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2025-08-03 00:24:12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연재기획

[쓸모없는 공간의 쓸모 찾기, 빈집의 재발견3] 사람이 주체가 되는 주거, 버려진 집의 새로운 활용법 찾는 일본

일본 내 전체 주택 13.8%가 빈집, 조사 이래 최고
상속 증여 절차나 철거 수선 부담으로 방치 늘어
빈집 발생 줄이고 지역 재생하는 요코하마시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4년 06월 28일
ⓒ 고성신문
ⓒ 고성신문
ⓒ 고성신문
▣ 글 싣는 순서
① 사람이 떠난 고성, 급증하는 빈집
② 사람을 불러들이는 제주의 빈집 활용
③ 버려진 집의 새로운 활용법 찾는 일본
④ 지역 소통 이끄는 일본의 빈집 활용법
⑤ 빈집 활용하면 지역이 살아난다

고령화와 저출생은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겪고 있는 문제다.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가 진행됐다. 고령화와 저출생,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청년층의 이촌향도의 가속화가 맞물리면서 일본 또한 빈집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른 위생문제나 비행의 온상으로 전락하는 등 빈집은 사회적인 문제로 지역의 골칫덩이가 됐다.

# 늘어나는 일본 빈집, 900만 호
일본 총무성은 1948년부터 5년에 한 번 주택‧토지 통계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진행한 조사 결과 일본 내 총 주택은 261만 호 증가한 6천502만 호로, 조사가 시작된 이래 최대였다.
총주택수 증가는 도쿄도가 가장 많았다. 도쿄도는 820만 호였으며 오사카부 493만 호, 가나가와현은 477만 호였다. 증가비율은 오키나와현이 7.2%로 가장 높았고, 도쿄도는 6.9%, 가나가와현과 사가현이 각각 5.9%였다. 동시에 빈집 또한 급격히 늘고 있다. 빈집은 이전 조사와 비교해 51만 호가 늘어난 900만 호로, 역시 사상 최고인 13.8%를 기록했다. 1993년 448만 호였던 빈집이 불과 30년 만에 2배가 넘은 것이다.
빈집은 와카야마현과 도쿠시마현이 가장 높은 21.2%였고, 야마나시현이 20.5%였다. 상위 3순위까지는 인구 70~90만 명의 중간 규모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빈집이 늘어난 상황이다.
도쿄는 주택 대비 빈집 비율이 2.6%로, 수치상으로는 낮다. 그러나 이는 전체 주택수가 워낙 많은 대도시라 그런 것일뿐, 절대수치로 보면 방치된 집은 21만5천여 호에 이른다. 해당 조사에서는 빈집을 4가지로 구분해 조사했다. 빈집 중 임대용은 49.3%, 매각용은 3.6%, 별장처럼 2차적으로 활용하는 빈집이 4.3%였고 기타는 42.8%에 달했다.
임대용이나 매각용은 용도에 따른 사용을 위해 입주자를 찾고 있거나 이를 위해 부동산회사 등에서 관리하고 있다. 별장이나 리모델링 후 2차적 활용을 위해 보존하고 있는 집 또한 소유자가 명확하며 향후 활용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기타’ 용도다. 이 경우 거주 실태가 확인되지 않거나 소유자가 집을 관리하지 않고 있을 수 있다. 소유자가 특정되지 않아 방치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기타’ 빈집은 2003년에 비교해 1.8배 늘어났다. 일본 역시 독거노인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이런 기타 용도의 빈집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가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빈집 중 55% 가량은 상속을 통해 취득한 집이다. 상속이나 증여할 1인 가구 고령자가 사망하거나 요양시설에 입소하게 되면 상속이나 증여받을 사람이 없어 방치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한 상속이나 증여 등 법적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나 철거, 수선 등의 비용 부담으로 방치하는 소유주들도 종종 발생한다.

# 성매매집결지에서 문화의 거리로
요코하마를 지나는 전철 게이큐선의 히노데초와 코가네초 사이의 1㎞ 남짓한 구간. 고가도로 아래 건물들이 다소 오묘하다. 촌노마(Chon-noma)라고 불리던 성매매업소가 250여 개 밀집해있던 거리다. 이 지역은 대낮에도 여자 혼자서는 피해다녀야 했던 길이었다. 2005년 경찰 단속 이후 홍등가가 사라지면서 거리는 비어가기 시작했다. 코반(파출소)이 들어서면서 이 지역 성매매업소는 사라졌다.
건물은 비었지만 성매매업소라는 편견이 큰 데다 낡은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 개발하려는 기업도 없었다. 이 지역은 마치 도심의 섬 같은 곳이 돼버렸다.
주민들과 지역의 고민이 시작됐다. 이 지역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 활용한다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요코하마는 ‘문화의 거리’로 조성하기로 했다. 마침 2004년부터 문화예술 창조도시로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었다. 빈 업소에 젊은 작가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2008년에는 코가네초 바자 즉 대규모 아트 페스티벌이 열리며 인식은 서서히 바뀌었다.
이 지역의 고가도로 아래 부지는 전철회사인 게이큐의 소유였다. 게이큐는 문화시설을 만들어 요코하마시에 임대했고, 요코하마시는 NPO 법인 코가네초 애리어 매니지먼트센터에 문화시설의 운영을 위탁했다. 개인 소유 건물은 요코하마시가 소유주에게서 건물을 임차했고 NPO는 공방이나 전시관 등으로 리모델링했다. 문화의 거리답게 거리 곳곳에는 벽화가 그려지고, 예술작품이 설치됐으며 카페나 서점 등이 들어서면서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형태는 옛 업소 모습을 아직 가지고 있지만 이 지역은 이제 작가들의 작업실이자 주거지역이다. 청년작가들은 이 지역에 짧게는 3개월, 길게는 5년간 머물며 작품활동을 할 수 있다. 성매매집결지에서 문화의 거리로 다시 태어난 코가네초는 빈공간을 활용한 지역재생이자 문화재생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 활용 앞서 빈집 방지 위한 노력
“요코하마는 도쿄에 인접한 규모가 큰 시 지역으로, 노후한 빈집의 수는 전국 평균보다 적은 편입니다. 그러나 도심을 벗어나면 고령화로 인해 빈집이 꽤 발생합니다. 우리 협회는 이런 집을 찾아내고, 노인과 장애인도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리모델링하고 있습니다.”
특정비영리활동법인 요코하마시 마을조성센터는 요코하마시 건축사무소 협회가 지역 내 빈집의 재활용을 통한 도시재생에 뜻을 두면서 시작됐다. 사무국장 츠키데 마사히로 씨 역시 현역 건축사이면서 센터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노후한 빈집은 점검과 현장 확인 후 상태에 따라 리모델링과 철거를 결정합니다. 철거하면 토지를 활용하는데요. 다행히 요코하마는 토지거래가 꽤 활발한 편입니다. 우리 역할은 빈집을 리모델링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빈집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빈집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모델들을 제공하고 조언하는 거죠.”
협회가 제공하는 모델은 꽤 다양하다. 예를 들어 주택소유자가 나이가 많아 관리가 힘들어 일부 공간만 사용한다면 빈방이나 빈집은 젊은 세대에 임대하고, 그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해 집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이 모델을 실제에 적용한다면 주택소유자가 사망하더라도 집은 꾸준히 관리가 가능하니 빈집으로 방치되는 일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을만들기센터는 시민이 상담을 요청하면 무료로 진행하고, 필요 시 방문출장을 제공한다. 빈집일 경우 상태를 조사하고 유지 시 관리비, 활용이익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전문가가 분석해 활용방안을 제안한다.
센터에는 건축사뿐 아니라 변호사나 세무사, 토지조사사 등이 정회원으로 소속돼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이 원스톱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요코하마시로부터 약간의 지원금을 받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지역활동단체의 지원금이 더 크다.
“일본은 땅과 건물에 각각 따로 세금이 부과됩니다. 건물이 있으면 세금이 6분의 1 수준으로 낮아져요. 하지만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습니다. 빈터를 주차장 등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고령화가 급격한 상황에서 개인에게만 빈집 관리를 떠맡기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빈집 발생과 이로 인한 문제는 지역 전체의 문제이다. 지역 전체의 걱정거리인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해 마을만들기 센터에서는 학교나 지역사회의 요청이 있을 때는 적극적으로 강의하고 조언한다. 빈집 활용은 도시재생으로 이어지는 만큼 지역이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집 주(住)는 사람 인(人)과 주인 주(主)가 합쳐진 것입니다. 결국 사람이 주체가 돼야 하는 거죠. 사람이 주체가 돼 사람을 끌어들여야 합니다. 지역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지역의 매력을 만들 수 있어요. 외지에서 살러 오는 마을이 돼야 하고, 텃세 없이 어울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동네 평판이 좋아지고, 결국 사람이 사람을 부를 수 있어요. 빈집 문제는 그렇게 해결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4년 06월 28일
- Copyrights ⓒ고성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름 비밀번호
이범엽
오키나와 후쿠오카 빈집 좀 구하고 싶습니다. 
이범엽 010-2254-4199. 연락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01/08 19:19   삭제
이범엽
오키나와에 시골 빈집 좀 구하고 싶습니다.
01/08 19:17   삭제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만평
상호: 고성신문 / 주소: [52943]경남 고성군 고성읍 성내로123-12 JB빌딩 3층 / 사업자등록증 : 612-81-34689 / 발행인 : 백찬문 / 편집인 : 황수경
mail: gosnews@hanmail.net / Tel: 055-674-8377 / Fax : 055-674-8376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남, 다01163 / 등록일 : 1997. 11. 10
Copyright ⓒ 고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함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백찬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