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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공간의 쓸모 찾기, 빈집의 재발견5] 빈집 활용은 곧 지역의 경쟁력, 잘 활용하면 고성이 살아난다

붕괴 위험, 위생문제로 지역공동화 앞당기는 빈집
강진 ‘강진품애’, 보은 ‘희망둥지’, 유럽 ‘1유로 프로젝트’
다양한 방식의 빈집 활용법 고민 필요, 군민 공모도 방법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4년 07월 15일
ⓒ 고성신문
ⓒ 고성신문
고성의 빈집은 인구 그래프와 반비례하며 이미 1천 호를 넘어섰다. 인구가 줄어드는 속도가 빠른 만큼 빈집이 늘어나는 속도도 빠르다.
군내 빈집들은 독거노인들이 사망 혹은 요양시설로 이주하면서 관리되지 않고 방치돼 발생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재산가치가 크지 않아 거래도 활발하지 않은 데다 외지에 거주하는 자녀들이 되돌아올 계획이 없으니 방치되는 상황이다. 거래에 따르는 법적 절차의 번거로움도 빈집 방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 지역공동화 부추기는 위험한 빈집
간혹 방치된 지 수십 년 된 빈집의 경우 실제 소유주를 찾기 힘들어 행정에서도 처리할 수 없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문제는 빈집이 한 곳 발생함으로써 생기는 부수적인 것들이다. 빈집이 하나 생기면 단순히 공간이 방치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관리되지 않으면서 무성한 풀과 나무, 고인 물 등으로 인해 냄새는 물론 모기나 파리 등 해충이 끓기 쉽다.
위생뿐 아니라 비행, 범죄 등 치안 측면에서도 문제가 된다. 관리되지 않는 점을 악용해 가구나 가전 등 수거를 위한 신고절차와 비용이 들어가는 대형 쓰레기를 가져다 버리는 일도 있다.
시골 빈집 중에는 여전히 흙으로 지은 집들이 있다. 이 집들은 방치기간이 길어지면서 붕괴 위험도 커지면서 주변 안전을 위협하기도 한다.
붕괴 위험은 콘크리트 건물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고성읍에는 골목으로 연결된 소규모 주택들 중 빈집들이 발생하거나 빈 상가, 창고 등이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 건물은 흙집보다는 조금 덜할 뿐, 콘크리트를 비롯한 건축자재들이 부식되면서 붕괴위험이 크다.
또 한 가지의 문제는 고성에서 발생하는 빈집들 중 리모델링을 통해 재활용이 가능한 건물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고성군내 빈집은 모두 1천84호였다. 빈집은 상태에 따라 총 3개로 등급이 나뉜다. 1천 호가 넘는 고성군내 빈집 중 활용이 가능한 1등급은 198호에 그쳤다. 관리가 필요한 2등급은 629호, 정비가 필요한 3등급은 257호였다. 이 중 3등급은 실제로 정비가 필요한 수준이 아니라 철거해야 하는 정도로 봐야 한다. 활용이 불가능한 빈집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위험과 우려는 빈집 주변의 주민들을 떠나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는 지역의 공동화를 불러오게 된다.

# 다양한 빈집활용과 거래방식
전남 강진군 강진읍 호산마을의 빈집에 가수가 입주했다. 강진군이 추진하는 강진품애(愛) 프로젝트의 두 번째 입주자가 바로 남성 4인조 2AM의 멤버 정진운 씨다. 그는 입주 당시 “어머니의 고향에 살며 강진군의 특산물인 쌀을 활용해 막걸리와 동동주를 개발하고 싶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강진품애는 급격한 고령화로 발생한 빈집들이 주변의 경관을 해치고 위험요소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강진군이 추진하는 프로젝트다. 빈집을 깨끗하게 고쳐 다른 지역에서 강진으로 이주해오는 사람들에게 5~7년 단위로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는 겨우 1만 원만 받고 집을 빌려준다.
충북 보은 역시 비슷한 내용의 ‘희망둥지’를 추진하면서 귀농귀촌인을 대상으로 보증금 없이 15~25만 원의 월세만 내고 2년 동안 집을 빌려주고 있다. 보은군은 집을 임대하는 주민들에게는 수리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1유로 프로젝트도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아름다운 경관으로 관광지로는 유명하지만 실제 거주자들은 관리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방치했던 고성(古城)이나 빈집들을 단돈 1유로, 1천500원도 안 되는 가격에 판매하는 프로젝트다. 지자체는 소유주와 구매희망자 사이에서 중개 역할을 한다. 집을 산 사람은 3년 안에 반드시 집을 수리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이 프로젝트는 2004년 네덜란드에서 처음 시작한 후 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으로 퍼졌다. 소유자는 까다로운 절차 없이 집을 처분할 수 있고, 구매자는 싼 값에 야무진 집을 구할 수 있으니 서로 득이다. 또한 빈집에 사람이 거주하면서 지역에는 활력을 더할 수 있다.

# 빈집을 대하는 일본의 방식
현재 일본은 빈집이나 공터를 0엔은 물론이고 웃돈을 얹어주는 마이너스 가격에 거래하는 사례까지 생기고 있다. 이런 부동산들은 대부분 부모로부터 상속받았으나 팔리지 않고, 관리비용이나 세금 때문에 가지고 있는 것이 오히려 손해인 집들이다. 이런 집은 부동산중개사무소에서도 중개수수료를 챙길 수 없어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일본은 ‘빈집 대책 특별조치법’을 개정하고, 각 지자체는 해당 지역 내 빈집을 소유자가 건물용도를 바꿔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해당하는 ‘촉진구역’으로 지정되면 건물의 재건축, 용도변경 등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 또한 태풍이나 지진 등으로 붕괴 위험이 큰 빈집은 지자체의 지도나 명령, 권고 등을 거쳐야 하는 기존 절차에서 일부를 생략하고 철거가 가능해진다.
일본에서 인구감소와 함께 빈집 증가의 이유로 꼽히는 것은 낮은 세율이다. 일본의 고정자산세는 과세표준의 1.4%이나, 주택용 과세표준은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일본 정부도 칼을 빼 들었다. 관리되지 않아 잡초가 무성하고 창문이 깨져 방치된 빈집은 세금우대 혜택에서 제외하고 소유자의 세 부담을 늘리는 일명 ‘빈집세’를 적용한다는 것이다.
빈집 거래를 위한 플랫폼도 등장했다. 아키야뱅크는 지역별 빈집을 상태에 따라 구분하고, 거래희망자들이 자유롭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어드레스 호퍼’도 늘고 있다. 은퇴 전후로 경제력은 충분하지만 한 곳에 정착할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 원하는 지역을 옮겨 다니며 거주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들은 장기간 거주할 곳이 아니라 최소한의 짐만 가지고 단기간 거주하며 일하거나 쉴 곳을 찾는다. 때문에 늘어나는 빈집은 어드레스 호퍼들에게 아주 좋은 거주지가 될 수 있다.
 
# 다시 태어나는 빈공간
고성은 경남도내에서 빈집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그리고 동시에 빈집정비사업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지난해 고성군은 36동의 빈집을 철거하고, 빈집 1동은 리모델링 후 주변시세의 반값에 임대하는 나눔주택사업을 진행했다.
고성의 빈집 활용 중 가장 눈에 띄는 점이자 다른 지역의 주목을 받는 것은 쌈지주차장 조성사업이다. 군은 6천500만 원을 투입해 5개 지역의 빈집을 철거하고 쌈지주차장 및 주민 공동공간을 확보했다.
군 관계자는 “빈집터 쌈지주차장 사업의 경우, 읍면 주거밀집지역에 한해 수요조사 후 빈집을 철거하니 주거환경도 개선되고 주차장 기능 뿐 아니라 동네 중요 행사가 있을시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 가능하니 인기가 좋은 사업”이라면서 “반면 나눔 주택사업의 경우 빈집 소유자의 동의가 어렵고, 동의를 얻은 빈집의 경우는 주거밀집지역에서 벗어나고 깊은 산골에 위치한 경우가 다반사여서 세입자 구하기가 힘들어 2023년 사업 완료 후 중단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군은 올해도 4천500만 원을 투입해 빈집터를 활용한 쌈지주차장 3동을 조성할 예정이다. 또한 행정안전부 빈집 정비사업 공모를 통해 예산을 절감하되 빈집 보조사업의 소규자들의 자부담은 해소할 계획이다. 또한 전문기관에 용역 의뢰를 통해 농촌마을유휴자원조사 즉 빈집실태조사를 통해 빈집에 대한 상세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활용도를 높이고 주거여건을 개선한다.
군 관계자는 “2021년 2월 빈집 실태조사 완료 후 빈집정비계획 수립과 다양한 사업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라면서 “빈집으로 관광자원 개발 및 귀농·귀촌 유도, 군민의 소득 증대에 기여할 수 있도록 활용 방안에 대하여 고민하고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빈집 발생과 활용에 대한 걱정과 고민은 하루이틀의 문제도, 고성만의 문제도 아니다. 사람이 줄면 방치되는 공간은 늘어난다. 고성처럼 인구감소가 급격한 지역은 그만큼 변동폭이 더 크고, 시간이 지날수록 빈공간은 늘 수밖에 없다.
귀농귀촌인, 청년이주민이나 예술인에게 교육이나 창작, 창업을 위한 공간으로 제공하는 것은 가장 쉬우면서 효과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군민들에게 빈집 활용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비어있는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지역민이 떠날 수도 들어올 수도 있다. 빈 주택이나 상가를 활용해 청년들을 불러들이는 곳으로 거듭날 수도 있다.
빈집의 효율적인 활용은 인구정책과 직결된다. 빈집,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지역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빈집을 잘 활용하면 지역이 살아날 수 있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4년 07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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