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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열정과 아이디어로 만드는 슬기로운 농촌생활 2.] 농촌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는 청년들, 글로벌제주문화협동조합

농촌 인구 감소, 고령화 일손부족 청년 유입 절실
글제문, 청년들은 일자리 찾고 농촌은 일손 해결
알뜨르 농부시장, 올바른 상품 판매로 상생마켓 인정

황수경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2년 08월 12일
▣ 글 싣는 순서
① 늙어가는 농촌, 새로운 활력이 필요하다
② 제주 농업의 미래를 여는 청년농
부들, 글로벌제주문화협동조합
③ 20대 청년농부가 전하는 즐거운 농촌생활, ‘락뚱이’ 최청락
④ 공룡삼촌농장 임문호 대표의 똑똑하게 농사짓는 법
⑤ 감자에 싹이 나면 농업천국 되지요, 박희명의 감자븐파머
⑥ 창농(創農)으로 농촌에서 삶의 가치를 찾는 청년농부들
⑦ 농업이 살아나면 모두가 행복해질 거예요, 거제 청년농부들
⑧ 지리산이 주는 선물 산나물, 김은윤 청년농부의 참샘산방
⑨ 대 이은 청년농부 전주영의 버섯에 땀은 꿈
⑩ 검 대신 호미를 든 초보농부 이현지의 꿈

# 자신만의 꿈을 쫓아 제주도로 온 청년
지금 우리나라 농촌은 인구 감소, 고령화로 일손이 부족하다. 그 어느 때보다 청년들의 유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행히 최근들어 정부에서도 청년농부와 귀농․귀촌 인구에 대한 다양한 시책이 추진되면서 젊은층의 농촌에 대한 선호도가 다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젊은 층에게 농촌이 단순히 농사만 짓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를 발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제주도는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독특한 문화가 어우러져 많은 청년들이 모여들고 있는 곳이다.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에 있는 한 게스트하우스에 10명 남짓한 청년들이 모여 산다. 글로벌제주문화협동조합(이하, 글제문)의 본거지인 이 게스트하우스는 방치된 펜션 건물을 임대하여 리모델링한 곳이다.
안창근, 이성빈 두 명의 이사진과 6명의 연구원이 현재 글제문의 조합원이다. 제주도와 농촌문화에 대해, 그리고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연구하는 청년들이라 연구원이라는 직책을 붙였다. 이 청년들 말고도 외국인을 포함한 서너 명의 청년들이 짧게는 한 달, 길게는 1년 이상 이 곳에서 묵고 있다.
이들은 여기저기 농장을 다니며 같이 농사를 짓고, 수확한 농산물을 내다 판다. 틈틈이 봉사활동도 하고 축제나 문화 행사도 연다. 각자 기획한 사업아이템도 서로 공유하면서 직접 해 본다. 그들은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면서 자신들의 꿈을 하나씩 실현해 나가고 있다. 대구, 인천, 서울,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살던 20대 초중반의 청년들이다. 취준생, 헬스트레이너, 단역 배우 등 하던 일도 목표도 서로 다른 청년들이다.

# ‘글로벌제주문화협동조합’
글로벌제주문화협동조합은 2016년 안창근, 이성빈 이사 둘이 시작했다. 안창근 이사장은 과거 여러 공공기관에서 정책 로드맵을 세우는 일을 하다가 대구의 한 대학 교수로 있었다. 이성빈 이사는 대구에서 문화 기획가이자 활동가로 일하던 사람이다. 둘은 대구에서 만나 본인들이 꿈꾸던 농촌, 청년, 교육을 테마로 한 새로운 문화사업을 하기로 의기투합했다.
‘청년 워킹홀리데이’로 이름 붙인 이 사업은 자신들이 농장에서 일하면서 돈도 벌고 관광도 하면서 제주도에서 살아보는 프로그램이다. 제주도의 관광자원과 제주 농업, 청년 일자리를 연계한 새로운 접근이었다. 사업은 협동조합 방식의 플랫폼을 만들고 각자가 사업 주체로서 수익을 가져가는 식으로 구상했다. 2016년 6월, 뜻을 같이하는 7명의 청년들이 제주도로 향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콘텐츠는 좋았지만 제주도 도민들의 폐쇄적 문화를 의미하는 ‘괸당문화’를 이해 못했기 때문이다. 마을 주민들은 한두 달 시끄럽게 하고 떠나버릴 청년들이라 여겼다. 어떤 일이든 밑에서부터 시작해야 했다. 하고 싶은 일을 잠시 내려두고 6개월가량 봉사활동을 했다. 노인회관을 빌려 살면서 새벽 6시에 일어나 트럭을 타고 밭일을 돕거나 마을을 청소하고 식사를 준비했다. 어르신들은 차츰 마음을 열고 그들을 주민으로 받아들였다. 이후 마을 발전을 위한 제안서를 같이 작성하고 정부 지원 사업을 유치하는 등 자신들의 경험을 살려 마을에 기여했다. 그들이 계획했던 청년 문화 사업은 어르신들의 허락을 얻어 폐교였던 무릉초등학교를 빌려 시작할 수 있었다.

# 국내 최초의 워킹홀리데이 성공 사례
글제문을 통해 모집된 국내 워킹홀리데이인(이하 워홀러)은 일손이 필요한 농가에 투입돼 일을 한다. 귤 수확이 가장 많지만 다양한 농사일에 참여할 수 있다. 워홀러들의 하루 인건비는 약 8만 원 정도로 제주도에 형성되어있는 기존 인건비의 약 70%에 해당한다. 워킹홀리데이 캠프 초기에는 방문객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꾸준히 SNS를 통해 홍보했고, 10명, 20명, 30명까지 참여자가 늘어났다. 상주하는 조합원도 점차 늘어났다. 무릉초등학교 캠프는 독특한 콘셉트로 전국 게스트하우스 1위로 선정됐다. 그러나 제도상 폐교 내에 조리시설 반입이 어려워 많은 인원이 식사를 할 수 없었다. 그런 이유로 2018년 초 제주시 중앙로 현재 건물로 이사를 했다.
2017년 여름, 대구한의대학교의 진로 탐색 프로그램과 글제문의 워킹홀리데이를 연계하면서 캠프는 더욱 활기를 얻었다. 워킹홀리데이를 대학과 협의하여 진행한 최초 사례다. 학생들은 방학 보름 동안 글제문 캠프에 머물면서 농사일에 참여한다. 그뿐 아니라 농촌 정책, 마케팅, 의사소통, 어학 등의 수업도 한다. 한 학기 200명의 학생들을 모집하는데 900명이 신청할 정도로 청년들의 관심이 높았다. 제주도가 갖는 매력이 학생들에게 크게 작용한 결과다. 2018년 여름부터는 학점과 장학금을 지급하는 계절하기 과목으로 정식 인정받았다.
특히 농산물 마케팅 프로그램의 반응이 좋다. 머무는 동안 직접 수확한 농산물을 각자 자신의 아이디어를 활용하여 판매하는 프로그램이다. 전공에 따라 디자인과는 상품 디자인 측면에서 접근하고, 영상학과는 영상을 만들어 농산물을 한다. 그에 대한 부가소득은 자신들의 몫이다. 계절학기 학점도 얻고, 일에 대한 수익도 얻어가는 구조다.
130명이 와서 1인당 100만 원 이상 매출을 올렸다. 농촌에 와서 단순히 농사일이나 봉사활동만 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학생들은 예상 밖의 경험에 놀라곤 한다.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은 새로운 시각으로 농업, 농촌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됐다.
글제문의 인기는 비단 국내에만 그치지 않는다. 외국에서 오는 워홀러들도 상당수 차지한다. 글제문에서는 숙소 여건과 농작물 재배시기에 따라 인원을 조절해 선발하고 있다. 선발과 관련된 게시물은 주로 워킹홀리데이 커뮤니티사이트에 공지한다. 한 때 대만 워홀러 30명을 모집하는 데 300명의 지원자가 몰리기도 했다.
글제문은 더 큰 프로젝트를 기획하기 위해 내부 확장 공사를 비롯해 교육시설 및 체험시설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농촌, 농촌 관광과 지역문화를 청년들과 쉼없이 교감하고 있다.
 
# 청년과 농촌의 연결, 알뜨르농부시장
한국형 워킹홀리데이를 통해 수확한 농산품은 송악산 앞에 위치한 ‘알뜨르 농부시장’이라는 직판장을 통해 주로 판매된다.
이 건물은 원래 마을에서 쓰던 창고였지만 제주도 건축조례상 가건물로 지정되어 상품 판매가 허가되지 않았다. 글제문은 주민들로부터 동의를 구해 법적으로 유예기간을 신청해 건물을 직판장으로 리모델링했다.
글제문 20대 청년 3명이 이곳을 도맡아 관리하고 있다. 알뜨르 농부시장은 마을에 매달 고정적인 세를 내고 운영하며 일정 소득 이상으로 수익이 발생했을 때는 마을에 추가 이익금을 더 낸다. 또한 마을 주민들의 농산물은 농협에 납품하는 단가보다 더 비싸게 들여온다. 농가 입장에서는 더 나은 가격에 납품할 수도 있고, 마을 입장에서는 많이 팔릴수록 마을의 소득도 같이 올라가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농산물 판로는 직거래가 주를 이루는 데, 이때 워킹홀리데이 등으로 만들어진 네트워크가 큰 역할을 한다. 직접 농사짓고 수확해 본 경험을 갖고 있는 학생들과 국내외 워홀러들이 고정적 소비자 겸 안테나숍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조합원들은 자신들의 전공과 특기를 살려 개성 있는 사업 아이템을 개발하기도 한다. 운동하며 한 달 살기, 글 쓰며 한 달 살기, 영어공부하며 한 달 살기 등 자신들의 장점을 살린 체류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얻어진 소득은 그대로 그들 몫이다. 협동조합이라는 틀 위에서 각자가 새로운 분야를 마음껏 시도해 보는 것이다.
농촌에 들어오려고 하는 청년들도 많고, 다시 나가는 청년들도 늘고 있다. 과거엔 학생들이 ‘농활’을 통해 농촌을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면, 지금 도시에서 자라온 청년들은 책이나, 미디어에서 주로 농촌을 접할 수 있다. 미디어에서 그려지는 농촌의 환상에 젖어 무작정 들어왔다가 농업의 어려움, 주민들과의 갈등, 부족한 기반 시설 등에 후회하며 다시 떠나는 청년들이 많다. 이런 상황을 볼 때, 글제문의 농촌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은 단편적이나마 청년들이 농촌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알뜨르 농부시장에서 매니저를 하고 있는 강유빈(21․김해시) 씨는 “알뜨르 농부시장은 사회적기업제품, 마을주민들이 직접 수확한 로컬식품 등만 판매하고 있다. 청년의 열정과 정의로움으로 올바른 상품, 바른 먹거리만 판매하는 상생마켓”이라며 “글제문에 오고나서 농부의 진정한 땀의 가치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김현진(25․부산광역시) 매니저는 “한 달 살기로 제주에 왔는데 다른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 기간을 연장 할 계획”이라며 “이러다가 아예 제주도민이 될 것 같다”며 웃는다.
거칠것도 두려울 것도 없는 젊음이 부럽기도 하지만 더 부러운 것은 꾸준히 그 속에서 자신만의 꿈을 찾고 키워 나가는 그들의 슬기로움이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황수경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2년 08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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