일은 일하는 조부모가 부모의 육아휴직을 대신 쓸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부모 중 한 명이 미성년자이거나 직업훈련 즉 견습생인 경우 또는 부모가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으며 조부모는 유급 노동을 하고 있고 손자와 한 집에 살고 있어야만 받을 수 있는 혜택이다. 조부모가 손자의 통학을 담당하는 경우 교통비 지원이 가능하다. 독일은 지하철을 한 번 타는 데 4천~5천 원은 예사이니 손자 통학보조를 위한 교통비를 노후자금에서 사용한다면 독일 노인들에게 부담이 된다. 이 문제를 놓고 독일 뉘른베르크 재무법원에서는 “조부모의 교통비를 부모(조부모의 자녀)가 상환하면 연말정산 시 특별 비용에 대한 세금 공제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라고 판단한 바 있다. 연간 최대 4천 유로, 한화로 약 567만 원 정도를 청구할 수 있다. 교통비 지원을 위해서는 손자의 나이는 14세 미만으로, 조부모와 부모가 손자를 돌보는 날짜가 포함된 보육계약에 서명해야 하고, 교통비 상환은 은행 송금을 원칙으로 한다. 이런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조부모 육아휴직 제도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독일에서도 3대 이상이 한 집에 사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미성년자의 7% 정도만 조부모와 동거하고 있어 조부모 육아휴직은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다. 독일은 돌봄의 해답을 지역공동체 회복에서 찾았다. 반드시 혈연관계의 조부모가 아니라도 지역 노인들이 낮동안 신체활동이 가능한 시설 및 기관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활동하고, 지역 아동의 방과 후 함께 시간을 보내는 등 자연스러운 어울림을 통해 세대간 소통과 교류가 이뤄진다. 노인들은 마더센터, 패밀리센터 등을 통해 사회참여와 활동으로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유지하고 고립감을 해소한다. 아동들은 같은 형태의 센터들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지역 노인들과 참여하며 교류할 수 있고, 부모들은 육아 및 교육에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나눌 수 있다. 이런 시설들의 적극적인 운영은 노인돌봄과 아동돌봄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뿐 아니라 지역공동체 회복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
# 나기초의 육아 응원 선언 최근 몇 년 사이 출생률이 ‘획기적으로’ 늘어난 일본의 마을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 혼슈 서부의 오카야마현 나기초 이야기다. 나기초에서 운영되는 육아지원센터 차일드홈에서는 지역 내 부모가 육아 어드바이저, 자원봉사자와 자유롭게 소통하며 육아정보를 얻을 수 있다. 가끔 볼일이 있으면 아이를 맡겨두고 일을 보고 올 수도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지역 내 노인들이 많다. 아동의 보호자들은 센터에서 아이와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자원봉사 할머니들과 함께 밥을 지어먹기도 한다. 독일의 마더센터, 패밀리센터 등과 비슷한 형태다. 한때 지역소멸이 예상됐던 나기초는 ‘육아세대 응원이 곧 고령자 복지’, ‘어린이와 고령자는 지역의 보물’이라는 생각으로 육아 지원정책을 강화해왔다. 청년인구가 사라지면 병원이나 물품 판매를 위한 매장 등 노인들의 삶에도 필수적인 시설들이 사라지게 된다. 이 때문에 나기초에서는 육아가 즐거운 환경을 조성해야 출생률이 늘고, 젊은 사람들이 들어오면 지역을 되살릴 수 있다는 생각이 지역 내에 퍼졌다. 나기초에서는 육아에 대한 경제적 부담 경감을 위해 다른 분야의 예산을 줄여 아동이 출생 이후 대학 진학까지 생애주기에 맞춰 지원금을 주는 제도를 만들었다. 2007년에는 차일드홈을 설립, 2012년부터는 ‘육아 응원 선언’을 했다. 차일드홈에서는 육아경험이 많은 노인들이 육아를 지원한다. 또 지역에서 오래 살아온 경험과 지혜를 살려 젊은 부부의 육아고민을 상담해준다. 나기초의 공동육아는 청년 인구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내 노인이 자원봉사로 함께 참여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그 결과 2005년 1.41명이었던 나기초의 출생률은 2022년 2.95명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그야말로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나서’ 저출생과 고령화를 함께 해결한 것이다.
# 현실적인 고민과 정책 필요 경기도 여주시에서 동갑내기 이혜옥·심재식·이경옥 씨가 함께 생활하는 노루목향기를 찾았을 당시 세 명은 “노인돌봄과 아동돌봄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고, 그저 함께 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 노인들이 지역의 아동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자연스럽게 교류하면 지역공동체 회복도 주민의 힘으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앞서 노루목향기에서 겪었던 시행착오 중 하나가 “어르신들이 생활하는 공간에 아이들이 찾아가 피해를 끼치지 않을까”하는 학부모들의 걱정이었다. 그렇다면 고성에서는 마을회관이나 읍면사무소 돌봄의 거점이 될 수 있고, 지역 내 빈집을 리모델링해 사용할 수도 있다. 지역 내에서 노인과 아동 돌봄이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거창한 시설이 아니다. 특별한 프로그램이 운영되지 않더라도 괜찮다. 노인들이 아이들이 숙제나 공부하고 노는 동안 안전을 돌보고 간식거리를 챙겨주는 정도만으로도 충분한 돌봄이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노인들은 신체를 움직일 수 있고, 활력을 얻을 수 있으며 아이들은 정서적 안정, 맞벌이 부모에게는 아이 돌봄에 대한 부담을 줄여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 있다. 아이들이 오가는 과정에서 지역의 청년과 노인이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게 되니 독거노인의 안부를 묻거나 마을 내에 청년들의 힘이 필요한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하는 것도 원활해질 수 있다. 이러한 돌봄의 형태는 큰 예산이 소모되는 것도 아니다. 한 군민은 “출생아동이 적다고 해서 현금성 지원으로 아이를 많이 낳을 것이라는 예상은 그야말로 탁상공론이고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취학아동은 돌봄교실 등을 이용할 수 있지만 미취학 아동은 부모 중 한 명이 휴직하거나 조부모가 돌보는 것이 아니라면 육아 도우미를 구해야 하니 어떤 방식이든 경제적, 심리적 부담이 작용한다. 지역 내에서 안심할 수 있는 사람이 돌본다면 이런 걱정을 덜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군민은 “고성군수들은 공약을 내놓을 때마다 보육의 질을 개선하겠다, 노인복지를 확대하겠다고 하지만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것을 느낄 수 없다”라면서 “고성은 독거노인이 많아 노인 돌봄도 시급한 상황이니 공동육아나눔터를 확대하거나 군내 한 마을을 지정해 노인과 아동의 돌봄이 동시에 이뤄지는 모델사업을 추진해보는 것도 좋겠다”라고 제안했다. 물론 독일과 일본, 경기도 여주 노루목향기의 사례를 당장 고성에 적용하기는 힘들다. 특히 저출생과 고령화는 전국적 문제인 데다 단기간에 해결할 수도 없고, 작은 지자체에서 정책적으로 많은 지원을 할 수도 없다. 그러나 ‘고성형 돌봄’을 통해 아동과 노인을 함께 돌봐야 하는 것은 우리가 당면한 과제이다. 지역 노인이 지역 아동을 돌보며 청년부모가 안심하고 경제활동할 수 있는 고성을 만들기 위한 첫 걸음, 지역공동체 회복이다. 지금 고성은 돌봄 사각지대 없는 세대 통합, 같이 돌봄의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