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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타시는 생활응원단, 이주민교류회 등으로 전입인구의 정주를 유도하고 있다. (사진 위)이주자교류회(히타시청 제공) |
ⓒ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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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싣는 순서
① 줄어드는 고성 인구, 고성이 사라진다?
② 맞춤형 인구정책 찾아오는 지역, 진천과 거창
③ 청년이 돌아오는 살기 좋은 지방도시 후쿠오카
④ 마메다마치 지역 비전이 불러들인 인구, 히타를 살렸다
⑤ 차별화된 인구정책만이 고성 소멸을 막는다
후쿠오카 하카타역에서 기차를 타면 한 시간 반 남짓 달려 오이타현 히타시에 도착한다. 히타시는 후쿠오카와 구마모토와 인접하고 있다. 역에서 주변을 휘 둘러보니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형태다. 그래서인지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고 봄부터 가을까지는 아침저녁 안개가 짙다고 한다. 히타시의 인구는 올해 9월 30일 기준 남자 2만9천189명, 여자 3만2천124명으로 모두 6만1천313명이다. 히타는 규슈의 북부지방 각지를 연결하는 교통망을 구축한 덕분에 꽤 번성한 도시였다. 에도시대에는 막부의 중심지로 규슈 지역의 정치와 경제, 문화 거점이기도 했다.
# 에도 막부 시대 천황이 다스린 ‘천령’
히타역에 내리니 히타 지명을 알리는 노란 조형물이 눈에 띈다. 관광객들은 HITA 중 빠진 I에 들어가 인증사진을 남긴다. 히타는 만화 ‘진격의 거인’ 작가 이사야마 하지메의 고향인 덕분에 도시 곳곳에 만화 속 인물들이 자리 잡고 있다.히타에는 지쿠코 강이 흐른다. 이 강을 따라 배를 통한 해상무역이 활발했다. 특히 히타에는 은행 역할을 하는 관청이 있어 금융업, 상업이 발달했다. 그러나 대규모 취업이 가능한 산업단지 등은 없어서 발전가능성이 낮다고 여겨졌다.
에도 막부 시대 천황은 지역 영주인 다이묘를 통제하기 위해 히타에 관료를 직접 파견했다. 그래서 지금도 히타 곳곳에는 천황이 다스리는 지역이라는 뜻의 ‘천령(天領)’이라는 단어를 만날 수 있다. 지역 내에서 생산되는 물도 ‘천령수’라 불린다.히타를 찾는 관광객이라면 빠뜨리지 않는 마메다마치는 2004년 전통건축 보존지구로 선정됐다. 지정은 국가가 했으나 운영은 지역에서 해야 했다.
보존지구로 지정되면서 외관 등에 대한 제한이 시작됐다. 한정된 조건에서 지역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관광 아이템이자 지역 문화, 역사적 가치 정립을 위한 사업이 필요했다.마메다마치는 남북으로 길게 뻗은 두 개의 거리, 동서로 뻗은 다섯 개의 거리로 구성돼있다. 거리 북쪽에는 1932년 문을 연 쿤초주조, 남쪽에는 오이타현에서 가장 오래된 상가건물인 쿠사혼노케, 히타에서 생산된 삼나무로 만든 나막신과 공예품 판매점인 아시타야, 1891년 문을 연 양갱가게 아카시 히타 양갱 혼포, 히타의 질 좋은 물로 담가 일본 왕실에도 헌상했다는 히타간장 등 작은 거리지만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히타는 주민과 시청의 노력으로 연간 관광객 60만 명의 관광도시로 거듭났다.
마메다마치의 한 상인은 “코로나19로 한동안 관광객이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회복세다. 한국에서도 많이 찾아온다”면서 “시에서 받는 현금성 지원 등은 없지만 보존지역으로 선정 후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덕분에 장사 걱정은 크지 않다. 다만 젊은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은 조금 걱정스럽다”라고 말했다.
# 행정과 주민의 협력으로 인구 증가
히타시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인구 1만 명 내외로, 지역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지역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인구 6만 명에 이르는 지역이 됐다. 물론 2005년 지역 통폐합으로 인한 영향도 크지만 무엇보다도 인구 증가와 유지를 위해 행정과 주민이 함께 노력한 덕분이라는 분석이 많다.
2004년 히타시는 지역재생전략 수립에 나섰다. 히타시는 일본의 전통을 지역의 경쟁력으로 키우자는 지역 재생 전략을 발굴했다. 우선 에도시대의 상점가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마메다마치를 전통 건축 보존지구로 지정, 전통건물보존회를 중심으로 거리 보존에 나섰다. 100년 전의 거리를 원형대로 보존하고, 이 지역에서 제작한 인형 등을 콘텐츠로 한 축제를 개최했다.이 과정에서 히타시청과 주민들은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주민들은 에도시대 상점가 옛모습 보존과 상점가 활성화, 역사적 유산을 살린 축제 개최 등 마메다마치 3대 지역비전을 공유하면서 지역재생에 중심 역할을 했다.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는 ‘주민자치조직’은 우리나라로 치면 각 지역별 주민자치회(위원회)와 비슷하다. 이들은 새로운 공공정책 발굴과 실행을 목적으로, 지역에 맞는 사업 전개, 지역민의 세밀한 요구에 대응,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지역자치를 주민에게 이전, 주민들이 지역을 이끌기 위해 시작됐다.
사토오 켄지 기획진흥부 지방창생추진과 창생기획계 주간은 “히타시에는 주민자치조직이 구성돼 행정이 소화하지 못한 새로운 요구나 과제에 대응해 지역의 다양한 주체가 공공서비스 담당자가 돼 협력하고 있다”면서 “시에서도 주민자치의 기능을 높이고 주민 스스로 안심할 수 있는 지역을 만들어 지역기반을 다지고 이를 통해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시책을 발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인구 증가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 다양한 이주 지원으로 정주 유도
히타시로 이주해오는 전입주민은 5년 연속 오이타현 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키타기리 유미 기획진흥부 시정추진과장은 “다른 지역에서 히타에 이주하는 주민에게는 다양한 분야에서 지원하고 있다”면서 “특히 혼자 이주해 생활하는 경우나 기존 주택의 리모델링, 청년인구와 출생아동 증가를 위한 신생활 응원 사업, 육아지원 등은 히타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지원시책”이라고 설명했다.
히타시청은 지역으로 이주하는 주민의 생활 적응을 돕기 위한 지역상품권 등 이주 장려품 지급 사업, 신혼부부에게 신규주택 임대 및 취득비용이나 이사, 리모델링 비용 등을 30만 엔(한화 약 270만 원) 한도에서 지원하는 결혼 신생활 응원사업, 지역 내 빈집을 활용해 이주 및 정주를 촉진하고 지역 활성화를 유도하는 빈집은행사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청년세대의 보육 및 교육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보육원 대기 아동수 ‘0’를 현실화했다. 또한 초·중학생은 무상의료 제공, 학력 향상을 위한 교재 구입비 지원 등의 사업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는 시청 1층에 시의 육아지원사업 정보를 제공하는 가정상담실을 통해 쉽게 얻을 수 있다.농업, 임업을 위해 히타에 이주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에 히타시는 ‘日田においでよ(히타에 와요)’라는 제목의 오이타현 히타시 프로모션 사이트, 히타 생활추진실, 위탁 이주상담창구 등을 운영하고 있다.
# 주민 간 교류로 적응 돕는 히타
다른 지역에서 이주해온 주민들이 원주민들의 텃세나 적응 실패로 유출되는 것을 막고자 이주민교류회, 상담회도 운영된다. 먼저 이주해온 지역생활 선배가 갓 이주해온 신입 주민에게 다양한 정보를 주고 적응을 돕는다.
교류회에서는 이주민과 원주민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운동회나 자녀가 있는 세대는 놀이체험 등을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여자회와 남자회로 구분해 서로 궁금한 점이나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는 등 다양한 만남과 교류를 진행하고 있다.교육 역시 인구정책에 큰 영향을 미친다. 히타 역시 고령화율 36% 정도로,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도시 외곽 마을에는 한 학급에 1~2명이 수업받는 경우도 흔하다.
그러나 학교 통폐합으로 수가 줄어들어도 복식학급은 운영하지 않는다. 통학거리가 먼 학생에게는 스쿨버스 등으로 통학편의를 제공한다.오이타현에서는 도쿄는 물론 후쿠오카, 오사카 등에서 사무소를 운영하며 대도시에서 전입 가능성이 있는 주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창구도 운영하고 있다. 각 지역 사무소에서는 히타시를 비롯한 오이타현 내 이주 및 취업에 관련된 자료와 가이드를 제공해 지역 이주를 유도하고 있다.
키타기리 유미 기획진흥부 시정추진과장은 “이주 체험투어를 통해 시골생활을 미리 즐긴 후 최종적으로 이주를 택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생활 응원단은 이주 후에 생길 수 있는 문제나 고민을 먼저 나누고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거나 지역 내 맛집, 옷가게, 교육 등 비슷한 세대간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고 이렇게 맺은 인적 네트워크 덕분에 정주를 결심하는 사람들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키타기리 유미 과장은 “히타도 고성과 마찬가지로 고령화율이 높은 지역이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적게나마 청년인구가 늘고 있다”면서 “이는 인근 도시와의 접근성과 함께 시에서 제공하는 지원혜택, 무엇보다도 지역 내에서 창농, 창업, 취업 등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이 인구 정책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최민화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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