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2025-08-19 00:55:55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칼럼

송학동고분군의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등재를 앞두고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2년 01월 10일
ⓒ 고성신문
한때 한반도 남쪽 지방을 지배했던 가야왕국의 흔적이 남아 있는 가야 고분군이 오는 7월쯤에 유네스코 세계
화유산으로 등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야 고분군은 경상도를 중심으로 전라도까지 널리 분포되어 있지만, 그 중 일곱 개 고분군이 특별히 선정된 것이다. 영토가 넓었던 만큼 가야 고분군은 알려지지 않은 것까지 고려하면 전체 크기나 면적을 가늠하기가 힘들다. 이번에 문화유산으로 등재 예정인 고분군은 비교적 크기가 크고 널리 알려진 것으로, 거기에 우리 지역의 송학동고분군이 들어 있으니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값진 성과가 있기까지는 소가야의 역사를 찾고 지켜온 재야사학자들의 노력이 있었고, 가야주민수호단과 소가야문화보존회를 비롯한 문화재 지킴이들의 노고가 있었다. 먼저 그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그런데 역사에 남을 큰 경사를 앞두고 아쉬운 점이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는 송학동고분군의 초라함이다. 우선 고분군의 입지를 비교해 보자. 일곱 개 고분군의 넓이를 보면, 지산동고분군(고령. 대가야) 84.41ha, 말이산고분군(함안. 아라가야) 40.28ha, 교동과 송현동고분군(창녕. 비화가야) 34.1ha, 옥전고분군(합천. 다라국) 14.47ha, 유곡리와 두락리고분군(남원. 기문국) 9.52ha, 송학동고분군(고성. 소가야) 3.16ha, 대성동고분군(김해. 금관가야) 3.06ha이다. 전체 넓이가 189ha인데 송학동고분군이 차지하는 면적은 전체 면적의 1.67%에 불과하다.
고성과 비슷한 규모의 김해가 있기는 하지만, 부산의 위성 도시로 발전하면서 고분이 남아 있기 힘든 지리적 조건을 고려한다면 농어촌 지역인 고성과는 경우가 다르다고 할 것이다. 고성의 고분군은 일부 훼손되거나 분실되기는 했지만 외형이 온전히 남아 있는 것이 많다. 그리고 크기나 넓이가 다른 지역에 비해 작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주류 여섯 가야에 들지도 못했던 변방 소국보다 규모가 작은 것은 역사적 소명 의식의 부족 때문이다.
이는 고분군의 형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창녕, 합천, 남원은 모두 2개 이상의 지역을 하나의 고분군으로 묶어서 관리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적지 않은 고분을 보유하고 있는 고성도 그렇게 할 수 있다. 우선 쉽게 묶을 수 있는 곳은 가까이 있는 기월리고분군이다. 두 고분군은 행정상 나누어진 것이지 사실은 하나의 권역이다. 송학리고분군에 기월리고분군을 하나로 묶었다면 더 넓은 지역을 세계유산으로 등록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거기에 최근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내산리고분군을 넣어 ‘송학동과 내산리고분군’으로 범위를 더 넓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소가야는 한때 포상팔국의 맹주로 군림할 만큼 큰 나라였으며, 해상활동을 통해 주변의 많은 국가와 교류하며 성장한 세력임을 생각해보면 내산리고분군이 가진 의미가 크다. 특히 대부분 내륙적 특성을 가진 다른 지역 고분군과 차별성도 있다. 그러기에 가야연맹의 주축이었던 소가야를 상징하는 송학동고분군에 해상세력의 흔적을 담고 있는 내산리고분군을 더한다면, 유네스코 등재 일곱 개 지역 고분군 중에서 가장 으뜸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고성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그동안 말로만 ‘소가야의 영광’을 외쳤지, 성과로 나타난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에서 지자체와 주민이 하나가 되어 가야사를 연구하고 유적 보전을 위해 노력할 때, 고성은 뒷짐만 지고 있었다는 것이 옳은 표현일 것이다. 겨우 송학동의 고분 몇 개만 발굴 조사했을 뿐, 나머지 고분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었다. 가장 많은 분묘가 있는 내산리고분군은 최근에야 발굴과 연구를 하면서 중요성이 알려졌지만, 문화유산 명단에 함께 올리기에는 시기적으로 늦어버렸다. 그뿐인가? 연당리고분군은 도굴로 허물어져 고분의 형태마저 없어져 가고 있음에도 보존의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기에 송학동고분군이라도 문화유산 등재 목록에 올릴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야사에 대한 인식 부족과 함께 투자도 소홀했다. 인근 지역인 함안 말이산고분군의 경우, 개발로 인한 유적 훼손을 우려하여 국가에서 주는 거액의 국비까지 반납하며 고분의 원형을 보존했다. 대신 고분 인근에 박물관과 유물 전시장을 별도로 만들었다. 조상이 남긴 흔적을 온전히 지키겠다는 함안 사람들의 자부심이 아라가야의 역사를 새로 쓴 것이다. 특히 별도의 사적이었던 도항리와 말산리의 고분군을 하나의 고분군으로 묶어 말이산고분군이라는 이름으로 관리하는 것은 눈여겨볼 일이다.
고성도 별도의 고분군으로 인식되어 있는 송학동고분군과 기월리고분군을 같은 영역으로 묶는 작업을 해야 했다. 그러나 기월리고분군의 경우 아직 기초조사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이처럼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 것은 역사에 대한 지자체의 무지와 관심 부족에서 나온 것이다. 다른 지역에서도 한 일을 고성이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 조금만 더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했다면 최소한 다른 지역만큼은 했을 것이다. 그만큼 역대 행정과 의회에서 역사에 대해 무관심했다는 말이 된다. 특히 최근 3년은 가야사 연구에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던진 화두가 ‘가야사 복원’이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의 하나였던 만큼 중앙 정부의 적극적 투자와 지원이 있었다. 이번의 가야고분군의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등재도 그 일환에서 나온 성과이다. 그러기에 고성도 의지만 있었으면 얼마든지 성과를 낼 수 있는 여건이었다. 그러나 과정과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다른 지역에서는 전담 부서를 만들고 25~30명 정도의 공무원과 학예사를 두고 사업을 전개할 동안, 고성은 문화관광과에 겨우 2명의 전담 직원을 두고 '가야사 복원 TF팀'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기가 찰 일이다. 그러고도 찬란했던 소가야왕국의 부활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한 마디로 속상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역사는 사회 존속의 기반이면서 삶의 교과서이다. 지나간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그 속에서 삶의 미래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사를 모르는 사람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역사를 아는 만큼 역량도 커진다. 역량이 커지는 만큼 사회는 발전할 수 있다. 고성의 역사를 안다는 것은 고성을 그만큼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소가야 역사의 연구와 보존이 필요한 것이다. ‘왕도 소가야의 영광’을 인사말에 섞어 이야기하고는 행사장 자리를 뜨는 어르신들은, 입에 발린 인사치레에 앞서 가야문화를 공유하는 인근 도시를 먼저 살펴보라. 부끄러움이 생길 것이다.
군수님과 의원님들을 비롯한 지역의 어른들에게 권하고 싶다. 가야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우선 등재를 앞둔 여섯 개 지역의 고분군부터 한 번 돌아보시라. 당신들이 얼마나 좁은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유네스코 문화유적 등재는 고성이 품격 높은 문화도시로 승격됨을 뜻한다. 그러나 등재된다고 끝이 아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등재 이후에는 국제적 문화재 보유 도시의 위상에 걸맞은 활동이 있어야 한다. 당장은 가까운 기월리고분군을 비롯하여 송학동고분군의 영역을 확대해야 하고, 내산리고분군까지 포함하는 ‘소가야고분군’을 만들어야 한다. 세부적으로는 소가야고분 탐방길 개발 등 다양한 시설과 볼거리를 갖춰야 한다. 발굴된 유물 관리도 과학적이고 체계적이어야 한다. 지금처럼 박물관에서 진열대 전시를 할 것이 아니라, 유물 개체마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별도의 유물전시관 건립도 필요하다. 가야사 복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국비 지원을 요구하는 것도 당면한 일 중의 하나이다.
언제까지 우물 안 개구리 짓을 할 것인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입으로만 소가야의 역사를 말할 것이 아니다. 깨어있는 의식과 행동으로 과거의 역사를 돌아보고 미래의 역사를 만들어 가야 한다. ‘왕도 소가야 영광’의 재현에 우리 함께 힘을 모아 보자.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2년 01월 10일
- Copyrights ⓒ고성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름 비밀번호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만평
상호: 고성신문 / 주소: [52943]경남 고성군 고성읍 성내로123-12 JB빌딩 3층 / 사업자등록증 : 612-81-34689 / 발행인 : 백찬문 / 편집인 : 황수경
mail: gosnews@hanmail.net / Tel: 055-674-8377 / Fax : 055-674-8376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남, 다01163 / 등록일 : 1997. 11. 10
Copyright ⓒ 고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함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백찬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