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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열정과 아이디어로 만드는 슬기로운 농촌생활 6.] 농촌에 청년들이 정착하고 들어 올 수 있는 디딤돌이 되고 싶어요

속이 노란 하령감자 아린 맛 잡고 판매 성공
농부들의 놀이터 ‘농터’ 교장 어린농부 교육
정원카페로 사시사철 농촌체험 공간 제공

황수경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2년 09월 23일
▣ 글 싣는 순서
① 늙어가는 농촌, 새로운 활력이 필요하다
② 제주 농업의 미래를 여는 청년농
부들, 글로벌제주문화협동조합
③ 20대 청년농부가 전하는 즐거운 농촌생활, ‘락뚱이’ 최청락
④ 고성읍 죽계리 새내기 농부 천진성 씨
⑤ 창농(創農)으로 농촌에서 삶의 가치를 찾는 청년농부들
⑥ 감자에 싹이 나면 농업천국 되지요, 박희명의 감자븐파머
⑦ 농업이 살아나면 모두가 행복해질 거예요, 거제 청년농부들
⑧ 지리산이 주는 선물 산나물, 김은윤 청년농부의 참샘산방
⑨ 대 이은 청년농부 전주영의 버섯에 땀은 꿈
⑩ 검 대신 호미를 든 초보농부 이현지의 꿈

↑↑ 삼산면 두포리의 감자븐파머 청년농부 박희명 씨는 청년농부학교를 만들어 농촌에 청년들이 들어와서 정착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 고성신문
# ‘감자’로 ‘감感’ 잡은 청년농부

삼산면 두포리에서 감자 농사를 짓는 박희명(30) 씨.
희명 씨 농사법은 급할 것도 없고 초조할 것도 없다. 힘 닿는대로, 욕심내지 않고 할 수 있는 만큼만 심고 수확하고 판매한다. 재배면적을 늘릴 수도 있지만 1차 농산물로는 큰 수익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머지않아 3차농업으로 자리를 잡을 생각이다.
“없어서 못 팔아요.”
희명 씨의 감자는 수확할 때쯤이면 이미 주문 예약이 끝나 있다.
“저희 감자는 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어요. 하하”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감자는 속이 하얀 ‘수미감자’가 약 80%를 차지한다. 반면 희명 씨는 속이 노란 ‘하령감자’를 재배한다. 하령감자는 분이 많은 타박이에다 쫀득쫀득해 소비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첫 해부터 희명 씨의 하령감자가 성공한 것은 아니다. 올해로 10년 남짓 감자농사를 짓고 있는 희명 씨는 왜 대농들이 하령감자보다 수미감자를 선호하는지를 차차 깨닫게 됐다.
맛, 품질, 수량면에서 하령감자가 월등하지만 감자 특유의 ‘아린 맛’이 수미감자보다는 훨씬 강하다. 3~4년은 제대로 된 수입을 올리지 못했다.
수년 간 시행착오를 겪으며 품종개량을 거듭했다. 감자 농사 5년차에 아린맛을 잡았다.
“첫 해는 멋 모르고 열심히 농사를 지었어요. 다음해에는 아린맛에 대한 피드백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솔직히 나는 내가 농사를 지었으니 아린 맛을 참고 먹을 수는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해서라도 아린 맛을 잡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갖은 방법을 동원했어요.”
희명 씨는 처음에 감자 씨를 심을 때 투명비닐, 검은비닐, 반투명비닐 등 비닐을 바꾸어보기도 하고, 두둑을 넓혔다 좁혔다도 해보고, 퇴비를 바꾸어 보기도하고 수 년동안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결국 퇴비를 저만의 방법으로 만들어 뿌렸더니 아린 맛이 잡혔어요.”
아직까지 100%로 다 잡힌 건 아니지만 처음에 10개 중에 7개가 아린 맛이었다면 지금은 1~2개 정도 아린 맛이 나온다.

# 농부의 가치는 소비자로부터
“아무리 농사를 잘 지어도 소비자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제값을 받기 힘들어요.”
희명 씨는 대략 2천 평에서 2천500여 평에 감자를 재배한다.
수확한 감자는 최상품으로만 골라 매년 믿고 주문하는 진성소비자들에게 보내진다.
“감자에 싹이 나면 무조건 아린맛이 생겨요. 싹 튼 감자는 꼼꼼히 선별해서 씨감자로 저장하고 소비자들에게는 제일 좋은 것만 골라 판매하고 있어요. 그 분들에게 ‘박희명 감자’는 언제나 믿고 살 수 있는 검증된 감자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해요. 더 나아가 제가 고성사람이니 ‘고성감자’는 맛있고 품질도 좋다는 인식을 하게 될 거니까요.”
희명 씨는 요즘 젊은이답게 유튜브를 활용해 감자 농사법을 비롯한 농촌의 소소한 일상들을 공유하면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그는 미래농업인들에게 농업의 가치를 알리고 농업기술을 전하고 있다. “농사는 혼자서 하는 것보다 여럿이 모여 함께하면 훨씬 시너지 효과가 높아요. 젊은이들이 농사에 관심을 갖고 함께 동참하기 바라는 마음으로 짬짬이 유튜브에 동영상도 올리고 농업크리에이터로서 농사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도 해요.”
농업고등학교에 진학한 희명 씨는 처음에 동물파트를 공부했다. 고3 때 돼지농장에 실습을 나갔다 농장주로부터 함께 일하면서 농장관리를 맡아 보라는 제의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농사의 기본을 공부하고 싶어 농업대학에 진학, 식량작물학과를 선택했다. 대학 3학년 때부터 감자농사를 짓겠다고 생각한 희명 씨는 강원도 고랭지감자부터 경북 예천의 10만 평이 넘는 대농들을 찾아다니며 감자공부에 몰입했다.
주위에서는 농업을 하려면 남들이 하지 않는 특용작물을 재배해야 돈을 벌 수 있다는 권유를 수없이 받았다. 희명 씨의 생각은 달랐다.
“농업은 오히려 많이 하고 있는 품목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어요. 그만큼 대중적이고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농업기술이나 판로가 안정적일 거니까요.”

# 농부들의 놀이터 ‘농터’ 운영
희명 씨는 고성교육행복지구 ‘온 마을이 학교다’ 일환으로 운영되는 삼산면 두포리의 ‘농터’에서 교장을 맡고 있다.
농부들의 놀이터라는 뜻의 농터는 4월부터 11월까지 매주 토요일 농촌체험 위주의 농업학교가 열린다.
이곳의 주요 학습프로그램은 어린 농부들의 나만의 농장을 통해 갖가지 채소를 비롯한 감자, 과채류 등을 직접 심고 수확하며 농사에 대한 기본과정을 배우고 체험한다.
농터의 참여 대상은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이며 강사는 박희명 교장을 주축으로 천진성, 손민경, 김옥자, 김새봄 교사가 주로 나만의 텃밭 정원가꾸기, 공작프로그램 및 체험 프로그램, 그림영농일기 그리기 등의 교육을 실시한다.
“어릴 때부터 작물을 심고 가꿔본 아이들은 농사에 대한 인식이 달라요. 농터는 미래농부를 양성하고 교육한다는 숨은 뜻이 있기도 해요. 지금은 아이들이 자연학습장으로 활용하면서 흙을 만지고 식물을 가꾸고 수확의 기쁨과 보람을 느끼는 것에 만족해요.”
희명 씨는 직접 농사를 지어 판매하는 1차산업에서 농터를 운영하면 3차산업으로 전향하고 있다.
여기서 조금 더 스토리를 갖고 정원카페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 안에 사시사철 체험하고, 구경할 수 있는 주말농장을 만드는 것이다. 두포리 부근의 아름다운 해안과 자연경관을 찾아 오는 캠핑족들을 대상으로 커피 등 음료를 제공하면서 수익도 올릴 생각이다.

# 소설 상록수의 주인공 ‘박동혁’을 연상케 해
희명 씨의 궁극적 목표는 놀업을 하고 싶어하는 청년들을 위한 청년농부학교를 만드는 것이다.
“농촌에 청년들이 들어 올 수 있도록 하는 디딤돌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희명 씨는 우선 정원카페를 생각했다. 청년학교를 만들려면 수익이 있어야 하니까.
희명 씨는 청년농부로 열심히 일해서 혼자만의 부농, 돈벌이보다는 이 땅의 농업활성화에 더 큰 의미를 둔다. “사실 농사라는게 혼자서 한다는게 힘든 직업이잖아요. 여럿이, 함께해야 시너지 효과도 큰 법이잖아요.”
희명 씨는 청년농부학교를 만들어 함께 농사도 지어보고, 판매도 해 보고, 수입도 올려보고, 거기서 보람을 찾고 싶은 것이다.
지금도 고등학교, 대학교 후배들이 희명 씨를 찾아온다. 희명 씨 농장에서 농업체험도 하면서 앞으로의 미래 농업에 대한 토론도 이어나간다.
거기다 찾아와서 일하는 후배들을 그냥 돌려보내지는 않는다. 반드시 품삯을 쳐주면서 땀의 가치를 다시한 번 일깨운다.
감자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춘 희명 씨는 주변의 어른들이 가만두질 않는다. 농사철만 되면 여기저기서 기술과 비법을 알려달라고 찾는 이들이 많다. 그는 기꺼이 그들의 초청(?)에 응한다.
감자에 대한 멘토로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정보를 아낌없이 제공한다.
“이웃인데 함께 잘되면 좋잖아요.”
소녀 때 밤을 도와 읽었던 심훈의 농촌계몽소설 ‘상록수’가 떠오른다.
정의롭고 우직함으로 어려움에 처한 농촌을 희망으로 이끄는 주인공 박동혁의 모습과 삼산면 두포리의 감자븐파머 박희명이 서로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황수경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2년 09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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