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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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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군내 한 고등학교 교사의 성추행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부 교사에 과중한 업무와 의도적인 괴롭힘 등의 의혹도 함께 나왔다. 지난 19일 자신을 A고교 현 재학생이라고 밝힌 제보자가 ‘A고교 현직 교사 성추행 의혹’이라는 제목으로 ‘B 선생님의 성추행 의혹이 의심되어 제보합니다.
이런 사람은 학교에서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내용을 본지에 이메일로 전해왔다. 제보자는 A고등학교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는 C교사가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쓴 글을 갈무리해 첨부했다.
# C교사,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서 겸 피해일지’ 게시
한 차량 동호회 커뮤니티에 게시된 원본글은 지난 18일 오후 ‘유서 겸 피해일지’라는 제목으로 현재까지 공개돼있다. 해당글에서 C교사는 B교사를 비롯해 동료교사들이 자신을 지속적으로 무시하고,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B교사는 여학생들을 수시로 추행했다고 주장했다.
“학교를 지나치면 항상 나의 모교에서 스승님들과 제자들을 가르치는 상상을 했다”라고 시작하는 C교사의 글에서는 “과학과에선 그나마 정T(선생님)만이 열심히 해보라고 격려해주신다. 강T께서는 나는 너를 뽑고 싶지 않았다고 바로 앞에서 대놓고 이야기하신다”거나 “자신의 우편물을 우체국에 가서 좀 붙이고 오라고 부탁 아닌 부탁을 하셨다. 김T께서는 내 인사도 무시하시고 대체로 싫은 티를 팍팍 내신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강T께서 수업시간에 들어와서 수업 이렇게 하는거 아니다라고 초반에 수업훼방을 놓으셔서 당황하기도 하고 컴퓨터를 못하신다고 하시는 김T께서는 내가 진로캠프 자료를 열심히 만들어 왔더니 어디서 다운받았냐고 하신다”고도 밝혔다.
이어 C교사는 “새로 옮겨간 1학년부에서도 일을 넘겨주기 바빴다. 극한의 업무량 멘탈이 나갈 것 같았다. 정T의 집이 멀어서 나는 그 사람 대신 B부장의 지시로 월목 일주일에 두 번 야자 감독을 서야했다. 한 달에 두 번 야자감독과 겹치는 극한의 멘탈털기가 계속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부장을 맡고 있는 B교사(부장)에게 대화를 청했으나 대답이 없었으며, “기간제는 일하다 죽어야지, 라고 나지막히 읊조렸다”고 밝혔다. 이어 C교사는 B교사에 대해 “책상 가득히 10여 년 동안 일하면서 모은 이쁜 여학생들의 증명사진이 붙여져 있다”면서 “수시로 여학생들을 터치하고 팔짱 끼고 머리를 만지고 너무 보기 힘들지만, 그는 학교의 실세이기에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전교생 졸업생 모든 사람이 알지만 공공연한 비밀이랄까”라고 폭로를 이어갔다. 그는 “오래전에도 여학생 추행 사건으로 경고를 받았지만, 사립이고 촌 동네 학교이기에 여전히 그는 당당하게 여학생 컬렉션을 전시하며 학교에 잘 다닌다. 나는 아마도 그의 눈 밖에 난 것이리라. 머릿속에는 도가니라는 영화가 스쳐 갔다”고 덧붙였다.
C교사는 “누군가 나를 칭찬하면 역으로 나를 깎아내리기 바쁘다. 김 부장에게 상담하고 공론화할까 물어봤지만 참으라고 말한다”면서 “올해 초 할머니를 보러 갔다. 내가 방문한 뒤 감기에 걸리셔서 폐렴으로 돌아가셨다. 관에 계신 할머니의 모습이 너무 평온해 보이셨다. 나도 저렇게 평안해 질 수 있을까?”라며 극단적 선택의 가능성을 보였다.그는 말미에 “몸에 힘이 나지 않고 나의 커다란 열정이 갑자기 없어졌다. 정신과 방문을 했는데 우울증”이라고 밝혔다.
C교사는 글을 게재할 당시 이틀째 무단결근 중이라고 스스로 밝혔다. 본지에서는 글작성자인 C교사의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C교사는 19일 취재 당시 학교는 물론 취재진과도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이었다. 19일 늦은 오후 연락이 닿은 C교사는 “글에 쓴 피해사실과 B교사의 추행은 물론 의도적인 괴롭임 등으로 우울증 진단을 받았으며, 극단적 선택을 고려한 것은 사실이며, 글에 있는 그대로”라고 말하고, 별도의 입장표명은 하지 않았다.
# A고교 “B교사는 격려 차원의 접촉”
이번 사안에 대해 당사자인 B교사와 학교 측에 확인하고자 지난 19일 A고교를 방문, 교장과 B교사를 만났다. A고교 교장은 “사회적인 분위기나 아이들의 민감성, 인지 등이 있으니 교사들도 조심하고 있는데 이번 일은 격려 차원에서 머리를 쓰다듬거나 팔짱을 끼는 정도로 가벼운 접촉이라 본다”고 말했다.
또한 C교사가 제기한 근무환경과 업무과다 문제에 대해 “고교 학점제가 되면서 한 교사가 세 과목을 가르치기도 하고, 모든 교사의 업무가 실제로 과중한 상황에서 특정 교사에게 업무를 적게 혹은 많이 분장하는 경우는 없다”면서 “C교사가 굉장히 적극적으로 근무한 것은 사실이며 그 점은 높이 산다. 그러나 야간자율학습 감독을 본인이 하겠다고 자진해 맡기도 했고, 초과근무를 신청해두고 실제로 근무해야 할 시간에 자리를 이탈해 복귀 후 물어보니 할머니 산소에 다녀왔다고 답하기도 하는 등 무단이탈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 B교사 “사실 아니다, 기사화되면 소송하겠다”
학생들을 추행했다는 의혹을 받은 B교사는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고 내 행동에 학생들은 기분 나빴을 수도 있겠다 생각한다”면서 “격려 차원에서 머리를 쓰다듬는 정도였고, 학생들도 적극적으로 저에게 와서 먼저 팔짱을 끼기도 했으며, 팔짱을 낀다고 해도 팔을 살짝 잡는 정도였다.
의도치 않았으나 기분 나쁘게 받아들였다면 내가 잘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책상에 넣어둔 사진들은 담임했던 아이들 한두 장을 넣어두기 시작했는데 아이들이 자기 사진도 넣어달라고 가져오기도 하고 졸업생들이 찾아와서 자기 사진이 그대로 있는지 확인하기도 하니 그대로 넣어둔 것일뿐”이라며 “남학생들 성향 특성 상 사진을 넣어달라는 아이들이 거의 없기도 하고, 개중 사진을 가져다준 한두 명의 남학생들은 사진을 같이 넣어뒀다. 이상한 의도가 있어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C교사를 의도적으로 괴롭혔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유독 그 분만 교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면서 “점심을 먹을 때도 자기는 좀 있다가 먹겠다, 애들하고 먹겠다고 하고 따로 먹었다. 그렇다고 해서 C교사를 밀어내거나 왕따를 시키는 일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B교사는 “제가 뭘 어떻게 했기에 이런 말들을 듣고 있어야 하는지 당황스럽다”면서 “아이들도 다 공유하고 있을 텐데 학생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 교실에 들어가는 것조차 두렵다. 고성이 집이고 아이들도 고성에서 학교를 다니는데 아빠에 대해 어떤 말들을 들을지, C교사 한 사람이 자기 생각만으로 쓴 글들이 어떤 파장이 돼서 저한테 피해가 돌아올지 가늠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마음 같아서는 C교사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해버리고 싶다”면서 “저도 신문사를 대상으로도 소송을 걸 수 있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 이틀간 제보 수십건 줄이어
B교사의 교사와 학생에 대한 부적절한 행동이 지속적으로 이뤄졌는지 확인하고자 A고교 퇴직교사에게 연락을 취했다.B교사의 이름을 밝히자 “추행 관련해 문제가 생긴 거냐”고 되물었다. 이 퇴직교사는 “해당교사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다소 부적절한 언행을 한다는 이야기가 있어 행동개선에 대한 지적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해당글이 게시되자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들에까지 내용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B교사에게 추행을 당했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본지에는 해당글이 게시된 직후부터 20일 현재까지 재학생과 졸업생, 학부모 등 수십 건의 제보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 졸업생은 “B교사는 저를 포함한 친구들, 여학생들의 어깨와 머리를 상습적으로 만졌다”면서 “싫은 티를 냈고 주변에서 친구들이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B교사는 쉬는 시간이나 수업시간에도 같은 행동을 계속 했고 시도때도 없이 있었던 일이라 횟수는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또다른 졸업생은 “치마를 줄였는지 확인한다는 핑계로 치마를 입고 있는 상태에서 단을 들춰 확인해 수치심을 느꼈다”면서 “당시에 놀라서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한 졸업생은 “친구들과 이야기해보니 B선생님의 부적절한 행동은 상습적이었고 피해를 당한 숫자가 꽤 많았다”면서 “우리도 불쾌하고 신고하고 싶었지만 당장 입시 문제도 있고 사립학교라 선뜻 나서서 목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다른 곳도 아닌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 안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것이 가히 충격적”이라면서 “A고가 매년 진학률도 좋고 교육시스템이나 교사들의 열정도 단연 으뜸이라 생각하고 둘째아이도 A고에 보낼 생각이었는데 이번 이야기를 듣고 지금 다니는 첫째아이도 다른 학교로 전학시키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학부모는 “C교사의 글이 사실이라면 B교사의 성추행과 관련해 경고한 적이 있다고 하니 학교에서도 이를 알고 있었다는 건데 왜 즉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교사들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피해는 결국 아이들에게 돌아오니 학교, 교사들은 책임을 피하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진상조사를 통해 대책을 세우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 학교, 진상조사위원단 꾸려 사실 확인
C교사의 글 게시 초반에는 해프닝으로 여기던 A고교에서도 본지에 전해 온 수많은 제보 내용을 인지한 이후 뒤늦게나마 진상조사위원단을 꾸리고 사실확인에 나섰다. 교장은 지난 20일 오전 “외부의 시선이나 입에 오르내리는 것도 문제지만 학교 안에서 이뤄진 일이라면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중립적으로 조사해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면서 진상조사단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교장을 단장으로 하는 진상조사단은 교감이 위원장, 각 교과 대표로 구성된 인사위원회를 중심으로 한다. 조사단은 C교사가 올린 글에 등장한 모든 교사를 대상으로 사실 여부를 조사하게 된다. 이후 확인된 사실에 대해 단장인 교장이 면밀히 검토해 필요 시 징계 여부도 논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교장은 “조사단 역시 교사임을 감안해 교감이 각 교사를 대상으로 상세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조사내용을 조사단이 공유하는 형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고 “C교사는 19일 오후 출근한 후 20일부터 정상출근하고 있는 상태이며, 이전 무단결근에 대해서는 사유서를 제출하라고 해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사단이 꾸려짐에 따라 향후 1~2주 이내에 해당 사안에 대한 조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