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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군 둠벙 국가중요농업유산에서 세계유산으로- 토양 유실, 바람 막아주는 제주도 밭담 농업

2013년 국가중요농업유산 22014년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
1천 년 넘는 장구한 세월 제주민 노력으로 쌓아 올린 농업유산
토양 유실, 마소 농경지 침입 막고 농지의 경계 표지
생물다양성의 보전 측면사회·문화적 측면에서도 의의

박준현 기자 / 입력 : 2023년 06월 30일
▣ 글 싣는 순서

① 고성군 둠벙 조상들 지혜 담긴 중요한 문화유산
② 경남 하동군 무려 1천200년을 이어온 차문화의 발상지
③ 대나무 밭 관광 3차산업으로 어우른 담양
④ 우리나라 최초 세계중요농업유산 청산도 전통관개시스템
⑤ 토양 유실, 바람 막아주는 제주도 밭담 농업

ⓒ 고성신문
제주밭담은 1천 년이 넘는 장구한 세월 동안 제주민들의 노력으로 한 땀 한 땀 쌓아 올려진 농업유산이다.
바람을 걸러내고 토양유실을 막아내며 말과 소의 농경지 침입을 막아 농작물을 보호한다. 농지의 경계 표지의 기능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제주밭담은 농업인들의 삶과 지혜 그리고 제주농업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농업유산이다.
제주도 전역에 분포하는 제주밭담은 지역별 토양환경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이루며, 그 길이는 약 2만2천km에 이른다. 지구의 둘레가 대략 4만㎞이니 제주도 밭담은 지구 반 바퀴를 돌고도 남는 길이다.
그래서 제주도의 밭담을 두고 ‘흑룡만리(黑龍萬里)’라 부르기도 한다. 검은색을 띠고 있는 현무암의 밭담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구불구불 흘러가는 모습이 마치 흑룡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만리’는 끝없는 듯 이어진 길이를 나타낸 상징어로 제주도 선조들의 땀방울을 떠올리게 한다.
멀리서 바라보면 한 폭의 거대한 그림을 연상시키는 제주섬의 밭담은 이렇듯 선인들의 지혜와 노력이 고스란히 담긴 농업문화유산이다.
2012년도 국가중요농업유산 제도 도입으로 2013년도 제주밭담은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됐고, 2014년 4월 FAO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가 확정됐다.
세계중요농업유산은 농업유산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하여 그 지역의 사회나 환경에 적응하면서 몇 세기에 걸쳐 발달·형성되어 온 농업적 토지이용, 전통적 농업과 관련되어 형성된 문화와 경관, 생물다양성 등이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세계적으로 중요한 지역의 차세대 계승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제주도는 세계중요농업유산인 제주밭담 보전관리 사업의 하나로 이를 통해 농촌의 문화와 환경을 체험하는 한편, 지역 홍보 활성화를 위해 2019년에 8곳에 밭담길을 조성했다.
구좌읍 월정리의 ‘진빌레 밭담길’과 평대리의 ‘감수굴 밭담길’, 성산읍 신풍리의 ‘어멍아방 밭담길’과 난산리의 ‘난미 밭담길’, 애월읍 수산리의 ‘물메밭담길’과 어음1리 ‘공세미밭담길’, 한림읍 동명리 ‘수류촌 밭담길’과 귀덕1리의 ‘영등할망 밭담길’이 그것이다.

# 밭담의 형성 과정
제주도의 밭담은 개인 또는 가족 단위라는 소규모 공동체에 의해 쌓아져 왔다. 경작과정에서 나오는 돌들을 경작지에서 먼 곳으로 옮기기보다는 그 주위에 쌓는 편이 훨씬 쉽고 노동력도 덜 들어간다. 그런 만큼 제주 전역에 걸쳐 형성된 밭담은 시간적으로 볼 때 매우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밭담의 형성과정에 일대 혁신을 가져온 것은 1234년 제주판관 김구의 지시에 의해 재산권 다툼을 방지하기 위한 경계용 밭담을 쌓기 시작했다고 아려져 있다. 이는 제주 전역에 밭담이 확산되는 배경이 되었을 것이다. 바람을 막아내기 위해 경작지를 에둘러 쌓기 시작했던 밭담이 경계용으로 그 기능을 하나 더 추가하게 된 셈이다. 다시 말해, 밭담의 조성은 고려시대 중엽에 이르러 사회적으로 정착됐지만 그 연원은 더 많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이다. 이후 말과 소의 방목이 마을별로 이루어지면서 밭담은 가축이 밭으로 침입하는 것을 막아내는 역할도 맡았다. 마소가 밭에 들어가 농작물을 짓밟고 돌아다니며 뜯어먹어 버리면 한 해 농사가 수포로 돌아가 버린다. 이로 인한 밭 주인과 말과 소 주인 간의 다툼도 비일비재했다. 이에 밭담은 마소로부터 한 해 농사를 지켜내는 중요한 역할도 했던 것이다.

# 제주밭담의 유형과 기능
밭담은 제주 사람들의 지혜가 반영되어 있다고 말한다. 밭담은 토지를 구획하는 기능을 넘어, 농작물과 토양을 보호하려는 선조들의 지혜와 의지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문화적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 지혜는 밭담의 구조와 다양한 유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주로 가족 단위로 진행된 밭담 쌓기에는 특별한 장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무나 밭담을 제대로 쌓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능숙하게 쌓기 위해서는 보고 배우는 오랜 경험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밑돌을 놓는 방법이며 돌들이 서로 이가 맞도록 엇갈리게 쌓는 기술이 필요하다. 올려놓을 돌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살핀 후 이가 맞다 싶으면 세차게 내려놓는 감각 또한 그렇다. 이는 오로지 경험으로 축적된 비법이다. 게다가 사용하는 돌도 큰 돌뿐만 아니라 작은 돌, 밋밋한 돌, 모난 돌, 둥글넓적한 돌들이 모두 필요하다. 각각의 돌들이 제 기능을 지니기 때문이다. 큰 돌만을 사용했을 경우, 담 자체가 무게는 있지만 돌과 돌을 이어주는 이음새의 역할을 하는 돌이 없게 된다. 또한 바람이 와 닿는 면적이 넓어져 오래 버텨내기에 불리한 조건이 만들어진다.
이에 비해 보잘것없는 작은 돌을 큰 돌과 더불어 사용했을 경우, 이들이 서로 이음새 역할을 해 견고한 담으로 새롭게 탄생할 수 있다. 또 돌과 돌만으로 짜이기 때문에 바람에 의해 어느 한쪽이 무너져도 돌담 전체가 무너지는 피해를 받지 않게 된다. 설령 무너진다고 해도 그 부분만을 쉽게 보수할 수 있기 때문에 관리 측면에서도 편리한 것이 제주밭담의 구조적 특성이다.

# 제주밭담의 다양한 가치
밭담은 밭농업 중심의 농업경영이 이루어지고 있는 제주에서 매우 긴요한 기능을 해왔다. 거센 바람을 걸러내어 농작물의 생육을 돕고 농경지 표토가 바람과 비로 인해 유실되는 것을 완화함으로써 제주 농업을 지켜온 버팀목이 바로 제주밭담이다. 이 같은 기능은 여전히 유효하며 제주에서 농업이 지속되는 한 밭담의 그러한 기능도 맥을 이어갈 것이다. 이러한 농업적 가치 이외에도 제주의 미학을 대표하는 빼어난 문화경관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흔히 제주도를 점, 선, 면이 조화를 이룬 곳으로 표현하곤 한다. 또는, 부드러운 곡선의 아름다움이 제주의 미학이라고도 한다. 구불구불 이어지며 제주도 전역을 휘감고 있는 밭담은 바로 그 곡선의 아름다움으로서 제주의 아름다움을 대표한다.
그리고 현무암 밭담의 검은색은 초록의 밭작물이나 유채꽃 등 철따라 피어나는 색색의 꽃들과 어우러지며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한다. 그리고 눈이라도 그 밭담 위에 쌓이면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흑백의 절묘한 조화를 접하게 된다. 제주에서가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이 같은 비경을 현무암 밭담이 담아내고 있다. 생물다양성의 보전 측면에서도 제주밭담은 큰 가치를 지닌다.
해안가에서부터 중산간까지 제주도를 띠처럼 두르고 있는 밭담은 그간 중산간지대의 난개발을 막는 장치로 작용해 생물다양성을 보전하는 역할을 해왔다.
제주밭담은 사회·문화적 측면에서도 의의가 크다. 이는 후세들에게 전해줄 교육적 가치와도 맞아있다. 제주밭담은 척박한 자연환경과 맞서 싸운 삶의 역사이며, 생존을 위한 버팀목이었다. 따라서 밭담은 제주인의 개척정신과 지혜를 엿볼 수 있도록 하며,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며 살아온 여정을 담은 독특한 유산으로 그 가치가 크다. 그리고 밭담은 제주 미래관광의 핵심코드로서 기능할 것이다. 근래 각광을 받고있는 문화관광, 농촌관광, 체험관광의 주요한 테마로서 제주밭담이 자리잡아 나갈 수 있다. 더불어 제주밭담은 얼기설기 쌓여 있어 웬만하면 무너지지 않지만, 한곳이 무너지면 붙어 있는 돌담도 덩달아 무너진다. 무너지지 않으려면 서로 어깨를 겯고 함께 버텨내야 하는 제주밭담의 모습은 어쩌면 척박한 환경을 인내와 노력으로 함께 개척해온 제주인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 제주밭담축제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제주의 가을철 대표적 축제인 제주밭담축제가 3년 만에 2022년 9월 30일 다시 열렸다. 그동안 밭담축제는 동부지역에서 개최해왔으나 지난해 처음으로 서부지역으로 장소를 옮겨 제주도 한림시 옹포천 어울공원과 수류촌 밭담길 일대에서 10월1일까지 진행됐다. '흑룡만리 제주밭담을 함께 걷다’라는 주제로 진행된 축제에는 수류촌 밭담길 걷기, 어린이 밭담체험, 굽돌 굴리기, 밭담 쌓기, 밭담 그리기 대회, 밭담 골든벨 등 다양한 체험과 경연, 전시, 공연행사가 이어졌다.
밭담 홍보관과 6차산업 홍보관, 밭담마켓, 플리마켓 등을 운영해 재미와 볼거리를 제공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친환경농업정책과 스마트농업경영팀 김가현 주무관은 “올해는 11월 초 제주밭담축제를 계획하고 있다. 올해는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지 10주년이다. 국내 세미나 등 올해는 더욱 알찬 내용으로 추진할 계획이다”고 했다.

“세계중요농업유산 10년,
이제는 가치재정립 필요한 때”

ⓒ 고성신문

고홍기 제주밭담보전관리마을연합회장

지난해 12월 FAO세계중요농업유산 제주밭담 보전관리 마을연합회 초대회장에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고홍기 이장(57)이 선출됐다.
지난 18일 평대리사무소 내 제주밭담 보전관리 마을연합회에서 고홍기 회장을 만나 제주밭담에 대해 들어보았다.
2020년 10월 결성된 제주밭담 보전관리 마을연합회는 2014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한 제주밭담의 보전과 관리, 활용사업 전개를 통해 농업‧농촌의 발전과 농촌주민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고홍기 회장은 “밭담길이 조성된 도내 8개 마을의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밭담길 보전‧관리체계 구축에 머리를 맞댈 수 있도록 제주밭담 보전관리 마을연합회를 이끌어 가고 있다”고 했다.
고 회장은 “제주도 차원의 제주밭담 보전관리 종합계획 수립에 주민들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각 마을회의 유기적 협력체계도 갖추겠다”고 덧붙였다.
고홍기 회장은 현 구좌읍 평대리 이장이자 평대리 생태관광마을협의체 위원장을 맡고 있다.
고홍기 회장은 “제주밭담 보전관리 마을연합회가 결성된 지 4년 정도 되었지만 지난해말 지금처럼은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연합회를 체계적으로 해보자고 했다. 밭담의 보호 가치와 자원화에 재조명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고 했다.
고 회장은 밭담축제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표한다. 밭담축제가 아직까지 지역축제로 자리잡혀 있지 않고 획일화된 것에 아쉬움을 표한다. 세계유산본부가 관장하고 있지만 다른 유산들 사업에 집중하고 있어 밭담축제는 연합회가 다시 한 번 고민을 하겠다고 말했다.
고홍기 회장은 “제주밭담이 중요농업유산이 된 지 올해와 내년 10년이 됐다. 다시 돌아보는 시기가 됐다. 가치재정립이 필요하다. 학계와 세미나를 거쳐 요구사항에 대해 겸허히 듣고 가치재정립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박준현 기자 / 입력 : 2023년 06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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