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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은 갈등을 부른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2년 10월 07일
ⓒ 고성신문
정치학에서는 사람을 분류하는 방법이 참 단순하다. ‘내 편’ 아니면 ‘네 편’이다. 선과 악의 구분은 내 편이냐 네 편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내 편의 말은 무조
옳은 것이고, 네 편의 말은 옳을 수도 없고 옳아서도 안 된다. 정치의 잣대를 들이대면 상식적인 것도 상식에서 벗어나게 된다. 

일반 사람이 다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판단력도 소용이 없다. 이런 정치학의 모범적인 실례를 보이는 것이 최근 전국적으로 유행하는 듣기 평가이다. 

출제자는 윤석열 대통령이다. 어려운 외국어도 아니고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한국어로 된 짧은 문장인데, 듣는 사람마다 정답이 다르다. 문장 속에 비속어가 들어 있다는 사람도 있고 없다는 사람도 있다. 문장 속 어절을 두고는 누구는 ‘바이든’이라고 하고 누구는 ‘날리면’이라고 한다.어느 것이 맞을까? 

사실 정치가가 한 말을 두고 시비를 따지며 다투는 것은 무의미하다. 정치적인 말은 논리나 산술로 푸는 것이 아니고 편 가르기로 풀어야 하기에 내 편과 네 편에 따라 정답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이 문제는 듣기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중의문이어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기에 자신의 입맛에 맞추어 정답을 고르면 된다.

이번 문제는 출제자의 말실수에서 나온 것이다. 평소 가식 없이 속마음을 그대로 표현하는 대통령이 외국 순방길에 내뱉듯이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서 사달이 났다. 거기에 보태어 행사장 주변의 소음에 발음마저 불완전하여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도록 출제되었다. 비속어가 들어 있었는지, ‘바이든’과 ‘날리면’ 중에 어느 것이 맞는지는 출제자인 대통령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대통령 자신은 비속어 사용은 기억이 나지 않고, ‘바이든’이라는 말은 사용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출제가 잘못된 것이다. 자신도 모르는 정답을 국민에게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깔끔하게 출제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정치는 그렇지 않은가 보다. 변명이 본질을 덮고 있다. 대통령 발언이 있고 15시간 만에 대통령실은 “‘이XX’는 대한민국 국회를 겨냥한 것이고, 문장 속의 낱말은 ‘바이든’이 아닌 ‘날리면’”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그러나 그 해명도 오래가지 않았다. 

대통령이 귀국한 이후에는 발언 자체를 ‘사적 발언’으로 가볍게 치부하는가 하면, 아예 비속어 자체가 없었다며 논란의 책임을 언론에 떠넘겼다. 참 한심한 대처법이다. 국정을 운영한다는 사람들이 그토록 상황 파악이 안 될까? 사과 한마디면 끝낼 문제를 발언 이후 보름이 넘은 지금까지 풀리지 않고 있는 것은 대통령의 묵언과 대통령실이 내놓은 앞뒤 맞지 않은 엉터리 변명 때문이라는 것을 정말 모를까?

대통령이 던진 거친 언어도 문제였지만, 논란을 키운 것은 참모들이 내놓은 터무니 없는 해명이다. 우선, 대통령실의 대처 방법이 한심하기 그지없다. 해명하려면 논리적으로 맞고 객관성이 있는 말로 국민을 제대로 이해시키고 설득해야 한다. 그런데 기껏 내놓은 것이 문법에도 맞지 않는 답안이다. 

정말 한심한 일이다. 비속어 부분은 열외로 치더라도, ‘바이든’을 ‘날리면’으로 바꾼 것은 비논리적이다. 언론에서 내보낸 자막의 효과였다고 하지만, 대통령실에서 내놓은 해명보다는 언론의 자막이 더 합리적이다. 언론에서 자막 처리한 말은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였다. 이를 대통령실 해명에 맞추어 수정하면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날리면 쪽팔려서 어떡하나?”가 된다. 문장에 쓰인 ‘~면’은 앞 어절의 내용이 뒤 어절의 내용에 대한 근거나 전제가 됨을 나타내는 말로, “승인 안 해주면 어떡하나?” 혹은 “국회에서 날리면 어떡하나?”로 별도로 쓰이는 것이지, ‘~면’이 연달아 나오는 예는 없다. 

꼭 두 어절을 함께 쓰고 싶으면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 어떡하나?”로 해야 한다. 초등학생도 이런 답안은 내놓지 않거늘 많이 배웠다고 자부하는 양반들이 이러니 국민의 불신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거기에 사단의 책임도 남에게 떠넘기고 있다. 대통령의 발언을 왜곡했다며 언론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그리고 야당과 사전 협의로 조작이 이루어졌다며 정언유착으로 상황을 몰아가고 있다. 

지금 대통령 곁에서 어떤 참모가 사태를 이 지경으로 끌고 가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참 답답한 일이다. 이유야 어떻든 국민 60%가 문장 속에 비속어가 있고, ‘바이든’이라고 들린다고 한다. 그리고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는 여론이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여론보다 훨씬 높다. 하지도 않은 말에 대해 사과하라고 하니 대통령으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자신의 발언으로 사회적 혼란과 갈등이 생긴 것만은 사실이다. 

대통령은 이번 논란에 대해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겠다’라고 하면 된다. 아울러 이번 논란은 대통령보다 주위 참모들이 제 역할을 못 해서 상황이 악화되었다. 참모들 역시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그런데 도리어 변명하고 성내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민심 이반이라는 역풍을 맞은 것이다.

변명에는 3가지 종류가 있다. 정당한 변명, 습관적인 변명, 사소한 변명이 그것이다. 정당한 변명이란 드물게 일어나는 것으로 대부분 사람이 변명의 상황을 인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사고로 인해 약속을 지키지 못할 때 하는 변명이다. 습관적인 변명이란 계획한 만큼 실행으로 옮기지 못할 때 한다. 주로 자신과의 약속을 어겼을 때 하는 변명으로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여기에 해당한다. 

사소한 변명은 변명의 이유로 누군가를 탓하거나 비난하는 경우이다. 상대방이 먼저 시비를 걸었기 때문에 싸웠고, 출근 시간을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지각을 했다고 변명한다. 사소한 변명은 3가지 변명 중에서 가장 졸렬한 변명이라고 할 것이다. 지금 정부 여당이 보여주고 있는 변명은 사소한 변명에 해당한다. 어린아이도 아니고, 국정을 운영하는 지도자의 입에서 나오는 ‘~ 때문에’라는 변명은 정말 유치하다. 

이런 졸렬한 변명은 적전분열은 물론, 상대 진영을 이롭게 할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최근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은 심각하다. 집권 초기에 벌써 레임덕이 왔다는 소리가 나올 만큼 국정 추진 동력을 잃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아직 임기가 4년 6개월이나 남은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은 여야의 정쟁을 떠나서 국가적으로 비극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실수가 잦은 대통령도 문제지만,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대통령 주위 참모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그들의 행태가 의심스럽다. 올바른 국정 운영에 대한 충언보다는 선거 과정에서의 공을 내세워 ‘윤핵관’이라는 이름으로 거들먹거리다가 원성을 듣기도 하고, 각종 사안에 대해 현명치 못한 대처로, 48%에 해당하던 대통령의 지지도를 20%대로 떨어뜨렸다.대통령의 급격한 지지율 추락은 비속어 파문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지지율의 바닥이 아니다. 여론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그 끝을 알 수가 없다. 다수 국민의 뜻이 그럴진대 계속 변명으로 일관하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이다. 대통령은 국민과 감정싸움을 해서는 안 되고, 또 국민의 여론을 이길 수도 없다. 그러기에 돌파구는 변명보다 인정과 사과에 있다.

결자해지라고 했다. 대통령은 국민이 납득할 만한 정당한 변명을 하든지, 아니면 ‘갈등의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라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잘못된 변명은 새로운 변명을 만들게 하고, 무한 갈등을 부른다. ‘~ 때문에’라는 변명은 갈등만 불러올 뿐, 자신뿐만 아니라 국민에게도 백해무익하다는 것을 빨리 깨쳐야 한다.하루빨리 말싸움과 변명으로 인한 혼란의 시간을 끝내고, 행정과 여야가 머리 맞대고 민생을 고민하는 정치를 하는 시간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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