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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등 지상주의가 만든 이름표, ‘최초’와 ‘최고’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08월 13일
ⓒ 고성신문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라는 말이 있다. 과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무당이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영매의 역할을 했다. 이때 아직 실력이 완성되지 않
은 초보 무당이 아픈 사람의 병을 고치려다 도리어 악화시키거나 죽게 만드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속담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근거 없는 논리나 부족한 능력으로 일을 망치는 사람이나 행위를 뜻하는 속담이다.
물론 인간이란 존재가 처음부터 완전하게 갖추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어서 크든 작든 누구나 선무당 시절을 경험한다. 당연히 첫걸음을 뗄 때는 앞뒤 잘 살펴 조심해야겠지만 열정과 의지만으로 뛰어들었다가 몸과 마음을 다치는 사람을 수없이 보았다. 문제는 그냥 망치거나 다치는 정도로 끝나면 되지만 복구 불능이 되면 곤란하다. 그래서 선무당이 아닌 이력과 능력을 갖춘 무당이 있는 것이고, 아마추어가 아닌 전문가가 필요한 것이다.
어느 사회이든 선무당은 있게 마련이다. 교직 사회에서 선무당이라고 한다면 미숙한 능력이나 얇은 지식으로 교단에 선 교사라고 할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 교사가 가장 쉽게 빠지는 함정은 ‘일등 지상주의’이다. 교사가 자신의 능력을 알리기 위해서는 성적만큼 좋은 것은 없다. 한 문제만 틀려도 탈락이 좌우되는 치열한 점수따기와, 바늘구멍 같은 교원 임용고사를 통과하여 교직에 선 만큼 성적이 가지는 의미를 잘 안다. 그러다 보니 경쟁에서 뒤처지면 각박한 세상에서 살아남지 못한다고 아이들을 다그친다.
물론 경쟁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경쟁의 목적이 효율성의 극대화인 만큼, 선의의 경쟁은 성장을 위한 동기를 부여하며, 자아 발전의 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일등 지상주의’를 부르짖는 교사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며, 같은 생각을 하는 다수의 학부모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기도 한다. 자식이 공부를 잘한다는데 기분 나쁜 학부모는 없다. 시험에서 일등을 했다는데, 백일장에서 대상을 받았다는데, 체육 행사에서 금메달을 땄다는데 싫어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일등 지상주의’는 장점만큼이나 부작용도 많다. 교육이라는 것이 지식 습득이 전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성적이라는 틀에 갇히면 점수 외의 성과물은 모두 무시된다. 성적만 좋으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경쟁이 과열되면서 과정이 무시되는 경우가 허다하며, 경쟁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의 좌절감은 사회적 문제가 될 정도로 심각하다.
교사가 경쟁 사회의 부작용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일등’이라는 포장지 뒤에 자신의 야욕을 숨기고 있다. ‘일등 지상주의’는 성적표로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약속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교사의 개인적 욕망과 경력을 채워주는 행위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기에 깨어있는 교사는 ‘일등 지상주의’를 경계한다. ‘최고’와 ‘최초’를 고집하지 않는다. 아이들을 올바르게 이끌어야 할 책무가 있기에 학생 개개인에게 맞는 길을 가도록 가르친다.
그런데, 성인이 사는 사회에도 학교 현장과 또 다른 ‘일등 지상주의’가 존재한다. 백두현 군정을 대표하는 구호는 ‘최고’와 ‘최초’이다. 고성 군정의 역사를 백두현 이전과 이후로 나눈다고 했다. 젊은 군수답게 열정과 창의력으로 일찍이 다른 군수들이 걷지 않은 길을 걸었다. 그리고 많은 업적을 남겼다. 전국 최초 ‘꿈키움바우처’를 비롯해서, 경남 최초 읍장 주민추천제, 전국 최초 아동문학 도시 선언, 역대 최고 액수의 공모사업 실적 등, 백두현 군정이 남긴 최초와 최고의 실적은 손가락으로 헤아리기 힘들다. 언론에서 앞다투어 보도할 만큼 남다른 업적으로 군정을 이끌었으니 백 번 박수 받아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백두현 군정의 ‘일등 지상주의’ 정책 뒤에도 어김없이 어두운 그늘이 따른다. 백두현 군정이 시작되고 지난 3년 동안 주민들의 행복지수는 얼마나 올라갔을까? 행정이 내세우는 ‘최고·최초의 도시’로 발전하였을까? 여기저기 새 도로가 생기고, 화려한 외형을 자랑하는 건물이 들어섰지만, 막상 일반 주민들의 생활은 더욱 퍅퍅해졌다. 스포츠 도시를 표방하며 각종 체육 대회를 유치하고, 중앙 정부의 유력 인사들을 불러들여 고성 발전의 방안을 고민했다고 하지만 변화를 피부로 느낄 만큼 달라진 것 같지도 않다.
거기에 더하여, 임기 말에 들면서 그동안 경쟁에서 소외되었거나 뒤처진 사람들의 쌓였던 불만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 발전소 주변의 환경 문제가 그렇고, 마을을 가로지르는 고압 송전탑 설치가 그렇고, 유스호스텔 건립으로 인한 숙박업계의 민원이 그렇고, 편 가르기와 이해하지 못할 인사로 인한 공무원 사이의 갈등이 그렇다. 그뿐이랴? 임기 초부터 시작된 의회와의 불화협도 해소되지 않았고, 공무원 사회에서 분란과 갈등을 일으킨 주변 측근 문제도 정리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최고’와 ‘최초’를 위한 보여주기식 행정의 부산물로 나온 것이다. 매사가 그렇듯 국가를 경영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동네 골목의 작은 가게를 경영하는 것까지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나름의 경영 철학이 있다. 경영이란 외형만 거창할 것이 아니라 내실 있게 수익을 많이 남겨야 한다. 그런데 자신을 내세우기 좋아하다 보면 내실이 없을뿐더러 갈 길을 잃기 허다하다. 남들이 남겨놓은 발자국이나 있으면 뒤따라갈 텐데, 앞서서 가는 길이다 보니 가끔 자신이 선 곳을 잊기도 한다.
백 군수는 오랫동안 중앙과 지역에서 활동한 정치가였다. 그러나, 행정가로서는 지난 2018년 6월에 고성 군수에  당선되어 첫발을 딛었으니 아직 초보라고 할 수 있다. 그러기에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고 의욕이 넘치더라도 조심스러운 발걸음이 필요했다. 그런데도 백두현 군정은 ‘최초’와 ‘최고’라는 구호에 몰입하여 브레이크 없이 달렸다. 사실, 임기 초반에는 불안하기도 했지만 잘 극복해 냈다. ‘신기한 책략은 하늘의 이치를 다했고, 오묘한 계산은 땅의 이치를 꿰뚫었도다.’라는 여수장 우중문시(與隋將于仲文詩)가 그냥 나온 것이 아닌 이유를 느끼게 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제 가던 걸음을 잠시 멈추고 지나온 길을 돌아볼 때가 되었다. 집권 3년 차에 들며 선무당 시절은 지났다. 충분한 경력과 함께 능력도 쌓였다. 아직 1년이라는 시간도 주어져 있다. 이제 초보가 아닌 숙련된 전문가의 능력을 보여야 한다. 업적은 지금까지 남긴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미 이룬 업적만으로도 만족함을 알아야 한다. 더 이상의 ‘최고’와 ‘최초’는 필요 없다. 이제는 당신이 벌여온 사업을 수습할 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당신의 눈과 귀를 막고 있는 주변 사람부터 정리해야 할 것이다. 그 대신 지혜로운 지역 어른들의 조언을 받아 고성 발전의 장기적 기틀을 확립하고, 서민들의 삶을 힘들게 하는 각종 제도를 정비해 고성 발전의 장기적 기반을 굳건히 해야 한다. 아울러 ‘최고’와 ‘최초’의 그늘에서 좌절하고 있는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백 군수에게 ‘최고 지향 보여주기 행정’에서 ‘고성의 미래가 담긴 내실 있는 행정’으로 바꿀 수 있는 전문가의 능력을 기대한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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