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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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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싣는 순서
① 고성군 둠벙 조상들 지혜 담긴 중요한 문화유산 ② 경남 하동군 무려 1천200년을 이어온 차문화의 발상지 ③ 대나무 밭 관광 3차산업으로 어우른 담양 ④ 우리나라 최초 세계중요농업유산 청산도 전통관개시스템 ⑤ 토양 유실, 바람 막아주는 제주도 밭담 농업
청산도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인상적인 풍경으로 구들장논을 꼽을 수 있다. 논바닥에 구들장처럼 넓적하게 생긴 돌을 깔고 그 위에 다시 돌을 채운 후 농사에 필요한 흙을 부어 만든 논으로 식량을 구하기 위해 자투리땅도 놀리지 않았던 섬사람들의 지혜이다. 우리에게 청산도는 쉼 없이 전력으로 달려왔던 삶을 되돌아보게 해주는 달팽이 섬이다.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로 느림의 미학을 느끼고 싶은 현대인들에게 딱 맞는 장소이기에 인생의 쉼표를 찾는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곳이다. 그런 청산도의 진정한 가치가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2013년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선정되면서부터다. 이어 2014년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로 그 중요성을 인정받았다. 청산도는 급경사에 돌이 많아 물 빠짐이 심한 사질 토양이 발달해 논농사에 다소 불리한 농업환경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척박한 환경은 자연스럽게 지역 환경에 적응하는 계기가 되었고 농업유산 청산도 구들장논이 탄생하는 밑거름이 됐다. 청산도 구들장논의 주된 특징은 돌을 쌓아 만든 계단식 논 형태와 암거 구조의 지하 관개배수시스템이 보존되고 있는 것이다. 청산도 사람들은 석축을 쌓아 논을 만드는 과정에서 돌을 쌓는 기술과 형태가 한국 고유의 난방법인 ‘온돌’에 사용된 ‘구들장’과 닮았다 하여 ‘구들장논’이라 부르고 있다.
# 청산도 구들장논 조성·배경 방식 청산도 구들장논의 역사는 16세기 말인 조선 중후기 부흥리 함양 박씨, 양지리 안동 권씨, 지리 김해 김씨 등 외지 사람들이 청산도에 이주 정착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섬 내 인구 증가로 양곡 생산을 위한 논, 밭이 더 필요하게 되었고,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가파른 골짜기까지 구들장논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1991년도 목포대학교 연구팀이 발행한 자료에는 1592년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의 부하인 함양 박씨가 부흥리 지역에 터를 잡으면서 구들장논 조성이 시작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청산도 구들장논은 일반 계단식 논과 형태가 비슷해 보이지만 차별화된 농업관개시스템을 가진다. 구들장논은 경작지가 부족한 청산도에서 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돌을 쌓아 계단식의 논을 조성함으로써 토지의 가용면적을 극대화한 산물이다. 아울러 관개배수, 농법, 농기구 그리고 생활문화 측면에서도 일반 논을 경작하는 지역과는 다른 농업 시스템이 전승되어오고 있다. 일반 계단식 논은 지표면에 용·배수가 흐르지만 구들장논은 통수로를 사용한 용·배수가 이루어진다. 구들장논은 경작에 필요한 용수를 가두거나 아래 논으로 흘려보내는 조절 기능을 하는 곳에 판석 형태의 돌(구들)을 사용한 점이 독특하다. 이러한 관개시스템은 강수량에 따라 논과 밭으로 전환 사용을 가능하게 했다. 완도군청 농업정책팀 양은정 주무관은 “구들장논의 관개관리는 주민들의 ‘협동노동체계’를 통해 지속되어 왔다. 주민들은 매년 농사가 시작되는 시기에 인접한 논의 주인들이 모여 물길을 만들고, 농업용수 사용을 자율적으로 관리했다”고 했다. 또한 소(牛)를 나누어 쓰는 ‘소언두’ 제도가 협동 경운 활동으로 운영되었으나, 현재는 농업환경 변화로 협동노동이 품앗이 형태로만 남아있다.
# 청산도 구들장논과 평야지역 논의 관개시스템 차이점 평야지역 일반 논은 위치가 지형이 평탄한 평야지대이며 청산도 구들장논은 지형이 경사진 중산간지역, 골짜기에 위치해 있다. 관개수원은 평야지역 일반 논은 대규모 농업용 저수지이며 관계방식은 배수문 설치, 기계배수방식, 단일관개배수 시스템이다. 반면 청산도 구들장논은 천수에 기반한 임시적인 소규모 보가 관개수원으로 경사면에 의한 자연배수방식, 연속관개배수 시스템이다. 평야지역 일반 논은 관개용수의 높은 침투율, 다량의 관개용수 필요, 관개용수의 과잉공급, 비료성분의 용탈 및 유실, 농작물 냉해 발생 등이 특징이다. 청산도 구들장논은 용수의 침투를 막기 위한 식토층 형성, 관개용수의 저류 용이, 소량의 관개용수를 이용한 경작 가능, 필지별 다양한 농작물 파종 가능(답전윤환 용이), 차가운 용출수 차단을 통한 냉해 방지 등이 특징이다.
# 청산도 구들장논의 농업생산과 기술 현재 청산도의 지목 별 토지이용은 72%가 임야이며 논과 밭은 21.1%에 달하지만, 약 400년 전 청산도에 정착한 입도민이 농업활동을 시작했을 때는 현재보다 농지가 현저히 부족했다. 완도군이 조사한 청산도 구들장논 분포조사에 따르면 구들장논이 집중분포된 지역을 중심으로 부흥리 92필지, 양지리 45필지, 상서리 137필지, 총 274필지로 면적 약 6.9㏊로 나타났다. 구들장논은 경작지의 평수를 조금이라도 늘려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 만들어져 논과 밭으로 농지의 범용적 이용이 손쉽게 이루어졌다. 강수량이 적은 해에는 논을 밭으로 전환해 농사를 지었고 1년 2작을 하는 시기에는 여름철에는 논농사를 이후에는 밭으로 이용했다. 오늘날 청산도의 농산물 생산은 여전히 논농사의 비중이 가장 높으며, 미맥, 보리, 메밀 등이 재배되고 있다. 밭농사는 마늘, 콩, 봄동 등을 소득 작물로 생산하고 있으며 일부 휴경지를 이용해 유채와 청보리를 경관작물로 식재하고 있다. 청산도 벼농사의 전통 작부체계인 1년 1작은, 논을 쟁기로 7번 갈고, 써레질을 2번 하는 방식이며, 1년 2작의 논은, 4번의 쟁기질과 2번 써레질을 하는 방식이다. 청산도 구들장논의 경운작업은 일반 농촌지역의 쟁기질(보통 3~4회)보다 종류와 횟수가 다양하다. 그 과정은 초갈이(물잡기), 중갈이, 무쟁기(물쟁기, 물속에서 쟁기질하는 것) 순서로 이루어지며 무쟁기를 한 뒤 써레질을 한다. 또한 구들장논은 얕은 토층에 벼를 심기 때문에 경운 깊이를 조절하는 기술은 논의 주인만이 알았다. 구들장논에 사용되는 쟁기는 논에 수분이 오래 함유되도록 토양을 미세하게 갈아야 하기 때문에 몸집이 작고 가벼운 것을 사용하며, 내륙지역의 쟁기와 달리 보습이 지면 방향으로 누워있어 얕은 토양을 갈기에 적합한 특징을 지닌다.
# 청산도 구들장논의 보존과 관리 구들장논은 자연 생태환경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특히 구들장논에서 지속해온 농경활동을 농작물의 생육환경 향상뿐만 아니라 주변의 자연 생태계와 조화를 이루는 논 생태계의 형성과 유지에 기여해 왔다. 하지만 최근 청산도의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휴경 면적이 증가함에 따라 논 생태계의 기능 저하와 더불어 주변지역 산림-취락지역을 연결하는 생태순환축의 약화를 초래했다. 이러한 시점에서 구들장논의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과 FAO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 등재는 구들장논을 비롯한 주변지역 생태기능의 유지관리에 대한 관심이 증가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진행 중인 ‘구들장논 오너제도’는 도시민 교류 프로그램과 연계하여 전통농업문화의 전승과 논 생물다양성 유지를 위한 보전활동으로 의미가 있다. 또한, 청산도 주민들은 현실적으로 찾아온 문제 해결을 위해 ‘친환경 유기농업 섬’ 비전을 선포하고 구들장논 보존과 활용을 위한 주민협의회를 구성하여 청산도 구들장논 보존에 힘쓰고 있다. 완도군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는 2023년 농촌공간정비사업 공모에 선정돼 총사업비 50억 원을 확보했다. 군은 이번 공모사업 선정으로 완도 청산도 구들장 논 농업유산지구 내 핵심 보전 구역에 위치한 축사, 빈집 등 유해 시설 철거와 재생사업을 추진한다. 정비된 공간에는 귀농·귀촌인 대상 임대 주택 제공 및 복원된 구들장논 제공으로 영농 활동을 위한 기반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아울러 주민 숙원 사업인 복합문화시설 및 세계농업유산센터 등을 조성할 수 있게 됐다. 김미경 전라남도 문화관광해설사는 “우리 조상들의 얼과 지혜가 담긴 국가중요농업유산, 그리고 수백 년의 역사와 전통으로 대한민국 첫 번째 농업유산으로 그 이름을 남긴 청산도 구들장논. 전통문화를 지키는 것은 관심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했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청산도 구들장논 과거 10년을 되돌아보며 미래 10년의 청사진 그린다”
박호근 청산도 구들장논 보존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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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군 청산도 신풍리 농협창고 앞에는 청산도 구들장논 보존협의회 박근호 협의회장과 회원들이 분주하다. 구들장논에서 재배한 유채를 말리기 위해 바쁘다. 박근호 협의회장는 “말린 유채에서 기름을 짜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으로 수익을 올릴 계획이다. 아울러 청산도벼, 북흑조, 붉은차나락, 다백조 등 네 가지신품종 토종볍씨도 심어 밥맛이 좋으면 답례품이 될 것”을 기대하고 하고 있다. 2014년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 이후부터 현재까지 구들장논 농가로 구성된 청산도 구들장논 보존협의회가 농업유산으로서 구들장논의 가치 보전과 확산을 위해 노력해 왔다. 2020년부터는 사회적협동조합 청산도 구들장논 보전두레 설립을 통해 더욱 체계적인 주민주도의 농업유산 보전운동을 전개해 가고 있다. 박근호 협의회장은 “현재 휴경 구들장논 복원 정비를 비롯해 지역 학생들과 함께하는 구들장논생태학교, 도시민과 함깨하는 구들장논 체험 탐방까지 구들장논 매개의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청산도 구들장논 보존협의회는 박근호 대표를 위시해 18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구들장논의 위치 형태 전통에 맞는 농법 시스템 등의 유지, 구들장농의 활용 및 부가가치 향상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청산도 구들장논 기초연구 및 복원·정비로 청산도 구들장논 시굴 조사를 실시해 오고 있다. 또한 청산도 구들장논 전승 교육 및 세미나를 운영하고 있다. 협의회는 청산도 구들장논 복원 정비 및 교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박근호 협의회장은 “청산도 구들장논 보존협의회는 구들장논 보전활동을 토대로 논피크닉, 논캠프 등 농업유산 관광과 견학에 대한 주민참여사업과 구들장논 오너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구들장논 오너제는 청산도 구들장논을 경작하여 농민들이 경작의 어려움이나 고령화로 인해 농사를 포기하지 않도록 농업유산의 소중함을 도시민이 오너가 되어 함께 인식하고 구들장논의 경작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운동이다. 박근호 협의회장은 “내년이면 국가중요농업유산 등재 10년, 내후년이면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 10년이 된다”며 “청산도 구들장논에 대한 과거 10년을 되돌아 보고 미래 10년을 내다보며 새로운 청사진으로 발전적 미래를 만들어 가겠다”고 했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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