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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직 사퇴까지 불러온 불통의 정치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10월 29일
ⓒ 고성신문
물은 흐르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평소에는 온순하지만 때로는 격하게 흐른다. 이런 물의 속성을 잘 알고 이용한 것이 물레방아라는 농기구이다. 물레방아는 외부�
�서 들어오는 물이 물받이에 일정 부분 차면 바퀴가 돌아 바깥으로 흘려보낸다. 물레방아는 물레와 방아의 복합어이다. 물레가 돌아가면서 만들어지는 에너지로 방아를 찧는다. 회전 주기는 빠르지도 늦지도 않다. 방아를 돌릴 만큼의 속도로 알맞게 돌아간다. 그래야만 곡식을 찧을 수 있다.
물레방아의 기능을 보면서 정치와 닮은 점이 참 많다고 생각한다. 흐르는 물은 주민들의 사회적 욕구이다. 물이 없으면 물레방아의 존재 의미가 없듯이, 정치라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좀 더 나은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있어야 정치가 있다. 사람들의 정제되지 않은 욕구를 받아들여 행복한 삶이라는 궁극적 결과를 만들고, 넘치는 것은 걸러 보내는 역할이 정치이다. 그런데 물레방아가 처음부터 부실한 자재로 만들어졌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바퀴에 이물질이 끼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물레방아는 본연의 기능을 잃어버린다.
작금에 보이는 지역 사회가 그렇다. 3년 전 민선 제7기 지방자치단체가 출범할 때만 해도 주민들의 기대감은 컸다. 젊고 유능한 인재로 불리는 진보 성향의 단체장과, 진보와 보수가 고르게 섞인 중도 성향의 의회가 출범하여 환상적 조합이라고 했다. 진보의 아이콘이라고 부르는 ‘공정과 소통의 정치’가 충분히 지역적 보수의 벽을 넘어 이전에 보지 못했던 세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것은 오래가지 않았다. 두 기관은 밀월의 시간도 두지 않고 부딪히며 삐거덕거렸다. ‘최초·최고’라는 이름으로 과감한 정책을 펼친 행정의 잘못인지, 사사건건 발목을 잡은 의회가 잘못한 것인지는 역사가 판단할 일이다. 다만 지난 3년 동안 고성군 행정에 공정과 소통이 없었음은 사실이다. 주민의 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정책을 주민이나 의회와 논의 없이 언론에 선제적으로 터뜨려놓고 동의를 강요한 행위는 소통의 부재였고, 측근 중심의 불공정한 인사와 친인척 몰아주기 수의계약으로 공정의 약속은 공수표가 되어 버렸다.
그렇다고 의회 역시 잘한 것도 없다. 협조와 견제를 약속했던 의회는 매번 한발 늦은 대응으로 행정의 발목이나 잡는다는 눈총을 받았다. 행정의 의회 능멸에 대응하는데 여야가 어디 있을까? 뜻을 하나로 모아 대응해도 힘들 판에, 두들겨 맞아 피멍이 들 때까지 진보와 보수로 나뉘고, 보수마저도 갈라져 제대로 된 대응을 못 했다.
이렇게 행정과 의회의 대립 속에 많은 현안이 대두하였다. 증여자의 뜻을 무시한 구 공설운동장의 재활용, 소통 없이 행해진 일방적 저수지 낚시 금지, 잠시 불붙었다가 꺼져버린 문화·예술회관 건립, 인근 주민의 건강과 환경 파괴를 무시한 화력 발전소 건립, 제정구 정신이 없는 제정구 커뮤니티센터 운영 등 손가락으로 꼽기도 어려울 만큼 많은 사안이 물밀듯이 터져 나왔다. 모두가 불공정과 소통의 부재가 불러온 문제들이다.
물레가 헛돌지 않아야 방아가 제 역할을 하고, 방아는 물레의 회전에 균형이 깨지지 않도록 제자리를 지켜야 한다. 둘 중 하나라도 자신이 맡은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물레방아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행정과 의회는 물레와 방아의 관계이다. 두 기관이 함께 움직여야 세상이 바로 돌아간다. 군수와 의원들은 자신들에게 맡겨진 공무에 대한 공동책임의 의미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많이 배우고 뛰어난 능력을 갖춘 분들이니 모를 리는 없다.
하지만 결과만 두고 보면 모두 위험하게 궤도를 이탈했다. 단체장은 오만과 독선으로, 의원들은 행정의 위험한 질주를 막지 못한 죄를 지으며, 고장 난 물레방아처럼 민심을 역행하는 걸림돌이 되었다. 처음부터 부실한 자재로 만들어진 것인지, 아니면 도중에 이물질이 끼였는지는 알 수가 없다. 문제는 모두가 자기부정의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오로지 주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민선 7기 출범의 약속을 잊어버린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잊어버린 체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두 권력 집단의 갈등 속에서 주민들의 삶은 피폐해 가고 있다.
주민들은 공약을 기억하고 있다. 주민에 대한 무한한 봉사와 성실한 책무 이행은 그들의 약속이었다. 그러기에 그들에게 약속을 상기시키고 이행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공무원노조는 공정한 인사 약속을 지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소통의 약속을 지키라며 유스호스텔 건립의 재고를 바라는 숙박업계의 시위가 그렇고, 환경 친화 도시 건설의 약속을 지키라는 마암 곤기마을 주민들의 단체 행동이 그렇다. 농업기술센터 내에 반려동물센터를 건립하겠다는 정책에 반대하는 우산리 주민들의 민원 역시, ‘군민들만 보고 가겠다’라는 약속을 한순간에 던져버린 행정에 대한 항의였다.
군수나 의원 모두 임기가 8개월가량 남았다. 갈등 속에서 줄다리기만 하다가 임기가 끝나간다. 늦은 감은 있지만 임기 몇 달을 남겨 두고 주민과의 약속을 지키려는 의회의 움직임은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하겠다. 의원 정책 연구 활동과 함께 ‘공모사업 관리 조례안’을 만들고, 주민들의 갈등을 불러온 일부 정책은 거부하고, 수의계약 관련 행정사무 조사를 착수하는 등, 행정에 대한 견제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행정은 끝까지 의회를 기만하였다. 행정이 내놓은 수의계약 통계는 군수 재직 3년이 아닌 5년간의 실적으로 물타기를 하였고, 의회에서 부결된 정책에 대해 일방적인 행정의 입장만을 언론에 홍보하면서 동반자인 의회를 행정의 발목을 잡는 나쁜 기관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처럼 철저히 상대를 무시한 행정의 오만이 ‘군수의 퇴진 투쟁’을 전제로 한 배상길 의원의 사퇴를 불러온 것이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행정으로서는 풀어나가야 할 현안이 쌓여 곳곳이 지뢰밭이다. 당장은 친인척 몰아주기 수의계약의 비도덕성이라는 허물을 벗어야 하고, 의회에서 부결된 주민 반려동물센터와 유스호스텔 건립은 다른 방도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중앙 언론까지 오르내리며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백신 접종 우수 마을 인센티브 사업’과 ‘요람에서 고교까지 수당 지급’ 정책은 대중영합주의라는 벽에 막혀 있다. 군수 신변과 관련한 풍문은 낭설의 수준을 넘어 언론과 의원 발언을 통해 공식화되었고, 다음 선거에서 재선을 자신할 수 없을 만큼 민심마저 흉흉하다. 여의찮으면 자신을 지지하던 진보 세력까지 함께 궤멸하는 최악의 사태도 각오해야 할 판이다. 의회의 적극적 협조가 있어도 모두 해결하기 어려운 시기에, 마지막까지 의회와의 소통보다는 갈등과 대립의 길을 스스로 선택했다.
‘철들자 부모 떠난다’라고 했다. 더 늦어 후회하지 말고, 두 기관은 지금이라도 초심으로 돌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잊고 있는 듯하지만, 주민들은 당신들의 ‘공정과 소통’, 그리고 ‘협력과 견제’의 약속을 기억하고 있다. 눈과 귀가 막혀 있는 듯 보이지만 멈춰선 물레방아 앞에서 앞뒤 맞지 않은 당신들의 공약을 되새기고 있을 뿐이다. 주민들이 입을 열기 시작하면 더 큰 재앙이 일어날 것이다.
더 이상의 갈등을 만들지 말라. 의회는 배상길 의원 혼자의 야외 투쟁에 맡길 것이 아니라, 사직 의사를 되돌리고 의회에서 함께 대응과 문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아울러 행정 역시 지금처럼 의회나 주민들과 소통 없이 ‘너는 짖어라, 나는 간다.’라는 식으로 위험한 질주를 계속하게 되면, 결국은 민심이라는 냉엄한 물길에 송두리째 쓸려간다는 것을 명심하고 진지하게 의회와의 소통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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