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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화산섬의 중심인 한라산은 지하에 마그마방이 발견되면서 2014년 활화산으로 변경됐다. |
ⓒ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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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장굴은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로, 전세계 용암동굴 중 형태와 지형이 가장 잘 보존돼있다. |
ⓒ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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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싣는 순서
① 역사와 문화의 가치, 세계문화유산도시 고성
② 자연과 사색, 깨달음이 있는 한국의 서원
③ 과거부터 미래까지 생태환경의 지속가능성, 한국의 갯벌
④ 5천 년 전 인류의 소리를 품은 고인돌유적
⑤ 천 년의 하늘이 들려주는 신라의 역사와 문화 이야기, 경주
⑥ 다시 피어나는 역사의 숨결, 백제역사유적지구
⑦ 수백 년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한국의 역사마을, 하회와 양동
⑧ 살아있는 불교 정신이 꽃피운 위대한 문화유산
⑨ 600년 조선왕조의 역사가 잠들다, 조선왕릉
⑩ 조선의 정신을 깨우는 종묘와 종묘제례악
⑪ 민초 설움 풀어주고 마음을 어루만지는 광대들
⑫ 춤에 담은 한반도의 정신과 가치, 처용무와 강강술래
⑬ 정조의 원대한 꿈이 깃든 성곽의 도시, 수원화성
⑭ 우연의 순간이 빚어낸 아름다움,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⑮ 바다에서 삶을 일구는 제주의 해녀문화와 칠머리당영등굿
화산섬 제주는 환경보물섬이다. 제주의 크고 작은 오름들은 360여 개에 달한다. 게다가 땅 속에는 160여 개의 용암동굴들이 섬 전체를 잇는다. 섬의 규모에 비해 많은 오름과 동굴을 가진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아주 드물다. 제주도는 2002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데 이어 2007년에는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Jeju Volcanic Island and Lava Tubes)’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자연유산에 등재, 2010년에는 세계지질공원 인증까지 3관왕을 달성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굴계라는 거문오름용암동굴계, 바다에서 솟아올라 아침 첫 태양을 맞는 성산일출봉 응회구, 폭포와 암석과 물이 고여 지상 최고 절경을 빚는 한라산으로 구성된 이 세계유산은 제주의 아름다움과 지질학적 특성, 발전과정 등 지구의 역사 그 자체다.
# 제주 화산섬의 중심, 한라산 한라산은 대한민국의 실효지배 영토인 남한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자 활화산이다. 한라산은 풍경도 아름답기 짝이 없지만 그 이름 또한 기가 막힌다. 은하수, 높은 하늘을 뜻하는 운한(雲漢)과 당긴다(拏)는 뜻이 더해진 것으로, 은하수를 붙잡을 정도로 높은 산이라는 뜻이다.
한라산은 제주 화산섬에서 빼놓을 수 없다. 제주도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한 거대한 순상화산체로 인식됐다. 그러나 연구를 거듭한 끝에 한라산은 제주를 만든 여러 단성 혹은 준단성화산체들 중 중앙에 크게 쌓인 것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한라산이 중심폭발이 아니며 제주도는 하나의 커다란 화산지대라는 것이다.
제주의 화산 폭발은 1천여 년 전 고려시대 기록에도 나타나있다. 고려 목종 7년 탐라 해상에서 화산분출이 발생해 태학박사 안건지를 파견해 살며보도록 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2014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제주 서남부 안덕 상창리의 병악에서 약 5000년 전 화산기록이 남아있고, 2015년 한라산연구부와 경상대학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송악산에는 약 3천700년 전 화산활동이 있었다. 또한 세종실록지리지, 고려사, 동국여지승람 등 역사서에도 화산활동이 있었거나 목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기록이 있다.
30대 이상은 한라산을 사화산, 휴화산으로 배웠지만 지하에 마그마방이 확인되면서 2014년 활화산으로 재분류됐다.
# 우연히 발견한 만쟁이거멀, 만장굴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는 거문오름이 폭발하던 당시 분출된 용암이 북동쪽 월정리, 김녕 바다까지 흐르면서 생겨난 동굴계다.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는 만장굴, 김녕굴, 벵뒤굴, 선흘수직동굴, 웃산전굴, 북오름굴, 대림굴, 당처물동물, 용천동굴, 월정남지미동굴 등인데 이 중 만장굴과 김녕굴, 벵뒤굴, 당처물동굴, 용천동굴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돼있다. 만장굴은 제주 토박이말로 ‘아주 깊다’는 뜻의 ‘만쟁이거멀’, ‘만쟁이거머리굴’로 불렸다. 그 역사는 자그마치 10만~3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만장굴이 발견된 것은 1946년이었다.
1946년 10월 2일. 김녕초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던 부종휴 선생은 5~6학년 학생 30여 명으로 구성된 꼬마탐험대와 함께 탐사를 나섰다. 우연히 동굴을 발견하게 된 일행은 담력 좋은 아이가 선두에서 조명반을 맡고 힘 좋은 아이는 횃불용 기름을 운반하는 보급반, 또다른 아이들은 동굴탐험 내용을 기록하는 측량반 등으로 나눠 동굴을 탐험했다.
사흘 후 꼬마탐험대는 며칠 전 발견한 동굴을 다시 찾았다. 동굴의 입구부터 끝까지 5시간 가량이 걸렸고, 2m 끈으로 길이를 재니 7㎞가 조금 넘었다. 이곳이 만쟁이거멀이구나, 싶었다. 부 선생과 꼬마탐험대는 그때까지 무명굴이라 불리던 이 동굴을 대장군굴이라 불렀다. 이듬해 만쟁이거멀과 대장군굴에서 각각 한 자씩 따 만장굴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 다양한 용암동굴 생성물을 볼 수 있는 만장굴 만장굴 입구. 머리 위로 동굴 입구만 둥그렇게 보인다. 동굴 위로 자란 나무들의 뿌리가 얽혀 오묘한 풍경을 빚는다. 돌계단을 몇 개 내려서자 스마트폰이 사용불가 상태가 되면서 전혀 스마트하지 않은 시계이자 카메라가 돼버렸다. 혼자서 서늘한 동굴 안으로 들어가려니 어쩐지 으스스해 망설이고 서있자니 마침 아기에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함께 온 대가족이 입장한다. 아무렇지 않은 척 뒤를 쫄래쫄래 따라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만장굴에는 제주관박쥐와 긴가락박쥐 수천 마리가 거주하고 있다. 털 없는 동물을 무서워하는 탓에 잔뜩 긴장했다. 갑자기 박쥐떼를 만나면 어쩌나 했지만 만장굴 중 일반인에게 개방된 것은 박쥐가 없는 1㎞ 남짓이다. 가까운 김녕사굴, 밭굴, 개우젯굴 등과 연결돼있다가 천장 붕괴로 분리된 것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의 수많은 용암동굴 중 만장굴처럼 형태와 지형이 잘 보존된 것은 드물다.
동굴 내부는 벽에서 흘러내린 습기로 축축하다. 사람소리를 제외하면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뿐이다. 동굴 안에는 용암종유, 용암석순, 용암유석, 용암유선, 용암선반, 용암표석 등의 다양한 용암동굴생성물이 눈에 띈다.
바닥은 용암이 흘러내린 모양이 뚜렷하게 보인다. 바닥이 얇거나 헐렁한 신발, 샌들 따위로는 걷기가 힘들 정도로 울퉁불퉁하다. 동굴 벽면은 때로는 복어배처럼 거칠거칠 뾰족뾰족하다가 또 어떤 구간은 녹은 초콜릿을 휘저은 것 같기도 하고 또 어디는 시루떡 같이 켜켜이 쌓인 지질층을 모두 볼 수 있다. 중간쯤을 지나다 보면 거북바위나 용암발가락 같은 희귀한 모습도 만날 수 있다. 개방구간의 끝에는 높이 7.6m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용암석주가 자리잡고 있다.
# 바다 아래서 분출된 마그마로 만들어진 성산일출봉 제주 오름들은 대부분 지상에서의 화산활동 때문에 생긴 것이다. 그러나 성산일출봉은 마그마가 물속에서 분출하면서 생긴 수성화산체다. 뜨거운 마그마가 바닥물과 만나 화산재는 습기를 머금게 된다. 습기가 많은 화산재는 끈끈한 성질을 갖게 되고 이것이 층층이 쌓이면서 성산일출봉을 만들었다.
화산활동으로 생겼으니 꽤 너른 퇴적층이 있었겠지만 파도와 해류로 인해 침식되면서 지금처럼 경사가 가파른 모습이 됐다.
처음에는 제주 본토와 떨어져있는 섬이었다. 그러나 거리는 그다지 멀지 않아 시간이 흐르면서 자갈과 모래가 쌓이고 간조 때에는 본토와 이어지는 길이 생기기도 해 터진목이라고도 불렸다. 1940년 본토와 성산일출봉을 잇는 도로가 생기면서 지금은 본섬에서 완전히 이어져있다.
한 30분이면 닿는 정상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고 계단이 잘 만들어져있어 누구나 쉽게 오른다. 정상은 너비 8만 평에 이르는 분화구의 장관을 볼 수 있다. 움푹 팬 대접같은 모습의 분화구에는 수풀이 우거져있고 분화구 주변으로는 크고작은 암석봉우리 99개가 자리잡고 있다. 그 모습이 마치 성과 같다고 해서 성산, 해가 뜨는 장관을 볼 수 있다고 해서 일출봉이라 한다.
수성화산체의 독특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성산일출봉은 기념물로 관리되다가 2000년 7월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이후 그 경관과 지질학적 가치가 높다는 점이 인정돼 200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데 이어 2010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인증됐다.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화산활동에 관한 지질학적 연구가치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아름다운 세계유산은 지난 10월 1일부터 16일까지, 극소수의 참가자들에게 그 비밀의 문을 열어줬다.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는 인류를 위해 보호해야 할 보편적 가치가 큰 핵심지역이다. 화산에서 분출된 용암이 강처럼 흘러 용암동굴을 만들고 지하에 모여 흐르다 자양분을 흡수해 복합형·문명형성형 동굴로 바뀌고 바다에 이르러서는 거대한 용암대지를 만든다. 이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보여주는 소중한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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