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2025-08-19 02:52:50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동동숲 아동문학 산책

목빛 고운 새들의 의자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12월 03일
↑↑ 손광세 나무
ⓒ 고성신문
동동숲에는 특별한 나무가 세 그루 있다. 《열린아동문학》의 특별한 코너에 작품과 함께 소개되지 않은 분들의 나무다. 그중에 더욱 특별한 나무는 동시인 ‘손광세 나무’다.
손광세 선생은 1945년 일본에서 태어나 해방과 더불어 경남 진양군 정촌면에서 자라면서 정촌초등학교, 진주사범학교 병설중학교, 진주농고, 진주교육대학과 서울교육대학교를 졸업한 시인이자 시조 시인이다.
교육대학 졸업 후 합천과 남해의 작은 학교에서 어린이 글짓기에 힘쓰다가 1977년 《아동문예》에 동시, 1980년 《월간문학》에 시조, 1988년 《시문학》에 시가 천료되었고 198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었다.
서울 소년의 집 학교를 거쳐 서울 안산초등학교에서 정년퇴직한 선생은 동시집 『이태리 포플러 숲길을 걸으며』, 『빛여울의 은어떼들』, 『나무 의자』, 『손광세 동시선집』등과 시집 『이 고운 나절을』, 『낚싯대를 드리우고』, 『물안개 속에서』 등을 남겼으며 동시 ‘나룻배’와 ‘은행나무’, ‘옹달샘’ 등이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렸다.
↑↑ 손광세 시인나라
ⓒ 고성신문
선생은 생전에 <시인나라>라는 A4용지 크기의 4쪽짜리 개인 신문을 만들어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2015년 10월까지 61호를 펴냈다. 동시인, 시인들의 작품은 물론, ‘가족사진’ 코너에는 어려웠던 시절의 사진을 소환해 읽는 이를 숙연하게 했다.
선생은 폐섬유화로 유명을 달리했는데 떠나기 전 여름, 마지막 가족 나들이를 하면서 마라도에서 ‘제비꽃’을 썼다.

먼 남쪽 섬
마라도 잔디밭에 핀
보랏빛 제비꽃.
“예쁘다!”
아기가 들여다본다.

“잘가.”
엄마 손잡고 걸어가는
아기의 뒷모습
뒤꿈치 들고
바라본다.

이 무렵 《열린아동문학》은 선생에게 원고 청탁을 했고, 선생은 마지막으로 쓴 작품을 보내왔다. 8월 4일, 건강 관계로 ‘열린한마당’에는 참여할 수 없다며 ‘제비꽃’과 함께 ‘잠자리 기자’를 보내왔는데, 나는 너무 일찍 도착한 원고를 놓쳐 가을호에 실지 못하고 2017년 겨울호에 실었다. 9월 6일, 40년 잡지 만들면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곡진한 메일을 드렸더니 9월 7일, 작업하다 보면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연락줘서 감사하다고, 빛나는 가을 겨울 맞으라는 짧은 답신을 보내왔다. 12월 1일 발행되어야 할 겨울호는 제날짜를 지키지 못했고, 선생은 12월 8일 타계했다. 분명 책을 보지 못했을 거라 생각하니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이듬해 봄에 ‘손광세 나무’가 생긴 것이다.
↑↑ 손광세 선생
ⓒ 고성신문


나무들이
뚝딱뚝딱 망치질을 한다.
초록빛 바람 쉬어 가라고
두 다리 토당거리며
노래를 부르고
재재갈재재갈
맘껏 떠들다 가라고
의자를 만든다.
순한 빗방울도 앉았다 가고
목빛 고운 새들도
머물다 가라고
나무들이
작은 의자를 만든다.
참 많이도 만든다.

선생의 대표작 ‘나무들이’다.
선생의 나무는 소나무지만 이 나무 한 그루 있어 동동숲 모든 나무는 초록빛 바람 쉬어 가라고, 재재갈재재갈 맘껏 떠들다 가라고, 순한 빗방울도 앉았다 가라고, 목빛 고운 새들도 머물다 가라고 의자를 만들 것이다. 참 많이도 만들 것이다.
12월 8일은 선생의 4주기 되는 날이다. 그날 나는 아무도 모르게 선생의 나무 앞에 아직도 시들지 않은 들꽃을 둘 것이다.
지난 11월 21일, 삼척에 사시던 김진광 동시인이 타계했다. 6월 24일, 동시 ‘뒷면’과 ‘밟고 있으면’을 보내면서 코로나 잘 이겨내고 행복하라 하시더니 황망히 떠나셨다. 병상에 계신다기에 가을호에 실었더니 아마, 못 보고 가셨을 것이다. 실은 것은 다행이지만 못 보고 가셨으면 안타까운 일이다. 내년 봄에 동동숲에는 동시인 ‘김진광 나무’가 특별한 네 번째 나무로 모셔지게 될 것이다. 두 분의 명복을 빈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12월 03일
- Copyrights ⓒ고성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름 비밀번호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만평
상호: 고성신문 / 주소: [52943]경남 고성군 고성읍 성내로123-12 JB빌딩 3층 / 사업자등록증 : 612-81-34689 / 발행인 : 백찬문 / 편집인 : 황수경
mail: gosnews@hanmail.net / Tel: 055-674-8377 / Fax : 055-674-8376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남, 다01163 / 등록일 : 1997. 11. 10
Copyright ⓒ 고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함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백찬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