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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은 만고불변이 아니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04월 16일
ⓒ 고성신문
칼럼을 쓸 때마다 많이 고민한다. 칼럼이 주는 무게 때문이다. 언론에 실리는 칼럼은 시사성과 함께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는 글이라 사안에 따라 글로 인해 상
받는 사람이 있다. 특히 정치적인 화제를 다룬 글이 실린 날이면 예외 없이 논쟁이 생긴다. 그리고 격려성 전화와 함께 간혹 항의성 전화도 온다. 하긴, 정치적인 논쟁은 이념의 차이로 오는 것이기에 어느 쪽이든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자신의 의견만이 선(善)이라는 생각으로 상대방을 악(惡)으로 몰아가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런 논쟁에 휘둘리는 것이 싫어 하루빨리 절필하려고 해보지만 ‘어수선한 세상’이 붓대를 놓지 못하게 한다.
요즘 세상을 ‘어수선한 세상’이라고 표현했다. 아니, ‘뒤죽박죽 혼란스러운 세상’이 더 알맞은 표현일까? 한 마디로 온갖 갈등이 뒤섞여 혼란스러운 요즘, 세상의 민심은 요지경이다. 어느 길이 옳은 길이고 어느 길이 잘못된 길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그 혼란스러움 속에 전국 각지에서 크고 작은 선거가 있었다. 서울과 부산의 선거에 묻혀 큰 화두가 되지는 않았지만, 우리 지역에서도 도의원을 뽑는 재선거를 했다. 그리고 주민들은 압도적인 표 차로 국민의힘 후보를 선택했다.
그런데 후보들이 받은 지지율만 두고 봤을 때 의외의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지난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압도적으로 표를 몰아준 곳이기에 그렇게까지 표 차가 많이 날 줄은 몰랐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크게는 국정(國政)에서, 작게는 군정(郡政)에서 민심이 이탈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사람들은 그것을 ‘민심’이라고 했다.
이번 선거 과정을 보면서, 가장 먼저 짚어볼 것은 현 정권의 오만과 위선이 이처럼 참담한 결과를 불렀다는 것이다. 촛불 혁명을 배경으로 진보 대통령이 배출되고, 180석의 국회의원과, 싹쓸이하다시피 다수의 지방자치단체장을 배출한 정당이 불과 3년 만에 천지개벽이라고 할 만큼 큰 표 차로 하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충격적이다. 그것은 우리 지역도 마찬가지이다. 고성 군정 역시 그동안 편 가르기와 함께, 측근 인사들이 물의를 일으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지만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을뿐더러, 사사건건 의회와 갈등을 겪어 왔다. 진취적이고 능동적인 사업을 펼치는 행정에 의회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행정에서 의회와의 소통에 소홀했다는 의견도 있다. 이런 크고 작은 갈등과 불만이 쌓여 이번 선거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아쉬운 점은 국민이 아직도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 가장 문제라면 후보 추천에 정당이 개입하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을 비롯하여 광역‧기초 의원들까지 정당이 개입하여 선거판을 뒤흔든다. 이장 선거까지 좌지우지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할 정도이다. 주민들의 심부름꾼을 뽑는데 정당이 왜 필요한지 모를 일이다. 정당이 관여함으로 오히려 지방자치의 의미가 퇴색되어 버렸다. 그래서 대통령 선거 때마다 매번 지방자치단체 선거에는 정당 공천을 하지 않겠다는 공약이 나오지만 실천으로 옮겨진 적은 없다.
이번 선거도 마찬가지이다. 지역의 일꾼을 자처한 세 후보가 모두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어 정당 이름을 빼면 후보 개인의 능력 차이는 따지기 힘들었다. 더구나 좁은 지역에서 서로가 잘 아는 선후배들이다 보니 누가 잘났다 못났다 견줄 정도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당선자가 얻은 표가 탈락한 두 후보의 표를 합한 것보다 더 많이 나온 것은, 정당이라는 진영 논리로 해석하지 않으면 풀리지 않는다. 결국 주민들은 지역에 필요한 일꾼을 고른 것이 아니라 정당의 이름표를 달고 있는 사람을 뽑은 것이라 할 것이다. 물론 당선자의 능력이 부족하거나 자질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충분한 역량을 갖춘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유력한 정당의 일원이었기 때문에 당선되었다는 말을 듣는 것이 아쉽다는 것이고, 그것도 민심이라고 한다면 겸허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세상을 혼란스럽고 어수선하게 만든 가장 큰 원인은, 부패하고 무능한 사람들이 권력을 등에 업고 사욕을 채우는 정치 행태에서 찾을 수 있다. 주민들이 평온한 마음으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책임을 진 권력기관이 정치와 행정이다. 그러나 권력자들의 작태를 보면 목불인견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지방자치단체 선거에 정당이 개입하면서 주민들을 편 갈라놓는 결과를 만들었다. 중앙 정치의 이념 싸움은 지방 정치까지 이어져 주민의 화합은 안중에 없다. 특히 정치가가 행정의 수장이 되면서부터 일부 공무원들은 주민보다는 정치 권력의 눈치를 보기 바쁘다. 업무 능력보다는 정치적 수완에 따라 승진이 빠른 구조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은 참 답답하다. 정치와 행정이 결탁한 부패가 많다고 정권을 바꾸니 이번에는 무능함이 돋보인다. 누가 더 낫다고 하기 어려울 만큼 오십 보 백 보이다. 이쪽이나 저쪽이나 그 나물에 그 밥이니 바꾼다고 더 나을 것도 없을 것 같은 난감함 중에, 이번 선거에서는 상식적으로 이해 못 할 일이 일어났다. 전례를 봤을 때, 이런 경우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투표를 기권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번에는 도리어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현 정권에 옐로카드를 던졌다. 여당을 지지하는 사람은 침통했고, 야당을 지지하는 사람은 손뼉을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나 여야 모두가 착각하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가 영원한 민심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불과 몇 년 만에 180도로 바뀌는 게 사람의 마음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국민의힘을 지지한 마음 역시 불변의 민심은 아닐 것이다. 민심은 만고불변이 아니라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승리자들은 자만해서는 안 되고, 패배자들 역시 잠시 발길을 멈추게 한 걸림돌 앞에서 실망할 필요가 없다. 누구든 정도를 걷다 보면 언젠가는 민심이 따라올 것이다. 다만 그것이 인물보다는 정당이라는 이름으로 선택을 받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불난 집에 부채질을 말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누군가의 가슴에 못을 박는 글을 쓴다. 행여 그런 아픔이 있다면 이 자리를 빌려 사과를 드린다. 그리고, 승리의 기쁨을 한껏 누리고 있을 당선자에게 축하를, 패배의 아쉬움을 털어내고 있을 두 분 경선자들에게 위로를 보낸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04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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