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2025-07-01 12:25:43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연재기획

[청년의 열정과 아이디어로 만드는 슬기로운 농촌생활 3.]한우의 인식을 바꾸고 싶어요. 1주일 키트 배달로 어르신 건강 챙겨

하루 24시간을 36시간처럼 쓰고 있는 청년농부
어릴 때부터 아버지 보고 자라 대학도 축산학과 진학
유튜버, MC, 강사, 구수한 사투리에 재치있는 말솜씨

황수경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2년 08월 26일
▣ 글 싣는 순서

① 늙어가는 농촌, 새로운 활력이 필요하다
② 제주 농업의 미래를 여는 청년농부들,
글로벌제주문화협동조합
③ 20대 청년농부가 전하는 즐거운 농촌생활, ‘락뚱이’ 최청락
④ 공룡삼촌농장 임문호 대표의 똑똑하게 농사짓는 법
⑤ 감자에 싹이 나면 농업천국 되지요, 박희명의 감자븐파머
⑥ 창농(創農)으로 농촌에서 삶의 가치를 찾는 청년농부들
⑦ 농업이 살아나면 모두가 행복해질 거예요, 거제 청년농부들
⑧ 지리산이 주는 선물 산나물, 김은윤 청년농부의 참샘산방
⑨ 대 이은 청년농부 전주영의 버섯에 땀은 꿈
⑩ 검 대신 호미를 든 초보농부 이현지의 꿈

↑↑ 청년농부 ‘락뚱이’ 최청락 대표는 한우는 비싸다는 인식을 바꾸고 한우가 서민음식으로 대접받는 날을 꿈꾸고 있다.
ⓒ 고성신문

# 청년 축산업자의 하루
“하루가 24시간이지만 저는 36시간처럼 쓰고 있어요.”
마암면 도전리에서 보람농장을 운영하며 소 250마리를 키우고 있는 최청락(30세) 씨.
또래의 여느 청년들같으면 취업이나 결혼을 고민할 나이지만 그는 축산업자라는 직함과 한 아이의 아버지로, 남편으로 우뚝 서서 그 누구보다 부지런히,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축산업자라고 하면 대부분 사람들이 그냥 겉으로만 보고 그저 소 많다, 돈 많이 번다고 하지만 챙겨야 되고 책임져야 하는 것들이 많다는 청락 씨.
청년농부 최청락 씨의 하루는 새벽 5시부터 시작된다. 월·수·금, 1주일에 3번은 창원의 한 두부공장으로 출근해서 콩비지를 1톤 트럭 한 가득 싣고 마암면 농장으로 되돌아온다. 비지는 소 사료를 직접 만드는데 필요한 중요한 영양공급원이다.

“사료값이 장난이 아니에요. 대부분 축산업자들이 사료값을 감당하지 못해 무너지는 경우가 많아요. 사료값을 아끼기 위해 저희는 직접 발효사료를 제조해서 먹이고 있습니다.”
“라이그라스라는 조사료를 직접 재배하고 두부비지를 창원에서 공수해 1차, 2차 발효사료를 만들어 먹이면 힘은 들지만 소도 건강하고 사료값도 절약할 수 있어요.”
250마리의 소 밥을 챙기고, 사료를 만들고, 축사 청소를 하고, 소들의 건강상태를 살피고, 심지어 인근의 작은아버지 소까지 합치면 600마리가 넘는다. 두 집이 함께 힘을 모아 발효사료를 만들기 때문에 한 시도 쉴틈이 없다.
“소 1마리가 하루에 2번, 15㎏을 먹어요.”
얼마나 많은 일을 해야하는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청락 씨는 잠깐 짬이라도 나려하면 가만히 앉아 쉬는 법이없다.

근육운동을 하고, 오디오북을 듣고, 유튜브를 한다. 심지어 KBS 비닐회담이라는 프로그램에서는 사회를 맡아 진행하기까지 한다.
도전하지 않는 삶은 죽은 삶과 같다고 여기는 청락 씨는 무슨 일이든 일단 부딪치고 거기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간다.

새벽부터 이렇게 많은 일을 하고도 그는 언제나 긍정적이다.
“살아있는 동안 눈 뜨고 움직이는게 삶을 선물받은 것이라 여기며, 혜택과 보상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건강하다는 것 하나만으로도요.”

# 축산후계자로서의 첫 발
언제부터 소를 키우기 시작하고 왜 축산업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어릴때부터 아버지가 평생을 축산업에 종사하시는 걸 보고 자랐어요. 축산업을 더 멋지게 한 번 같이 해보자는 생각으로 대학도 축산학과에 진학해 현재 축산업자가 돼 있어요. 처음부터 축산업에 대한 거부감과 거리감이 없었어요.”

아버지는 아들이 새벽부터 축사에 나와 분주하게 일을 하는 동안 밤사이 출산한 소는 없는지, 아픈 소는 없는지, 무엇하나 흐트린것은 없는지 꼼꼼히 챙긴다.

청락 씨는 아버지가 출동하면 항상 긴장모드다. 자신은 100% 최선을 다한 것 같은데 평생을 축사에 바친 아버지의 눈에는 미흡한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청락 씨는 고수(?)의 지적에 절대 싫은 내색을 않는다. 끝까지 웃음과 겸손한 자세로 경청한다. 왜냐면 이 축사는 아버지와 아들을 넘어 하나의 사업체이며, 사회생활이기 때문이다. 가족이라고, 부자지간이라고 실수나 헛점을 용납하면 그때부터 아버지 덕(?)에 먹고사는 그저그런 젊은 청년이 돼 버리기 때문이다.

“제가 가장 경계하는 말이 있어요.”
“니 나가봐라, 세상이 얼마나 힘든데, 아버지한테 고맙다고 생각해라. 임마.”
청락 씨는 그저 소만 키우는 축산업자가 되기 위해 결코 이 길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
“아버지 삶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소를 키우기 위해 살아온 삶 같아요. 주말, 여행, 취미 이런 것 다 포기하고 오로지 축사에서 평생을 보냈어요.”
“이제는 여생을 그동안 하고 싶어도 시간이 없어서 못한 취미생활을 즐기며 행복한 삶을 사셨으면 좋겠어요.”

청락 씨는 대학 졸업 후 바로 촌에 들어와서 지금 소를 키우고 있지만 그 와중에 MC, 유튜버, 청소년 대상 강의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금의 생활에 결코 안주하지 않고 어떤 일이든 도전하고, 또 공부한다.
“도전하는 사람이 결국 웃는 자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있는 걸 어떻게해서든 유지만 하려는 사람은 나중에는 마지못해 산다는 말을 하게 돼요.”

# 축산인으로서 앞으로의 숙제
“한우의 인식을 바꾸고 싶어요.”
한우는 우리가 지켜야하는 우리나라 고유의 품종이다. 진돗개랑 같은 개념으로 보면 될 것 같다. ‘한우’하면 비싸다, 마블링이 많은것, A++ 등급이 높은것, 축산업자는 좋은 승용차를 탄다…. 이런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고 싶다는 것이 청락 씨의 바람이다.
청락 씨는 이런 구조는 현재 유통업자들이 많이 남기는 시스템이기도 하지만 그 희소성 때문에 비싸게 파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청년농부 최청락 씨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축산을 꿈꾸고 있다.
“한우의 인식을 바꾸고 가격을 낮게 평준화시켜 전 국민의 최대 단백질 공급원으로 만들고 싶어요.”
지금은 인구 절벽시대라고들 한다. 갈수록 심각한 고령사회가 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어르신들은 품질 좋은 단백질이 함유된 비싼 고기보다는 그나마 가격이 저렴한 단백질 음료로 대신하는 서글픈 일상을 맞고 있다.

한우를 ‘고급’ 보다는 서민음식으로 만들어 이런 분들에게 1주일 키트로 만들어 배달해 드림으로써 자긍심있는 노인의 삶을 선물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저의 바람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는 않겠지만 시작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우리나라의 전 축산업자들이 인식을 바꾸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동참한다면 꼭 그런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 소 값은 왜 떨어질까요? 빚이 3억인데
아버지의 축사에서 1㎞ 남짓 거리에 보람농장2라는 청락 씨의 축사가 있다.
축산후계자로 토지매입부터 축사 짓는데 3억 가량 들어갔다. 감가상각까지 생각한다면 걸어다니면 안 되고 뛰어다녀야 할 정도라는 청락 씨.
휴일, 주말도 포기한 채 축사에 매달리지만 통장은 쉬이 채워지지 않는다.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조급하거나 조바심 내지 않고 한결같은 뚝심과 열정으로 감내한다. 성실함은 결코 사람을 배반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처음 소를 키울 때는 다들 노심초사하며 불안한 시선을 보냈다면 이제는 가족들은 물론이거니와 이웃들도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
도전하면서 내 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며 안심한다. 열심히 살다보면 내 자리도 지키고 옆에서 걱정하던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바뀌게 되는 것이다.

청락 씨는 돈을 쫓아 헤매지 않는다. 일에 대한 재미, 보람이 우선이다.
소를 키우면서도 “힘들어서 못하겠다. 내가 소 키울려고 사나. 소 밥 줄라고 태어났나. 이런 생각보다는 재미있는 일이 더 많고 보람있는 일이 더 많으니 축산업을 천직으로 여기는 것입니다. 고진감래라는 말을 매우 공감합니다.”

# 실패는 없다. 다만 성공으로 가는 과정일 뿐
“고성은 너무 아름다운 지역입니다.”
고성에서 나고 자라고, 결혼해서 아이까지 둔 가장이지만 그 누구보다도 고성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청락 씨.
그는 고성의 곳곳을 전국에 알리고 싶은 사람이다.
‘락뚱이’라는 이름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청락 씨는 고된 축사일을 긍정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었던 비결로 단연 유튜브를 꼽는다.

“잠시 축사를 잊고 나만의 특별한 일상,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구독자 8천여 명을 둔 ‘락뚱이’는 시골로 들어오고 싶어하는 도시 사람들에게 그의 일상을 공유하며 소통하는 채널이다. 가식없이 자신의 일상을 내 보이고 고성의 풍경, 먹거리 등을 홍보하면서 시골의 한 청년이 이렇게 살고 있구나, 하는데 공감하며 자연스럽게 구독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트랙터며, 중장비 다루는 솜씨도 능수능란하지만, 사료를 만들고 힘든 일과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 그의 열정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때로는 감동을 받는다.

특히 락뚱이 청락 씨의 구수한 사투리에 섞인 재치있는 입담은 시청자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그러다 KBS비닐회담 MC도 됐다. 청락 씨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고맛특공대’라는 코너를 마련해 고성 내 소상공인, 고성맛집 등을 소개하며 그들에게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어릴 때부터 청락 씨의 됨됨이나 면모를 잘 아는 한 주민은 “요즘 보기 드문 청년이다. 예의도 바르고 무슨 일이든 맡겨놓으면 싫은 티 안 내고 끝까지 책임을 다하는 바른 청년”이라고 칭찬하면서 “청년들이 곧 고성을 이끌어 갈 주인이며, 고성의 재산”이라고 했다.
고성에서 함께 웃으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청락 씨의 바람이 꼭 이루어지길 .
/황수경 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황수경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2년 08월 26일
- Copyrights ⓒ고성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름 비밀번호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만평
상호: 고성신문 / 주소: [52943]경남 고성군 고성읍 성내로123-12 JB빌딩 3층 / 사업자등록증 : 612-81-34689 / 발행인 : 백찬문 / 편집인 : 황수경
mail: gosnews@hanmail.net / Tel: 055-674-8377 / Fax : 055-674-8376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남, 다01163 / 등록일 : 1997. 11. 10
Copyright ⓒ 고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함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백찬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