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① 멸종위기 동식물 품은 국가습지보호지역 마동호 ② 사람과 동식물이 공존하는 습지생태계의 보고, 순천만습지 ③ 물억새 하늘거리고 따오기가 돌아오는 창녕 우포늪 ④ 생태계 공생의 길을 찾는 원시의 나이테, 제주 습지 ⑤ 생명이 찾아오는 습지 보호, 선언을 넘어 실천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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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국가내륙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마동호 습지는 멸종위기 야생동식물과 천연기념물, 휘귀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 다양성의 보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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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동호에 서식하는 휘귀식물 자라풀(사진 위)과 천연기념물 1급 수달(사진 아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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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낭보가 날아들었다. 마동호가 국가내륙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환경부는 지난 2월 3일 마동호습지를 29번째 국가내륙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경남도내 6번째다. 이로써 마동호는 명실공히 고성을 대표하는 습지이자 생태다양성의 보고로서 보존해야 할 천혜의 환경으로 인정받게 됐다. 이제는 습지의 가치와 보존에 집중해야 한다. 마동호의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철새와 다양한 동식물 등 생태환경을 보전하면서 동시에 생태체험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방안이 필요하다. 역사·문화·생태적 가치를 모두 높이는 동시에 향후 고성의 생태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 생태다양성의 보고, 마동호 국가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마동호는 마암면 삼락리와 두호리, 거류면 거산리 일원 108㏊에 이른다. 마동호는 1962년 고성천 하구 간척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1962년 인공적으로 만든 습지다. 인공습지임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을 지나면서 마동호는 황새, 저어새, 매, 두루미, 수달 등Ⅰ급 5종, 큰기러기, 큰고니, 노랑부리저어새, 물수리, 흰꼬리수리, 독수리, 잿빛개구리매, 알락개구리매, 붉은배새매, 흰죽지수리, 재두루미, 흑두루미, 검은머리갈매기, 고대갈매기, 수리부엉이, 삵, 대모잠자리, 기수갈고둥 등 Ⅱ급 18종이 서식하고 있다. 큰고니, 원앙, 붉은가슴흰죽지, 노랑부리저어새, 저어새, 황조롱이, 매, 흰꼬리수리, 독수리, 잿빛개구리매, 알락개구리매, 붉은배새매, 재두루미, 흑두루미, 두루미, 수리부엉이 등 천연기념물 17종, 벗풀과 자라풀 등 희귀식물 2종 등 멸종위기야생생물 23종을 포함해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희귀식물 등 739종에 이르는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있어 생태다양성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있다. 세계관개문화유산이자 국가농업문화유산인 둠벙과 인접해 있어 마동호의 보존 가치는 매우 높다. 농업용수 공급을 목적으로 조성된 습지인지라 주변은 대부분 논이고, 연안습지와 산림이 가까워 생태계의 연결성이 양호하다. 마동호 주변은 남해안에서는 드물게 34㏊의 넓은 갈대숲이 있어 생물다양성이 높은 기수역으로 다양한 생태환경을 유지하고 있어 그 가치가 우수하다. 뿐만 아니라 중생대 퇴적암층과 공룡발자국 화석지가 주변에 분포해 있어 지질학적 가치 또한 높다.
# 역사와 자연사적 가치가 살아있는 곳 마동호는 고성군민들에게 ‘간사지’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하다. ‘밀물과 썰물이 드나드는 땅, 갯벌’을 간석지라고 하는데 간사지는 잘못된 표현이라는 풀이도 있다. 한글맞춤법 6장 1절 52항에는 ‘‘간석지’의 ‘석(潟)’ 자를 잘못 읽어 ‘간사지’로 읽고 적는 경우가 있으나 원음대로 ‘간석지’로 적는다’고 설명돼있다. 마암면과 거류면 일대의 간사지도 애초에 넓은 갯벌이었다. 하지만 마동호 방조제가 생기면서 간사지 즉 갯벌은 사라져버렸다. 용산천과 고성천, 율대천과 송학천은 ‘고성 아오지’라 불리는 죽계리 상하수도사업소 인근에서 만나 당항만으로 흘러간다. 만나는 지점부터 쌓인 퇴적물이 눈에 띈다. 의기 월이가 왜군 첩자의 지도에 없는 선을 그어 물길이 이어진 것처럼 만들어 후에 소소강을 따라 들어온 왜군들이 허둥대다 이순신 장군에게 전멸당했다는 곳이 아마도 이 지역이 아닐까 하는 의견도 있다. 이런 일화들 덕에 속싯개로 불리던 마동호 인근은 매년 월이둘레길 걷기 행사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갯벌의 기능은 잃었다고 하나 마동호는 여전히 철새도래지이고 갈대군락지이며 수생식물의 보고다. 기수역 습지인 이 지역은 경남도내 연안 중 넓은 간석지, 갈대군락이 가장 잘 발달한 곳으로 꼽힌다. 마동호 주변이 간척지가 된 중심에 김정실 국회의원이 있다. 1950년 제2대 민의원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제2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김정실 국회의원은 이듬해 고성간척지 조성사업을 시작한다. 지역유지였던 천경두 씨와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1952년 총사업비 3억6천만 원으로 착공한 고성간척지(마동호·간사지) 조성사업은 8년이 넘는 대규모 사업이었다. 약 400m의 둑은 조수간만의 차를 조절할 수 있게 됐고 당시만 해도 버려진 갯벌이었던 고성간척지는 쌀을 생산하는 농토가 됐다. 이내 거류, 마암, 고성읍의 7개 마을 삶의 터전이 됐다. 이 과정에서 역사에 대한 인식이나 수준이 지금과 같지 않았던 당시 사람들에 의해 고인돌이 공사자재로 동원되기도 했다. 운송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변에서 나는 큰돌로 둑을 쌓으면서 당시만 해도 고인돌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잘 몰랐던 이들은 고인돌의 덮개돌을 썼던 것이다. 영광스러운 역사와 안타까운 사연을 동시에 가진 마동호는 주변은 둘레길이 조성돼 생태공원까지 이어진다. 둘레길 옆으로 보이는 절벽 단면에는 퇴적층과 함께 오래 전 바닷물이 차있었던 곳까지 뚜렷하게 선이 보여 자연사 체험장으로도 좋다.
# 습지생태 보존과 개발 마동호습지의 생태계적 가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지난 2019년부터 습지보호지역 지정 필요성이 대두됐다. 습지 가치와 보존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군은 지난해 4월 환경부에 국가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신청한 데 이어 낙동강유역환경청과 습지보호지역 지정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또한 습지의 기능은 갖췄지만 훼손이 진행 중인 거류면 거산리 일원까지 보호지역 지정 범위를 확대했다. 이 지역의 습지 면적은 국공유지가 82%를 차지한다. 그러나 총 115필지 중 101필지가 사유지로, 주민들의 동의가 없으면 습지보호지역 지정이 힘든 상황이었다. 군은 습지보호지역 지정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 군민에게 알리고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주민간담회와 설명회를 수 차례 개최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동의와 참여로 지난해 1월에는 마동호 안쪽 습지 0.91㎢만 포함됐던 습지보호지역은 바깥 주변 농경지 1.07㎢도 포함하게 됐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지난해 12월 마동호는 국가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 고시됐다. 올해는 습지보전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내년부터는 환경부와 낙동강유역환경청, 고성군이 편입토지 보상 및 습지보전·이용시설을 설치하게 된다. 군은 간사지습지생태체험센터와 독수리구조센터, 숙박이 가능한 생태촌, 생태체험장, 당항포 생태탐방로, 관찰데크 등 기반시설을 조성할 예정이다. 또한 기존 생태, 문화, 관광 기반시설 등과 연계한 마동호 생태관광벨트를 조성해 문화체험과 생태관광 활성화를 꾀한다. 또한 주민감시원, 자연환경해설사 등을 채용, 운영해 지역주민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고성군은 습지보전법에 따라 습지 복원과 습지보전센터 건립을 위한 국비를 신청하고 인근 주민들의 참여를 위해 주민협의체와 주민감시단을 구성해 습지탐방로와 습지보전센터 건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가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 후 마동호는 대대적인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습지생태계를 보전하면서 개발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체험관을 설립하되 자연을 훼손하지 않도록 전시실의 규모를 최소화해야 한다. 그 안에서 다양한 테마전시와 체험주제를 발굴해 기획전시실 운영 강연과 실험, 체험, 심포지움 등의 활동이 가능한 다목적 강의실 등이 필요하다. 철새도래지인 마동호를 조망하며 탐조할 수 있는 야외탐조대도 설치해야 하며 이는 습지와 어울리는 특색있는 친환경 디자인으로, 센터의 수용능력과 시설규모 콘셉트 디자인 유지관리의 용이 등을 고려해야 한다.
# 생태관광중심도시로 출발 마동호가 습지보존구역으로 지정된 이상 무분별한 개발은 분명 막아야 한다. 동시에 마동호습지에 서식하는 철새와 천연기념물을 비롯한 다양한 동식물들이 이루는 생태계는 반드시 보존돼야 한다. 또한 마동호가 가진 천혜의 자연은 생태체험의 장이자 인근 지역과 연계한 관광벨트화 역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탄탄한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 고성군내에서 둠벙은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444개가 분포돼있다. 해안지역은 하천이 발달하지 못해 둠벙은 농사에 필요한 최소한의 수원이다. 둠벙의 저수량은 규모별로 최소 2㎥부터 최대 3천900㎥까지 다양하며,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필수 수계시설로 현재까지 그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 마동호 주변에는 100개가 넘는 둠벙이 산재해있다. 전통농업에서 없어서는 안 될 관개시설이었던 둠벙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19년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에 이어 2020년 세계관개시설물유산으로 등재됐다. 애초에 마동호는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조성한 인공습지다. 그러니 인근에는 논이 접해있다. 논 또한 대표적인 인공습지다. 논습지는 식량제공이라는 기본 역할 외에도 모내기 전부터 수확 전까지 물을 저장하고 산소를 공급하며 온도를 조절하고 온실가스를 흡수한다. 또한 다양한 수생식물과 수서곤충, 양서류와 파충류, 물고기, 동물, 철새들의 먹이터이자 피난처, 번식터이기도 하다. 흔히 봐왔기에 당연스럽게 넘겼던 논은 습지의 역할도 충실히 해내고 있다. 람사르협약에서 논습지 결의안이 상정돼 환경적 측면의 가치로 논습지를 환경생물다양성의 보고로 인정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논습지 체험이 꽤나 주목받는 체험 프로그램이 됐다. 이런 점을 살린다면 어린이를 중심으로 한 가족단위의 습지생태체험의 범위를 넓힐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어린이와 청소년 등으로 구성된 습지생태봉사단을 조직해 운영하고 마동호와 멀지 않은 곳의 당항포관광지 대가저수지까지 이어지는 관광벨트를 구축한다면 고성은 생태관광중심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 지금까지 마동호는 방치되다시피 했고, 농업용수로도 쓸 수 없는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다행히 최근 몇 년 사이 생태환경에 관심이 커지면서 마동호는 ‘고성의 허파’라는 인식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동호 국가습지보호지역 지정은 반가운 일이다. 이 기회에 군민들에게 마동호가 가진 생태적 가치를 알리고 보전에 대한 군민들의 인식을 환기하는 것은 물론 국가습지보호지역으로서 군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그리고 훼손하지 않고 보존하며 습지동식물과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는 고성군과 군민 모두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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