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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여는 새바람, 협동조합 3.]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협력과 변화, 위즈온협동조합

취업에 불이익 겪는 장애인들의 경제활동 보장
웹접근성 사업, 대전 100여 개 기관단체 서비스
수익은 복리후생 제공, 본인 성과 직접 채점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0년 09월 04일
글 싣는 순서
① 인구절벽 위기 고성 협동조합으로 숨통 틔워야
② 엄마·아빠가 살려낸 ‘우리’ 꿈동산유치원
③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협력과 변화, 위즈온협동조합
④ 가지 않은 길을 여는 청년들, 글로벌제주문화협동조합
⑤ 지역민이 나서면 지역의 가치가 커진다

↑↑ 장애인의 경제활동을 위해 설립된 대전의 위즈온협동조합은 직원이 곧 조합원이다.
ⓒ 고성신문
정부의 인정을 받은 장애인기업은 2018년 기준 9만5천589개로, 10만 개에도 미치지 못한다. 장애인이 소유하고 경영하는 기업은 공공기관의 우선구매, 정부지원사업 등에 참여할 경우 우대받을 수 있다. 장애인기업의 장애인 고용률도 30%로 일반 기업에 비해 높은 편이다.
군내 등록 장애인은 4천600여 명이다. 그러나 이들 중 경제·사회활동을 하는 사람은 1%가 채 안 된다. 활동지원도 한정적이다 보니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내기도 쉽지 않다. 협동조합은 이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것과 동시에 경제적 자립, 사회적 지위 향상의 발판이 될 수 있다.

# 차별없는 경제활동 위한 위즈온협동조합
대전시 중구 대흥동의 한 사무실. 직원들은 각자의 컴퓨터 모니터에 빠져들 것 같이 집중하고 있다. 몇몇 직원은 외근을 나갔는지 빈 자리도 더러 있다. 흔히 보는 회사풍경과 다를 것이 없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장애인’ 협동조합이라는 점이다.
위즈온(WEZON)은 ‘우리 함께(WE)’, ‘열정(Zest)’을 갖고 온라인에서 불을 ‘밝히자(ON)’를 줄인 말이다. 청년들의 열정이 모인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이다. 누구나 웹에서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찾고, 나아가 사회적 변화를 함께 이끌아나가자는 의미를 담았다. 이름처럼 이들은 장애인의 인터넷 사용을 손쉽게 하는 웹접근성 사업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위즈온협동조합은 2013년 5명의 청년이 뜻을 모아 설립했다. IT분야의 경력과 실력을 살려 대전의 작은 사무실에서 시작했다.
위즈온을 처음 시작한 오영진 이사는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다. 근이영양증은 근육세포가 서서히 파괴되면서 악화되다가 사망에 이른다. 근육세포가 사라지니 몸을 움직이는 것이 자유롭지 못했다. 어린 시절부터 뛰거나 운동하는 것이 힘들었고 중학교에 가면서부터는 휠체어를 타야 했다. 같은 병을 앓던 친구가 먼저 하늘나라로 떠났다. 근이영양증 환자들의 평균수명은 20대 초반이다. 죽음의 공포가 현실로 닥쳤다. 그렇다고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어찌될지 모르는 인생을 허투루 쓸 수 없었다.
“죽음을 두려워만 한다고 삶이 달라지나요. 삶을 더 가치있게 사는 게 중요하죠. 장애인은 일반회사에 취업해 일을 하는 게 힘들어요. 면접기회를 얻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저처럼 움직임에 제약이 있는 경우 매일 휠체어를 이용해 회사를 오갈 수 있을지도 알아야 했어요. 심지어는 화장실까지 확인해야 했으니까요. 그때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장애인들도 마음 편히 사회생활하며 경제활동을 영위할 수 있다면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을 테니까요.”
오영진 이사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을 품기 시작했다. 장애를 가진 스스로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을 넘어서 자신이 그렇듯 다른 사람들도 비전을 얻길 바랐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누구나 자유롭게 꿈꾸고 이루는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사회적협동조합과 창업에 주목했다.
오영진 이사가 만난 다른 장애인들 역시 이런 공감대를 갖고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의 힘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극복해보자는 의견도 내놨다. 생각은 행동으로 이어졌다.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은 물론 다양한 컨설팅과 지원을 바탕으로 협동조합을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협동조합은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주식회사 등 일반 기업은 창업 이후 수익이 발생하면 대주주나 투자자에 의해 초창기의 목표나 정신이 변질되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조합원 개개인이 모두 주인인 협동조합이라면 누구든 변질되는 회사에 제동을 걸 수 있다. 그러니 공동의 가치를 지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 폐업 위기에서 회사 살려낸 조합원들
설립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경영과 수익에 대한 고민은 창업을 앞둔 누구나 하는 일이다. 그런데 장애인들이 근무할 곳이 아닌가. 사무실 내부 시설과 화장실까지 모두 장애인의 이동편의를 확보해야 했다.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돼 당장 입주할 수 있는 곳은 임대료가 비쌌다. 저렴한 공간을 택하고 내부수리를 거쳐 사무실을 꾸렸다.
위즈온이 입주해있던 건물이 갑자기 매각된 적이 있다. 당장 사무실을 구해야 하는데 자금은 부족한 상황이었다. 오영진 이사는 폐업까지 고민하고 있던 찰나였다. 직원들이 얼마가 필요하냐며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직원이기도 하지만 조합원이니 ‘내 회사’를 살리고자 하는 마음이 모인 것이다. 위즈온이 기업형태로 전환하지 않는 것이 바로 이 이유다. 수익구조에 의해, 상하관계에 의해 누군가 지시하고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직원이 동등한 위치와 자격을 갖고, 수평적 관계에서 일하는 것이 위즈온의 지향점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영리를 추구하는 장애인 일반협동조합도 장애인기업으로 인정하는 법안을 만들었다. 위즈온협동조합이 이 법안이 통과된 근거라고 꼽는 목소리가 압도적이다.
위즈온은 어느 지자체가 수주한 사업에 최종선정됐다가 갑작스럽게 탈락을 통보받은 적이 있다. 장애인기업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장애인이 설립한 일반 협동조합은 장애인기업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비영리 사회적협동조합은 많지만 위즈온과 같은 장애인협동조합은 없다. 위즈온협동조합이 장애인기업으로 지정된 것은 향후 생길 장애인기업들에 포문을 열어준 것이나 다름 없다.
정부는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국정과제로 삼고, 협동조합과 다른 기업형태와 차별을 두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장애인활동을 지원하기로 했다. 중기부에서는 장애인기업 확인 유효기간을 종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했다. 장애인기업, 장애인협동조합을 보는 시선이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 직원이 조합원, 수익은 복리후생 강화
“위즈온은 지식을 습득하기 편하게 하고, 사회적 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기업입니다. 장애인들에 대한 여러 변화를 꾀하면서 사회적 참여기회를 확대하고, 비장애인들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위즈온은 웹접근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이 홈페이지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모든 이미지에 설명을 넣는다든지, 마우스 사용이 원활치 않은 지체장애인을 위해 키보드만으로도 홈페이지를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하는 등 규약이 많다. 웹접근성사업은 홈페이지를 제작할 때 정부 법령에 따른 웹접근성 표준안에 맞추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장애 유무, 나이, 경제적 상황 등을 떠나 정보를 얻는 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위즈온의 일이다. 또한 사회적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다른 기업의 효과적인 홍보를 맡기도 한다.
위즈온은 젊은 기업이다. 직원들은 대부분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비율은 절반정도 된다. 직원들은 모두 위즈온협동조합의 직원이면서 동시에 조합원이다.
회사 문제에 대한 결정권도 모두에게 있다. 의사결정, 위기관리 등도 모두 조합원의 몫이다. 오영진 이사처럼 이들도 취업시장에서는 약자였다. 그러나 위즈온협동조합원으로 안정적인 일자리와 수입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조합원이자 직원들은 월급의 많고 적음보다도 회사의 사업으로 발생하는 수익을 의료비 등 직원들의 복리후생 강화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데 뜻을 모으기도 했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내부 의견충돌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위즈온에서는 이를 조율하고 합의점을 찾는 데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위즈온의 IT서비스를 받는 기관과 단체는 대전 내에서만 100여 곳에 달한다. 멘토들의 협력과 인적 네트워크도 위즈온협동조합의 큰 힘이 됐다.

# 개발자가 직접 수주 결정하는 자율성
위즈온협동조합은 급여만 보자면 일반 IT 개발자들에 비해 높지 않다. 대신 복리후생제도를 조합원들이 같이 만드는 것은 물론 급여 수준도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다. 조합원들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함께 합의점을 찾으니 전반적으로 운영방식에 대한 조합원들의 만족도는 높다. 내 직장의 일을 내가 스스로 결정할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은 조합원들에게 큰 장점이자 회사에 대한 애착으로 작용한다. 뿐만 아니라 협동조합의 특성상 모든 조합원이 함께 책임지기 때문에 위기가 닥치더라도 함께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크다.
위즈온은 직원들의 자율성을 보장한다. 외부업무를 수주받을 때면 일반적으로 회사가 수락여부를 판단하는 반면 위즈온에서는 개발자가 직접 결정한다. 업무를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수주받을 수 있고, 본인이 수주받은 일이기 때문에 개발자는 주체적으로 일하게 된다.
위즈온은 기업의 소셜미션과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조합원들간 의견을 나눈다. 사회적기업의 특성과 형태를 유지하는 동시에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떠나 누구나 사회활동에 참여하기 위한 것이 위즈온의 목표였으니 당연한 일이다.
“불편함을 가진 사람이 창업한다는 것은 그만큼 절박하고 동시에 열망을 갖고 있다는 거라 봅니다. 위즈온은 앞으로 더 많은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협업할 겁니다. 결론은 같아요. ‘행복’이지요. 누구나 동등하게 행복을 누릴 권리를 위해 위즈온협동조합이 만들어진 거니까요. 모든 상황의 제약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게 곱고, 시민과 자원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하는 위즈온이 될 겁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0년 09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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