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2025-08-08 23:50:46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교육

아이들의 마음이 자라는 봉사는 가장 좋은 교육입니다

이덕기 철성중학교 교감
1989년 철성중에서 교직생활 시작해 33년
97년부터 학생회 봉사활동 지도하며 산교육
아버지와 아들까지 3대가 교사
적응 못하던 제자 함께 생활하며 길잡이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1년 05월 14일
ⓒ 고성신문
↑↑ 철성중학교 이덕기 교감은 학생들과 가장 친근한 선생님, 가장 편안한 선생님으로 꼽히며 언제나 인기 짱이다. 그는 아이들과 함께 할 때면 얼굴 표정부터 환해지는 천생 교육자다.
ⓒ 고성신문
교사는 있지만 스승은 없는 시대다. 교사는 ‘일정한 자격을 가지고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이고 스승은 ‘가르쳐서 인도하는 사람’이다. 33년동안 철성중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는 철성중학교 이덕기 교감은 ‘스승’이 어울리는 이다.
“교육은 변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인물은 언제 어느 순간에 나올지 모릅니다. 교육이, 학교가 그 인물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지식의 습득에서 그치지 않고 아이들의 재능을 찾아내 마음껏 펼치게 하는 곳이 학교가 돼야 합니다.”이덕기 교감은 1989년 수학교사로 교단에 섰다. 매일 아침 출근하는 공간이 30년 넘게 변하지 않았는데도 아이들이 있으니 매일이 새롭다.
언제부턴가 학교는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곳이 아니라 대학에 가기 위한 점수를 얻는 곳이 돼버렸다. 아이들은 학교가 더 이상 즐겁지 않다. 그게 이덕기 교감은 안타까웠다. 아이들에게 더 의미있는 세상을 가르치고 싶었다.
이덕기 교감은 한국청소년봉사단연맹 경남처장이다. 동시에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이 함께하는 샤프론봉사단, 학생봉사단인 프론티어봉사단의 운영과 활동을 지원한다.
1997년, 학생회를 지도할 당시였다. 학생회가 제대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의미있는 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의견을 물으니 봉사활동을 하자는 답이 돌아왔다. 아이들이 먼저 나서 저희들이 할만한 봉사를 찾아냈다. 토요일 오후가 되면 아이들은 이덕기 교감과 함께 고성군노인요양원, 고성군치매전문요양원을 찾아 어른들의 어깨를 주무르고 말벗이 돼드린다.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교직생활에서 가장 큰 의미를 찾았다.
“학문적 지식도 중요하지만 봉사는 가장 좋은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마음이 성장하는 교육이지 않습니까. 어느 아이가 그러더군요. 봉사활동이 끝난 후 노인요양원에서 발 아래를 내려다 보는데 그렇게 뿌듯했답니다. 봉사활동을 다녀오면 아이들의 표정이 변해요. 지겹지도 지치지도 않는 가장 재미있는 교육이 봉사입니다.”
이덕기 교감의 아버지는 교사였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교사의 길을 걷게 됐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교직생활을 보며 자란 아들도 지금 창원기계공업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으니 3대가 교사를 천직으로 알고 있다.
30여년 전의 일이다. 당시 결혼 2년차였던 이덕기 교감은 학교주변 주택 2층에 방 두 개를 세를 얻어 7개월 아들과 세 식구가 살았다. 수업 중 할머니 한 분이 학교 창밖을 서성였다. 집을 나간 후 며칠째 돌아오지 않는 손자를 찾아온 것이다. 아이는 바닷가에 텐트를 쳐두고 낚시를 하고 있었다. 학교도 다니기 싫고 집에도 가기 싫다 했다. 할머니와 어머니는 눈물만 흘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뾰족한 방법이 없어 아이를 세 식구가 살던 집으로 데려와 방 하나를 내주고 함께 지냈다. 등하교는 이덕기 교감의 50cc 스쿠터로 함께 했다. 아이는 조금씩 달라졌다. 7개월된 아들을 형처럼 곧잘 돌봤다. 부부와 함께 컴퓨터 게임을 하며 아이스크림 내기도 했다. 겉돌던 아이라 적응하지 못할까 걱정했지만 이 교감과 함께 생활하며 아이는 걸레로 방을 훔치기도 하고 설거지를 말끔하게 하기도 했다. 마치 큰아들 같고 막냇동생 같았다. 학교도 집도 싫다던 아이는 어느새 훌쩍 자라 고등학교에도 무사히 진학했고 졸업 후 취직한 회사에 지금까지 다니는 성실한 가장이 됐다. 제자는 명절에 어머니와 함께, 자녀들과 함께 스승을 찾는다. 가을에는 제자의 아내가 감농장에서 직접 수확한 반짝이는 단감도 보내온다. 참 소중한 인연이다.
“제가 처음 교직생활을 시작할 때만 해도 지식 위주의 교육이었습니다. 시험성적, 교과목의 성적향상이 교사와 학생의 관계 전부였지요. 그러니 아이들이 학교가 재밌었겠습니까. 하지만 지금은 학교도 변했습니다. 지식이 평가의 기준인 것은 같지만 교육은 다양성이 우선됩니다. 이제 체험과 탐색을 통해 자기를 개발하는 시대예요. 과거에는 회초리로 교육시켰다면 지금은 교사와 학생이 이해하고 소통하는 관계여야 합니다. 교육자로 지내지만 그 교육이란 게 쉽지 않구나 늘 느끼고 있어요.”
말은 그렇게 해도 오가는 아이들을 보는 표정은 요즘 아이들 말로 꿀이 뚝뚝한다. 학교에 도착해 이덕기 교감의 안내를 받아 학교 중앙현관으로 들어서는데 교감이 발열카메라를 지나자 카메라를 지키고 있던 아이가 “통과~!”하고 외친다. 아이들도 교감을 대하는 데 스스럼없다. 수업 중인 교실에 들어서니 미리 약속된 것도 아닌데 아이들은 환호하며 교감을 맞이한다. 사진 하나 찍자 하니 우르르 달려나와 그를 둘러싼다. 아이들은 교감의 머리 위로 뿔도 만들고 하트도 만들며 환히 웃는다. 교감이라서, 관리자라서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늘 아이들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니 아이들도 그를 편히 대한다. 달리 좋은 교사가 아니다. 아이들에게 격의 없이, 편히, 행복하게 대하는 것이 최고의 교사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참 힘들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청소년기에 배워야 할 수많은 것들을 놓쳤습니다. 교사들이 선진화된 장비로 최선을 다해 지도했으니 교과학습이 뒤처진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인성교육, 질서와 사회교육 같은 생활교육이 전혀 이뤄지지 못했어요.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제공하는 체험도 못했지요. 교사로서 너무나 안타까웠어요.”
걱정 속에 전교생이 등교에 교실에서 수업하고 있다. 체험학습도 조심히 한다지만 여전히 아이들의 그릇을 모두 채우지는 못한다. 일상이 회복되기를 누구보다 바라는 사람들이 교사들이다.
요즘 교사들은 참 힘들다. 아이들의 다양한 개성을 헤아려야 하고, 학부모의 요구를 만족시켜야 한다. 이덕기 교감은 교사들이 소신을 가지고 교육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용기를 주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상상할 수 없이 큰 가능성을 가진 아이들의 미래를 향해 발판이 돼주는 것이 교육자의 역할이라 믿는다.
“4차산업 시대에 학교와 사회의 변화는 감히 예측하지 못하도록 우리에게 다가올 것입니다. 우리 학생들 모두가 미래를 이끌어갈 글로벌 인물이 될 것입니다. 아이들이 생각을 현실로 바꿀 힘을 키우는 것이 교육자의 역할입니다. 아이들은 더 많은 것을 체험하고 부딪히며 미래를 맞아야 합니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만 누릴 수 있습니다. 저는 우리 아이들에게 그럴 힘과 능력이 충분하다고 믿습니다. 우리 철성중 아이들, 사랑합니다. 행복하세요.”
천천히 사진을 꺼내보니 혼자일 때는 어색한 이덕기 교감의 표정이 아이들에게 둘러싸여있으니 세상 환한 얼굴이다.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바라는 이덕기 교감의 표정이 외려 더 행복해 보인다. 천생 교육자가 바로 이런 얼굴이구나, 싶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1년 05월 14일
- Copyrights ⓒ고성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름 비밀번호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만평
상호: 고성신문 / 주소: [52943]경남 고성군 고성읍 성내로123-12 JB빌딩 3층 / 사업자등록증 : 612-81-34689 / 발행인 : 백찬문 / 편집인 : 황수경
mail: gosnews@hanmail.net / Tel: 055-674-8377 / Fax : 055-674-8376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남, 다01163 / 등록일 : 1997. 11. 10
Copyright ⓒ 고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함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백찬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