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효선 선생과 자정향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 입력 : 2021년 09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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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정향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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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정향실의 내부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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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정향실 현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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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故 어효선 선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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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숲 1호 건물은 ‘자정향실’이다. 지금은 그럴듯하게 예쁜 건물이지만 처음 숲을 샀을 때는 시멘트 블록과 슬레이트로 지은 방 두 칸과 헛간 같은 부엌이 전부였다. 산의 임자가 거제도에서 고등어 떼를 망보는 고급 어부였는데, 건강이 좋지 않아 요양차 들어오면서 지은 집이다. 현재 아랫동네에 있는 ‘작은 글마을’을 지은 할아버지(몇 년 전에 92세로 돌아가심)가 이름있는 지관이셨는데, 아픈 사람에 맞는 방향으로 집을 지어 3년 만에 완쾌되면서 산을 팔고 떠난 것이 동동숲의 시작이다. 그래서 ‘자정향실’에서 자고 나면 병이 낫는다는 전설을 만들어 가고 있다. 보잘 것 없는 회색 블록집이 ‘자정향실’이 된 것은 최영재 선생 때문이다. 최영재 선생은 197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로 등단했지만 『별난 가족』, 『별난 국민학교』 등이 낙양의 지가를 올리면서 ‘별난 가족 별난 학교’가 MBC 어린이 일일연속극으로 방영되기도 했고, 일본 NHK 주관 세계 7대 공영방송이 공동 기획한 ‘신나는 교실의 만화 선생님’이 KBS 1TV에서 스승의 날에 방영되기도 했던 만화가이기도 한데 현재 《열린아동문학》에 아동문학 만평도 그리고 있다. 초등학교 교장으로 퇴직하고는 본래의 동시인으로 돌아와 거의 1년에 한 권의 동시집을 발간하는 저력을 보이고 있다. 이 최영재 선생이 어느 해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것보다 숲에 어울리겠다며 서예 1점을 보내왔다. ‘자정향실(紫丁香室)’, 우리는 라일락 향기가 나는 집으로 해석했지만, ‘자정향’은 물푸레나뭇과의 관목으로 ‘라일락’ ‘서양수수꽃다리’라고 부르는 꽃나무다. 우리는 곧장 전각가 취산 서재석 선생에게 의뢰해 현판을 만들고 옥호로 걸었다. 난정 어효선(1925~2004) 선생은 요즘 어린이들은 잘 모르겠지만 동요 ‘꽃밭에서’, ‘ 파란 마음 하얀 마음’, ‘과꽃’을 지으신 원로 동시인이다. -올해도 과꽃이 피었습니다-로 시작하는 ‘과꽃’은 내 애창곡인지라 ‘자정향실’을 걸고부터는 부지런히 라일락과 과꽃을 심었다. 경기도 포천에서 ‘산모퉁이’와 ‘부엉이 도서관’을 꾸려 가고 있는 동화작가 안선모 선생은 몇 해나 자주색, 분홍색 과꽃 씨앗을 보내주기도 했다. ‘자정향실’ 축대 밑에는 집을 지은 고급 어부가 심은 차나무가 여러 그루 있어서 곡우 무렵이면 찻잎을 따서 덖고 비벼 차를 만들고 그것을 ‘자향차’라고 부른다. 요즘은 ‘자정향실’ 주변을 온통 차나무와 동백나무, 후박나무로 꾸미고 있다. 그래서 ‘자정향실’은 ‘자향차’를 마시는 찻집이기도 하지만 아동문학가들의 집필실이기도 하다. 지금은 욕실과 수세식 화장실, 보일러 시설과 가스레인지가 설치된 부엌이 있는 고급(?) 펜션에 버금가는 집이지만, 초창기에는 바람막이도 없는 부엌에 나무 때는 아궁이가 있는 집이었는데, 봄‧가을도 아닌 한겨울에 동화작가 소중애 선생이 아궁이에서 나온 장작 숯불을 세숫대야에 담아 난방을 하며 글을 쓴 게 계기가 되어 집필실이 되었다. 그 후 동화작가 김현숙, 허명남, 배유안, 이가을, 김현정 선생이 짧게는 1박 2일, 길게는 1주일이 넘게 머물면서 글을 쓰고 떠나갈 때는 ‘자정향실 집필실 일지’에 작품의 내용과 일과를 메모해 놓고 갔다. 몇십 년이 지나면 이 또한 동동숲의 보물이 될 것이다. 올해로 52회가 되는 ‘소천아동문학상’은 교학사가 주관하는 우리나라의 권위 있는 아동문학상이다. 이 상의 운영위원장이던 어효선 선생이 시신을 한양대학교 병원에 기증하고 타계하신 뒤 내가 운영위원으로 들어갔는데, 매해 두 번 모임을 가질 때마다 헤어지는 자리는 교학사 정문 앞에 있는 ‘기사식당’이다. 어효선 선생이 교학사에 근무하면서 즐겨 찾던 대폿집인데 함께 가는 서석규, 신현득, 강현구(강소천 선생의 아들), 조대현 선생은 그때마다 난정 선생의 일화를 들려준다. 나하고는 소속된 협회가 달라 선생 생전에는 몇 번밖에 뵌 적이 없지만 ‘과꽃’을 좋아하는 만큼, ‘꽃밭에서’를 좋아하는 만큼 선생님을 좋아하며 남모르는 마음으로 ‘자정향실’의 뜰을 가꾼다. 봄이면 사랑초가 분홍으로 피고, 천왕봉을 앉힌 ‘정음이 나무’의 매화가 피고, 가을이면 목화가 터지고 과꽃이 피는 ‘자정향실’ 곁에 나중에, ‘그리움 나무’로 오래오래 향기 나는 모과나무를 드릴 것이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  입력 : 2021년 09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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