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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열정과 아이디어로 만드는 슬기로운 농촌생활 “동물이 행복하면 사람도 행복해요” 새내기 축산인 천진성 씨

축사 지어놓고 3년간 현장에서 실무 경험 익혀
동물복지 준수하며 행복하게 소를 키우고 싶어
미래 농업인 위한 현장 실습장 조성해 주길

황수경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2년 09월 02일
ⓒ 고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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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싣는 순서
① 늙어가는 농촌, 새로운 활력이 필요하다
② 제주 농업의 미래를 여는 청년농부들, 글로벌제주문화협동조합
③ 20대 청년농부가 전하는 즐거운 농촌생활, ‘락뚱이’ 최청락
④ 고성읍 죽계리 새내기 농부 천진성 씨
⑤ 감자에 싹이 나면 농업천국 되지요, 박희명의 감자븐파머
⑥ 창농(創農)으로 농촌에서 삶의 가치를 찾는 청년농부들
⑦ 농업이 살아나면 모두가 행복해질 거예요, 거제 청년농부들
⑧ 지리산이 주는 선물 산나물, 김은윤 청년농부의 참샘산방
⑨ 대 이은 청년농부 전주영의 버섯에 땀은 꿈
⑩ 검 대신 호미를 든 초보농부 이현지의 꿈

# 어릴적부터 나의 꿈은 ‘농사’
스물아홉의 천진성 씨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고성을 벗어나지 않았다.심지어 대학을 다닐 때도 통학을 했다.그녀의 어릴 적 꿈은 막연하나마 농사를 짓는 것이었다.경상대학교 원예학과를 졸업한 그녀는 어떤 농작물을 심어야 할지, 평생 후회하지 않고 농업에 전념할 수 있는 작물을 선택해야 했다. 무던히도 고민을 하던 중 워낙에 동물을 좋아하는 진성 씨는 ‘한우’를 키우기로 결심했다. 농대를 졸업했지만 전공과는 다른 길을 결정한 진성 씨. 졸업과 함께 부모님과 의논한 끝에 흔쾌히 승낙을 받고 아버지의 도움으로 고성읍 죽계리의 한 들판에 축사를 지었다. 아버지도 평소 딸의 성격이 매사에 야무진데다 무슨 일을 맡겨도 거뜬히 이뤄내는 열정과 성실함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축사 짓는데 응원을 아끼지 않고 힘을 보탰다. 

“축사는 2018년에 다 지었어요. 그런데 농대 출신이지만 소를 키우는 것은 처음 시작하는 일이라 공부를 해야했어요. 편입학을 할까도 생각했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진성 씨는 이론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익힌 실무와 경험을 사고 싶었다.

“3년간 언양의 한 축사에서 공부를 했어요. 2주 간격으로 주말마다 무조건 언양의 축사를 방문해 그 집 사장님의 축사관리부터 소를 대하는 방법, 먹이를 주는 방법, 각종 질병에 대처하는 방법, 예방하는 방법 등 어느것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고 그 분의 지혜와 노하우를 열심히 배우고 또 배웠어요.”

진성 씨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합천으로 발걸음을 옮겨 또 공부를 거듭했다. “공부는 끝이 없는 것 같아요.”얼마전에는 고성의 강정우(거류면 구현농장) 대표를 멘토로 삼고 또다시 한우 사육에 대한 공부를 계속해서 이어나가고 있다. 3~4년을 소 사육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은 진성 씨는 올 5월부터 정식으로 축사에 소를 입식하기 시작했다.

조그만 체구에 귀엽고 예쁜 겉모습과는 달리 일을 처리할 때는 강단과 판단이 빠른 그녀. 지금부터가 축산인으로서의 출발점이라 생각하는 그녀는 현재 27마리의 소를 사육하고 있다.“ 우리 일순이가 들어오던 날을 잊을 수가 없어요.”5월 초 일순이는 합천까지 가서 사온 그녀의 축사에 1호로 들어온 소이다. 성격도 온순하고 진성 씨를 곧잘 따르는 착한 암소다. 게다가 임신한 채 들어온 일순이는 얼마전 새끼를 낳았다. 수컷 일남이다. 

“3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 공부를 했는데 정작 송아지가 태어나니 어떻게 대처하고 수습해야할지 막막했어요. 그동안 공부한 것을 모두 까먹게 되더라고요. 마침 수의사 선생님이 함께 있어서 일남이를 무사히 잘 받아낼 수 있었어요. 현장에서의 경험이 중요하다는걸 절실히 느꼈어요.

”진성 씨 생애 첫 송아지 일남이는 그렇게 당황하면서 맞이했다. 웬걸, 2~3일 지난 후 평정심을 되찾은 진성 씨는 그 때부터 일남이가 사랑스러워 죽을(?) 지경이다. “금쪽처럼 키우고 있어요.” 이 한마디에 그녀의 마음이 모두 담긴 듯 하다.

# 동물복지 실현하는 축산인 되고파
진성 씨는 동물을 무척이나 좋아한다.어릴때부터 강아지, 고양이라면 그렇게 예뻐하고 좋아했다. 반려견 김복돌도 길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이다. 그래서일까? 진성 씨는 고성군반려동물동호회&함께봉사단 회장을 하며 반려동물 인식전환에도 앞장서고 있다. 유기된 개와 고양이를 치료하고 입양시키는데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유기된 개와 고양이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보도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무척 마음이 아파요. 그건 개와 고양이의 잘못이 아니라 온전히 사람들의 이기심에서 나온 문제라는걸 인식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자신이 키우다 힘들다고 버린 개와 고양이잖아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동물이 행복하면 사람도 행복하다.” 이 마음은 그녀가 사육하는 소한테도 그대로 옮겨간다. 진성 씨의 축사는 총 180마리의 소를 사육할 수 있도록 허가됐다. 1칸에 5마리씩 입식할 수 있는 조건이다. 하지만 진성 씨는 밀식은 생각조차 없다. 1칸에 최대 3마리씩 120마리까지만 허용할 계획이다.

“행여 소가 아프면 바로 빼내어 혼자만의 공간을 마련해 줘야 하고, 몸을 뉘었을 때 함께 있는 다른 소한테 방해받지 않고 편안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줄 계획입니다.”

게다가 진성 씨는 축사에 일남이 같은 어린 송아지가 운동도 하고 뛰어놀 수 있도록 송아지 운동장을 이미 만들어 놓았다. “제가 키우는 동안만이라도 소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진성 씨 농장의 소들은 개체번호 대신 모두 이름이 있다.일순이, 일남이를 비롯한 우람이, 뿔순이, 왕순이, 가수 박진영을 닮은 진영이, 곱등이…….

 “뿔순아 사진찍자”라는 진성 씨의 부름에 얼굴을 내미는 소를 보며 웃음보다는 사람과 동물의 교감에 감동이 따른다.

# 젊음의 열정! 왕성한 사회활동
이제 막 청년농부로서의 첫 발을 뗀 진영 씨는 축산인이라는 자신의 본업만큼이나 대외활동에도 열정을 쏟는다. 앞서 언급한 고성군반려동물동호회&함께봉사단 회장, 고성군청년창업농의 모임인 4H, 농터마을학교, 고성군종합사회복지관의 돌봄봉사대 등 사회봉사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제가 몸담고 있는 단체에도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사명감이 있어요. 어느 한 곳도 결코 소홀할 수 없어요. 시간을 쪼개고 쪼깨고 또 쪼개요.”

고성군 SNS 기자단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진성 씨는 삼산면에 위치한 온 마을이 학교다! 행복교육지구 마을학교 ‘농터’에서 텃밭교육도 하고 있다. 이곳에는 군내 초․중․고교생 대상으로 주로 농업․자연과 관련된 참여, 실습, 탐방, 체험 형태의 학습을 하는 곳이다.

진성 씨는 원예학과 출신답게 나만의 화분 만들기를 비롯한 갖가지 작물 재배와 관리 등을 교육한다. “어릴 때부터 식물을 키우고 가꾸는 체험을 해보는 것은 아이들의 정서뿐만 아니라 생명의 소중함과 사회적 학습역량을 높이는 훌륭한 교육이라 생각합니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고성은 농업지역이면서 농고와 농대를 진학하는 학생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어요.”

진성 씨는 “농고나 농대를 진학한 학생들은 굳이 농업의 중요성과 귀농․귀촌을 권유하지 않아도 대부분 농촌으로 돌아와요. 지자체에서 미래 농업의 주역들을 위한 현장 실습장을 조성한다면 방학을 이용해 많은 학생들이 활용할 수 있을 거예요.”라며 농촌현장체험장 조성을 제안한다.

# 아직 이름짓지 않은 진성 씨 축사
소를 키우고 있지만 아직 축사 이름을 짓지 않았다.진성 씨는 소를 키우기로 결심한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축산인으로서의 직업을 후회한 적 없다. 평생직업으로 후회없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축사 이름부터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

“아버지는 ‘진성축사’를 추천해요. 너무 자기애가 강한 이름이라 거절했어요.(웃음), 이름 짓는게 쉽지 않아요. 급할 것 없으니 신중하게 지으려고 해요. 좋은 이름 있으면 추천좀 해주세요. 하하”

새벽 5시부터 시작되는 진성 씨의 하루는 누구보다 빠듯하다.가녀린 체구로 이른 새벽 소들의 컨디션을 살피기 위해 축사를 한 바퀴 돌고, 물통 청소를 하고, 짚, 건초, 사료 등 소 밥을 챙기고, 온․습도를 확인하고, 어플에 소들의 상태를 기록하고, CCTV를 확인하고, 반려견 복돌이 산책을 위해 죽계리를 한 바퀴 돌고, 다시 오후가 되면 오전과 했던 일상을 되풀이한다.

특히 철저한 전산 기록 관리로 예방 백신 프로그램을 준수하고 농장 바닥 관리를 청결히 하는데 조금도 소홀하지 않는다. 이는 송아지의 폐사를 막는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시간을 쪼개고 쪼깨고 또 쪼갠다는 그녀의 말을 짐작할 듯하다.

“농기계 작동법을 빨리 익히려고 해요. 남성농업인들은 힘도 힘이지만 농기계를 잘 다루다 보니 원가가 많이 절감돼요. 직접 조사료를 재배하고 수확해서 사료로 활용해야 치솟는 사료값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잖아요. 올해는 농기계 작동에 도전해보려고요.”

진성 씨는 축산물HACCP을 운용하기 위해 강정우 대표에게 자문을 구하고 공부도 하고 있다. 진성 씨의 멘토 강정우 대표는 2016년 축산물HACCP운용 모범업소 시상식에서 축산물안전관리인증원장상을 수상한 바 있다. 안전한 친환경 축산물 생산 농가로 인정받고 향후 안정적인 판로 구축을 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축산물HACCP을 인증받아야 한다.

“앞으로는 가족경영 중심으로 축사를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재 건설업을 하시는 아버지도 은퇴후 함께 일할 생각이예요.”

“부모님은 항상 저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응원해주세요. 오래토록 부모님과 한 곳에서 함께 소를 키우며 모두가 행복한 삶을 누리는게 제 목표입니다.”

남자친구는 있냐, 결혼은 언제할 거냐?라는 질문에 “아직 남자친구도 없고 결혼에 대한 생각도 안해 봤지만 언젠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생각이 비슷하고 상대방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황수경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2년 09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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