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의 재발견(犬) 오늘부터 다시 다함께 행복하개 1.] 예쁠 때는 가족, 여차하면 “버리지, 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죽음의 보호소’에서 변화 시작된
고성군 유기동물보호소
안락사 86.7%에서 8개월만에 1.6%로 급감
입양율 40.8%, 배우 조승우 김나운 씨도 입양
입양희망자와 동물 교감, 반려인 교육 필요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1년 06월 11일
▣ 글 싣는 순서
① 예쁠 때는 가족, 여차하면 “버리지, 뭐”
② 안락사 없는 진짜 동물보호소 , 인천 하이바이보호소
③ 버려진 동물들의 견생역전, 제주동물보호센터
④ 유기견 돌보며 우리가 위로받아요, 제주 유기견봉사단체 ‘봉투’
⑤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동물친화도시 강릉
⑥ 고성이 시작하는 슬기로운 반려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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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군유기동물보호소에서 개체관리번호 목걸이를 하고 입양을 기다리는 보호견들 |
ⓒ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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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고성군유기동물보호소가 ‘죽음의 보호소’라는 오명을 썼다. 입양은 연간 30건에 그치는 수준인데 안락사율은 전국 최고일뿐 아니라 10년 이상 한 수의사가 위탁운영하면서 사료비와 운영비 착복 의혹, 다른 동물들이 보는 앞에서 근육이완제만으로 고통사하는 등 동물학대가 자행됐다는 것이다. 다행히 문제가 불거진 직후 고성군은 ‘펫 파라다이스 고성’ 조성을 선언하고, 즉각적으로 동물복지 실현에 나섰다. 그러나 고성은 유기동물 보호에 이제 첫걸음마를 뗐을 뿐, 갈 길은 멀다. 더 다양한 사례를 많이 보고, 고성에 적용해야 한다.
# ‘최악의 비밀보호소’였던 고성군 유기동물보호소 지난해 9월 7일,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비구협)가 알린 고성군 유기동물보호소 관련 글이 SNS를 달궜다. 그리고 이내 전국의 매스컴을 통해 보도됐다. 글의 제목은 ‘최악의 비밀 보호소 경남 고성군청을 고발합니다’였다. 이 글에서 비구협은 전국 시군보호소 실태를 조사한 결과 고성군이 위탁 중인 보호소는 그 중 가장 악질적이고 열악한 보호소라는 것이다. 비구협이 밝힌 고성군보호소는 안락사가 86.7%로 전국 1위, 입양률은 6.3%로 전국 최하위였다. 뿐만 아니라 보호소를 위탁관리하는 동물병원은 보호소 위탁 후 11년간 관리상황과 현장 공개를 거부했다. 비구협의 현장조사로 밝혀진 고성군 유기동물보호소는 위탁수의사 개인의 소 축사 바로 옆 공간을 사용하고 있었다. 한 마리당 지원금은 30만 원, 연간 지원금은 1억3천만 원에 달했지만 보호동물들에게 1㎏당 1천200원에 불과한 저급사료를 먹이면서 사료비를 10배로 부풀렸다. 보호소에는 가축분뇨가 방치돼 있었고 볕도 들지 않았으며 환기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유기동물보호소의 필수시설인 격리실과 진료실도 갖춰지지 않았고 개체관리카드 또한 실제 보호중인 동물수와 일치하지도 않았다. 이 안에서 동물학대가 자행됐다. 위탁자인 수의사는 근육이완제인 석시콜린만으로, 별도의 장소가 아닌 다른 보호견들이 훤히 볼 수 있는 견사 바로 앞 마당에서 주사해 안락사했다. 심지어 안락사 현장에는 이를 감시하고 관리감독해야 하는 담당공무원도 참여했다. 현행 동물보호법 제8조 2항에서는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동물보호법 제22조 3항에서는 ‘동물의 안락사는 반드시 마취를 한 뒤 심장정지·호흡마비를 유발하는 약제를 사용해야 한다’고 돼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백두현 군수는 현장을 직접 방문해 확인하고 즉각적인 조사와 조치를 지시했다. 이어 다음날 관련부서 회의를 통해 철저한 원인규명, 동물보호센터 운영 모범사례 조사, 펫친화도시 추진단 구성, 환경과와 감사팀, 법률팀, 건축팀 업무지원 네트워크 구축, 비글구조네트워크와 공조를 통한 문제해결에 대한 자문 등을 지시했다.
# 안락사 1.6%, 고성군 유기동물보호소의 변신 고성군 유기동물보호소의 열악한 현실은 전화위복이 됐다. 지난 3월 군은 동물복지계획 수립·시행 및 동물의 학대방지 구조 등의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자문하고, 동물복지 관련 주요정책을 결정하는 동물복지위원회를 발족했다. 앞서 군은 동물행복도시 실현을 위해 지난해 10월 고성군 동물보호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또한 정식 보호소 건립을 위한 부지 확보에 나섰다. 자원봉사자들은 주말이면 보호소를 찾아 울타리에 갇혀있던 보호견들을 산책시키고, 입양 홍보글을 온라인에서 공유하며 보호동물들의 재입양을 위해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 다행인 것은 죽음의 보호소로 불리던 고성군 유기동물보호소가 입양률은 높아지고 안락사율은 낮아졌다는 점이다. ‘현저히’도 아닌 ‘급격히’ 다른 모습이다. 보호소가 지난해 9월 직영으로 운영되기 시작한 후 지난달까지 총 424마리의 유기동물을 구조·보호했다. 이 중 173마리, 40.8%가 새가족을 만났다. 경남의 유기동물 평균 입양율은 26.1%, 전국 평균 30.9%이니 고성 보호소의 입양율은 전국에서 최고 수준이다. 장애가 있거나 입소 후 오랜 시간 가족을 찾지 못한 보호견들은 인도적 처리(안락사) 위원회 심의를 거쳐 7일 후 안락사된다. 지금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위원회 심의 후 안락사 대상이 정해졌다. 그러나 대상 명단에 올랐던 65마리는 모두 가족을 찾아 보호소를 떠났다. 그 결과 안락사 비율은 1.6%로 급감했다. 이는 질병의 치료가 불가능하거나 전염성 질환을 가진 경우다. 민간 위탁 당시 안락사 비율이 86.7%였던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환골탈태했다.
# 배우 조승우·김나운 씨가 끼친 선한 영향력 지난 1월, 안락사 위기의 유기견 한 마리가 입양길에 올랐다. 개체번호 50번이었던 보호견은 ‘곰자’라는 이름을 얻었고, 배우 조승우 씨와 가족이 됐다. 3살로 추정되는 약 15㎏의 믹스견인 곰자는 보호소에서 오래 생활했다는 이유로 안락사 명단에 올랐다. 조승우 씨는 지난해 9월 곰자 구조 직후부터 수 차례 문의하며 입양을 고민해오다 안락사 명단에 오른 것을 보고 입양을 결정했다. 조씨는 입양 당일 직접 보호소를 찾아 곰자를 데려가며 다른 보호견의 이동봉사까지 맡았다. 이후 곰자의 보호자인 조승우 씨는 비구협 관계자를 통해 곰자와 산책하거나 졸고 있는 곰자의 일상을 전해오고 있다. 조승우 씨의 곰자 입양은 선한 영향력을 끼쳤다. 조씨의 팬페이지 ‘위드승우’ 회원들은 1년동안 3월 28일인 조승우 씨 생일의 의미를 담아 328원씩 입금하는 이벤트를 진행해왔다. 이렇게 모인 금액을 곰자의 입양을 축하하는 의미로 비구협에 기부했다. 그의 해외팬들도 십시일반 모은 성금을 비구협에 기부해 사료비와 병원비로 사용된다. ‘조승우 달글’에서는 고성군보호소에 고기캔 504개를 후원했다. 배우 김나운 씨도 지난달 16일 고성군유기동물보호소를 방문해 ‘너구리’로 불리던 개체번호 188번 보호견을 입양했다. 보호소에서 오랫동안 머물러 안락사 명단에 오른 너구리는 안락사 시행 일주일을 남겨두고 김나운 씨의 가족이 됐다.
# 아직도 갈 길이 먼 고성군 유기동물보호소 보호소에서 이름도 없이, 개체번호로 불리던 아이들은 안락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그러나 천만다행으로 고성보호소에서는 전염성 질환, 치료 불가 경우 외에는 아직 안락사된 보호동물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고성군 유기동물보호소가 진짜 ‘천국’인 것은 아니다. 바닥은 여전히 관리 편의를 위해 톱밥을 깔고 생활하고 있고, 톱밥 가루들이 보호동물들의 밥그릇 물그릇에 들어가는 것은 예사다. 진료실이나 목욕시설 등이 없는 것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물론 군에서 직영하는 보호소이므로 사설 보호소와 같은 시스템일 수는 없다. 개체가 감당할 수 없이 늘어나면 안락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우선 더 많은 아이들이 입양길에 오르는 것이 좋기는 하다. 그러나 현재 고성군 유기동물보호소의 보호동물 입양희망자들은 입양하고 싶은 동물의 정보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교육이나 교감도 없이 동물을 입양하게 된다. 입양한 아이의 특성이나 특징, 질환의 유무, 배변훈련이나 식습관 등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가 없이 덜컥 데려온 아이들은 파양될 위험도 높은 것이 사실이다. 사람과 함께 사는 동물은 사람과 교감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유기동물 입양 전 충분한 교육과 만남을 통해 교감할 시간을 갖는다. 파양을 줄이고 입양 후 적응을 돕기 위해서는 교감할 기회와 시간이 충분히 마련돼야 한다. 보호소의 환경 개선도 필요하다. 아무리 임시시설이라지만 격리실이나 목욕을 위한 수도시설, 간이진료실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위생, 질병 관리는 당연히 힘들다. 톱밥을 깔기보다 배수가 용이한 인조잔디, 발이 빠지지 않는 조립식 데코타일 등을 사용한다면 오히려 위생상으로도 훨씬 나은 환경이 된다. 동물은 아프거나 불편해도 불만을 말하지 못한다. 참고 참다가 이상행동을 보인다. 동물원의 동물들이 제자리를 뱅글뱅글 돌거나 벽에 머리를 박고, 털을 뽑는 것 등이 그래서 생긴 것이다. 고성군 유기동물보호소의 보호동물들도 간혹 스트레스로 발을 심하게 핥거나 서로 물기도 하고, 사람을 물기도 한다. 그런데 이건 사람이 조금 신경쓰면 확연히 달라질 수 있는 문제다. 유기동물은 구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호와 재입양, 입양 후 관리까지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뿐만 아니라 건강상 성격상 문제가 있는 동물은 개선을 위한 교육과 적절한 처치가 있어야 한다. 입양희망자도 유기동물을 입양해 제대로 반려할 수 있는 교육이 진행돼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인 인식의 변화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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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화 기자 /  입력 : 2021년 06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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