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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여는 새바람, 협동조합 5.] 지역민이 나서면 지역의 가치가 커진다

주민 떠난 지역을 거대기업으로 변신시킨 몬드라곤협동조합
문화와 예술을 위한 주민들의 노력 트렌토음악학교협동조합
협동조합의 양적 질적 성장으로 일자리와 수익 보장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0년 09월 18일
글 싣는 순서
① 인구절벽 위기 고성 협동조합으로 숨통 틔워야
② 엄마·아빠가 살려낸 ‘우리’ 꿈동산유치원
③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협력과 변화, 위즈온협동조합
④ 가지 않은 길을 여는 청년들, 글로벌제주문화협동조합
⑤ 지역민이 나서면 지역의 가치가 커진다

↑↑ 스페인 몬드라곤협동조합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우수한 협동조합의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 고성신문
유럽은 우리보다 훨씬 앞서 협동조합을 설립하기 시작했다. 현재의 협동조합 중 세계적으로도 가장 우수한 사례를 꼽는다면 가장 먼저 오는 것이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이다.

# 석유난로공장에서 시작된 몬드라곤의 기적
몬드라곤(Mondragón)은 스페인 북부 기푸스코아주의 주도 산세바스티안(San Sebastián)에서 약 70㎞ 거리다. 바스크어 공식 이름은 아라사테(Arrasate)이며, 몬드라곤은 스페인어 공식 이름이다. 30.80㎢의 작은 면적에 2만2천여 명의 인구가 모여 산다. 15세기 이후 철강, 금속산업이 중심산업으로 자리잡으면서 살림에 부족함은 그다지 없는 지역이었다. 그러나 1930년대 스페인 내전을 겪으면서 형편이 조금씩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1950년대 들어서는 인구의 80%가 떠나버렸다.
호세 마리아 아리스멘디아리에타(José María Arizmendiarrieta) 신부는 이를 안타깝게 여기고, 몬드라곤에 남은 마을 아이들을 위한 기술학교를 세웠다. 1956년에는 기술학교 졸업생들과 함께 울고(ULGOR)라는 이름의 작은 석유난로공장을 세웠다.
5명의 공동창업자가 만든 석유난로공장으로 시작된 몬드라곤 협동조합은 금융과 제조, 유통, 지식 4개 분야 280여 개 조직에서 9만 명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곧 조합원이다. 연구자만 2천여 명에 이른다. 몬드라곤은 스페인에서 매출규모 10위권 내를 유지하며 고용규모는 3위 수준이다.
몬드라곤협동조합은 제트엔진용 가변전지나 위성 발사용 로켓 센서, 의료장비, 엘리베이터 등 첨단기술은 물론 소시지, 도시락, 사료도 만들어 판다. 여행사, 헬스클럽도 몬드라곤의 사업이고 유치원과 대학, 보험, 연금과 기금도 자체적으로 운영된다.
대학을 운영하며 키운 인재들은 몬드라곤에 취업으로 이어지니 학생은 취업, 기업은 우수인력확보 걱정을 덜 수 있다.
몬드라곤에서는 유급휴직은 기본적 권리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과 처우에 차별은 없다. 직장에서 해고 당한다는 개념이 없다. 협동조합이고, 노동자는 조합원이기 때문에 만약 한 기업이 어려워지면 조합에 소속된 은행과 기업들이 금융지원을 통해 새로운 업무교육의 기회를 주고 이직한다. 임원의 최고임금은 직원 최저임금의 10배를 넘을 수 없게 규제한다. 협동조합이므로 조합원 누구나 이사 선임에 대한 동등한 투표권을 갖는다.
작은 지역에서 먹고 살기 위해 자구책으로 시작한 협동조합은 이제 전세계 20개국에 80여 개 해외공장을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몬드라곤의 기적’이라 불린다.

# 지역사회를 풍성하게 하는 힘, 트렌토의 음악교육
이탈리아는 곤돌라 뱃사공도 성악가라 할 만큼 음악을 사랑하고 즐기는 나라다. 지역사회에서도 음악이 갖는 역할은 크다. 이탈리아 북부 트렌티노 지방의 도시 트렌토에서는 1987년 음악학교 관련법이 제정된 후 음악, 문화예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싹트면서 음악학교들의 협동조합이 결성됐다.
트렌토 음악학교협동조합은 현 교습생 600여 명 중 초등 2학년까지는 모든 악기를 두루 배우며 음악의 기초지식을 쌓는다. 3학년부터 합주를 시작해 18세 이후에는 합창이나 앙상블에 참여한다. 주 2회, 최대 주3시간 레슨을 받으며 각 학년별 과정을 마치면 시험을 쳐야 다음 단계로 진행할 수 있다.
특히 음악교육을 강조해온 트렌토에서는 문화나 예술교육은 공공성이 있으며 지역사회에서 이러한 활동이 이어져야 한다고 본다.
음악학교협동조합은 회계가 까다로운 반면 공공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협동조합으로 운영하는 현재의 방식은 교육의 다양화는 물론 운영상 투명성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트렌토 지역에서는 유치원부터 중고등학교까지 일반학교와 다름없이 우수한 교사들이 제공하는 질 높은 음악교육방식을 소개한다. 실제 음악을 지도하는 사람들은 지역민이다. 악기를 비롯해 다양한 음악분야를 지역민들이 교사가 돼 직접 지도한다. 지역교사들의 활동시간을 보장하고 지역민들의 재능을 적극 활용해 지역민 모두가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한다.
단순히 교육에서 그치지 않고 정기적으로 지역 내 공연무대를 마련해 교육 만족도를 제고하고 이를 통해 음악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다.

↑↑ 고성에서도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사진은 사회적 경제 관련 설명회 현장)
ⓒ 고성신문
# 양질의 일자리와 수익창출의 새로운 모델
협동조합과 사회적 협동조합은 얼핏 보기에는 명칭 때문에 역할이 비슷해보인다. 그러나 가장 큰 차이는 협동조합은 영리법인이고 사회적 협동조합은 비영리 법인이다. 사회적 협동조합과 같은 비영리 법인은 수익금을 조합원들에게 배당할 수 없고, 차기 목적사업에 다시 투자해야 한다. 영리법인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활동을 통해 이윤을 남기고 조합원들에게 배당할 수 있다.
협동조합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사회적 협동조합보다는 설립절차나 요건이 비교적 단순하다.
기획재정부의 제4차 협동조합 실태조사 결과 국내 협동조합은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이후 매년 2천여 개씩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년만인 2018년에는 신고 및 인가 기준 전국 1만4천526개의 협동조합이 운영 중이다. 일반협동조합이 1만3천267개로 압도적이었다.
양적 성장만 아니다. 운영 및 경영 성과 또한 개선되고 있다. 2018년 기준 협동조합의 평균 조합원 수는 67명으로, 2016년에 비해 5.4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조합의 평균매출액은 2억7천272만 원에서 3억6천764명으로 35%나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2016년 373만 원보다 4배나 훌쩍 늘어 2018년 1천458만 원이었다.
국내의 협동조합은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면서 크게 성장하고 있다. 유럽 등 이미 여러 분야에서 협동조합이 활성화된 것에 비해 시작은 늦었지만 운영 및 경영 측면에서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특히 가장 큰 성과는 취약계층의 일자리 확보와 공동체 복원이다.
2016년 조합당 평균고용인원은 4명이었으나 2년만에 4.4명으로 늘었다. 고용인원 자체는 차이가 미미하지만 같은 기간 정규직 비율이 66%에서 70.8%, 월 평균임금은 131만3천 원에서 158만2천 원, 고용보험가입율은 78.8%에서 82.9%로 증가한 것을 보면 협동조합이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고성군내에는 7개의 사회적 협동조합이 운영되고 있다. 이 중 초목·임목제거사업, 소나무재선충사업, 숲가꾸기사업 등을 추진하는 고성희망의초석 사회적협동조합, 영농형 태양광발전사업과 주민복지 및 건강증진사업, 마을공동시설 정비와 안전사업 등을 추진하는 신촌마을 사회적협동조합, 공공기관 냉난방기 살균세척 및 필터교체 등의 사업을 하고 있는 경남에어크린존 사회적협동조합, 재가노인시설과 노인돌봄서비스 등을 운영하는 고성노인통합지원 사회적협동조합, 돌봄서비스를 통해 일자리를 제공하고 돌봄사회서비스 종사자의 처우개선 등을 위해 출범한 경남돌봄지원센터 사회적협동조합, 공동생활가정과 주야간보호, 방문요양과 방문목욕 등의 장기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고성돌봄 사회적협동조합, 카페와 플라워아트 및 화훼판매, 제과제빵사업을 진행 중인 예쁜마을 사회적협동조합 등 7개의 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 중이다.
협동조합은 모두 5개가 운영된다. 공동주택 건설 및 임대, 부동산 개발 등을 목적으로 한 고성주택협동조합, 마을카페운영, 당항포해전 문화축제 발굴 및 음식점, 기념품 판매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한 외산마을공동체협동조합, 6차산업 및 항노화관련사업, 농산물 및 가공품 판매사업 등을 위한 케이씨바이오협동조합, 교육개발, 서비스 품질관리, 서비스표준화 및 인증, 직업능력개발 등을 주로 하는 대한여가안전지도자협동조합, 마을카페와 게스트하우스 운영 등 마을 공동이익을 위한 무학마을협동조합 등이다.
현재 군내에 설립된 협동조합 중 활발하게 활동하며 수익사업을 운영하는 곳은 사실 거의 없다. 그러나 외산마을 등은 어촌뉴딜사업 시작과 함께 본격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 동해면 외산마을공동체협동조합의 출발
외산마을공동체협동조합은 당초 좌부천마을 내 한옥을 정비해 마을카페를 운영하고 당항포해전 문화축제 발굴, 기념품 판매사업 등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현재는 해양수산부 어촌뉴딜사업에 소득사업으로 참여할 예정이라 당항포축제 참여와 약간 방향이 달라진 상황이다.
이연수 대표는 “처음 추진할 때는 마을 인근의 당항만에 대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특화된 아이템을 운영하고자 했으나 어촌뉴딜사업을 준비 중이라 당장 사업을 추진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면서 “향후 사업을 추진하면서 확장하다 보면 정관에 있는 사업을 진행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외산마을공동체협동조합은 지난해부터 설립을 준비해 올해 2월 신고 후 지난 5월 29일 설립등기를 마쳤다. 지금은 조합원이 얼마 되지 않지만 향후 사업을 확장하게 되면 마을주민과 어촌계원의 참여를 유도해 100여 가구가 참여하는 지역 대표 협동조합으로 운영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연수 대표는 “협동조합은 민법과 상법 중간쯤이라 생각하고 사회법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면서 “처음에는 참여하는 분들이 수익성이 적으니 호응도 적었으나 지금은 이해도도 높아졌다. 투자만큼 수익이 창출돼야 참여도도 높아질 것이라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고성의 인구감소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일자리 부족으로 인한 경제적 불안과 교육 문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군은 다양한 정·시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해소하지는 못하고 있다.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협동조합을 통해 지역민이 공동체를 이뤄 소통하고 운영한다면 어떨까? 가속화되는 지역 소규모화와 급변하는 지역사회 환경에 대응해 공동의 수익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협동조합 설립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협동조합은 경제활동, 정책의 주체가 되고 동시에 혜택은 군민에게 돌아가는 선순환이 가능하다. 나아가 고성형 공동체 실현도 협동조합으로 앞당길 수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0년 09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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