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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고 배우고 토론하며 소통하는 활기찬 시니어, 퀘스트

은퇴자들의 종합 커뮤니티이자 학습 동아리
취미생활, 문화탐방, 현장학습 프로그램
뉴욕시립대에서 장소 제공, 행정적 지원
운영 위해 회원으로 구성된 협의회 필수

최민화 기자 / 입력 : 2019년 09월 27일
ⓒ 고성신문
배움에 대한 열정은 나이와는 무관하다. 현역에서 물러난 은퇴자라고 해서 학습에 대한 열망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구미에 맞는 학습 프로그램을 찾아내
것은 쉽지 않다. 더구나 고성처럼 작은 지역에서는 더욱 그렇다.평생학습은 주로 기관이나 단체에서 제공한다는 일종의 고정관념을 가진 우리와 달리 미국은 학습 동아리 형태로 운영되는 자생적 평생학습단체가 낯설지 않다. 지역이나 형태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평생학습동아리에서는 회원들의 회비로 강의실 임대, 체험학습 등 비용을 충당한다. 평생학습 동아리는 나이나 국적, 경제력, 학력, 직업의 유무나 직군 등에 제한이 없다. 이들의 자격요건은 ‘공통된 관심분야’다. 뉴욕의 시니어 학습 동아리인 퀘스트 역시 마찬가지다.

# 자유롭게 배우고 탐구하는 ‘퀘스트’
금융기관이 밀집한 덕에 매일 아침 출근 대란을 치르는 뉴욕 맨해튼의 뉴욕시립대학교 평생교육원. 오전 10시쯤이면 머리가 희끗한 시니어들이 속속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직업군도 다양하다. 이들은 심리학자나 의사, 교수, 언론인, 고위관료, 기업인, 예술가, 금융전문가 등 젊은 시절 전문직종에서 맹활약한 후 은퇴한 시니어다. 이들은 일명 액티브 시니어로 불린다. 은퇴 후에도 몸담았던 직종이나 새로운 직군의 일을 하기도 하지만 학습과 여행 등 ‘활기찬 노년’을 즐긴다는 이름 그대로 노후를 즐긴다. 이들은 자유롭게 배우고 탐구하는 퀘스트(Quest)의 회원들이다.이름에서부터 ‘탐구’라는 의미를 담은 퀘스트에는 250여 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시니어 교육을 한다는 점에서는 대학이나 단체에서 운영하는 평생교육원과 비슷하다. 그러나 퀘스트는 강사, 교수, 학생이 따로 없다. 퀘스트는 일방적 강의가 없다. 관심분야를 놓고 토론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특별한 경우 강사가 강단에 서기는 하지만 강사 역시 퀘스트의 회원이다.퀘스트는 1년에 3학기가 운영된다. 학기마다 개설되는 강의는 20~30여 개 정도 된다. 퀘스트에서 운영되는 강좌는 클래식 음악, 오페라, 연극, 소설이나 시와 같은 문학강좌 등 웬만한 대학 전문 강좌 못지 않다. 가르치는 사람은 회원들이다. 다양한 직군에서 전문지식을 갖고 활동했던 회원들이 직접 강의한다. 개설된 강좌에 관심이 있는 회원들은 강의를 신청한다. 일종의 자급자족 형태로 이뤄지는 것이다.강의한 회원에게 질문해 지적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다. 또한 강의, 발제가 끝난 후에는 회원들끼리 의견을 주고 받으며 심층 토론을 통해 해당 분야를 탐구하는 형태다. 필요한 경우 주기적으로 외부 강사를 초청해 전문 강의를 진행하기도 한다. 취미활동이나 문화탐방여행 등도 수시로 진행된다. 학습동아리이면서 은퇴자들간 일상과 지식을 공유하는 종합커뮤니티 역할을 한다.퀘스트에서는 몇 과목을 수강하든 연간 회비는 500달러 선이다. 학교나 학습원이 아닌 커뮤니티이므로 등록금은 당연히 없다.그러나 강좌를 개설하기 위해서는 협의회와 분과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협의회는 회원들 중에서 선출된 7명의 임원과 재정담당관을 포함한 4명의 뉴욕시립대학교 교직원으로 구성된다. 협의회와 분과위원회는 회원 대표가 주재하는 회의에 참여해야 한다.회원 대표는 2년 임기로 활동한다. 강좌개설이나 교육자재 관리·섭외, 회원관리, 각종 행사 기획 및 일정 조정 등의 업무를 나눠 맡는 4개의 위원회도 회원들로 구성돼 있다. 

#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종합 커뮤니티
퀘스트가 대부분의 강좌를 진행하는 뉴욕시립대학교는 재정 등과 관련된 행정적 지원과 장소 제공만 할 뿐 모든 업무는 회원들이 진행한다. 운영 업무를 맡는 회원들에게 지원되는 수당도 전혀 없이 무급 순수봉사로만 일한다.역시 무급으로 봉사하고 있는 마이클 웰너 원장은 “1990년대 중반 뉴욕의 시니어 센터들 중 제법 알려진 교육기관들이 은퇴자나 은퇴예정자들의 입장이나 사고방식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입학절차나 학사관리를 웬만한 대학교 이상 까다롭게 진행한 데다 등록금까지 높은 금액으로 책정했다”면서 “시니어의 은퇴 이후 삶의 질 향상은 동의하지만 평생교육은 공통관심사를 가진 누구에게나 열려있어야 하기 때문에 당시 시니어센터들의 운영 시스템에 반대하는 40여 명이 탈퇴해 회원 중심으로 운영하고자 한 것이 바로 우리 퀘스트이며 뉴욕시립대학교가 우리 뜻에 동의하면서 강좌 장소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퀘스트는 시니어를 위한 커뮤니티이자 학습을 위한 모임인만큼 특별한 자격요건은 없다”면서 “이 모임에 참여하고자 하는 시니어는 온라인이나 전화로 방문 신청 후 일정에 따라 하루동안 샘플강의도 듣고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등 교류를 통해 강좌 수강, 활동 참여 등을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웰너 원장은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퀘스트가 지금의 형태로 자유로우면서도 체계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던 것은 회원들의 참여와 노력 덕분”이라면서 “회원들이 스스로 참여하고 강의하고 토론하며, 모든 강좌 계획수립 또한 전 회원들의 자율적 참여를 통해 결정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 공통관심사 나누며 즐기고 소통하는 시니어
샌디·앨 고든 부부는 창립 회원으로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다. 그들은 ‘큐 리뷰(Q Review)’라는 이름으로 매년 발간되는 퀘스트의 종합문예지 20주년 특별판 기고문을 게재했다. 기고문에는 “퀘스트와 함께한 지난 20년은 결코 지루할 수 없었다”면서 “은퇴자의 꿈은 따뜻한 햇볕을 쬐고 놀이와 내기나 하면서 소일거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열정적이고 모험을 즐기는 사람들과 함께 지식을 넓히는 것”이라고 말했다.샌디와 앨 부부와 같은 생각으로 활동하는 회원들은 창작활동과 현장학습이 예정되면 더욱 활기가 넘친다.연극 시간에는 젊은 시절 배우로 활동하면서 에미상 후보에도 올랐던 배우 출신 회원들이 연기를 지도한다. 강좌에서 끝나지 않는다. 매년 연습한 작품은 가족과 친지들을 초청해 무대에서 공연하기도 한다. 연극을 사랑하지만 건강이 악화되면서 연극 강좌와 공연에 참여하지 못한 회원 도나 루벤스 회원을 위해 그의 집을 직접 방문해 즉석 소규모 공연을 하기도 했다. 회원들의 소통과 문화 나눔, 종합 커뮤니티로서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퀘스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일화다.금요일이면 이스트강변에서 포크음악 버스킹 공연을 하기도 한다. 회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문예지는 소설가, 시인 등 문학인을 꿈꿨지만 젊은 시절 기회를 놓친 회원들이 주도적으로 제작하고 있다.현장학습도 수시로 진행된다. 뉴욕은 뉴욕현대미술관(MoMA),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등 박물관과 미술관이 일상인 도시다. 나아이가라폭포는 물론 팜스프링, 뉴올리언스는 물론이고 문화교육타운으로 불리는 쇼토쿼도 퀘스트 회원들에게는 익숙한 수학여행지다. 수학여행은 은퇴 전 여행전문가로 활약한 회원들이 직접 계획을 세운다.수학여행은 미국 내에서만 진행되지 않는다.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여름 내내 여행을 다니는 일도 있고, 미주는 물론 유럽까지도 간다. 수학여행에는 회원들뿐 아니라 가족들도 동참할 수 있어 더욱 인기다.퀘스트는 시니어들이 한데 어울리고, 서로의 관심사를 나누고 배우며 교류하고자 하는 커뮤니티이자 학습동아리다. 지역 내 학교와의 호흡이 맞아 떨어지면서 장소와 행정적 지원을 받기는 하되 실질적 운영은 회원들에게 달려있다. 이런 퀘스트의 운영방식과 효과는 평생학습, 생애교육의 필요성과 함께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19년 09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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