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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사각지대 없는 세대 통합, 같이 돌봄의 가치2] 세대통합과 공동양육으로 돌봄 사각지대 없앤 독일

모성보호와 친가족정책으로 출산율 증가
지역민 소통으로 노인과 아동 돌보는 잘츠기터 마더센터
정보교류로 육아부담 더는 아달베르트슈트라세 패밀리센터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4년 08월 09일
ⓒ 고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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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싣는 순서
① 초고령화 초저출산, 돌봄 부담 늘어나는 고성
② 세대통합과 공동양육 돌봄 사각지대 없앤 독일
③ 주민이 주도하고 행정이 지원하는 독일의 돌봄
④ 여주 동갑내기 세 할머니의 동네 손자 함께 돌보기
⑤ 지역공동체 회복으로 시작하는 새로운 고성형 돌봄

독일은 저출산을 극복한 국가다. 2005년 독일의 합계출산율은 1.34명이었으나 조금씩 늘어나 2022년에는 1.6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는 1.09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급감한 것과 큰 대비를 보인다.
독일의 출산율 증가는 영유아 부모가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육아공간의 제공, 모성보호와 친가족 정책을 펼친 결과로 보고 있다.

# 독일의 달라지는 돌봄
불과 30~40년 전까지 독일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아기 양육은 가정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당연했다. 1970년대만 해도 독일의 보육시설은 많지도 체계적이지도 않았고, 양육부담은 엄마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여성들의 경력단절과 경제활동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1980년대를 지나면서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급격히 늘어났다. 부부의 경제활동은 육아 공백을 불러왔다. 젊은 부부들은 우리와 크게 다를 바 없이 조부모에게 손자 양육을 부탁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고령의 조부모까지도 양육 부담을 함께 져야 하는 상황이 닥쳤다.
그나마도 조부모가 가까이 있는 부모에게나 해당하는 이야기다. 지역 출신으로 도시에 사는 부모들은 조부모 양육은 꿈도 꿀 수 없고, 부부 중 어느 한 쪽이 경제활동을 포기해야 했다.
독일의 노인들은 사회활동과 삶의 질을 아주 중요하게 여긴다. 그러니 손자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라도 우리나라 조부모처럼 자신을 희생하지는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우리처럼 아침부터 밤까지 아이의 일정에 맞춰 모든 것을 진행하는 경우보다는 일주일에 두세 번 손자와 식사를 함께 하거나 소풍을 가는 등의 정도로 양육에 동참하는 정도다. 때문에 부모는 조부모에게 양육수고비를 별도로 준비하지 않는다.

# 공동육아와 세대결합을 위한 마더센터
도시의 고령층은 연금을 받아 개인의 경제적 부담은 덜 수 있다고 해도 사회적 교류 기회가 줄어들면서 생기는 고립감은 해소되지 않았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공동육아와 세대 결합이다.
1980년대 초 독일에서는 지역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마더센터가 설립되기 시작했다. 40여 년이 지난 지금 독일의 마더센터는 400개에 이른다.
마더센터는 지역공동체가 함께 운영하는 공동육아공간이자 세대 결합공간을 말한다. 시와 자선단체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마더센터는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름은 ‘마더센터’이지만 센터 이용자는 아동을 양육하는 여성에 한정되지 않는다. 아이를 동반한 부모부터 비혼모, 머리가 희끗한 노인까지 연령이나 성별에 전혀 제한이 없다.
공간을 활용하는 데도 특별한 제약이 없이, 혼자 온 노인들이 부모와 함께 온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아이들과 지역민들이 함께 악기를 연주하고 감상하거나 게임을 즐기기도 한다. 한 공간을 자연스럽게 이용하면서 지역민간 유대가 형성되는 것이다.

# 지역민에게 열린 잘츠기터 마더센터
“육아할 수 있는 환경은 갖추지 않은 채 아이만 낳으라고 할 순 없습니다. 출산과 육아는 인생의 중요한 그리고 위대한 프로젝트입니다. 독박육아해야 하는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양육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명확하게 내야 합니다.”
힐데가르트 쇼스 씨는 40여 년 전 잘츠기터로 이사한 후 독박육아의 부담을 고스란히 겪었다. 20대 초반 3남매를 키우면서도 그리 고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형제가 13명이었고 이모와 삼촌, 조부모까지 근방에 거주했던 대가족이어서 아이 양육에 큰 부담을 느끼지 못했다. 볼일이 있을 때면 가족과 이웃들이 자연스럽게 아이들을 돌봐줬으니 걱정도 없었다. 하지만 아는 사람 없는 잘츠기터로 오니 당장 육아가 큰일이었다.
쇼스 씨는 주변의 엄마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이들을 키우다가 내가 병이 들겠다, 싶어진 엄마들은 1976년 조그만 방을 하나 빌려 공동육아를 시작했다. 방 한 칸에서 시작한 공동육아는 1980년, 여성학자와 가족학자의 도움을 받아 정식으로 독일 최초의 ‘마더센터’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우리가 생각한 마더센터는 돌봄이 필요한 노인은 물론 지역주민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었어요.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돌봄문제도 해소되죠. 지금은 다양한 세대가 한 공간에서 교류합니다. 가족의 형태나 단위가 다양해지고 있어요. 그들이 이 공간에서 소통한다면 지역민들이 가족이 될 수 있죠. 아이들이 노인과 교류하며 더 넓은 세상을 배울 수도 있어요.”
독일 마더센터 중 가장 먼저 세워진 잘츠기터 마더센터에서는 3세 이상~미취학 아동들이 노인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20여 명의 아이들이 2~3명의 보육교사와 놀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놀이가 진행되는 동안 마더센터에서 돌봄받는 노인들 10여 명이 이를 지켜본다. 간혹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은 의자에 몸을 기대고 앉아 아이들을 살핀다. 누구 하나 불편하게 여기는 이가 없다.
식사 시간이면 아이들과 노인들이 대중 없이 섞여 함께 식사하고, 그 사이에서 보육교사와 보조교사는 소통을 돕는다.
때로는 시설의 앞마당에서 연극이나 음악연주회, 발표회 등의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단순히 프로젝트 성과 발표를 위한 행사가 아니다. 센터 행사를 통해 지역민이 서로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잘츠기터 마더센터는 2천300㎡, 약 700평의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이다. 건물 내 카페는 이용자들의 사랑방이다. 휴식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프로그램 제안이나 논의를 위한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2000년 하노버박람회 당시 잘츠기터 마더센터는 니더작센주정부, 지방자치단체 기부자 등과 공간 확보를 위한 기금 마련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이렇게 확보한 기금으로 잘츠기터 마더센터는 시설을 확충했다.
공간을 확충한 만큼 더 다양한 프로그램도 제공이 가능해졌다. 마더센터에는 0~3세 아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공간, 3~6세 아이들 대상 어린이집도 운영된다.
또한 초등학생들이 수업 후 돌봄 받을 수 있는 공간, 어린이집을 파한 후 보호자가 데리러올 때까지 사용할 수 있는 공간, 보호자가 센터 내에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는 동안 아이들 돌봐줄 수 있는 공간도 따로 마련돼 있다. 가정양육 중인 이주 여성들을 위한 언어교실, 재취업교육도 지원하고 있다.
“마더센터는 저출산과 고령화에 대해 시민들이 고민하고 목소리를 내며 함께 노력한 결과물이에요. 안전한 공간에서 노인과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돌봄을 제공합니다. 다양한 세대가 함께 어울리며 일상을 보내면서 아이들은 사회성을 키울 수 있고, 부모들은 마음 놓고 경제활동이나 외부활동을 할 수 있으며 노인들은 사회적 고립을 방지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어요.”

# 공동육아와 이민생활정보까지, 아달베르트슈트라세
마더센터와 비슷한 개념의 돌봄시설로 패밀리센터, 다세대센터가 있다.
아달베르트슈트라세 패밀리센터는 베를린에서 가장 큰 패밀리센터다. 약 800㎡의 센터에서는 매주 요가와 댄스, 언어, 요리 등 75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시설 이용자는 1천 명에 달한다.
75개 프로그램 중 30개는 유료로 운영되지만 이용료는 1~3유로, 한화로 5천 원을 넘지 않는다.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아도 언제든 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니 생활이 빠듯한 이민자나 난민들도 쉽게 찾아 육아정보를 공유한다.
실내외 놀이시설이 잘 갖춰진 센터에 들어서면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놀이기구를 이용하거나 모래놀이, 실내 장난감놀이에 집중한다. 아이들이 저마다 놀이하는 동안 부모들은 미리 예약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간단한 차와 음식을 나눠 먹으며 육아 정보에서부터 일상적인 생활정보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눈다.
베를린은 이민자들이 많은 지역이다. 이 때문에 아달베르트슈트라세 패밀리센터에서는 국가별 소모임을 운영하는 것이 특징적이다. 이민자 부모들은 패밀리센터에서 고국의 음식을 만들어 먹고, 육아를 하며 겪게 되는 여러 어려움을 모국어로 서로 나누고 정보를 주고 받는다. 패밀리센터는 단순한 공동육아의 공간이 아니라 부모의 힐링 공간이자 교류의 공간인 셈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비슷한 연령대의 아이를 기르는 부모들은 육아 문제를 겪을 경우 패밀리센터에서 전문가 상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상담 시 가정폭력이나 경제적 어려움이 확인되는 경우 센터는 지방정부와 연계를 통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전문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아달베르트슈트라세 패밀리센터에서는 연간 1만1천 시간의 프로그램을 지역민에게 제공하는 대가로 베를린시로부터 24만 유로, 약 3억6천만 원의 예산을 지원받는다. l에서는 매년 사업을 평가하고 계약 갱신 여부를 판단한다. 이는 재정지원 여부를 가리기보다는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 주목적이다.
안야 마이 센터장은 “대도시에는 이민자가 많으므로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우리 센터에서는 부모들의 양육부담을 덜어주고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으니 부모들에게 행복을 찾아줄 수 있다. 이는 육아가 부모들에게 어렵게 느껴지지 않게 하는 것”이라면서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파악하고 즉각적으로 해소방법을 찾아내면서 엄마가 행복해지면 결국 스트레스로 인한 아동방임이나 학대 등의 문제를 방지할 수 있고, 출산율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 조부모 양육도 사회적 지원이 가능한 독일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대한민국의 2070년 0~14세 유소년 인구는 7.5%,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46.4%로 예측된다. 아이가 1명인데 노인은 6명 이상인 셈이다.
조금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아이 1명을 돌볼 수 있는 조부모가 생물학적 조부모 최대 4명을 제외한다 해도 지역 내 2명 이상의 노인이 사회적 조부모로 지역 아동의 양육에 참여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흔히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아동을 돌본다고 하면 생물학적 조부모 즉 혈연관계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독일 청소년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독일 어린이의 약 40%는 평균 4명 이상의 조부모에게 돌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물학적 조부모와 사회적 조부모 다시 말해 지역 노인이 아동을 돌보는 경우를 모두 포함한 숫자다.
독일은 부모에게 심각한 질환이나 장애가 있어 양육이 불가능한 경우 조부모가 육아휴직급여 수급자격을 얻을 수 있다. 부모가 미성년자 혹은 직업훈련을 받고 있어 경제활동이 힘든 경우나 조부모가 손자와 함께 거주하며 유급노동을 하는 경우 조부모 육아휴직이 가능하다.
독일에서는 킨더겔트(kindergeld) 제도가 운영 중이다.
자녀나 아동을 뜻하는 kinder(킨더)와 돈을 뜻하는 geld(겔트)는 아동수당 혹은 양육수당을 의미한다. 독일의 복지수당 중 하나로, 우리의 양육수당과 비슷한 킨더겔트는 아동 1명이 한 달을 살기 위해 물리적으로 필요한 최소비용으로 계산된 일정 금액이 부양자에게 지급된다. ‘물리적으로 필요한 최소 비용’에는 식료품과 의복, 주거, 의료보험 등이 포함된다.
세대의 수입에 상관없이 지원되는 이 수당은 아동을 둔 부모나 양부모, 실제 부양하고 있는 가정이 받을 수 있다. 조부모가 받으려는 경우에는 대상아동이 세대원에 편입돼야 한다. 아동의 국적에 상관없이 독일에 거주하는 경우 대상에 해당되고, 부양자가 조건에 맞다면 지원된다.
독일이 보는 저출산 고령화의 해법은 ‘돌봄 부담 경감’이다. 이를 위해서는 어느 한 쪽이 희생해서는 안 된다.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그 균형은 지역과 지역민이 함께 이뤄가야 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4년 08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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