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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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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가족 1천500만 명 시대다. 평균 4명 중 1명은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한다는 것이다. 집안팎에서 사람과 함께 생활하는 동물을 ‘애완’이 아니라 ‘반려’로 보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10~20년 전 쓰던 애완동물은 장난감처럼 곁에 두고 귀여워하는 정도였다면 지금 반려동물은 그야말로 함께 일상을 공유하는 가족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0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 지난해 반려가족은 전체 응답자의 27.7%로, 전년 대비 47만 가구가 증가했다. 반려견과 반려묘 등 반려동물은 860만 마리로 추정된다. 이 중 반려견은 521만 가구에서 602만 마리, 반려묘는 182만 가구에서 258만 마리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반려가족 증가는 펫산업 확대를 불러왔다. 좋은 먹을거리를 급여하고, 시기적절한 치료와 검진을 통해 건강을 관리하는 것은 기본이고 보호자가 경제활동을 하는 동안 혼자 혹은 저희들끼리 시간을 보내야 하는 동물들을 위해 홈캠이나 갖가지 장난감들도 진화하고 있다. 펫팸족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만큼 동물들은 이미 사람가족과 다를 바 없는 대우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 어두운 현실도 존재한다.
전문 브리더보다는 주로 펫숍을 통해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국내에서는 어릴수록 예쁨 받고 높은 값을 쳐주니 젖을 떼기도 전인 생후 1개월 정도의 강아지들이 경매장에 나온다. 모유를 제대로 먹지 못한 어린 동물들은 면역력이 떨어질 것이 자명하다. 하지만 예쁘고 귀엽고 작은 동물들을 선호하니 업자들은 더 작은, 더 순종에 가까운 동물을 ‘생산’하는 데 혈안이 돼있다. 일명 강아지공장이라는 번식농장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번식농장은 위생, 건강과는 거리가 멀다. 모견은 배란촉진제를 맞아가며 배변처리 편의를 이유로 발이 쑥쑥 빠지는 뜬장에서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을 죽을 때까지 반복한다. 제왕절개도 전문수의학 지식을 갖추지 않은 농장주가 임의대로 시행하고, 수술 후에는 장기배열조차도 엉망진창으로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경매장에서 ‘선발’돼 펫숍으로 간 어린 동물들은 아침부터 밤까지 형광등이 켜져있고 일거수일투족을 밖에서 훤히 볼 수 있는 유리장에 ‘진열’된다. 사람들은 오가며 동물들을 보고, 창문을 두드린다. 모든 환경이 어린 동물들에게는 스트레스다. 어미 젖도 떼지 못하고 갓 눈 뜨고 걸음만 걸을 정도의 아기들은 분양된 후에도 유전병이나 면역력 결핍으로 인한 질환으로 일찍 폐사하는 경우 또한 많다. 깊은 고민 없이 ‘예뻐서’ 적게는 수십만 원, 많게는 기백만 원을 내고 데려온 동물들은 다 커서 어린 시절의 귀여운 모습이 사라지고 털이 빠지거나, 나쁜 습관이 생기거나, 병이 들어 큰 돈이 들거나 기타등등의 이유들로 버려지는 일들도 있다. 데려오는 것만큼이나 버려지는 것 역시 깊은 고민 없이 쉽게 이뤄진다. 이게 과연 반려인이,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맞을까. 단순히 예뻐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그리고 가족이 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가족은 외모나 병이나 습관으로 결정하지 않는다.
개농장과 펫숍이 동물로 돈을 벌기 때문에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생산과 분양, 유기의 악순환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 아이돌과 유기견이 보여준 선한 영향력
강원도 강릉의 동물사랑센터에서 지내던 6개월 강아지 미르는 흔히 잡종으로 불리는 강아지다. 지난해 10월 구조된 미르는 피부병으로 3개월 정도 입원치료를 받았다.
미르를 입양한 누나와 가족들은 ‘행크’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극진히 보살피기 시작했다. 행크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이 아이는 SNS에서 10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거느린 ‘셀럽견’이 됐다. 아이돌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로제와 반려견 행크의 이야기다.
지난해 12월 행크의 입양소식이 알려지자 로제의 팬클럽은 로제의 생일과 행크의 입양을 축하하고, 센터에서 구조·보호하고 있는 동물들의 빠른 회복과 치유를 기원하는 뜻을 담아 강릉 동물사랑센터에 6마리의 동물이 동시에 사용 가능한 입원장을 주문제작해 기증했다. 유기된 동물에서 시작된 선한 영향력이 팬들에게까지 퍼졌다.
# 반려가족의 힐링쉼터, 동물사랑센터
로제와 행크가 만나게 된 강릉 동물사랑센터는 지난해 12월 문을 열었다. 센터가 있는 자리에는 종전에도 유기동물보호소가 있었다. 그러나 기존의 낡고 비좁은 조립식 보호소에서는 40여 마리 정도만 수용이 가능했다. 그러나 해수욕장이 많아 휴가철이면 유기동물이 150마리를 훌쩍 넘어 포화상태였다.
강릉시는 성산면 산북리의 기존 유기동물보호소를 철거한 후 20억 원을 투입해 연면적 1천㎡에 지상 2층 규모의 동물사랑센터를 준공했다. 센터에서는 기존 보호소보다 2배 이상 많은 100여 마리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고 연간 2천500마리를 관리할 수 있게 됐다. 강릉시는 동물사랑센터 준공식 당시 “반려동물의 권익을 대변하고 학대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반려동물권리장전과 함께 사람과 동물이 행복하고 서로 조화롭게 공존하는 반려동물 친화도시 조성을 선언했다. 강릉시 동물사랑센터는 견사와 묘사를 각각 분리하고, 당장 치료가 필요하거나 격리해야 하는 동물들을 관리할 수 있는 격리실, 사료보관실을 비롯해 간단한 처치가 즉시 가능한 진료실과 위생관리를 위한 미용실 등을 갖추고 있다. 또한 입양 등 상담이나 교육이 필요한 경우 활용할 수 있는 교육상담실을 마련해 유기동물들의 재입양을 앞둔 희망자들의 상담이 진행된다.
동물사랑센터에는 1천350㎡ 규모의 반려동물 놀이터를 일반인들에게도 개방하고 있다. 놀이터는 평일 오전 10~오후 5시까지, 주말과 휴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반려동물과 반려인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인근에는 산책코스도 있어 센터 보호동물은 물론 일반 반려동물과 반려인들도 이용이 가능하다. 동물사랑센터는 단순한 보호센터가 아니라 반려동물과 반려인이 함께 힐링할 수 있는 쉼터인 셈이다.
사실 지금은 강릉시 동물사랑센터도 수용한계치에 도달했다. 시설 내에서 전부 수용하기 힘들어 일부 대형견은 외부에서 보호하고 있는 실정이다.
구조 후 공고기간을 넘긴 보호동물들은 입양을 보내기도 했다. 전체 입양의 80%는 해외의 가족을 만났다. 하지만 코로나19와 항공료 인상 등으로 기부금으로 충당하는 센터 사정상 이마저도 힘든 상황이다.
이에 강릉시는 무작정 안락사를 하기보다 증축하기 위한 예산 확보에 나섰다. 예산이 확보 되는대로 센터를 넓혀 보호개체수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강릉 사천면에는 3만㎡의 부지에 지하 1~지상 2층, 연면적 2천㎡ 규모의 반려동물지원센터도 건립된다. 국·도비 사업으로 80억 원이 투입되는 반려동물지원센터는 건물 내에는 반려동물 체험학습장, 유기동물 입양센터, 교육·문화시설 등을 설치한다. 또한 동물교육·행동교정시설, 공원, 놀이터, 산책로, 녹지 부대시설은 물론 반려동물산업 스타트업 지원, 민원 콜센터, 응급 의료 서비스 지원, 국가자격증 운영·관리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지원센터는 반려동물 가족 교육은 물론 문제행동을 보이는 반려동물의 행동교정 프로그램, 전문인재 육성을 통한 안정적 일자리 창출까지 다양한 사업 추진의 거점으로서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 정착에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강릉시는 유기동물보호시설과 지원센터 외에도 반려동물산업 스타트업 지원, 민원 콜센터와 반려동물 응급의료 서비스 지원 등 선진 반려동물 문화 정착은 물론 향후 관광산업과 연계해 동반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강릉시는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을 일찌감치 가진 도시다. 강릉에서는 기존의 축산과를 동물정책과로 다듬고, 반려동물 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면서 일반 시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동물보호팀도 신설했다. 인간과 동물,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소통하고 이해하며 공존할 수 있는 바른 반려동물 도시, 강릉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