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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먹는 건강한 신선함, 로컬푸드 9] 고향같고 친정같은 콩이랑농원을 꿈꾸며

보약같은 가을햇살 받아 항아리 속속 익어가는 된장
아들내외까지 합류 4대째 전통장 만들며 선조 지혜배워
가족항아리 500개로 늘려 고향의 맛과 가족의 정 되새겨

황수경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10월 22일
[글 싣는 순서]
①고성에서 생산하고 소비하는 고성농산물, 로컬푸드
②무포장 친환경 실천매장으로, 진주
성농업인센터
③자연을 차려내는 종부의 밥상, 김소정의 자연밥상
④보리향 머금은 구수한 토종보리된장
⑤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정직하게 재배하는 버섯, 황금버섯농장
⑥숲이 주는 명이나물 청정푸드, 약샘골 누리농원
⑦정성과 열정이 키운 깊은 풍미, 영서농장 표고버섯
⑧저탄소농법으로 전국 소비자 입맛 사로잡는 꿀고구마, 백선생고구마농원
⑨전통을 담은 정씨 종가 장맛, 콩이랑농원
⑩좋은 땅과 맑은 물이 키운 보랏빛 보석, 산들블루베리
⑪한약재로 정성담아 키워내는 오색곡식, 황금농원
⑫젊은 농부의 태양 같은 열정으로 키운 인디언감자, 해오름농장

↑↑ 유난히 높은 가을하늘 아래 3대가 나란히 서서 환하고 웃고 있는 콩이랑농원 일가의 모습이 참으로 맑고 밝다. 사진왼쪽부터 정재호·이필분 대표, SNS로 콩이랑농원을 격하게(?) 알리고 있는 며느리 정라희씨와 아들 성훈씨. 3년전 태명 콩콩이였던 주아가 아빠품에 안겨있다.
ⓒ 고성신문
# 콩과 항아리가 만들어가는 행복한 세상을 4대째 이어가는 콩이랑농원
가을볕이 속살거리며 등을 간질인다. 문간 밖에서부터 어렴풋한 단내가 섞인 꼬순내음이 풍긴다. 눈이 시린 가을 하늘 아래 반짝이는 항아리들이 눈에 가득 들어오면, 그림인 듯 사진인 듯 꿈결같아 현실감마저 떨어진다. 구수하게 익어가는 장 냄새가 코 끝에 다가온다. 정성 가득한 손길이 항아리를 수천 수만 번 훑고 지나갔겠구나. 얼른 저 뚜껑을 열고 세월이 함께 익은 장 한 숟갈 푹 떠서 상에 올리고 싶어진다.
보약같은 가을햇살을 받아 윤기마저 더해진 항아리 1천여개가 먼저 손님을 콩이랑농원.
고성군 영현면 영부1길 54 콩이랑농원은 4대째 100여 년을 전통장 만들기에 전념하고 있다.
“우리의 선조들은 장 담는 날을 기일로 택하여 목욕재계하고 천지신명께 고사를 지낼 정도로 정성을 쏟았습니다. 그 정성을 저희 콩이랑농원이 이어가고 있습니다.”
안주인 이필분 여사는 20여년 전 모습과 별반 달라진게 없어보인다. 언제나 한결같이 정갈하고 다정한 모습이다.
콩이랑농원은 5천㎡ 면적에 항아리 1천100여 개에 장을 담가 직거래, 급식납품, 쇼핑몰, 로컬푸드 등을 통해 연간 수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1936년 1대 서또분 여사가 장을 담그기 시작해 2대 강천조 여사, 종손인 정재호 씨의 아내 이필분 여사까지 3대를 이어왔다. 2004년 정재호 씨가 귀촌을 하면서 사업화 했다.
콩이랑농원 대표인 이필분 여사는 원래 피아노 교사였다. 남편인 정재호 씨는 농협에 근무했다. 처음엔 장독대 문화가 사라져가는 게 안타까워 시작한 일이다. 집에서 직접 장을 담그는 사람의 수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는 점이 오히려 사업의 기회라 판단하고 본격적으로 확장했다.
마당 한 켠엔 메주와 더불어 며느리에게 그 비법을 전수하며 여생을 보낸 서또분 여사의 참 뜻을 기리는 빗돌이 놓여있다. 안채 방 안에 자리잡고 있는 200년된 우물 부연정도 콩이랑농원의 자랑 중 하나다.
부연정은 ‘연이 떠 있는 마을의 우물’이라는 뜻으로 콩이랑농원 장맛의 원천이 되는 우물이다. 본래는 200여년 전부터 마을에서 공동으로 사용했으나 1928년 정재호 대표의 조부 정두세 옹이 터를 잡고 보수하여 개인 우물이 되었다. 2010년 건물 증축과 함께 우물을 보존하기 위해 건물 내부에 위치하게 됐다.
3년 전부터는 아들 내외까지 합류해 힘을 보탠 덕분에 젊은층 취향에 맞는 저염된장에 이어 블루베리 간장도 개발해 히트를 치고 있다.
서울에서 공부하고 직장을 다니던 아들 정성훈씨와 며느리 정라희씨는 결혼과 함께 고성행을 택했다. 당시에는 선뜻 쉽지않은 결정이었지만 부모님 일손도 돕고 대를 이어 가업을 승계해간다는 일종의 책임감과 자부심이 뒷받침됐다.
성훈 씨는 “처음 고성에 왔을때는 장담그기 체험하는 분들이 많아 무척 바쁘게 지냈어요. 다른 생각할 겨를 없이 부모님이 하시는 일을 돕는데만 오롯이 시간을 보냈죠. 그러다 코로나19 이후 체험이 줄어들면서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예전에 생각했던 구상들을 시도하고 있어요.”
성훈 씨는 그동안 콩이랑농원이 학교 등 단체 체험객 대상이었다면 코로나 이후부터는 소단위, 가족단위로 체험장을 운영하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많은 사람이 한 꺼번에 모여서 체험을 한다는 것은 이제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됐어요. 그래서 적은 인원이 전통장 체험을 하면서 꾸준히 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성훈 씨와 라희 씨 부부는 방송국 등에서 광고를 담당해왔다. 덕분에 콩이랑농원을 전국에 홍보하는 일등공신이다.
우선 이들 부부는 콩이랑농원 홈페이지를 새단장했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콘텐츠를 올려 소비자들에 콩이랑농원을 알리는 작업도 이들 부부가 내려오기 전까지는 엄두를 못내던 일이다. 기존 200명이던 팔로워 숫자는 10월 현재 5천600여 명으로 크게 불어났다.
블루베리간장, 저염된장 등 올렸다하면 완판이다.

# 고향같은 콩이랑농원, 친정같은 콩이랑농원을 꿈꾸며
정재호 대표는 콩이랑농원이 자신과 가족들만의 소유가 아니라 고향을 그리워하고 친정어머니의 손맛을 그리워하는 이들과 함께 하기를 자청하고 있다.
앞으로는 마을 주민과 연계해 농촌공동체를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가꾸는 일을 계획 중이다. 콩이랑농원은 ‘정담뜰’이라는 가족항아리 장독대를 마련해주고 가족과 함께 장 담그기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는 100개의 가족항아리를 제공하고 있지만 올 연말부터 모집해 내년 초에는 500개로 늘린다는 구상이다.
가족항아리는 일손도 많이 가고 다른 체험보다 실제 수익은 적지만 함께 만들고 함께 나누면 보람과 기쁨은 배가 된다는 생각이다. 모집 우선 순위는 고성 출향인을 1순위로 하고 고성군민과 타지역 순으로 할 계획이다. 출향인들에게는 고향의 향수를 달래고 군민들에게는 영부리의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하며 잠깐이나마 휴식을 안겨 주고 싶은 생각이다.
100년을 이어온 종자장(씨앗장)을 계속 새 장에 첨가하며 대를 이어 영양소와 향미를 지키는 덧장기법으로 장맛을 지켜오고 있는 콩이랑농원.
전통장 명가로 손꼽히는 콩이랑농원의 가족항아리에서 전통장이 익어갈 것을 생각하니 왠지 모를 뿌듯함이 밀려온다.
4대째 이어온 콩이랑된장이 가족항아리에서 익어 우리집 식탁에 올려진다는 것은 앞으로의 100년도 변함없이 우리 장을 지키고 가꾸어 나가는 단초가 될 것이다.

# 로컬푸드 회원이 곧 축협 소비자
콩이랑농원 장류는 고성축협 로컬푸드에서도 믿고 사는 제품 중 하나다.
정재호 대표는 오래전부터 로컬푸드 직매장의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로컬푸드 직매장이 있다는 것은 소비자와 생산자가 동시에 감사해야 할 일이죠. 소비자는 신선한 농산물을 저렴하게, 생산자는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좀 더 나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으니까요.”
정재호 대표는 지금 축협 로컬푸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조금더 탄력을 붙여 홍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로컬푸드 회원들이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축협 로컬푸드에 물건을 판매하는 회원들은 대부분 축협하나로마트를 이용하면서 축협과 윈윈한다는 것. 때문에 축협과 행정은 로컬푸드 매장관리부터 지원까지 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황수경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10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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