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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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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3악장
홍지윤
아버지라 부르지 마라 오늘은
남편이라 찾지 마라 이 시간
늦어서 되겠냐고 묻지 마시라
한 호흡 두 걸음 불꽃같은 인생이다
다시 오지 않을 이 시간을 붙들고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았을까? 남편 자리를 지켜야하는 고된 책임의 시간들이 흘러갔을 것이다. 이제 다 내려놓고 살고 싶은 은퇴시간을 맞이한 디카시 한편이 가볍게 읽힌다. 홍지윤 시인의 <인생3악장> 자신을 찾고 싶은 마음 뒤켠에서 꿈틀대었을 용기의 깃발이 보인다. 인생1악장에서는 자식의 도리, 2악장에서는 가정을 지키는 아버지의 이름이었다면 이제 3악장은 본인의 길을 찾는 길이라 말하고 싶다. 요즘 시니어시대가 도래되었다. 주름진 얼굴, 흰머리 카락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색소폰을 부는 사람, 드레스를 입고 합창단에서 발표하는 사람, 늦깎이 문학공부를 통해 자신이 살아온 세월을 녹인 시집 한 권을 내 놓는 등 자신의 이름 찾기에 바쁜 세상이다. 평생교육원이라는 교육장에서 부족한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성실한 학생의 신분으로 돌아가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열정이 뜨겁다. ‘한 호흡, 두 걸음 불꽃 같은 인생이다.’ 다시 오지 않을 짧은 시간을 붙들고 태워보는 저 불꽃위에 자신의 이름을 찾는다는 것은 아름다운 모습이다. 조금 서툴면 어떤가? 전문성이 부족하면 좀 어떤가? 지금이다, 자신의 꿈을 찾는 일을 하는 것이다. 자식, 남편, 아버지 이름도 잠시 접어두고 ‘무소의 뿔처럼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떠나라’라고 말하고 싶다. 자신의 인생3악장 끝에는 붉은 장미보다 더 화려한 본인 이름 석 자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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