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태의 미학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 입력 : 2022년 09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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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變態)’와 ‘변신(變身)’은 모습을 바꾼다는 면에서 볼 때 비슷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두 낱말이 가진 속성을 따져보면 아주 다르다. ‘변태’는 본래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다르게 형태나 내면을 바꾸는 것으로, 변화 이전과 이후가 완전히 다른 개체이다. 하지만 ‘변신’은 속성 변화 없이 몸의 모양이나 성격, 태도만 바꾸기에 별개의 개체로 인정하지 않는다. 애벌레가 나비로 덧나는 것을 변태라고 한다면, 카멜레온이 주변 환경에 맞추어 몸 색깔을 바꾸는 것은 변신이다. 그렇기에 카멜레온은 아무리 다른 모습을 하고 있어도 카멜레온이지만, 나비를 애벌레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 변태와 변신을 구분하는 방법은 ‘성장 과정’을 동반하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변태는 성장을 통한 변화이기에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지만, 대신 새로운 도약을 위한 단계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변신은 성장 과정이 없고 언제든지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으므로 눈속임으로 치부한다. 변태의 가장 큰 미덕은 ‘기다림’과 ‘도전’이다. 알과 고치 속에서 기회를 기다리고, 껍질을 깨는 고통을 감수하고, 변화에 도전하여 마침내 완전한 성체가 되는 과정은 한 편의 서사시이다. 거기에 비해 변신은 현란한 재주에 경이를 표할 수는 있어도 별다른 감흥을 느낄 수 없다. 변태가 ‘감동이 있는 예술’이라고 한다면, 변신은 ‘얄팍한 잔재주’라고 할 것이다. 이런 변태와 변신 행위는 동물의 세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인간의 변태는 신체적 발달이나 변형으로 외형적 실체만 일부 바꾸는 불변태와 불완전변태가 있고, 내면을 바꾸어 독립된 개체로 자리매김하는 완전변태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완전변태를 ‘내적 성장’이라고 부른다. 인간은 한평생을 살면서 수없이 많은 완전변태, 곧 내적 성장을 한다. 그리고 내적 성장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어, 하룻밤 사이에 일취 성장하는 경우도 있고,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든 인간만이 가진 독특한 내면의 변태는 세상을 발전시키는 긍정적인 원동력이 되었다. 거기에 비하면 인간의 변신은 긍정적 면보다는 부정적 면이 많다. 대체로 긍정적 변신은 외형의 변화로 나타난다. 건강을 위해 튼튼한 몸을 만들거나, 아름다움을 위해 겉모습을 꾸미는 것은 긍정적 변신이다. 이런 변신은 개인적인 것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거의 없지만, 부정적 변신은 그렇지 않다. 부정적 변신은 주로 내면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이득을 위해 생각이나 태도를 달리하는 것이기에 남에게 미치는 영향력도 크다. 그뿐만 아니다. 부정적 변신이 더욱 나쁜 것은 변태처럼 위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제의 앞잡이가 된 친일파나, 군사 정권 아래에서 부역했던 사람들이 대표적인 부정적 변신의 모델들이다. 그들의 변명은 하나같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이다. 변신은 대체로 시류에 따라 처신하는 모습을 보인다. 심지어 한 몸을 뒹굴어 몇 번이나 변신하는 사람도 있다. 일본 강점기 때는 일본의 입맛에 맞추고, 군사 정권 때는 군부의 입맛에 맞추어 권력과 재물을 얻은 사람의 변신 재주는, 머리에 나뭇잎을 얹은 너구리 수준이다. 그러나 변신의 종말은 명예롭지 못한 법이다. 결국은 화장발 속에 숨겨진 민낯이 드러나고, 세상을 어지럽히고 역사를 뒷걸음치게 한 죄는 후세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벌을 받았다. 그런데 이처럼 시류에 따라 변신하는 사람들이 최근 들어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물론 이전에도 정권이 바뀌면 일부에서 그런 모습이 보이기는 했다. 그러나 근래에 언론에 오르내리는 일부 기관과 공무원의 모습은, 정권 교체기에 으레 나타나는 일이라고 치부하기에는 행태가 너무 심각하고 추하다. 정권이 진보에서 보수로 바뀐 후 드러난 최고의 변신 기술자는 밀정 출신으로 의심받는 김순호 경찰국장일 것이다. 그 역시 ‘주사파에 염증을 느껴 전향했다’라는 변명으로 자신의 행위를 변태인 것처럼 색칠했다. 그러나 노동운동 단체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를 밀고하고, 그 대가로 경찰에 특채되는 과정은 변신의 전형을 보는 것 같다. 그나마 그의 프락치 의혹은 거의 기정사실로 드러나 교체를 고민하고 있다니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김순호 경찰국장의 경우처럼 동료를 팔아 이득을 취하는 행위가 ‘나쁜 변신’이라고 한다면 ‘비겁한 변신’도 있다. 정부 기관에서 유행처럼 벌어지고 있는 말 바꾸기가 그것이다. ‘탈북어부 강제 북송’에 관련된 통일부와 국정원의 말 바꾸기, ‘해수부 공무원의 월북 판단’에 대한 해경을 비롯한 통일부와 국방부의 말 바꾸기, ‘태양광 발전’에 대한 산업통상자원부의 말 바꾸기 등, 국가기관에서 하는 말 바꾸기는 변신의 정도를 넘어서 심각한 국정 문란이 아닐 수 없다. 전 정권이 진실을 왜곡했다면 바로 잡는 것은 당연하다. 아니면 뒤늦게라도 진실이 드러나 사실을 밝히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변신이 아니라 변태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달라지거나 새로 발견된 근거가 없는데도 자기 입으로 발표했던 사실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한 입으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비겁한 변신’이라고 할 것이다. 그것도 국가를 운영한다는 정부 기관의 공무원이 그런 행위를 하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공무원이라는 위치가 권력의 눈치를 봐야 하는 자리임은 백번 이해한다. 그렇다고 영혼까지 팔아서는 안 된다. 영혼이 없는 공무원은 인간 자체로 존중받지 못하고 조직의 필요에 따라 이용되는 도구로 전락할 뿐이다. 공무원들은 변신이 아닌 변태를 해야 한다. 권력에 따라 색깔을 바꾸는 카멜레온이 아닌, 애벌레와 고치의 과정을 거치는 나비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나비라는 자아성찰이 있어야 한다. 자기 몸에서 실을 풀어내는 희생이 있어야 애벌레에서 고치로 변태할 수 있고, 고치를 뚫고 나오는 고통을 감수해야만 나비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선거가 끝난 후 바로 이어서 오는 절기를 ‘배신의 계절’이라고 한다. 이전 권력이 재집권하면 다행이지만, 새로운 권력이 들어서면 공무원들은 좌불안석이다. 권력에 대한 충성도에 따라 대대적인 승진과 자리 이동이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 전 권력과 가까웠던 사람이라면 더욱 불안하다. 그중 일부가 ‘배신’이라는 변신을 한다. 그런 공무원은 중앙정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지방정부에도 있다. 함께 일했던 사람을 앞선 권력자의 사람이었다고 고자질하는 나쁜 사람도 있고, 권력에 빌붙어 갖은 혜택을 누렸음에도 아무런 이득을 얻지 못한 것처럼 새롭게 분칠한 얼굴로 나타나는 비겁한 사람도 있다. 고성에는 나쁜 변신이나 비겁한 변신을 하는 공무원이 없으면 좋겠다. 어떤 권력자 밑에서도 소신껏 일하는 공무원이 군수 곁에 많아야 군정이 바르게 돌아가는 법이다. 군수 역시, 공무원에게 변신하는 공무원보다 변태하는 공무원을 볼 줄 아는 혜안을 가졌으면 좋겠다. 권력자보다는 군민을 위해 소신 있게 일하는 공무원을, 자신의 신분 상승을 위해 변신하는 공무원보다는 군민을 위해 변태하는 공무원을 찾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슬기로움이 있어야 할 것이다. 변태는 아름다운 것이다. 특히 도전과 희생, 그리고 기다림이 동반된 완전변태는 삶의 의미를 풍부하게 해주는 미덕이다. 그러나 변태의 과정이 반드시 순조롭지만은 않다. 알이나 고치는 내리는 비바람에 씻겨 갈 수도 있고, 유충은 언제 새가 달려들어 채어갈 지 모른다. 그런 고난을 이겨내야만 온전한 성체가 될 수 있다. 공직자도 마찬가지이다. ‘도전’이 없으면 무사안일에 빠지고, ‘희생’을 모르면 대열에서 낙오한다. 그리고 ‘기다림’에서 깨어나지 못하면 썩게 된다. 깨우침과 함께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만 나비가 되어 날 수가 있다. 이상근 군정이 출범한 지 곧 3개월이 된다. 새로운 고성을 만들겠다는 군수의 공약에 맞추어 종종걸음으로 달려왔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한 것 같다. 반드시 약속을 지키겠다는 군수의 굳은 의지와 함께, 나비가 되겠다는 공무원의 각성이 있어야만 군정 구호에 맞는 ‘새롭고 힘찬 고성’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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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  입력 : 2022년 09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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