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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 년을 거슬러 문화의 꽃을 다시 피우는 역사도시 고성 9.] 왕족의 마지막 안식처, 600년 조선왕조의 역사가 잠든 조선왕릉

서울을 중심으로 18개 지역 산재한 연속유산
2009년 제33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유네스코 등재
독특한 건축물 형태와 위계적 배치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
환경과 배치 구성, 관련법 의거개발제한으로 완전성
조성 당시 형태 유지로 진정성, 보존 및 관리체계 확보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2년 08월 26일
▣ 글 싣는 순서

① 역사와 문화의 가치, 세계문화유산도시 고성
② 자연과 사색, 깨달음이 있는 한국의 서원
③ 과거부터 미래까지 생태환경의 지속가능성, 한국의 갯벌
④ 5천 년 전 인류의 소리를 품은 고인돌유적
⑤ 천 년의 하늘이 들려주는 신라의 역사와 문화 이야기, 경주
⑥ 다시 피어나는 역사의 숨결, 백제역사유적지구
⑦ 수백 년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한국의 역사마을, 하회와 양동
⑧ 살아있는 불교 정신이 꽃피운 위대한 문화유산
⑨ 600년 조선왕조의 역사가 잠들다, 조선왕릉
⑩ 조선의 정신을 깨우는 종묘와 종묘제례악
⑪ 민초 설움 풀어주고 마음을 어루만지는 광대들
⑫ 춤에 담은 한반도의 정신과 가치, 처용무와 강강술래
⑬ 정조의 원대한 꿈이 깃든 성곽의 도시, 수원 화성
⑭ 우연의 순간이 빚어낸 아름다움,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⑮ 바다에서 삶을 일구는 제주의 해녀문화와 칠머리당영등굿

조선왕릉은 1408년부터 1966년까지 560여 년에 걸쳐 조성됐다. 조선왕릉은 강력한 왕권을 상징하기도 하고 선조의 업적을 기리며 존경을 표하는 예법을 보여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흔히 배산임수로 일컫는 명당에 위치해 능묘를 보호할뿐 아니라 매장지 주변에 의례를 위한 재실과 비각, 제물 마련을 위한 주방과 수호군의 집, 홍살문, 영혼이 드나드는 길과 무덤지기의 집 등을 비롯한 부속건물들이 배치돼있다. 또한 능 주변은 인물과 동물 등을 조각한 석물로 장식해 한반도 왕실 무덤건축의 완성이라 불린다.

조선의 왕릉은 폐위된 연산군과 광해군을 제외하고, 왕과 왕비의 능 42기가 조성됐다. 1966년 순정효왕후 윤씨가 순종의 능인 유릉에 합장된 것이 마지막이다. 이 중 북한 개성에 있는 제릉(조선 태조의 원비 신의고황후의 능·1391년 조성·개성시 판문군)과 후릉(정종의 비 정안왕후의 능·1421년 조성·개성시 판문군) 2기의 능을 제외한 40기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 조선의 왕릉
왕릉들은 서울 5곳, 경기도 12곳, 강원도 1곳 등 서울을 중심으로 18개 지역에 산재하고 있다. 왕릉은 왕이 능행 후 하루 안에 돌아올 수 있도록 도성이 있는 한양에서 100리 이내의 풍수지리상 명당에 위치한다. 능의 위치가 정해지면 주변 약 10㎞ 이내에는 왕릉의 관리나 제례를 위한 전각 외에 다른 집은 지을 수가 없었다. 왕릉 주변으로는 능을 보호하는 소나무를 심었는데 특별한 명이 없다면 함부로 벨 수 없었다.

남한의 조선 왕릉 중 100리 이내의 기준을 벗어난 능은 두 곳이다. 세종대왕의 능인 영릉(英陵)과 효종대왕의 영릉(寧陵)을 일컫는 경기도 여주의 영영릉(英寧陵)과 단종이 유배지에서 죽임을 당한 후 추복되면서 능호가 정해진 강원도 영월의 장릉이다.

현재 서울시내에는 강남구의 선정릉(宣靖陵·성종, 정현왕후의 선릉과 중종의 능인 정릉), 서초구의 헌인릉(獻仁陵·태종, 원경왕후의 헌릉과 순조와 순원왕후의 인릉), 성북구의 정릉(貞陵·태조의 계비 신덕왕후의 능), 노원구의 태강릉(泰康陵·중종의 왕비 문정왕후의 태릉과 명종과 인순왕후의 강릉), 성북구의 의릉(懿陵·경종과 선의왕후의 능) 등 다섯 개의 능이 있다.

↑↑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위치 선정릉 중 조선 제9대 임금 성종이 잠든 선릉의 모습
ⓒ 고성신문


# 도심 속 왕릉, 선정릉
지난 21일 찾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선정릉은 폭우 피해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길 곳곳이 패고 갈라져 보수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정릉은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조선왕릉으로서 위용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테헤란로 빌딩숲 사이에 자리한 선정릉은 조선의 9대 임금인 성종과 정현왕후의 선릉과 11대 임금 중종의 능인 정릉을 이르는 말이다. 서울시는 이 도심 속 왕릉을 1979년 공원으로 지정하고, 능이 세 개 있다는 뜻의 삼릉공원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삼릉공원은 소나무숲이 자연림처럼 보존돼 근린공원으로사랑받기도 했다. 

200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삼릉공원은 능의 원래 이름인 선릉과 정릉을 합쳐 선정릉으로 불린다. 선정릉 입구에서 왼쪽으로 가면 재실을 지나 성종과 정현왕후의 능인 선릉으로 향한다. 선릉은 동원이강릉 즉 같은 능역 안에서 언덕을 달리하는 형태다. 선릉의 서북쪽 언덕에는 성종, 건너편 동북쪽에는 정현왕후가 잠들어있다. 두 능 사이에는 산책로가 조성돼있고, 근처에는 능과 석물을 살펴볼 수 있는 계단이 만들어져 있다.

선릉은 능역과 부속건물의 배치가 독특하다. 보통 정자각은 봉분에 이르는 언덕의 앞 중앙에 위치하지만 선릉에서는 측면에 배치돼있다. 이는 두 개의 능침 사이에 정자각을 세우는 동원이강릉의 특징적인 배치다.

↑↑ 성종의 계비인 정현왕후의 묘는 동원이강릉으로 조성돼있다.
ⓒ 고성신문


선정릉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중종이 잠든 정릉이다. 태조의 계비 신덕왕후 무덤인 성북구의 정릉은 곧을 정(貞)자를 쓰지만 중종의 능인 정릉은 편안할 정(靖)자를 쓴다. 중종은 1544년 승하 후 경기도 고양시의 서삼릉에 묻혔다. 그러나 문정왕후가 자신이 사후에 왕과 함께 묻히고 싶다는 과욕을 부리면서 지금의 정릉으로 묘를 옮겼다. 정작 문정왕후는 장마철 물이 차는 등 풍수 상의 문제로 태릉에 묻혀있다.

↑↑ 조선 제11대 임금인 중종의 정릉. 중종은 경기도 고양시 서삼릉에 묻혔다가 이 자리로 옮겨왔다.
ⓒ 고성신문


선정릉은 임진왜란 당시 왜병이 능을 파헤치고 재궁(왕이나 왕후의 관)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지르는 수모를 겪었다. 당시 시신이 모두 불에 타 지금은 능의 형태만 유지되고 있다.

# 200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조선왕릉은 2009년 6월 27일 스페인 세비야에서 개최된 제33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조선왕릉은 유교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탓에 무덤을 파헤쳐야 하는 내부 발굴은 이뤄진 적이 없다. 조선왕릉의 기본적인 조성 기록은 국장도감의궤(國葬都監儀軌), 산릉도감의궤(山陵都監儀軌) 등 관련 자료들이 남아있고 내부구조 등 축조기록들이 조선왕조실록에 남아있어 간접적 연구가 가능하다.

조선왕릉은 풍수지리를 기본으로 한다. 주변 환경까지도 의례를 고려해 조상숭배의 전통과 정신을 위해 조성됐다. 세속적 구역과 경건한 구역으로 연결되는 위계적 배치는 물론 전각 등의 독특한 건축물의 형태와 배치는 세계유산으로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충족했다.

모두 18개 지역 40개에 이르는 연속유산인 조선왕릉은 환경과 배치, 구성에서 완전성을 확보했다. 물론 선릉과 헌릉, 의릉 등은 도시개발 과정에서 경관에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대체로 특정 능묘의 정상에서만 도시의 건물을 볼 수 있을뿐 아니라 법률 제정으로 완충지역 내의 재발을 제한하면서 완전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몇몇 왕릉을 제외하면 조선의 왕릉은 도시의 외곽에 위치해 조성 당시의 형태를 대부분 유지하고 있어 진정성을 확보했다. 또한 문화재보호법 등에 의해 철저하게 보호하는 것은 물론 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보존계획을 세워 관리하는 점 그리고 이 관리가 일관성 있으며 향후 이를 유지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는 평과 함께 보존 및 관리체계도 확보했다.

조선의 역사는 유교를 빼고 말할 수 없다. 왕릉 역시 마찬가지다. 조선왕릉은 풍수지리의 원리와 자연경관 유지로 제례를 목적으로 한 경건함을 창조해 지금껏 유지하고 있다.

왕릉 즉 무덤이라고 해서 봉분만 남은 경우는 거의 없다. 조선왕릉은 부속건물들은 물론 사람과 혼이 드나드는 길 등 일정한 기준에 맞춰 규범화된 건축물과 구조물들을 배치해 다양하고 조화로운 건축을 보여주는 탁월한 사례이자 한국의 무덤 발전의 중요한 단계를 보여주는 예로 꼽힌다. 동시에 5세기 이상에 걸쳐 조성됨으로써 전통을 드러내는 것은 물론 역시 규범화된 일련의 예식을 정기적으로 치르면서 변하지 않는 제례의 실천과 그 양식의 유지로 가치를 높이고 있다.

# 경제적 가치로 몸살 앓는 김포 장릉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조선왕릉 중 김포 장릉은 최근 몸살을 앓고 있다.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에 있는 장릉은 선조의 아들이자 인조의 아버지인 추존왕 원종과 부인 인헌왕후의 무덤이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장릉 인근에 일명 왕릉뷰 아파트가 건설, 지난 5월부터 일부 아파트의 입주가 시작되면서 문화재청과 건설사 간 법정소송이 벌어졌다. 법원은 건설사들의 손을 들었고 문화재청은 항소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1천200여 개 중 50여 건 정도가 ‘위험에 처한 유산’으로 분류됐다. 문화재청은 현 상황이라면 유네스코 문화유산에서 삭제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위험에 처한 유산에 속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포 장릉의 사례를 볼 때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만으로 안심할 수 없다. 송학동고분군을 포함한 가야고분군 역시 등재 후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위기사례를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문화재, 세계유산의 가치에 대해 일반인들이 깊이 인식하고 보존에 동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후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송학동고분군을 지키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 최은숙 궁능유적본부 문화관광해설사
ⓒ 고성신문

인터뷰 : 최은숙 궁능유적본부 문화관광해설사
                                                 

왕릉은 왕족의 마지막 안식처
문화유산의 가치를 지키려는
시민들의 인식 변화가 급선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서 시민들에게 알려지는 것,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것 모두 시민들의 바른 인식에서 출발합니다. 우리는 이 위대한 문화유산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최은숙 문화관광해설사는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의 선정릉에서 매일 관람객들을 만나 조선왕릉의 역사와 가치에 대해 알리고 있다. 재실에서 출발해 선릉과 정릉의 역사와 특징, 건축물의 배치와 선정릉 전체의 가치에 대해 1시간에 걸쳐 설명한다.

그는 선정릉이 삼릉공원이던 시절부터 누구보다 조선의 왕릉을 아끼고 사랑한 시민이다. 2009년 선정릉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과정과 지금까지의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 그리고 앞으로 선정릉을 어떻게 보존해야 할지 누구보다 깊이 고민하는 사람 중 하나다.

“왕릉은 왕족의 마지막 안식처입니다. 조선의 역사와 정신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 아름다운 공간은 한국문화를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왕족의 지위는 물론 당대의 예법에 맞는 건축물들이 배치돼 유교문화와 건축학적으로 큰 의미를 갖습니다. 단순한 공원이나 관광지로 대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최은숙 해설사는 김포 장릉을 예로 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조선왕조의 역사를 담고 있는 문화유산이 그저 ‘뷰’로서만 그 가치를 따지는 현실 그리고 역사와 정신을 지키자는 목소리가 경제적 가치에 묻히고 있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는 것이다.

최은숙 해설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서 가치를 지키기 위해 무엇보다 앞서야 할 것은 시민의 인식 변화를 꼽는다. 그는 선정릉을 방문해 해설을 들으며 관람하는 이들에게 이 공간은 왕족이 잠들어있는 곳임을 강조하면서 옷차림과 몸가짐, 마음가짐까지 바르게 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선조에게 예를 갖추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최 해설사는 선정릉을 비롯한 조선왕릉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큰 이유 중 하나로 주민들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 관심과 참여로 진정성에 힘을 보탰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성의 송학동고분군을 포함한 가야고분군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2천 년의 역사를 이어온 찬란한 문화유산의 등성이를 우리가 스스로 짓밟는다면 과연 유네스코에서 이 유산의 진정성과 보존관리에 대해 높이 평가할 수 있을까요? 우리 유산을 우리가 홀대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합니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2년 08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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