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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들이 살아있는 동안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존중합니다

청년의 열정과 아이디어로 만드는 슬기로운 농촌생활
개천면 생기찬농장
6천 마리 토종닭
무항생제 유정란
유기농인증 앞둬

황수경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2년 10월 28일
↑↑ 개천면 청광리 생기찬농장 청년농부 김은주 씨가 토종닭에게 사료를 주고 있다. 생기찬농장 계란은 무항생제 유정란으로 많은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받고 있다.
ⓒ 고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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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싣는 순서
① 늙어가는 농촌, 새로운 활력이 필요하다
② 제주 농업의 미래를 여는 청년농부들, 글로벌제주문화협동조합
③ 20대 청년농부가 전하는 즐거운 농촌생활, ‘락뚱이’ 최청락
④ 고성읍 죽계리 새내기 농부 천진성 씨
⑤ 창농(創農)으로 농촌에서 삶의 가치를 찾는 청년농부들 
⑥ 감자에 싹이 나면 농업천국 되지요, 박희명의 감자븐파머
⑦ 농업이 살아나면 모두가 행복해질 거예요, 거제 청년농부들
⑧ 청년농부는 농촌의 미래, 고성 득우농장 제현진 대표
⑨ 푸른바다에서 청년의 푸른 꿈을 키우는 하이수산 박민준 대표
⑩ 닭들이 살아있는 동안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존중합니다 양계소녀 은주 씨

# 1년간 지속된 아버지의 권유…양계소녀로의 첫 발 
우윳빛 뽀얀 피부에 깊고 동그란 눈, 오똑한 코, 야무진 입매에 긴 생머리…….누가봐도 닭똥을 치우고 포클레인을 운전하며, 탑차에 계란을 싣고 납품하러 다닐 것이라 상상하기는 어려운 모습이다. 개천면 청광리 깊은 골짜기 ‘생기찬농장’에서 하루 일과를 토종닭과 보내며 무항생제 유정란을 납품하는 김은주 씨.

올해 서른의 청년농부 은주 씨는 양계장에서 일한지 4년째다.“아버지가 저를 후계자로 삼기 위해 1년 동안 설득했어요. ”당시 스물다섯의 은주 씨에게는 그야 말로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 였다. 한창 아리따운 나이에 양계농장에서 세월을 보내야하는 것은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다. 고성을 벗어나 도시에서 직장 다니면서 친구들이랑 즐겁게 어울리고, 여행도 다니고 그 나이에 맞는 자유로운 생활에 더 매력을 느끼고 있던터다.

“저는 꾸미고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걸 좋아해요. 아버지의 후계자 권유는 엄청난 부담이었어요.” “싫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은주 씨에게 아버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쉼없이 손을 내밀었다. 어느 날 은주 씨는 꾸준한 아버지의 설득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깊이 생각해봤다.

“부모님들은 자식들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다 하잖아요. 아버지가 그토록 권유할 때는 분명 저를 위한 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1년 만에 은주 씨는 부산에서 개천면 청광리로 돌아와 아버지의 양계농장 ‘생기찬농장’의 한 구성원이 됐다. “첨에는 사료만 잘 주면 닭이 저절로 잘 자라고 계란도 순풍순풍 잘 낳는 줄 알았어요.”

왠걸, 일을 하면 할수록 끝이 없었다. 아버지는 큰 틀만 가르쳐줄 뿐 은주 씨 혼자 부딪치며 감당해내야 했다. “처음 1~2년 동안은 자고나면 닭장에 올라오기 싫었어요. 계란보다 죽은 닭이 더 많았어요.” 울기도 많이 울었다.1년 가까이 닭장에서 홍역을 치르고 난 후 어슴푸레 아버지의 속뜻을 깨닫게 된 은주 씨.

“무슨 일이든 간절하고 절실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아버지는 제가 직접 부딪치면서 시행착오를 겪어야 제대로 된 후계자가 될 거라 판단하신 것 같아요. 일종의 예방주사였던 거죠.” “지금은 가장 든든한 후원자이면서 좋은 스승이며, 누구보다 저를 인정해 주는 따뜻한 분이에요.”

# 무항생제 유기인증, 유정란 
“지금은 닭장에 오는 게 너무 즐겁고 행복해요.” 은주 씨가 직접 키우고 돌보는 닭은 6천여 마리. 암탉과 수탉은 16:1 정도로 한 농장에서 키우며 무항생제 유정란을 생산한다. “지금은 가을이라 하루에 140판 정도 계란을 낳아요. 건강하고 활기찬 토종닭이라 계란도 싱싱하고 내가 봐도 너무 탐스러워요. ㅎㅎ”

생기찬농장 토종닭은 이른 봄 자연수정한 병아리들이 부화해서 이곳에서 자라면서 알을 낳는다. 병아리는 6개월 가량 키우면 중닭이 되고 74주령까지 알도 낳고 어미닭이 되어서 또 병아리를 부화하기를 반복한다. “작은 동물들이 병치레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원인도 알 수 없이 닭들이 죽어서 너무 힘들었어요. 그럴 때마다 정말 미친듯이 공부하고 전문가한테 묻고 또 묻고 이웃들에게 자문도 구하고… 엄청 열심히 공부했어요.”

이제는 거뜬히 닭 6천 마리를 혼자서 백신 10여가지를 직접 주사한다. “낮에는 애들이 많이 놀라기 때문에 밤 12시부터 백신을 맞혀요. 백신이 끝나면 어슴푸레 동이 터 올라요.” 은주 씨는 병아리 때부터 키워온 애들이 건강하게 자라주는 것만해도 행복한데 이 애들이 낳는 계란은 말로 다할 수 없는 축복같은 선물이라고 말한다. 소비자들에게 정직하고 바른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생산자로서는 더 이상 형언할 수 없는 뿌듯함과 자부심을 가지게 한다.

사실 생기찬농장 정도의 규모에 케이지에서 닭을 키우면 10만 마리 정도를 키울 수 있다. 그러나 은주 씨의 생각은 다르다. 아버지로부터 대물림된 유기농법, 즉 무항생제, 유기농인증만이 소비자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 여기고 있다. “닭들이 살아있는 동안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존중합니다.” 은주 씨는 조만간 유기농인증을 받을 계획이다. 무항생제 4년 이상이면 유기농인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자기사료 30% 이상을 먹여야 하는데 이미 2만여 평의 농지에 유기농 밀을 재배해 사료로 사용하고 있다. “사실 모든 계란의 영양소는 다 같아요. 그러나 동물복지의 가치를 실현하는 생산자를 인정해 주는 소비자가 무항생제 또는 유기농을 찾는 것 같아요.” 생기찬농장의 계란은 대부분 ‘한살림’에 납품한다. 나머지는 소문듣고 찾는 주문 예약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계란이 다 ‘거기서 거기’라지만 생기찬농장의 무항생제 유기농계란은 ‘한 번도 안 먹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 본 사람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 유기농 전도사, 아버지 
아버지 김승기 씨는 유기농 전도사다. IMF 때 고향인 개천면으로 귀농해 농부의 길을 걷기 시작한 아버지는 마을 주민들에게 논밭을 빌려 농사를 짓고 집에 40마리 정도 키우던 토종닭에게서 얻은 알을 부화시켜 양계장을 시작한 것이 지금의 생기찬농장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아버지는 어떤 일을 하더라도 사람이 돈을 좇아서는 안 된다. 이웃과 함께 사는 것을 먼저 배워야 한다고 늘 강조하세요. 무항생제, 유기농을 추구하는 것도 정직한 먹거리로 이웃과 함께하라는 말씀인 것 같아요.” 아버지의 설득에 이끌린 것은 은주 씨뿐만 아니다. 은주 씨보다 훨씬 이전에 삼촌이, 그 다음에 오빠가 아버지의 설득에 당했다. 

아버지의 꿈(?)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저희 형제가 4남매예요. 아버지는 전부다 개천면으로 불러들일 생각이예요. 형제가 함께 모여 비슷한 일을 하면서 오손도손 착하고 성실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세요.”

# 양계소녀 은주 씨의 꿈 
은주 씨는 처음 양계일을 시작할 때 아버지께 1주일에 두 번은 쉬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친구도 만나야 하고 시골에서 못다한 갖가지 문화생활도 해야 하니 주5일 근무를 주장한 것이다. 그때 아버지는 자신은 “30년을 휴일없이 보냈다”고만 할 뿐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은주 씨가 직접 일을 해 보니 ‘휴일 타령’이 철없는 말이었다는 걸 느끼게 됐다.

“사실 힘든 일은 아버지가 다하세요. 거름치는 것, 유기농사료 재배부터 수확, 닭장 손보는 것 등 어느 것 하나도 소홀할 수 없다 보니 아버지가 앉아서 쉬는 걸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너무 죄송해요.” 은주 씨는 1차산업에서 머물지 않고 6차산업까지를 염두에 두고 있다.

“유기농인증을 받으면 체험농장을 만들고 싶어요. 건강한 닭에서 건강한 계란이 나온다는 참된 진리를 깨우쳐 주고, 자연과 함께 휴양하고 힐링할 수 있는 청광을 만들고 싶어요.” 은주 씨는 닭이 알을 낳으면 온 몸에 있는 힘을 다 써서 벼슬이 하얘지는 걸 보고 큰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출산의 고통이라는 말만 들어봤지 직접 경험하지 못한 일이라 얼마만큼 힘든 줄 몰랐어요. 그런데 병아리때부터 키워온 암탉이 알을 낳으면서 온힘을 다하는 걸 보고 새삼 많은 걸 생각하게 되었어요.” 은주 씨는 닭이 알을 낳는 숭고함과 진정을 다하는 것처럼 자신 또한 무슨 일이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후회하지 않는다는 것이 삶의 기본방식이다.생기차고 활기차게 하루하루를 꾸려가는 고성의 소중한 청년농부 은주 씨의 미래를 응원한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황수경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2년 10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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