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먹는 건강한 신선함, 로컬푸드 6] 숲이 주는 청정푸드 약샘골누리농원 “군수님 수도 좀 넣어주세요”
12년 동안 쉼없이 일하며 가꾼 거대한 약초밭
농약 한 번 치지 않고 오롯이 햇볕 바람 비가 키워
생잎과 생과 판매 한계있어 가공공장 건립 예정
황수경 기자 / gosnews@hanmail.net 입력 : 2021년 10월 01일
[글 싣는 순서] ①고성에서 생산하고 소비하는 고성농산물, 로컬푸드 ②무포장 친환경 실천매장으로, 진주여성농업인센터 ③자연을 차려내는 종부의 밥상, 김소정의 자연밥상 ④보리향 머금은 구수한 토종보리된장 ⑤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정직하게 재배하는 버섯, 황금버섯농장 ⑥숲이 주는 명이나물 청정푸드, 약샘골 누리농원 ⑦자연 담은 신의 도깨비 방망이, 여주 텔로미어 ⑧일본인 입맛까지 사로잡은 꿀고구마, 백선생고구마농원 ⑨전통을 담은 정씨 종가 장맛, 콩이랑농원 ⑩좋은 땅과 맑은 물이 키운 보랏빛 보석, 산들블루베리 ⑪한약재로 정성담아 키워내는 오색곡식, 황금농원 ⑫젊은 농부의 태양 같은 열정으로 키운 인디언감자, 해오름농장
|
 |
|
↑↑ 다정히 앉아 보라는 기자의 요청에 잠시 일손을 놓고 나란히 앉은 제욱모·김경애 부부 |
ⓒ 고성신문 |
|
|
 |
|
ⓒ 고성신문 |
|
# 깊숙이 숨어있는 보배같은 약샘골 누리농원 ‘고성군 대가면 연지1길 43-157 약샘골누리농원’ 25년을 고성 지역신문에 종사하면서 고성 곳곳을 ‘좀 안다’고 자부했던 기자가 난관에 부딪쳤다. 명이나물과 아로니아를 재배한다는 약샘골누리농원으로 취재를 떠나기 전 김경애 대표에게 전화로 간단히 위치와 주소를 묻고 바로 출발했다. 대가면 연지리라면 평동다리에서 좌회전해 천황산사슴농장과 안국사, 약수암, 동동숲 등지로 수년 간 수십 차례에 걸쳐 취재를 다닌 익숙한 길이라 금방 찾을 수 있을거라 확신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핸들을 잡았다. 사실 마을 어귀에 ‘약샘골누리농원’이라는 간판이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별 생각없이 출발했다고 하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예의상(?)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하고 약샘골누리농원으로 향했다. 평동다리에서 좌회전까지는 예상대로 잘 아는 길이었다. 그러나 이후부터 ‘내비 아가씨’는 기자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생소한 길을 안내했다. 농로를 따라 계속 진행하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주소를 잘못 입력했겠거니잎 하고 다시 꼼꼼히 주소를 확인한 후 입력해 ‘이동’을 눌렀다. 경로는 마찬가지였다. 설마 농로를 따라가야 하는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두 번 세 번 확인했지만 길은 단 하나 이 길 뿐이었다. 1킬로미터 가량 농로를 따라가면서 산모롱이를 지나자 전원주택 몇 채가 눈에 들어왔다. 그제서야 제대로 왔구나고 안도하면서 약샘골누리농원 간판을 찾았다. 웬걸, 거기서도 간판은 보이지 않고 산으로 향하는 오르막길만 뻗어있네. 마침 전원주택 주민인 듯한 신사분이 승용차를 청소하고 있어 약샘골누리농원 위치를 물어보니 이 분도 잘 모르겠다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약간 당황했지만 이왕 내친것, 일단 오르막길을 가보기로 결정했다. 결정은 맞았다. 200여미터 올라가니 ‘약샘골 누리농원’이라 적혀있는 표지석이 눈에 들어왔다. 어찌나 반갑던지. 김 대표가 기자의 방문을 허락하고 열어 놓은 대문을 통과해 이제 다다랐다고 생각했으나 무슨 이런 일이. 또다시 시작되는 울퉁불퉁 비포장길에 멘붕이 왔다. 급기야 김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그 길따라 조금 더 올라오시면 됩니다”라고 한다. 일단 마음을 추스르고 돌멩이가 산재하고 흙이 움푹움푹 패인 험하다 싶은 임도를 따라 얼추 2~30미터나 갔을까? 잔디가 깔려있는 넓은 주차장과 양쪽으로 병풍처럼 휘둘린 울창한 산림과 눈이 시러울만큼 파란 하늘이 눈앞에 펼쳐졌다. 가슴이 탁 트였다. 초행길의 수고로움은 어느덧 봄눈 녹듯 사라진후였다.
# 6만 평 산이 거대한 약초밭 김경애 대표의 잔잔한 미소와 살가운 반김이 정겨웠다. “대표님, 이런 곳에 농원이 있을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언제부터 이곳에 터전을 잡으셨어요?” “다들 처음오시는 분들은 힘들어해요. 이곳에서 생활한 지 벌써 12년째예요.” “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지역신문 기자로서 12년이나 이런 곳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는 것이 내심 미안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한 순간이었다. 김경애 대표는 남편 제욱모 씨와 경기도 안산에서 생활하다 2010년 남편의 고향 고성으로 귀촌했다. 남편은 고성읍 대평리가 고향이다. 율천초등학교를 다녔다. 안산의 생활을 접고 고성으로 돌아오기까지 많은 생각과 계획을 세우고 또다시 수정하기를 반복했다. “처음에는 이 곳에 요양원을 건립할 생각이었어요. 딸을 비롯해서 온 가족이 사회복지사 자격증과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그러나 허가와 여러가지 절차상의 문제로 포기하게 됐죠.” 무엇을 해야하나 수 많은 생각에 사로잡혀 있으면서 일단 임도를 개설했다. 2킬로미터의 임도를 내다보니 참나무 원목이 쏟아져나왔다. 표고버섯 재배를 시작하게 된 동기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표고버섯에 재배에 매달렸다. “어느 정도 수확은 했지만 기대만큼 잘되지는 않았어요. 한 여름을 나기에는 역부족이었어요. 외부기온이 높다보니 버섯균이 말라 죽어요.” 남편 제욱모 씨는 표고버섯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6만 평이라는 산을 개간하고 일구기 시작했다. 명이나물, 도라지, 더덕, 당귀, 매실, 아로니아, 꾸지뽕, 물레나물 등등 수 많은 약초와 산나물을 심고 가꿨다. 봄이면 가장 먼저 새싹을 틔우는 명이나물은 사람이 손을 대기도 전에 고라니 녀석이 먼저 따 먹어버렸다. 깊은 산중이라 멧돼지, 고라니 등 야생동물이 많았다. 약초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펜스를 쳐야했다. 6만 평 중 4만 평에 대해 펜스 설치작업을 시작했다. 일은 해도해도 끝이 없었다. 김경애 대표는 “처음 이곳에 올 때는 우리밖에 없었어요. 길도 없고, 전기도 없고, 막막했는데 차근차근 하나씩 진행하다보니 어느새 10여채의 전원주택이 들어섰더라고요”라며 힘들고 외로웠던 시간을 설명했다. “처음에는 다들 안 된다고 말렸어요. 하지만 우리 부부는 신념이 있었어요. 노력하고 열정을 쏟아 진심을 다한다면 언젠가는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농약 한 번 치지 않고 오롯이 햇볕, 바람, 비가 키워내는 약샘골누리농원의 갖가지 약초들이 최근들어 조금씩 제 역할을 하며 수확의 기쁨과 함께 판매도 되고 있다. # 12년의 땀과 열정을 쏟았지만 아직도 갈길 멀어 “12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열심히 일했어요.” 첩첩산중에 부부 둘만 생활하는 것이 적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적적할 시간이 없어요. 돌아서면 일이에요.” 부부가 동시에 답을 해 무공해 가을하늘에 맑은 웃음이 퍼져나간다. 제욱모 씨는 등에서 예취기가 떠나지 않는다. 5월부터 11월까지는 온 산을 누비며 풀을 베야한다. 농약을 칠 수 없으니 기꺼이 감수해야 할 가장 큰 일이다. 판로는 그리 쉽지 않다. 생잎과 생과는 채취기간과 유통기간이 짧아 한계가 있다. 명이나물은 3월초부터 중순까지 채취해 생잎을 판매하기 때문에 판매기간이 너무 짧아 늘 애를 먹는다. 아로니아 역시 생과를 판매하고 있어 가공된 제품보다는 찾는 사람이 적다. “가공공장을 지으려고 하는데 엄청 큰 문제가 생겼어요. 이곳까지 수도가 들어오지 않는 거예요.” 상수도 개설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지만 인근 연동마을은 끝났는데 약샘골누리농원까지는 언제 될 지 모르는 상황이다. 제욱모 씨는 “우리 생각 같아서는 연동마을에 인접해 있으니 수도관만 좀 더 연결하면 될 것 같은데 행정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에요.” “가공공장이 없으면 매년 농사지어봐야 헛수고예요. 우리 어려움을 헤아려주면 얼마나 좋겠어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보라는 기자의 말에 “군수님! 수도 좀 넣어주세요”라며 겸연쩍어 했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황수경 기자 / gosnews@hanmail.net  입력 : 2021년 10월 01일
- Copyrights ⓒ고성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가장 많이 본 뉴스
만평
|
생산자가 좋은 먹거리를 생산하더라도 수도시설과 같은 행정적 지원이 없어서 가공시설을 못만들어 먼거리에 있는사람은 좋은 먹거리를 먹을 수 있는 혜택이 줄어들다니 안타깝네요.ㅠㅠ
곧 좋은소식 들리길 응원합니다^-^
10/04 12:13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