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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천 기적의 놀이터 1호 엉뚱발뚱 놀이터. 놀이기구가 없어도 기존의 지형을 그대로 살려 언덕에서 뛰어놀며 자연과 함께 호흡한다. |
ⓒ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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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호 작전을 시작하지 놀이터는 강원도 주문진의 좋은 모래를 깔아 놓았다. 작은 숲속 자연에 온듯한 느낌을 주는 놀이터이다. |
ⓒ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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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호 올라올라 놀이터는 기존 지형을 활용한 역동적인 놀이터로 긴 미끄럼틀이 매력이다. 두꺼비 서식처인 저수지를 끼고 있어 자연생태계의 소중함도 일깨워준다. |
ⓒ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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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호 뒹굴뒹굴 놀이터는 벌집모양의 암벽오름대, 짚라인이 아이들에게 최고의 놀이시간을 선물한다. |
ⓒ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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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이터, 위험해야 안전하다’
동네 놀이터에 ‘기적’이라는 수식어가 붙고, 관광상품으로 등극하고,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퉈 벤치마킹을 하는 도시 순천.
전라남도 순천시는 지난 2015년부터 ‘기적의 놀이터’사업을 진행했다.
2015년 1월 전담팀을 꾸려 시작한 놀이터 사업은 2016년 놀이터 1호 ‘엉뚱발뚱’을 시작으로 2호 놀이터 ‘작전을 시작하지’, 3호 놀이터 ‘시가모노(시간 가는 줄 모르고 노는)’, 4호 놀이터 ‘올라올라’, 5호 놀이터 ‘뒹굴뒹굴’, 6호 놀이터 ‘세상에서 제일 긴 놀이터’에 이어 지난해 7호 놀이터 ‘BOOK적BOOK적’까지 이어졌다. 놀이터 1곳당 예산은 4억5천만∼5억 원 가량 들어갔다.
무엇보다 순천 기적의 놀이터는 올해 초 완공된 고성 어린이모험놀이터의 출발점이 되기도 했다.
순천 기적의 놀이터는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놀이터 디자이너 편해문 씨가 총괄 책임을 맡고 동네 아이들이 직접 설계에 참여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편해문은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 ‘놀이터, 위험해야 안전하다’라는 등의 책을 펴내면서 아이들의 놀이에 대해 많은 관심과 열정을 갖고 있다.
그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개념의 놀이터를 짓기 시작하면서 기적의 놀이터 성공을 바탕으로 전국 지자체로부터 어린이 놀이터 재구성 기획을 도맡고 있다.
‘위험해야 안전하다’라는 말이 어쩌면 도발적으로 들리겠지만 편해문의 이 말은 결코 아이들을 위험천만하게 놔둬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편해문 씨는 그의 저서 ‘놀이터는 위험해야 안전하다’에서 “아이들이 충분히 인지하고 통제할 수 있는 리스크에는 열린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놀다가 긁히고 까이면서 조금씩 자주 다쳐야 크게 다치지 않는다. 예방주사와 같은 이치다. 아이들에겐 멍들 권리가 있다. 그러면서 다치지 않는 법을 스스로 터득하게 된다. 오히려 온실 속 화초처럼 안전하게만 자란 아이가 위험이 뭔지 배우지 못해 더 위험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국내에 7만여 개의 놀이터가 있지만 어딜 가나 ‘조합놀이대 1대, 그네·시소 2대, 탄성 고무매트 바닥’ 3종 세트의 ‘재미없고 지루한 놀이터’로 획일화되고 있다. 놀이터의 두 가지 덕목 중 ‘안전’만 강조하다 보니 ‘도전과 모험’은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이런 지루함과 싫증이 더 큰 사고를 부른다. 놀이터에 한 번만이라도 가보라. ‘절대 거꾸로 타지 마시오’라는 팻말 옆에서 아이들이 미끄럼틀을 거꾸로 타고 있다. 안전하다는 놀이터가 실제로는 훨씬 더 위험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독일도 오랜 기간의 조사 끝에 ‘안전한 놀이터가 가장 위험한 놀이터’라는 결론을 내렸다. 호기심 유발이 안 되니 딴짓을 하다가 다치는 경우가 늘더라는 거였다”고 밝히고 있다.
편해문 씨는 “놀이터의 주인은 놀이기구가 아니라 아이들이란 명제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지금의 놀이터는 어른들이 기획하고 만들었다. 실제 놀이터를 이용하는 아이들 의견은 전혀 묻지 않은 채 이런 놀이기구를 좋아할 거라고 지레짐작하며. 하지만 붙박이식 놀이기구 위주의 놀이터는 아이들의 외면만 받을 뿐이다. 서울의 한 놀이터에 가봤더니 수억 원짜리 놀이기구엔 아무도 없고 한 무리의 아이들이 놀이터 구석에 모여 놀고 있었다. 물어보니 ‘저거 재미없어요. 여기서 노는 게 더 재미있어요’라고 하더라. 아차 싶었다. 아이들을 놀이터에 오게 하는 건 빈 공간과 다른 아이들이지 놀이기구가 아님을 어른들은 잊고 있었던 거다.”
그는 “더 심각한 문제는 놀이터가 재미없다 보니 아이들이 찾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비싼 놀이기구를 들여 놓고 아파트 안에서도 폐쇄회로TV(CCTV)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지만 정작 아이들은 없고 고양이만 오가는 게 지금의 놀이터”라고 우려했다.
편씨는 ‘애들 노는 꼴 못 보는’ 어른들에게 할 말이 많다. 지난 20여 년 동안 수많은 부모·교사들을 만나 놀이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아이들은 놀면서 자란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놀면서 스스로 깨친다. 어른의 기준으로 고른 장난감,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놀이터는 정작 아이에게 진정한 놀이를 제공하지 못한다. 한 가지 기능만 하는 장난감이나 지루한 놀이터 대신 아이들이 놀기 위해 진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편 씨는 가장 이상적인 놀이터는 놀이 기구 없는 놀이터라고 했다. 하여 순천 기적의 놀이터 역시 놀이 기구 없는 놀이터로 유명하다.
기적의 놀이터는 아이들이 직접 만드는 놀이터였다. ‘기적’이란 단어는 기적의 도서관에서 따왔다. “기존에는 책을 엎드려서 보거나 들고 다니면서 볼 수 있는 어린이 도서관이 전무했다. 정작 어린이가 가장 이용하기 어려운 도서관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기적의 도서관이 편견을 깨니까 전국의 도서관이 따라왔다. 기적의 놀이터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동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이 직접 놀이터를 설계하도록 했다. 디자이너 스쿨에 모인 아이들이 1년 넘게 내놓은 아이디어를 거의 대부분 반영했다. 부모들과 이웃 주민들도 참여하도록 했더니 모두가 만족스러운 놀이터가 완성됐다. 2~7호도 마찬가지다.”
# 기적의 놀이터를 방문하는 아이들의 반응
기적의 놀이터 1호 ‘엉뚱발뚱’은 아이들의 엉뚱한 상상과 발랄한 기운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이곳은 기존 지형을 그대로 살려 아이들이 언덕에서 뛰어놀 수 있도록 설계했다.
“기적의 놀이터에 오면 뭐가 좋아요?”라는 물음에 “여기 오면 친구가 있어서, 다른 곳에서는 다 하지 말라는 말뿐인데 여기서는 뭐든 할 수 있어서요.”
이곳에서 아이들은 뭐든 옮길 수 있고 망가뜨릴 수도 있다. 주물로 만든 펌프 손잡이가 한 달에 서너개씩 부러질 정도다. 그런데 부모들이 더 좋아한다. 아이들이 집에서 짜증을 훨씬 덜 낸다면서. 실컷 놀고 들어가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또 처음엔 대부분의 아이가 언덕을 못 올라갔는데 이젠 다들 거뜬히 올라간다. 체력이 좋아지니 부모들도 흡족해 한다. 도심 한 복판에서 언덕을 오르고 모래와 흙을 만지고 밟을 일이 거의 없다. 그러나 기적의 놀이터만은 예외다.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놀 수 있는 자연적이고 친환경적인 놀거리들이 지천에 널려 있다. 그 흔한 미끄럼틀, 그네, 시소 같은 인위적인 놀이기구나 시설은 없다.
다만 넓은 모래밭과 팽나무 고목, 상하수도관 위로 잔디가 덮인 언덕, 마중물을 넣을 수 있는 옛날식 펌프, 흔들다리, 얕은 개울이 있을 뿐이다.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아이들이 즐겨 찾는 인기 만점의 놀이터로 각광받고 있다. 인기 비결은 아마도 놀이기구에 얽매이지 않고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주는 자유로움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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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호 세상에서 가장 긴 놀이터는 120미터의 길이를 자랑하며 다양한 모험놀이대가 조성돼 있어 창의적인 놀이 활동을 즐길 수 있다. |
ⓒ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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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호 BOOK적BOOK적 놀이터는 버드내 공원 내에 조성돼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행복한 휴식과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곳이다. |
ⓒ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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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호 시가모노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노는 놀이터로 모험적인 요소들이 가득한 놀이터이다. |
ⓒ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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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적을 만드는 7곳의 놀이터
순천 기적의 놀이터에서 가장 큰 변화는 무엇보다 아이들이 아이답게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어른들이 직장에서 간섭받고 싶지 않은 것처럼 아이 또한 놀이터에서의 시간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마음 편히 뛰놀수 있다.
1호 ‘엉뚱발뚱’에 이어 2호 ‘작전을 시작하지’ 놀이터는 아이들의 도전과 창의적인 상상, 모험을 펼칠 수 있는 특별한 놀이터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바로 모래 놀이터. 강원도 주문진에서 가져온 좋은 모래로 알갱이가 고르고 표면은 티끌하나 없이 깨끗하다. 이 모래는 수돗물을 여과할 때 쓸 정도로 최고의 질을 보장한다. 주문진 바다를 가야 밟을 수 있는 모래사장을 기적의 놀이터에서 만끽할 수 있다.
피라미드형의 그물은 위험해 보이지만 오르내리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놀이기구다. 품이 넓은 미끄럼틀은 여러명이 한 꺼번에 미끄러져 내려올 수 있다. 함께여서 더 신나고 즐겁다. 언덕을 오르내리고 숲속을 뛰어다닐 수 있는 이곳은 마치 작은 숲속, 자연에 온듯한 느낌을 주는 놀이터이다.
3호 ‘시가모노(시간가는 줄 모르고 노는 놀이터)’ 놀이터는 아이들의 적극성과 위치 대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놀이터이다.
페달 없는 자전거인 ‘밸런스 바이크’, 짚라인, 원반형 그네, 모래 놀이터, 그물 놀이기구 등 모험적인 요소들이 가득한 놀이터이다. 대부분 부모 손에 이끌려 온 유아들은 늘 시계를 보면서 그만 놀고 집에 가자는 부모의 재촉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곳에서만큼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이삼매경에 빠진 아이를 재촉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4호 ‘올라올라’ 놀이터는 기존 지형들을 활용한 역동적인 놀이터로 긴 미끄럼틀이 매력이다.
두꺼비 서식처인 업동저수지를 끼고 있는 이 놀이터는 자연생태계의 소중함도 일깨워주는 산교육장이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노는 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놓아 부모들이 다시한 번 아이들 놀이의 소중함을 인식할 수 있도록 햇다.
“흙을 묻히고, 옷을 적시는 것은 야무지게 잘 놀았다는 표시예요.”
5호 ‘뒹굴뒹굴’ 놀이터는 암벽오름대와 미끄럼틀, 그네 등의 다양한 놀이기구를 이용할 수 있다. 벌집모양의 암벽오름대는 아이들에게 최고의 놀이기구다.
6호 ‘세상에서 가장 긴 놀이터’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120m의 길이로 기적의 놀이터 중 가장 긴 길이의 놀이터이다. 이곳은 짜릿함을 맛볼 수 있는 짚라인과 모험놀이대, 그네, 회전놀이대, 플라잉네트 등 다양한 놀이 기구가 마련돼 있어 아이들이 지루해 하지 않고 창의적으로 놀이 활동을 즐길 수 있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7호 ‘BOOK적BOOK적’ 놀이터는 순천 기적의 도서관 옆 버드내 공원 내에 조성된 놀이터로 자연과 함께 놀이를 즐길 수 있다.
특히 공원 내에 있다보니 남녀노소 함께 어울려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어르신들은 아이들 웃음소리에 행복하고 아이들은 곁에 어른이 있어 든든하다.
이곳은 굴삭기의 원리를 체험할 수 있어 좋은 놀이학습이 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물모래 놀이대, 펄쩍펄쩍 신나게 뛸 수 있는 트램폴린, 귀여운 바구니 모양의 그네, 매달리고 오를 수 있는 어드벤처 네트, 짜릿한 짚라인까지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하루해가 저무는 줄을 모른다.
아이들에게 놀이터를 정의해 보라면 대부분 엄마에게 허락받아야 갈 수 있는 곳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순천 기적의 놀이터는 반대로 엄마가 “놀이터에 가서 놀아라”라고 말하는 기적(?)을 낳는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