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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 비싼 만큼 맛이 있겠죠?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11월 12일
ⓒ 고성신문
예전에 비해 요즘은 경제적으로 살기가 참 좋아졌다. 어린 시절 배곯으며 넘었던 보릿고개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먹방 채널이 대세이다. TV를 켜면 열 개 중 네다섯 개는 먹는 방송이고, 광고 역시 음식 광고가 가장 많다. 먹는 방송이 뜨면서 셰프 또한 인기 직종으로 떠올랐다. 같은 재료라도 요리사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식도락가들은 일부러 유명 셰프가 운영하는 가게를 찾는다. 그리고 대부분 그런 가게는 일반 가게에 비해 상대적으로 음식값이 비싸다. 일반 서민들이야 가격 싸고 양 많으면 좋은 음식이지만, 가진 사람들이야 돈이 문제랴. 맛만 있다면 천금을 내고라도 먹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그렇다면 우리 주변에서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물은 어떨까? 물도 맛에 따라 가격을 매길까? 당연히 물도 급이 있다. 그러기에 값어치도 다르다. 일반적으로 값싸다고 알려진 수돗물과 조금 더 비싼 가격으로 마시는 생수는 급이 다르다. 정수기를 거친 물은 돈을 들인 만큼 더 급이 높아지고, 간혹 돈 들이지 않고 가까운 산을 찾아가서 떠오는 약수가 있지만 무거운 물통을 집으로 옮겨오는 수고로움을 생각하면 싼 것만은 아니기에 정수기 물보다 급이 더 높다. 이처럼 음식도 그렇고, 물도 그렇고, 대부분 상품은 가격이 높으면 맛과 질이 좋아진다.
그런데 이런 경제 논리에서 벗어나는 상품도 있다. 수돗물이 그것이다. 물은 전기와 더불어 국가에서 관리하는 자원이다. 그런 탓에 전기는 한국전력공사에서, 물은 한국수자원공사에서 관리한다. 그리고 가정용 전기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국적으로 같은 품질에 같은 가격으로 가정에 공급한다. 그러기에 우리는 수돗물 역시 같은 조건으로 공급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큰 착각이다. 수질은 물을 채취하는 수역에 따라 다르다. 그리고 가정으로 들어오는 배관의 노후에 의해 오염되기도 한다. 간혹 수돗물에서 오염물질이 나오거나 악취가 나는 경우가 거기에 해당한다. 지역별로 물의 품질이 다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처럼 수돗물이라고 다 같은 것은 아니다. 수돗물도 급이 있다. 지역에 따라 수원이 다르므로 수질도 따라 달라진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가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수돗물은 상대적으로 도시보다 농어촌 지역이 비싸다. 물 소비자가 밀집된 도시와 달리, 상수도 배관이 넓게 분산돼 있어 투입되는 비용이 많고, 이에 따라 관리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거기에 보태어 낡은 배관은 누수율이 높아지면서 원가를 높이는데 한몫한다. 이러다 보니 지자체별로 수돗물 생산원가가 달라지면서 가격의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문제는 그 편차가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지역별로 톤당 가격이 400원대에서 1천800원대까지 거의 5배 정도의 차이가 있다.
한 국가의 통일된 행정 체제에서 공동 자원인 물값이 이처럼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돈 놓고 돈 먹는 노름판이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국가기관에서 하는 사업이라는 차원에서 생각하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손익을 따지는 사기업이 아닌 국가기관이다. 국가에서 관리하는 기간 자원을 공급함에 지역별로 다른 요금 체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리고, 수질이나 노후관 관리는 국가가 해주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 일을 하라고 세금을 내는 것이다. 더욱 이해 못 할 것은 수도세가 비싼 지역일수록 수질이 나쁘다는 것이다. 노후관이 많아 부식된 찌꺼기가 섞여 나오기 때문이다. 결국 돈을 많이 낼수록 수질이 떨어지는 물을 마신다는 모순이 생긴다. 돈을 더 내면 좀 더 나은 음식을 내놓는 것이 이치에 맞다. 많은 돈을 내놓을수록 더 나쁜 상품을 내놓는 것은 일반 사기업도 하지 않는 일이다. 그것을 국가기관이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하고 있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낀다.
그렇다면 우리 지역의 수돗물은 어떨까? 얼마 전 가정집 수도에서 오염된 물이 나온다는 소식이 지역 언론에 실렸다. 올해 5월부터 송학리 일부 가정집 10여 세대의 수도에서 검은 이물질이 섞여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특별히 놀라운 소식은 아니다. 이물질이 섞인 수돗물 문제는 가끔 있는 일이어서 이제는 그러려니 흘려 넘긴다. 그런데 이번에는 오염물질 배출이 지속적이고, 신고받은 한국수자원공사 고성지사는 여과기만 바꾸어 달 뿐 아직도 근본적인 수습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아마도 이번 사고는 일회성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닐 것이다. 노후관에서 생긴 일이니, 우선 급한 대로 문제가 된 주변 관로를 개선하는 것으로 임기응변식 해결이 되겠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고성 지역의 주요 수도관이 대부분 주철관으로 되어 있고 이미 교체 시기를 넘겼다. 전체 관로를 교체하지 않고는 연이어 이번과 같은 사고가 터질 것이다. 물 전문가도 아니고, 토건업을 하는 사람도 아니면서 이런 안타까운 예언을 감히 할 수 있는 것은 고성의 수돗물값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곳 중의 한 곳이라는 데이터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강 물을 사용하고 있는 고성의 수도세는 톤당 1천800원대라고 알려져 있다. 이는 남강 물을 함께 사용하는 통영, 거제, 사천과 함께 전국 최고의 수치이다. 600원대의 서울은 비교 대상에서 제외하더라도, 고성과 비슷한 여건인 남해의 520원대에 비하면 몇 배나 비싼 물값을 치르고 있다. 일반적으로 가정용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계인 31~40m³의 상하수도 요금을 견주어 보면 산청군이 1천30원, 남해군이 1천76원인데 비해 고성은 2천605원으로 비슷한 조건의 지역과 두 배 이상 비싸다. 너무 차이가 난다. 다른 지역보다 노후관이 특별히 더 많다고 해석하기도 어렵다. 혹시 우리가 모르는 비싼 물값의 요인이 있지나 않을까?
가능성이 있다면 수돗물 관리를 지방자치단체에서 직접 관리하는 다른 지역에 비해, 고성은 한국수자원공사에 위탁 운영하고 있다는 데서 찾아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전국적으로 위탁 관리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고, 지역 수자원공사마다 별도 경영을 하고 있어 데이터 비교가 힘들지만, 위탁 운영 체제가 비싼 물값을 치르는데 한몫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같은 품질의 상품 가격이 큰 차이가 난다고 생각해 보라. 단돈 100원만 차이가 나도 싼 곳을 찾는 소비자가 내용도 모르고 다섯 배나 비싼 금액을 치렀다고 하면 당장 소비자보호센터에 고발이 들어갔을 것이다. 이처럼 비싼 물값에 오염물질이 섞인 수돗물을 마시고 있건만, 경남고성공룡엑스포 행사장에서 고성의 수돗물이 깨끗하다고 자랑하며 시음회 행사를 했다고 한다. 헛웃음이 절로 나온다.
비싸다고 수돗물이 맛있는 것은 아니다. 전국 최고로 비싼 물값을 낸다고 자랑할 일도 아니다. 이런 것은 전국 최고가 되지 않아도 된다. 도리어 비쌀수록 질 낮은 서비스를 받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더구나 주민들은 고성의 물값이 이렇게 터무니없이 비싸도 그 이유를 모른다. 언제부터 그랬는지, 누구의 책임인지도 모른다. 이제부터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 고성의 비싼 물값을 해결하려면, 우선 노후관 교체와 관리는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국가 차원의 재정으로 하고, 전국적으로 같은 물값을 치르도록 중앙정부에 요청해야 한다. 아울러 고성의 물값이 비싼 이유를 정확하게 찾아내서, 적어도 조건이 비슷한 인근 농어촌 지역과 같은 물값을 내도록 행정과 의회가 의지를 모아야 할 것이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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