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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사각지대 없는 세대 통합, 같이 돌봄의 가치3] 주민이 주도 행정이 지원하는 독일의 돌봄 “모두가 한 지붕”

세대 갈등 해결, 소통방안으로 등장한 다세대센터
아동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소통
자연스러운 교류 통해 지역공동체 회복 유도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4년 08월 16일
▣ 글 싣는 순서
① 초고령화 초저출산, 돌봄 부담 늘어나는 고성
② 세대통합과 공동양육 돌봄 사각지대 없앤 독일
③ 주민이 주도하고 행정이 지원하는 독일의 돌봄
④ 여주 동갑내기 세 할머니의 동네 손자 함께 돌보기
⑤ 지역공동체 회복으로 시작하는 새로운 고성형 돌봄

↑↑ 연극교육센터로 출발한 크리에이티브하우스 베를린은 다양한 문화활동이 제공된다.
ⓒ 고성신문
2000년대 들어 독일은 고령화, 경제 및 산업 형태와 구조의 변화, 이민자의 급증 등으로 사회 변화를 겪었다. 이런 변화는 전통적인 형태의 가족과 이웃 공동체 결속의 약화를 불러왔다.
산업과 복지의 형태가 변하면서 노인과 아동의 돌봄 또한 대안이 필요했다.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세대 갈등 문제 해결과 소통 등의 해결방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에 독일 정부는 2006년 ‘모두가 한 지붕 아래’라는 취지로 다세대센터 설립을 추진했다.
가족센터와 비슷한 개념인 데다 이름 때문에 복지주거공간이라는 오해도 종종 받지만 실제 다세대센터는 기존의 이웃교류센터나 마더센터에 지역사회의 통합기능을 더한, 지역 사랑방 같은 공간이다.

↑↑ 모바일 다세대센터는 지역민이 누구나 어울려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다.
ⓒ 고성신문
# 시민참여 플랫폼, 모바일 다세대센터
가족센터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 보육과 돌봄을 주로 담당하는 기관을 대상으로 인증하고 기능을 확장해 육아를 중심으로 한 가족 상담과 교육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와 함께 지역민들의 활동을 통해 교류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거점이 되기도 한다. 이런 과정에서 지역민들이 자연스럽게 상호 돌봄이 가능하다.
다세대센터는 이런 가족센터의 역할이 더욱 확대된 형태로 볼 수 있다. 아동에서부터 노인까지 세대를 불문하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운영 또한 지역민이 중심이 된다.
하노버 인근 패텐슨 지역에도 다세대센터가 있다. 기관이라기보다 가정집 같은 분위기의 다세대센터는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돼있다.
흔히 생각하는 ‘센터’처럼 특별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것도 아니다. 지역민들이 일상적인 담소를 나누는 카페가 되고, 10대들이 어울려 그들만의 대화와 놀이가 가능하며, 주방 또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마당은 어린이와 가족, 노인들이 어울려 놀 수 있는 놀이터가 되고, 10~20대 청년들은 지역의 또래들과 어울려 밴드를 만들어 지역민 앞에서 공연하기도 한다. 노인들은 동네 아기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젊은 부모들은 동네 어르신들에게 육아방법을 배운다. 말 그대로 다양한 세대가 한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하며 소통하는 것이다.
다세대센터는 단순한 공간제공을 넘어 세대간의 소통과 통합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역별 특성에 따라 이주민들 위한 언어교육도 제공된다. 일상적인 정보는 물론 육아정보를 제공하기도 하고 모임공간, 교육장도 운영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시민참여 플랫폼의 역할이다.
이런 공간과 단체의 존재는 지역민의 소통을 유도해 지역공동체 회복을 이끌 수 있다.

↑↑ 양로원과 어린이집이 함께 운영되는 키타 암 자이지그브르그의 어린이집 수업 모습
ⓒ 고성신문
# 세대 간 소통, 키타 암 자이지그브르그
독일 브란덴부르크의 도시지만 폴란드가 더 가까운 뮐로제는 베를린에서 기차와 버스로 이동하면 약 3시간 거리다. 역에서 10여 분을 걸으면 100여 년 전 지어진 성을 만날 수 있다. 얼핏 관광지인가 싶다. 어린이와 노인이 함께 생활하는 공동양육 시설이자 보육시설인 ‘키타 암 자이지그브르그’다.
슐라우베탈숲 속 20세기 초에 지은 건물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는 키타 암 자이지그브르그는 결핵환자들을 위한 헬스케어센터였다. 숲 속에 위치한 데다 건물 주변에는 슐라우베 계곡까지 있고, 부지 자체가 워낙 넓어 치유농업센터 정도로 착각하기 십상이다.
키타 암 자이지그브르그는 ‘세대통합’, ‘세대교류’를 기본으로 한다. 1976년 양로원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이 시설은 1993년 양로원과 어린이집이 한 울타리 내에서 운영되는 현재 형태를 갖췄다.
양로원에서는 노인친화적인 다양한 여가활동이 제공된다. 하우스콘서트나 전문가 특강, 노래, 연주 등 자신의 건강상태나 취향에 맞는 프로그램을 선택해 참여할 수 있다. 개인생활공간은 일방적으로 제공된 가구만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껏 꾸밀 수 있다.
야외 활동도 제약이 없다. 숲과 계곡을 끼고 있는 환경은 노인들이 산책하기에 무리 없고, 시설 마당에는 말, 소와 돼지 같은 동물들이 있어 목가적인 풍경을 만든다. 이 동물들은 어린이집 아이들의 동물보조교육에 참여하기도 한다.
스포츠와 놀이뿐 아니라 휴식을 위한 다양한 시설도 갖추고 있다. 코티지 정원이나 작은 목장, 만들기가 가능한 작업장 등 야외공간도 조성돼있어 어린이집 아이들은 충분히 뛰어놀 수 있다. 때로는 양로원 할머니 할아버지들과도 함께 놀이하며 자연스럽게 만나기도 한다.
공유농원으로 불리는 텃밭에서는 바로 옆 어린이집 아이들과 양로원 노인들이 함께 하는 프로그램도 수시로 진행된다.
함께 키운 채소와 과일들을 활용해 샐러드와 같은 요리를 직접 만들기도 한다. 아이들이 수확하면 노인들은 칼질 등 위험한 활동을 도와주고, 함께 배식하고 한 자리에서 식사한다. 노인들은 아이들에게 식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와 함께 어린 시절 경험담을 들려주기도 하고,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거리낌 없이 질문하며 자연스러운 세대간 대화와 교류가 이어진다.
세대 차이가 워낙 많이 나다 보니 초기에는 우려도 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은 노인들에게 삶의 지혜와 사람을 대하는 예의, 사회성을 배우고 노인들은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활동하며 새로운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이렇다 보니 학부모들의 만족도 또한 굉장히 높다.
노인과 아동의 돌봄을 동시에 해결한 키타 암 자이지그브르그의 이런 ‘세대 간 소통’ 프로젝트는 독일유치원 교육품질 인증은 물론 브란덴부르크 공모전의 ‘케어 부문 혁신상’에서 마을농업구조 구축으로 품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 시설 내에서 만난 새로운 가족이다.

↑↑ 크리에이티브하우스 베를린의 목공방에서 목공예를 체험하는 모습
ⓒ 고성신문
# 일상의 즐거움, 크리에이티브하우스
베를린 미테 지역에 위치한 크리에이티브하우스 베를린은 다세대하우스와 가족센터를 중심으로, 아이부터 노인까지 한 주 내내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넓은 정원과 놀이터에서는 아이들이 놀이에 열중한다. 부모들은 함께 이야기를 나누거나 커피와 간단한 음식을 먹으며 여유를 즐긴다. 야외 시설 외에도 연극교육센터와 다세대하우스, 가족센터 등 다양한 기관의 사무실이 운영 중이다.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기관들이지만 프로그램은 모두 통합운영된다.
크리에이티브하우스 베를린은 1992년 연극교육센터에서 출발했다. 유치원, 학교 등과 연계해 연극 교육 프로젝트를 시작한 센터는 이듬해 부모와 아이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놀이교육을 개설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설립 10년차에는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뮤지컬학교, 2007년에는 다세대하우스, 2009년에는 시니어 컴퓨터클럽을 운영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조금씩 갖추기 시작했다. 지금은 유치원, 학교, 청소년기관, 문화센터, 시니어 기관단체 등과 협력을 통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휴일에는 관광객이 몰리는 지역의 일부 카페나 식당 외에 지역민이 주로 찾는 동네의 상점들은 문을 닫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일요일에도 시설이 개방돼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크리에이티브하우스는 동네 사랑방이나 다름없다.
다세대하우스는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세대를 대상으로 한다. 여기서는 다양한 세대가 어울려 함께 활동하면서 아동과 청년, 노인이 일상을 함께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피셔맨스 아일랜드(Fisherman’s Island)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2개의 개방형 목공방에서 세대와 계층 상관없이 지역민이라면 누구나 목공예를 배우고 작품을 만들 수 있다. 목공기술이 있는 노인이 처음 배우는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쉽게 목공예품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며 자연스럽게 교류한다. 목공이 손에 익은 사람들은 지역 내에서 자발적인 봉사활동을 하기도 한다. 소품들은 지역 축제에서 판매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참여자들간 유대관계가 더욱 단단해진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세대간 소통은 물론 지역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교류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특별한 활동들도 눈여겨볼 만하다. 8세부터 88세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다세대 오케스트라’는 피셔인셀 지역 주민뿐 아니라 어느 지역 주민들이라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음악을 통해 세대간 협력과 소통을 유도하고, 일상의 즐거움을 공유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수잔 슈뢰더 코디네이터는 “세계 어느 나라나 똑같이 겪는 문제겠지만 독일 역시 아동, 청소년과 노인 세대의 단절은 점차 심해지고 있다”라면서 “물론 아직까지는 10대 청소년들의 참여가 저조하지만 조금씩 늘어나는 것으로 봐서는 프로젝트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본다. 세대 간 대화와 공동활동의 기회 확대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일상을 보낸다면 지역 내에서 지역민들이 주체가 되는 다양한 돌봄의 실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 연대로 해결하는 지역 돌봄
저출산 고령화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가 겪는 이 문제는 다양한 해결책과 대안의 제시를 통해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분단이라는 사회·역사적 경험을 가진 독일은 우리보다 10년 앞서 저출산과 초고령 국가로 진입했다.
독일은 수십 년동안 합계출생률이 1.4명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다 2012년부터 조금씩 증가하기 시작한 합계출생률은 2020년 1.53명으로 늘어났다. 이는 독일이 정부차원에서 출생장려금과 보육시설 확충 등 인프라 구축은 물론 부모휴가제도 확대를 통한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해온 덕분이다.
특히 부모의 문제로만 여겨졌던 양육부담을 ‘돌봄연대’로 해결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돌봄을 위한 연대는 아동양육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역의 노인들이 낮시간 지역 아동을 돌보는 형태의 돌봄이 마더센터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다세대센터도 독일에서 탄생한 독특한 돌봄 연대의 형태이다. 마더센터와 다세대센터는 또래가 함께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나 프로그램이 제공되고, 엄마나 아빠와 함께 온 아이, 혼자 온 할머니 할아버지가 말동무가 되기도 하고, 놀이친구가 되기도 한다.
공동공간에서 자유롭게 소통하고 교류하는 방식을 통해 전문가의 개입이 없이도 자연스럽게 노인과 아이들에게 안전한 돌봄이 이뤄지고, 돌봄사각지대가 사라진다.
교류와 소통을 통한 활동은 심신의 건강을 유지 혹은 개선할 수 있다. 보건의료와 복지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데 기본 요소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사회적 관계’다. 노인과 아동의 돌봄 역시 이 ‘사회적 관계’에 주목해야 한다. 독일의 사례에서 가장 눈여겨봐야할 것은 아동과 노인이 소외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독일은 가족의 개념을 지역사회로 확대했다. 지역 노인이 일하는 부모를 대신해 지역의 아동을 돌보거나 독거노인과 아동·청소년이 공동텃밭을 일궈 얻은 식재료로 한 공간에서 음식을 해 나눠먹는 일은 독일에서 그리 드문 풍경이 아니다. 돌봄의 선순환을 통해 가족기능을 회복하고 건강한 지역공동체 회복이 가능한 것이다.
독일 보건부는 출산가정에 마더센터 등의 홍보가 담긴 안내자료를 발송하거나 직접 찾아가 설명하기도 한다. 출산 전부터 제공되는 다양한 정보는 출산부터 육아, 지역민간 교류까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이뤄진다.
지역민들은 마더센터와 다세대센터 등의 소통공간을 활용하면서 유대를 형성하고, 아이들은 사회성을 키우고 노인들은 고립감을 해소하며 전 세대가 동시에 지역사회에 참여하는 기회가 된다. 세대의 벽이 허물어지고 돌봄 공백을 해소할 수 있는 ‘소통’은 저출생, 고령화의 또다른 해법이 될 수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4년 08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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