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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 송학동 고분군이 포함된 가야고분군이 지난 17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
ⓒ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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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강점기인 1914년 송학동 고분군 발굴 당시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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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9년 1차 발굴 현장 설명회 당시 연구진과 역사 문화계 관계자들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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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동안 이어진 가야고분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드디어 값진 결실을 거뒀다.고성 송학동 고분군이 포함된 가야고분군(Gaya Tumuli)는 지난 17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제45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가 최종 결정됐다. 이에 군민들은 일제히 환영하고 있다.
# 10년 만의 낭보, 7개 가야 역사
대한민국 16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가야고분군은 고성 송학동 고분군을 비롯해 전북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 경북 고령 지산동 고분군, 경남 김해 대성동 고분군, 경남 함안 말이산 고분군, 경남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 경남 합천 옥전 고분군 등 7개 고분군 연속유산이다. 가야고분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추진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초 가야고분군 유네스코 등재신청 후보는 김해 대성동 고분군, 함안 말이산 고분군, 고령 지산동 고분군 등 3개 지역 고분군이 추진되고 있었다. 이들 세 고분군은 ‘가야고분군’ 연속유산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이후 2015년 문화재청의 세계유산 우선등재 추진대상으로 선정됐다. 이에 경남도는 2017년 가야고분군 세계유산등재추진단을 구성해 경남을 중심으로 경북과 전라도 영산강 일대에 분포된 가야 문화권 내 지역들 중 가야고분이 군집한 지역들과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같은 해 12월, 문화재청 세계유산 등재신청 후보 선정 심의에서 문화재위원회는 완전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유산의 추가를 권고하면서 후보선정이 보류됐다. 2018년 개최된 제3회 가야고분군 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회에서 문화재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유산의 범위 확대를 심의, 의결했다. 이후 고성 송학동 고분군을 비롯해 전북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 경남 합천 옥전 고분군 등 4개 고분군이 추가됐다.
가야고분군은 2022년 6월 러시아 카잔에서 개최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여부가 결정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의장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평화를 지향하는 유네스코 정신을 훼손했다며 러시아에서 회의를 개최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이러한 와중에 러시아가 이탈리아와 일본 등 세계유산위원국에 회의를 무기한 연기하자는 서한을 보냈고, 별다른 반대의견이 없어 회의 개최가 무기한 연기됐다.
이후 지난해 11월 알렉산드르 쿠즈네초프 주 유네스코 러시아대사가 세계유산위원회 의장직을 사임했다. 이에 세계유산위원회는 영어 알파벳 순서에 따라 후임의장을 임명하는 유네스코 규정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를 차기 의장국으로 결정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 9월 10일부터 25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제45회 세계유산위원회의를 개최했다. 고성 송학동 고분군을 포함한 가야고분군은 17일 오후 세계유산 등재가 최종 결정됐다.
# 고성군민의 환영 이어지는 세계유산 등재
고성 송학동 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가 확정되자 군민들은 일제히 환영하고 있다. 특히 송학동 고분군이 위치한 송학리 주민들은 가장 크게 환영하고 있다. 송학마을 김학겸 이장은 “유네스코 등재는 하늘의 별따기이니 우리 마을의 가장 큰 경사”라면서 “고성의 2천 년 역사가 세계적으로 알려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세계인의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은 것이라 주민들 모두 내 일처럼 기뻐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김 이장은 “송학동 고분군이 가진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도록 주민들도 함께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무학마을 최윤호 이장은 “송학동 고분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는 고성군의 큰 자랑거리이자 영광이고 너무나 큰 자부심”이라며 “앞으로 마을 주민들의 일자리 창출도 가능할 것이고 문화중심지가 되지 않을까 싶어 기대된다. 군에서도 많이 신경쓰겠지만 마을 주민들도 주인정신을 갖고 세계유산인 송학동 고분군을 더 열심히 보호하고 다듬으며 지키겠다”라고 말했다.
# 소가야 역사와 문화 밝힐 송학동고분군
고성 송학동 고분군은 5~6세기 조성된 소가야 지배계층의 무덤이다. 송학리 무기산 일대의 고분군은 정상부에 가장 큰 1호분을 중심으로 동서에 7기의 고분이 분포하고 있다. 무기산 외에도 기월리 일대에 넓게 분포돼있다. 송학동 고분군은 고성만과 거리가 멀지 않고, 주변은 평야지대로 농사를 짓거나 어로활동 등으로 생활하며 정주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곳이기도 하다.
주변에는 삼국시대 이전 조성된 패총이나 야철지 등도 많이 발견돼 사람이 살기 좋은 조건을 갖췄다는 점을 뒷받침한다.송학동 고분군 정상부에서는 고성읍 전체를 고루 조망할 수 있다. 현재와 달리 높은 아파트 등의 건물이 없었을 조성 당시를 미루어 짐작하면 송학동 고분군의 높이는 지배계층이 매장돼있다는 상징적 의미도 있다.
1963년 1월 21일 사적 제119호로 지정된 송학동 고분군은 다른 가야 고분군이 보여주는 특성과 달리 선봉토 후매장 방식으로, 봉토를 먼저 조성한 후 위에서 아래로 파고 들어 석곽이나 석실을 조성하는 분구묘 구조를 보인다. 하부구조는 석재를 사용하지 않고 토괴를 접착하는 방식으로 축조하는 독자적인 형태로, 소가야의 진보한 토목공법을 엿볼 수 있다.
구릉이 발달하지 않은 고성의 지형을 극복하고 높게 쌓아 봉분의 크기나 높이를 키우면서 고성읍을 내려다보고, 일반 백성들은 고분을 올려다보는 가시성을 높였다. 고성군은 지난 2020년 9월 고성 송학동 고분군 종합정비계획을 수립했으며, 현재 문화재청 승인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종합정비계획은 세계유산 등재 후 방문객 대비와 유산의 보존 및 관리 내용을 담고 있다.
# 세계유산 등재 이후 남은 과제
소가야를 비롯한 가야가 본격적으로 관심받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1970년대 들어 고분들이 발굴되면서 사람들은 비로소 가야의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고구려, 백제, 신라와 함께 500년 이상 존속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야는 그동안 국가로 인정받지 못했다. 연맹체라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이는 고구려나 신라, 백제 등 동 시대에 한반도를 중심으로 존재했던 국가에 비해 문자로 기록된 역사적 근거가 다소 부족하다.
특히 소가야는 복식을 고증하거나 성곽의 흔적을 찾는 일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사료가 절대적으로 적은 상황이다.그동안 문화재구역 개발제한 등 관련법에 의해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면서 사유재산 침해 등 군민들의 피해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또한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는 명칭의 문제도 있다. 소가야와 고자미동국, 고자국 중 어느 명칭이 역사적 근거에 부합할지 의견이 분분하다.고성군은 소가야 왕도 복원 등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두고 있다. 군은 고성 송학동고분군 14호분 시굴 조사 및 비지정문화재인 15·16호분 시굴 조사를 실시했으며, 조사 결과 문화재 지정구역의 확대 등 소가야 유적의 종합정비를 체계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군은 세계유산 등재 이후 추진할 방문객과 유산 보존·관리를 위한 송학동고분군 종합정비계획을 수립했으며, 문화재청이 승인하면 사업비를 확보해 해당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군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가야역사의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지만 금관가야, 아라가야 등에 비하면 소가야에 관한 것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며 “세계유산 등재를 시작으로 송학동고분군과 소가야 유적의 종합정비를 체계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최민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