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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숲의 동·편·맥길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11월 19일
ⓒ 고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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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숲에는 글샘오솔길을 비롯해서 구슬하늘길ㆍ편백길ㆍ진달래길ㆍ산복숭아길ㆍ자연소리길 등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보이지 않는 숲길이 실핏줄처럼 이어져 있다. 모두 합하면 4㎞가 훨씬 넘는다.
‘글샘오솔길’은 숲에서 제일 먼저 만든 길로 2013년 4월 고성군과 고성군 산림조합이 함께 만들어 준 길이다. 숲 가운데 있는 글샘을 지나 꼭대기까지 이어진 그야말로 숲 속의 작은 오솔길이다.
편백길과 진달래길, 산복숭아길은 글샘오솔길에서 편백나무숲으로, 진달래숲으로, 한 그루 있는 산복숭아나무를 찾아가는 길이다. 그리고 2020년에 만든 구슬하늘길은 자정향실에서 구슬하늘수국원으로 가는 제법 길같은 산책로다. 잡목과 숲에서 별 쓸모없는 리기다소나무만 베고 참솔과 해송, 참나무는 거의 다치지 않고 만든 길이다.
올 봄에 만든 자연소리길은 계곡으로 가는 길이다. 동동숲과 건너편 산의 경계에 흐르는 계곡은 동동숲의 백미다. 10여년 전 숲을 만들 때 여러 가지 힘든 일에 부닥쳐 내 고향 영양으로 갈까도 생각했지만 이 계곡의 매력에 빠져 그 어려움들을 다 겪고 이겨냈다.
계곡 위쪽에는 비록 사슴농장에서 내려오는 작은 물줄기가 있기는 하지만 사람이 살지 않아 청정수인데다, 무량산 정상 오른쪽으로 흐르는 물은 거의 우리 계곡으로 흘러, 사철 물 마르는 일이 없다. 아직도 가재와 늦반디, 그리고 고향에서 가져와 부화시킨 애반디가 사는 이 계곡은 고성 사람들도 모르는 비경을 가지고 있다. 비가 아무리 많이 와도 흙탕물이 흐르지 않고, 계곡 건너편 국유림에는 팔색조가 산다. 난데없이(?) 지어진 ‘열린아동문학관’ 때문에 유리창에 부딪힌 팔색조가 한 마리는 관계기관에 신고해 박제로 남고, 한 마리는 자력으로 날아갔다. 여름 내도록 동동숲에는 팔색조 울음소리가 청아하다.
여러 형태의 선녀탕(?)이 있고, 30년 전에 본 춘란이 아직도 바위 틈에서 자라고 있다. 이 명품 계곡을 그냥 묻혀두기 아까워 이 계곡을 넌지시 보며 즐기는 길을 만들었다. 그리고 바람없는 날에도 수 십 만 개의 아파리를 살랑거리고 있는 커다란 이태리포플러 주변에는 산복숭아와 말발도리를 심어 무릉도원으로 만들고, 계곡에서 숲으로 올라오는 양쪽 길에는 노랑 붓꽃과 후박나무를 심었다. 사이사이에는 수년 전에 심은 합다리나무와 은행나무도 있다. 그리고 내년 봄에는 군데군데 단풍나무를 심어 가을을 아름답게 할 생각이다. 개울가에 지천으로 서 있는 때죽나무와 고추나무는 5월이면 하얀 강물이 흐르게 할 것이다.
구슬하늘길의 또다른 이름은 동·편·맥길이다. 절개된 쪽에는 동백을, 마주보는 쪽에는 편백나무를 심고, 편백나무가 있는 가장자리에는 맥문동을 심었기 때문이다.
3년에 걸쳐 길따라 뿌린 맥문동 씨앗은 내년부터 꽃을 피울 것이다. 감로ㆍ예원과 함께 사방천지에서 훑어온 씨앗이다. 해마다 7월이면 길따라 길 끝까지 보랏빛 띠를 두른 듯 맥문동꽃이 필 것이다.
편백나무는 동동숲 편백숲에 지천으로 묘목이 있어 봄마다 옮겨심고 또 옮겨심어 큰 것은 1m를 넘고 있다. 일단 자랄 때는 그늘을 좋아하는 편백나무는 잡목의 잎과 잡풀이 사그러지는 가을이 되면 제 모습을 드러낸다. 아랫가지만 잘 쳐주면 10년 후에는 제법 큰나무가 될 것이다.
동백나무는 우리 숲의 보배가 될 나무다. 10여 년 전에 사다 심은 나무는 이제 제법 꽃을 피운다. 동네 아주머니가 산소 앞에 심은 나무 밑에서 싹이 나 자란 묘목을 얼마든지 가져가라 해서, 3년에 걸쳐 500여 그루를 심었다. 큰 것은 꽃을 피우고 작은 것은 10㎝도 안 된다. 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자라 꽃을 피우고, 붉은 꽃잎이 떨어진 꽃길을 걸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설렌다. 그러나 내 나이 이미 칠십 둘, 언제 올지 모르지만 그가 내 곁에 와 가자고 하면 나는 늘 대답할 준비가 되어있다.
“안 돼, 지금은 못 가. 야들이 꽃 필 때까지는.”
-그 누구보다도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애절한 꽃말처럼 너무나 사랑하는 당신이기에 동백에 목숨을 건다. 때죽나무가 있어 향기롭기까지한 동ㆍ편ㆍ맥길에 목숨을 건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11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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