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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종자가 살아야 자연과 사람이 건강해진다 1.] 우리 땅에서 자란 토종종자가 땅을 살린다… “더 늦기 전에” 토종종자 지켜야

그 땅 본래의 종자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는 순수 종자
“농부는 굶어 죽어도 종자자루는 베고 죽는다”
토종로컬푸드 꾸러미 제안, 신선한 토종 작물 메뉴 밥상
끈질기게 이어온 농부의 땀이 어우러진 소중한 농업자산

황수경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07월 02일
글 싣는 순서
① 우리 땅에서 자란 토종종자가 땅을 살린다
② 멸종 위기의 다시마와 명태를 되살린 강릉의 힘
③ 선흘곶을 제주고사리삼에게…
④ 제주토종 ‘제주말’ 복원 넘어 관광자원으로
⑤ 자연을 살리고 농수축산업 주권 지키는 토종종자의 힘 ‘언니네텃밭’

↑↑ 2019년 11월 28일 경기도 종자주권 플랫폼인 토종종자은행 현판식이 열린 가운데 토종씨앗 세대 이음행사를 갖고 있다. 토종씨앗 이음행사는 토종종자를 보존해 온 고령의 여성농업인들이 후배 여성 농업인들에게 직접 토종종자를 전달하며, 토종종자를 대를 이어 지키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진제공=경기도종자관리소
ⓒ 고성신문
토종 종자가 뭔지 다들 아시죠?
그 땅에서 나는 본래의 종자. 우리 땅에서 오랫동안 농민들의 땀과 정성에 길들여진 품종으로써 해외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는 순수 종자를 뜻한다. 동시에 생물체에 원래부터 존재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토종 종자는 기술적 가치와 생태적 가치는 물론 사회, 문화적, 경제적 가치까지 갖고 있다.
종묘회사들은 최대한의 이익을 내야 한다. 당연히 종자를 최대한 많이, 지속적으로 팔아야 한다. 이와 같은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신품종(종자)들이 환영받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사정들로 점점 더 많은 신품종이 심어졌다. 자연스럽게 우리의 토종 종자들이 농민들에게서 잊혀지고, 사라지게 됐다.
토종 종자는 환경에 적응하기도 쉬워 유전자원 보존도 우수하다. 또한 다른 동식물과 유기적 관계를 맺으면서 생물다양성을 보존한다. 토종 종자의 보존이 중요한 이유다.
토종 종자가 정말 귀하고 소중한 이유는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농산물 대부분이 GMO(유전자변형 농수산물) 혹은 교배종인 F1 종자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한 때 ‘종자 식민지시대’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토종 종자에 대한 소유권이 대거 외국 회사에 넘어간 적이 있다. 외환위기 당시 국내 종자업계 1~4위 업체가 모두 글로벌 다국적 회사에 팔려나가면서 농민들이 외국기업에 지급하는 로열티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
2000년대 들어 국내 토종 업체들이 성장하고, 일부 종자 특허를 다시 사들이면서 로열티 증가는 다소 주춤했다.

# 해외로 빠져나가는 종자 로열티만 10년간 1천358억 원
세계는 지금 종자 전쟁이라는 또 하나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외국에서는 종묘 산업이 세계 각국이 식량안보차원은 물론이고, 천연물 의약품, 고부가가치 산업소재, 대체 에너지 등 신성장 동력의 기본 소재로도 부각될 만큼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한식에 들어가는 식재료의 70%가 외국산 종재로 재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종자 무역수지도 매년 악화되고 있다.
2020년 국정감사 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이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0~2019년까지 농작물 종자 로열티 지급 금액은 총 1천358억 원으로 집계됐다.
작물별로는 버섯이 492억2천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장미(300억 원), 참다래(키위·211억8천만 원), 난(158억3천만 원), 국화(73억 원) 등 순이다.
연도별로는 2012년 175억7천만 원으로 정점을 기록한 후 매년 감소세다. 2019년에는 103억원1천만 원을 지출했다.
농진청은 국내 품종 개발을 위해 2015~2019년 총 1천128억 원, 연평균 225억 원의 예산을 집행하고 있지만 주요 작물 자급률은 낮은 수준이다. 포도의 경우 국산 품종 자급률이 4.1%에 불과하고 배(14.2%), 난(19.4%) 등도 20%를 밑돈다.
채소 중에서는 양파가 29.1%로 가장 낮다. 양파의 경우 종자구입비로 지난해 145억원 등 지난 5년간 739억 원을 지불했다. 화훼는 장미(30.3%), 국화(32.7%), 포인세티아(38.6%) 등이 상대적으로 자급률이 낮은 편이다.
농진청은 최근 5년간 총 392건의 신품종을 개발하고 194건을 보급했지만 같은 기간 국내 종자수입액은 6천848억 원으로 종자수출액 3천114억 원의 두 배를 넘었다. 종자 무역수지 적자가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 토종 종자 꾸준히 생산 소비만이 토종 명맥 지키는 발걸음
토종종자를 지속적으로 생산하여 소비하는 것. 그것이 토종의 명맥을 지킬 수 있는 발걸음이다.
종자 유출입은 우리 생활을 크게 바꿔놓기도 한다.
고려시대 원나라 사신으로 갔던 문익점 선생이 목화씨를 몰래 들여와 우리나라의 의생활을 크게 바꾸 놓은 일은 유명하다.
그 반대의 추억도 있다.
세계적인 정원수로 이름을 얻고 있는 라일락은 우리나라 자생종인 털개회나무를 개량한 것이다. 1947년 미국 군사 고문관이던 미더(E.M Meader)가 우리나라에서 채집해간 씨앗 12개를 뉴햄프셔주립대 식물원에서 7개를 발아시켜 오늘날 미국 라일락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하는 라일락으로 발전시켰다. 쌈을 싸먹을 때 빠지지 않는 청양고추 종자는 우리나라 회사 소유가 아니다. 미국 회사 몬산토 소유다.
외국 글로벌 기업들은 새로운 종을 찾기위해 세계 곳곳을 뒤질 정도로 종자는 식량 주권은 물론 미래 황금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산업을 키워나가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데 더 노력해야 한다.

# “더 늦기전에” 토종 종자 지켜야한다
예부터 “농부는 굶어 죽어도 종자자루는 베고 죽는다”고 했다.
토종은 조상 대대로 맥 이어온 소중한 식량자원이자 문화유산이다.
토종은 우리의 의식주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국민 모두의 육체와 정신 속에 녹아들어 있다.
토종의 중요성은 그 자체로서의 가치와 더불어 신품종 육종 등 유전자원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농진청에서 1913년부터 현재까지 100년 넘게 육종한 식량우량 장려 품종에는 우리 토종의 피가 흐르고 있다.
종자주권 및 생물다양성 확보가 시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요즘, 토종 보존에 대한 책무는 모름지기 우리 국민 모두의 몫이다.
귀농 5년차 한 농부의 텃밭에는 괴산노랑참외, 솔부추와 뿔시금치, 고추 종류인 소태초 따위의 채소와 검은찰옥수수, 연녹이팥, 개골팥, 선비잡이콩, 갓끈동부 등의 곡식류까지 그가 키우는 토종 작물만 수십 가지다.
그는 “처음에는 우리 식구 먹을 것을 내자고 토종을 길렀어요. 씨앗을 남기는 게 농부의 당연한 일이잖아요. 씨앗 값도 덜 들일 수 있고요.”
종묘상에서 산 피망에서 씨를 받아 다시 심으면 이듬해 찌글찌글한 게 나오거나 아예 열매가 안 열렸다. 배추도 마찬가지. 속이 차는 게 2할도 안 되었다. 괜찮은 것들을 골라서 심는 일을 서너 해 반복하면 안정된 것들이 더러 나오기도 했지만, 양이 적었다. 농부가 해마다 씨앗을 사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옛날에는 농부가 씨앗을 가지고 있거나 옆집에서 얻어 썼는데 요즘은 다 사야 해요. 씨앗에 대한 권한을 뺏긴 거죠. 토종 씨앗마저 빼앗기면…정말 큰일이죠.”
자기 씨앗을 보존하지 않으면 종묘회사나 몬산토 같은 다국적 농화학회사가 파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자칫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는, 유전자조작작물을 심을 수도 있다. 토종 씨앗을 꼭 지켜야겠는데, 그런 농사는 시장에서 인기가 없다. 토종은 대부분 크기가 작고 때깔이 나지 않는다.
그는 한 가지 제안을 해 왔다.
지역의 한살림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로컬푸드 꾸러미’를 하자는 것이다.
매주 한 차례 그날 수확한 토종 작물을 저녁까지 가정으로 배달해 주는 것이다.
신선한 토종 작물 메뉴의 저녁 밥상이 차려질 수 있게….

# 토종 종자, 우리 농업 다양성 위한 소중한 자원
다양성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시대이다. 농산물도 마찬가지다.
이 땅의 농부들이 오랫동안 재배해 온 토종이야말로 다양성의 보고인 것이다.
토종을 연구하고 수집하며, 보존하는 농업연구가들은 토종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내린다. “오랜 시간 그 지역의 기후와 풍토에 적응한 작물의 씨앗”.
그러면서 “토종은 해당 지역에서 끈질기게 생명력을 이어온 작물과 그 씨를 받아 농사를 지어온 농부의 땀이 어우러진 소중한 농업자산”이라고 덧붙인다.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 동고리에 토종종자은행이 설립됐다.
2019년 11월 28일 토종씨앗으로 세대를 잇는다는 명분으로 출범식을 가졌다. 전국 최대 규모 씨앗보관실에 2만여점이 보관돼 있다. 경기도에서 수집한 토종종자를 보관하고 토종농사를 짓는 도민들이 종자를 보관할 수 있게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
특히 출범식에서 토종종자를 보존해 온 어르신들이 후배 농업인들에게 종자를 넘겨주는 토종이음 행사는 감동을 넘어 행사장을 숙연케 했던 장면이 기억난다.

# 행정에서 외면받는 고성 토종 종자
고성군농업기술센터에서는 다양한 작물을 재배시험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아열대작물을 재배해 판매하고자 실증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커피 등 외산 농산물을 주로 재배하는 등 실제 농업과 농업기술을 책임지고 있는 기관에서조차 토종 종자는 외면받고 있다.
실제로 농업기술센터에서는 토종 종자 보존의 중요성과 필요성, 보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다만, 매년 1~2월 군민 대상 토종 종자 수요조사를 거쳐 경남농업자원관리원으로부터 토종 종자를 배정받아 3~4월 분양하는 것이 전부다.
이같은 행정의 외면을 대신해 고성여성농업인들이 직접 토종씨앗 나눔행사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고성여성농업인들은 토종씨앗동아리를 구성해 우리의 소중한 종자주권을 지켜나가는데 힘을 모으고 있다. 토종씨앗동아리에 대해서는 향후 자세한 취재를 통해 지면에 소개할 예정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황수경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07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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