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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가능한 행정을 하라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0년 12월 11일
ⓒ 고성신문
미국 대통령 선거가 한창일 때, 우리 언론은 선거 결과를 앞두고 국내 정세에 미칠 실익을 따졌다. 언론사의 성향에 따라 차이는 있었지만, 호의적인 평가
는 대체로 현직인 트럼프 쪽으로 많이 기울었다. 트럼프와 비교해 바이든이 상대적으로 일본과 친하고 북한에 적대적이어서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 불리하다는 것이다. 결과는 우리 바람과 달리 바이든의 승리로 끝났지만, 주변 상황이 별반 달라진 것은 없다. 아직 임기 전이라 알 수는 없지만 바이든 시대가 열려도 지구가 거꾸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바이든이라는 사람이 어떤 일을 할지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도리어 우리 정부의 입장에서는 일을 하기 더 수월할지도 모른다. 바이든이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 예측이 되고 거기에 대비할 수 있다. 거기와 비교해 지난 4년 동안 트럼프 정부의 정책은 상상을 벗어난 것이 많았다. 트럼프는 말 그대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돈키호테형 인물이다. 그런 사람은 상대하기가 어렵다. 그런 차원에서 인물의 우위를 떠나 바이든은 우리에게 트럼프보다 상대하기 쉬운 인물인지도 모른다.
예측 가능성은 현재와 과거의 경험에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추정할 수 있는 미래에 대한 예측 정도를 말한다. 물론 경험에서 얻은 지식은 완벽하지 않아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다. 모든 백조는 흰색이라고 믿던 사람들이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검은 백조를 발견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경험적 법칙을 완전히 무너뜨린 사건이었다. 그러나 대체로 진리일 확률이 높아 일기예보나 주식 투자 등 사회 시스템 전반에 걸쳐 두루 활용되고 있다. 이런 예측 가능성을 존중하여 기존의 시스템을 유지하려고 하는 사람을 ‘보수주의자’라고 하고, 시스템을 깨뜨리고 새로운 경험을 만들려고 하는 사람을 ‘진보주의자’라고 한다. 세상은 흑백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어느 누가 옳고 그르다고 말할 수는 없다. 진보와 보수의 이념을 떠나 누가 더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느냐에 가치의 기준을 두어야 한다.
진보와 보수는 한 뿌리에서 출발한다. 진보의 단점은 보수가, 보수의 단점은 진보가 보완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주변 열강들의 세력 다툼과 일제 식민지가 남긴 유산(遺産)인 이념 투쟁이 심한 나라이다. 심지어 정당까지도 진보와 보수의 이념으로 결성되어 생각이 다르다는 것 자체를 아예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눈치 빠른 국민은 멍석을 깔고 앉아도 될 만큼 점쟁이가 다 되었다. 이쪽 정당에서 법안을 내면 ‘저쪽 정당에서 반대하겠구나’하고.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진보나 보수는 이념을 떠나 예측이 가능하다. 문제는 예측이 불가능한 어중치기 이념을 가진 사람들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진보와 보수의 개념이 잘못 인식되어 있다. 극좌(極左)들이 진보라는 이름을 팔고 있고, 극우(極右)들이 보수라며 명함을 내민다. 거기에 더하여 가짜 진보와 가짜 보수까지 있다. 지금 문재인 정권은 진보라는 이름을 내세우고 있지만 중도에 가깝다. 말 그대로 어중치기이다. 그러다 보니 예측이 참 어렵다. 어떨 때는 바른길을 가나 싶다가도 헛발질을 한다. 그런 행태가 지금의 법무부와 검찰의 충돌로 논란을 자초했다. 분명한 검찰개혁의 길을 알면서도 일개 검찰총장의 거취 문제로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예측 가능성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 고성군수는 정책 경연대회를 열어 공무원 승진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군수가 가진 인사권을 내려놓겠다는 뜻이다. 정말 획기적인 방안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취지에 찬성하면서도 한편 걱정스러운 마음도 없지 않다.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동시에 나타난다. 가장 큰 문제는 서바이벌 오디션 방식이다. 특별한 기능을 가진 예술인이나 요리사 같은 사람들이야 오디션을 통해 선발할 수 있지만 업무 능력을 오디션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성실하고 속 깊은 공무원은 밀려나고 언변 좋고 임기응변에 강한 사람이 선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승진 가능성을 믿고 그동안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온 공무원들은 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 막연할 것이다. 그들에게는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는 이정표가 필요하다. 이벤트 행사가 아닌 실적으로 방향을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리고 공무원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이정표를 보여주는 것이 행정 수반이 해야 할 일이다. 고성읍장 선거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지만, 승진 경쟁에서 공개적으로 탈락하는 공무원들의 아픔을 헤아려본 적은 있는가? 이번 인사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질 것 같아 안타깝다.
세계적 팬데믹을 맞아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모두가 힘든 시기이다. 특히 공무원들은 더욱더 심하다. 모두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다. 휴일도 없이 민원을 해결해야 하고, 수시로 방역에 나서야 하고, 낚시꾼들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를 주워야 하고, 시장에 나가 상인을 단속해야 한다. 잦은 부서 이동으로 전문성도 떨어질뿐더러, 힘에 겨운 잡무로 인해 민원을 제때 처리하지 못한다고 주민들의 원성을 듣는다. 거기에 더하여 말썽 많은 고성군 공식 밴드에 실명까지 올리며 공무원의 명예를 훼손하는 수난을 당해도 공무원이라는 죄로 인해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한다. 물론 주민 위에 군림하거나 복지부동하는 일부 공무원들의 행태도 문제지만, 지금은 잘해도 욕 듣고 못해도 욕 듣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고생하는 공무원들을 너무 몰아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행정에 인사 관리를 담당하는 부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군수는 자신의 행정 철학만 던지고 인사권한을 담당 부서에 전임하는 것은 어떨까?
백두현 군수 체제가 들어서면서 고성군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 청소년 꿈페이를 비롯하여 선도적이고 파격적인 정책이 펼쳐지고 있다. 발전을 위해서는 파괴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파괴도 예측 가능해야 주민들이 믿고 따를 것이다. 예측 가능성은 사회를 움직이는 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진정한 진보는 예측이 가능할 때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주변에서 더 많은 조언을 듣고 심사숙고하여 군정을 이끌기 바란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0년 1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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