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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열정과 아이디어로 만드는 슬기로운 농촌생활 9.] 일이 힘든 것이 아니라 고기가 죽는 원인을 모를 때 너무 힘들어요

통영수산기술사업소
약제반응테스트
출장 검사 해주었으면

황수경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2년 10월 21일
▣ 글 싣는 순서
① 늙어가는 농촌, 새로운 활력이 필요하다
② 제주 농업의 미래를 여는 청년농부들, 글로벌제주문화협동조합
③ 20대 청년농부가 전하는 즐거운 농촌생활, ‘락뚱이’ 최청락
④ 고성읍 죽계리 새내기 농부 천진성 씨
⑤ 창농(創農)으로 농촌에서 삶의 가치를 찾는 청년농부들
⑥ 감자에 싹이 나면 농업천국 되지요, 박희명의 감자븐파머
⑦ 농업이 살아나면 모두가 행복해질 거예요, 거제 청년농부들
⑧ 청년농부는 농촌의 미래, 고성 득우농장 제현진 대표
⑨ 푸른바다에서 청년의 푸른 꿈을 키우는 하이수산 박민준 대표
⑩ 닭들이 살아있는 동안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존중합니다 양계소녀 은주 씨

↑↑ 하이수산 박민준 대표는 청정지역 하이면 덕명리 바다에서 젊음과 열정으로 넙치를 양식하고 있다.
ⓒ 고성신문
# 고성군 서쪽 끝자락 하이면 덕명리 ‘하이수산’
부모님과 함께 넙치 육상 양식을 하는 청년어부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즐거운 마음으로 찾아나섰다.
고성읍에서 카카오맵에 ‘하이면 덕명1길 1-34’를 치니 ‘28㎞, 49분 소요’라고 뜬다.
이 때만해도 거리에 비해 시간이 좀 많이 걸리네, 시골길이라 그런가? 그래도 한 10분 정도는 단축되겠지 라는 마음으로 가볍게 출발했다. 이날따라 왠지 혼자 취재 가는게 힘들어 동료 최민화 기자를 꼬셔(?) 동행했다. 둘은 오랜만에 밖으로 나와 높아진 가을하늘과 수확이 한창인 황금들녘, 지금 막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한 가로수와 산, 공해없는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며 덕명리 마을회관 앞까지 도착하는데 30여 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러면 그렇지. 앞으로 6~7㎞밖에 안 남았으니 충분히 10분은 단축하겠네.
무슨 이런 일이.
도로공사에다, 앞에서는 덤프트럭이 거북이 운전을 하고 있고, 하이수산을 향하는 길은 꼬불꼬불 산길에다 울퉁불퉁 공사판에다, 급기야 ‘공사중’ 진입금지라는 표지판까지 만났다. 진퇴양난이 따로없다.
운전하는 최 기자가 “국장님. 고성에서 취재하면서 이런 데는 생전 첨이네예. 다마스 타고 왔으면 가도 못할뻔했네예. 까꾸로 가긋는데예.”
10분 단축이 아니라 10분 더 걸려 우여곡절끝에 도착한 하이수산.
고진감래, 덕명리 앞 바다가 그렇게 맑고 푸를 수가 없다. 눈앞에 사량도를 배경으로 한 점의 오염도 없어보이는 덕명리 바다는 파란 가을하늘빛과 너무나 닮아있었다. 순간 가슴이 탁 트이면서 취재도 잠시 잊고 풍경에 빠져들었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그야말로 고성의 숨은 보석이다.

↑↑ 박민준 대표가 자신이 양식하는 넙치를 들어 보이며 웃고 있다.
ⓒ 고성신문
# 서른셋의 청년 사장, 박민준
이제 풍광은 잠시 접고 취재라는 본연의 업무를 위해 휴대폰에 저장된 ‘박민준 청년어부’에게 전화 걸어 “하이수산에 도착했습니다. 어디 계세요?”
“도착하셨어요? 지금 바로 내려가겠습니다.”
2층 계단을 타고 내려오는 박민준 대표, 청년어부를 대역하는 영화배우처럼 수려한 외모에 바닷일이라고는 할 것 같지 않는 뽀얀 얼굴의 도시남자(?) 같은 모습이다.
기자는 주책스럽게도 “어머, 너무 잘생겼어요”를 연발했다.
박 대표는 자신의 넙치양식장으로 안내하며, 아침에 물고기 밥을 주고 양어장 청소며, 전기, 펌프 등 시설 점검을 끝내고 오전 일과는 마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양어장은 무엇보다 물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며, 산소공급이 제대로 돼야만 물고기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폐사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수산업에 종사하는 부모님을 보고 자란 박 대표는 누구의 권유나 재촉없이 자연스럽게 2세 어부가 됐다.
“중‧고등학교때부터 아버지 밑에서 양식장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그러다 대학교 졸업하고 스물여섯 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수산업에 종사하게 됐어요.”
올해 서른셋인 박 대표는 젊은 나이지만 벌써 수산업계 7년차 베테랑 어부다.
2020년 12월 청년어부로 창업자금을 대출받아 사업자 등록을 했다.
“부모님 밑에서 일할 때는 직원의 마음으로 큰 부담없이 일만하면 됐는데, 지금은 사장의 입장이다 보니 일이 힘드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들이 원인을 알 수 없이 죽는 것이 가장 마음이 아파요.”
자신이 책임자가 되어 보니 조금이나마 부모님의 심정을 헤아리게 된다는 박 대표.
찬바람이 이는 지금 하이수산의 넙치는 전국 각지로 팔려나간다.
최근 1~2년 동안은 제법 적정 가격을 유지하고 있어 올해도 별탈없이 좋은 가격이 형성되길 기대해본다.
“뉴스에서 고기값이 비싸다고 야단인데 실상 수산업자들은 그렇게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없어요. 최근들어 전기세, 사료값이 몇 배로 올랐잖아요. 따지고 보면 인건비 제하고 대출금 갚고나면 꽝이예요. 그래도 더 이상 빚지지 않는 것에 만족하며 더 열심히 일하는 것이 상책이죠.”

↑↑ 넙치들이 바닥에 가라 앉아 있는 모습
ⓒ 고성신문
# 청년어부 지원 좀 많이 해주세요
박민준 대표는 청년어부 창업 대출 2억 원을 받아 넙치 육상양식장을 만들었다.
“부모님께서 오랫동안 수산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제가 사업장을 만들 수 있었지, 대출금 2억 원 가지고는 지금 이런 시설을 지을 수가 없어요. 청년어부들이 처음에는 정부지원금으로 의욕적으로 시작했다가 차츰 들어가는 비용이 많아지면서 의욕도 상실하게 되고 결국 부담이 커져 사업을 접고 어촌을 떠나는 경우가 허다해요. 농․어촌에 정착하려면 토지 매입이나 시설조성이 돼야하는데 사실 2억 원으로는 할 수 없잖아요.”
“또한 정착금 지급도 첫해 100만원, 2년째 90만 원, 3년째 80만 원을 지원하는데 너무 적어요. 뿐만 아니라 용도 제한이 심해 제대로 쓸 수가 없어요.”
박 대표는 지난해 오랜만에 쇼핑도 할 겸 도시로 나갔다. 지원금 카드로 백화점에서 조카 옷 한 벌을 샀다가 인정받지 못하고 환수했다.
그는 시골에 있다가 오랜만에 도시로 나가서 내가 사고 싶은 것을 살 수 있는 정도는 돼야하지 않느냐는 생각이다. 그 돈을 유흥비로 쓰지 않는 이상…….

# 어민의 입장을 배려했으면…
박민준 대표는 한창 일을 하다가도 물고기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일손을 멈추고 통영으로 달려가는 일이 허다하다.
통영수산기술사업소까지 그것도 물고기를 살려서 가야한다.
약제반응테스트를 하기 위해서이다.
“일도 많은데 일하다 말고 물고기를 살려서 통영까지 가야하는 것은 어민들에게는 매우 힘든 일과입니다. 수산기술사업소 관계자가 출장을 와서 검사를 해 주면 얼마나 좋겠어요.”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황수경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2년 10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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