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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연간 유기동물 8만 마리, 지속적 증가추세
입양 후에도 쉽지 않은 유기동물과의 생활

최민화 기자 / 입력 : 2018년 10월 05일
ⓒ 고성신문
올해 추석연휴가 포함된 9월 19~26일 사이에 유기된 동물은 1천524마리였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 기반으로 실시간 유기동물 통계를 제공하는 ‘포인핸드’에서 확인된 수치다. 구조되지 않은 경우나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경우를 감안한다면 이보다 더 많은 숫자의 유기동물들이 아직도 길거리를 떠돌고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100대 국정과제 중에는 유기동물 입양 활성화가 포함돼있다. 실제로 대통령은 유기견 출신인 토리를 입양해 함께 생활하고 있다. 토리는 대통령의 성을 따 문토리로 불리며 대통령의 SNS에 종종 등장해 시선을 끌고 사랑받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동물권보호단체 케어에서 각 후보에 제안한 유기견 입양 캠페인을 통해 토리를 만났다. 이후 청와대 입성과 함께 토리를 정식 입양했다. 덕분에 유기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 반려동물,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유기동물의 수는 해마다 8만 마리가 넘는다. 지난해에는 10만 마리가 넘는 동물들이 유기됐다. 유기동물의 수는 인구에 비례한다. 동물권단체 케어에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유기동물 통계를 분석한 결과 휴가철이 포함된 6~8월 사이 유기동물 수는 30% 정도였다.
경남도내 유기동물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3년 5천105마리였던 유기동물은 2014년 5천223마리, 2015년 5천609마리, 2016년에는 6천596마리였다. 지난해에는 7천941마리였으며 올해는 8월 기준 7천553마리로 끊임없이 증가 중이다.지난해 서울시가 반려동물 취득경로 통계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기 시작한 사람 중 유기동물을 입양한 경우는 3.8%에 그쳤다. 정부가 2015년 성인남녀 3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동물보호에 관한 국민의식조사’에서 응답자 93.2%가 유기동물의 입양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한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국내에서 반려동물 등록제를 가장 먼저 실시한 지역은 경기도 성남시였다. 2008년 시범 시작된 성남시의 반려동물 등록제는 반려동물에게 내장형 칩을 피하에 삽입하거나 목걸이 형태의 인식표를 달아 동물과 주인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시행 첫해 2만6천 마리가 넘었던 유기동물은 10여년 만에 5천 마리 이상 줄었고, 유기동물의 입양율은 18%에서 34.5%로 증가했다.
경기도에서는 2013년 도우미견나눔센터를 설립했다. 이 센터에서는 유기견을 청각장애인보조견, 지체장애인 보조견, 동물매개치료견으로 훈련시켜 필요한 가정에 무상으로 분양하고 있다. 5년 간 400마리 가량이 도우미견으로 분양됐다.2017년 기준 유기동물 입양률이 가장 높았던 곳은 세종시로, 발생한 유기동물의 35% 이상이 새로운 가족을 만났다. 이어 충북, 경기, 강원도가 뒤를 이었다.세종시는 1인가구 비율이 전국평균보다 높고, 40대 이하 인구의 비율이 68.3%로 전국 1위다. 그러나 동물판매업체는 적은 편인데다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사지 말고 입양하자’는 움직임이 인 덕분에 유기동물보호소를 찾는 발길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 임시보호로 인연 맺은 다로 영감님
버려진 동물을 거둬 키운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2009년 11월 26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살던 시절이다. 우리집 개대장 희동이가 혼자 노는 게 안타까워 동생을 들이려다가 우연히 보게 된 사진 한 장. 2㎏도 안 되는 요크셔테리어는 핵경화증인지 백내장인지 모르겠지만 안구가 심하게 탁했고, 이가 하나도 없어서 미처 가두지 못한 혀가 오른쪽으로 빠져있었다. 배변훈련이 전혀 돼있지 않았고 고질적인 피부병까지 있었다.
관리 잘 된 10살 개와 관리 안 된 10살 개는 엄청난 차이다. 안락사 직전 구조되는 천운을 얻었지만 예쁜 외모와 작은 체구 덕분에 입양갔다가 두 번을 파양당한 10살짜리 파파 할아버지 강아지였다. 
당시 보호소에서 개별관리가 쉽지 않은 아이들에 한해 두 달간 일반가정에서 집밥을 먹게 해주자는 의도로 임시보호 릴레이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었다. 냉큼 그 파파 할아버지 강아지를 데려왔다. 프로젝트의 1호 임보 성공견이었다. 그리고 전체 보호소를 탈탈 털어 최고령 강아지였다. 
원래 이름은 ‘토로’였지만 불만을 토로하다, 같은 부정적 의미가 떠올라 ‘다로’로 이름을 바꿔줬다. 그리고 그날로 입양을 결정했다.
이름 뒤에 늘 ‘영감님’이 붙었던 다로는 내 껌딱지였다. 배변훈련이 안 돼있다더니 우리집에 와서는 화장실 근처까지 잘 찾아갔다. 물론 가다가 너무 급해 실수할 때도 많았지만 늘 노력하는 아이였다. 이는 하나도 없지만 오로지 건사료만 먹는, 자존심 강한 아이이기도 했다. 볕이 잘 드는 자리에 방석을 깔아주면 하루종일도 잠을 잘 수 있는 아이였다. 
나이가 더 들면서는 잠도 더 많아졌다. 산책길에 방파제를 걷다가 바다에 빠지는 사고도 겪었다. 혼자 살 적이라 혹시나 내가 없을 때 잘못되진 않을까 무서워서 6개월 간 고성 본가에 내려보내놓기도 했다. 내가 못견디고 다시 데려왔지만. 
복층 오피스텔에 살면서는 2층에 침대를 뒀는데 다리가 아팠던 다로는 계단을 오르지 못해 늘 계단 밑에서 통곡을 했다. 아침저녁 안고 오르내려야 했다.
사람아기보다 더 많이 신경쓰며 함께 살았다. 날짜를 꼽아보니 1천777일. 다로는 겨우 그만큼만 나와 살다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노환이었다.
한 달을 입원해있던 다로는 마지막 날 아침, 밥도 잘 먹었다고 했다. 바쁜 날이라 점심 때 면회가야겠다 하고 급히 점심을 한 술 뜨는데 동물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지금 빨리 오라고.
신고 있던 슬리퍼 그대로 신을 갈아신을 틈도 없이 여의도에서 신촌까지 택시를 탔다. 다로는 차가운 진료대에 누워서 겨우 숨을 쉬고 있었다. 살이 빠질대로 빠져 마지막엔 1.2㎏밖에 안 되던 그 작은 몸에 연결된 줄은 왜 그리 많은지.
그 관들을 전부 떼고 안고 있겠다 했다. 병원에서 진료실 하나를 통째로 내주며 인사를 나누라며 배려했다. 사실은 다로가 내가 가는 10분동안 심장이 한 번 멈췄다고 했다. 이미 약해질대로 약해진 다로에게 더 이상의 인공적 처치는 원치 않는다는 데 서명하긴 했으나 의료진은 혹시나 해서 심폐소생술을 했고, 다로의 작은 심장은 약하게 다시 뛰기 시작했다고 한다.
엄마를 보고 가고 싶어서 다로가 마지막 힘을 냈나 봐요, 하는데 눈물이 쏙 들어갔다. 눈물범벅인 얼굴로 다로를 보내면 안 되겠다 싶어서.
산소공급기를 뗀 다로는 숨쉬기 힘겨워했다. 숨을 몰아쉬는 다로를 안고 다로가 얼마나 예쁜 아이였는지, 다로를 만나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이야기해줬다. 혼낸 건 다로가 미워서가 아니라고도 얘기했고, 다로를 너무너무 사랑한다고도 이야기했다. 
마지막 말을 끝내고 3초쯤 지났을까. 모니터에 표시되던 다로의 심박이 직선을 그렸고, 다로의 고개가 툭 떨어졌다.

# 10살에도 1살 같던 초동안 보슬 어린이
다로를 입양한 후 2년쯤 지났을 때 전의 그 보호소에서 연락이 왔다. 10살쯤 되는 아이가 입소했는데 희동다로엄마가 임시보호해줄 수 있겠냐고.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알았다 하고 날짜를 조절해 데려온 아이는 봄날 아침 파릇파릇한 새싹 위에 내리는 보슬비 같은 아이였다. 이름도 보슬이였다.
별명이 ‘어린이’였던 보슬이는 10살로 추정되는 나이와는 달리 1살된 아기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동안이었다. 모량도 나이답지 않게 충분히 많아서 미용실에 다녀오는 날이면 정말 ‘깜빡 넘어갈’ 정도로 예뻤다.
보슬이는 착해도 너무 착했다. 동갑인 희동이가 놀자고 펄쩍거리고 뛰면서 살짝 깨물면 화를 낼 법도 한데, 히잉~하고는 자리를 피해 버렸다. 나중에는 그나마 아릉~하며 노기를 비치기는 했지만.
보슬이는 기관지의 일부가 좁아 기침이 잦은 증상의 기관협착증이 있었다. 게다가 나이가 들었으니 슬개골 탈구가 이미 진행된 상태여서 수술이 불가능했고, 시간이 지나면서는 심장도 나빠졌다. 고성에서는 개의 심장초음파를 볼 수가 없어 진주로, 거제로 떠돌아 다니다가 희동이와 함께 거제까지나 다니곤 했다. 
기관지협착에 심부전까지 있으니 기침하느라 등을 곧추세우고 잠을 못잘 때도 부지기수였다.
심장혈관으로 혈액이 제때 전달되지 않으니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간혹 발작을 하기도 했다. 혀가 새파래지면서 뻣뻣해지는 걸 처음 보고는 울며불며 병원부터 찾았다. 하지만 기절한 보슬이를 눕혀놓고 대퇴부부터 심장까지 가볍게 마사지하며 혈액이 돌게 하고, 산소캔으로 서서히 산소를 공급해 뇌손상을 방지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한동안 괜찮아지나 싶다가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발작의 간격이 줄었고, 발작지속시간은 오히려 늘었다. 지난해 6월 2일 새벽부터 이어지던 발작에 아침 일찍 병원에 갔다. 그러나 보슬이는 그날을 넘기지 못했다.

# 아프고 슬픈 유기견을 내 가족으로
다로와 보슬이는 둘 다 이미 내게 올 때부터 이미 나이가 많았고, 여기저기 아팠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게 버려질 이유가 될 것 같지는 않은데 사람 마음은 다른 모양이었다.
둘 다 어딜 가든 예쁘단 소리를 듣는 아이들이었다. 예쁜 겉모습에 반해 아기 때 입양해 키우다 나이가 들면서 아프고 관리하기도 힘들고, 돈도 적잖이 들어가니 버림 받은 건 아닐까.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모든 유기견 출신이 그렇진 않겠지만 내 두 아이들은 식탐이 많았다. 길에서의 생활 때문에 먹을 게 있을 때 먹어둬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고, 사랑 받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 늘 허기졌는지도 모르겠다.
다로는 살은 찌지 않으면서 늘 배가 빵빵하도록 밥을 먹었다. 항상 뭔가 짭짭대고 있었다. 귀도 잘 안 들리면서 간식봉지 여는 소리는 기가 막히게 잘 들었다. 토할 때까지 먹기도 일쑤였다.
보슬이도 마찬가지였다. 식탐은 상상초월이었다. 게다가 간식을 희동이에게 뺏길까 봐 조용히 이불 위에 내려놓고는 머리로 흙을 덮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눈에 훤히 보이는데 보슬이 딴에는 다 숨겼다고 안심하고 자리를 뜨면 온가족은 보슬이가 숨긴 간식이 다 보여도 안 보이는 척 “보슬이 까까 어디 갔어?”라며 열연해야 했다. 혼자 진지한 얼굴로 다 보이게 간식을 숨기는 게 한도 없이 귀여운 행동이었지만 동시에 너무도 안쓰러운 모습이었다.
다로와 보슬이가 나이 들어가면서 아프면 답답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아기 때부터 함께 지낸 희동이는 모든 병원기록이 남아있고 어디가 아팠고 왜인지 내가 기억했다. 그러나 다로와 보슬이는 입양 이전 진료기록이 없으니 진료에 애를 먹기도 했다. 
다로와 보슬이는 언제부터 어떻게 아팠는지 알 수 없고, 나쁜 습관이 언제부터였는지, 나쁜 습관을 보일 때면 어떻게 대처했는지 알 수 없으니 내 방식으로 다시 대응하는 수밖에 없었다.
익숙해지는 건 우리 가족들도 그리고 내 강아지들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람처럼 어디가 불편하고, 어떻게 해주면 좋겠는지 말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했다. 

ⓒ 고성신문
ⓒ 고성신문


# 반려동물을 놓고 벌어지는 설전들
개를 키우면서 반려인들은 이런저런 온라인 카페에 가입해 정보를 얻곤 한다. 유기견 입양을 원하는 사람들 중 간혹 여러 가지 희망조건을 내거는 사람들이 보인다. 털이 안 빠지는 개, 배변훈련이 다 된 개, 짖지 않는 개, 기타등등.
사람도 하루 수백가닥의 머리카락이 빠진다. 사람의 아기가 배변훈련이 완료되려면 최소 3년은 걸린다. 개는 짖는 것이 의사표현 방법이다. 조건이 될 수 없는 조건이 달려있는 것이다.
파양글도 눈에 띈다. 이사가는 집에선 개를 키울 수 없어서, 집에 아이가 태어나서, 가족 중 누군가가 아파서. 물론 그럴 수도 있고 이해도 한다. 누구에게나 사정은 있는 법이니까.
그런데 꼬리가 달려있다. 잘 키워주실 분을 찾는다면서 ‘책임비’로 20~30만 원씩 달란다. 가족의 범위에서 빼내려 하니 본전이 생각나는 건가. 본인이 책임지지 못하고 내치는 거면서 누가 누구에게 책임의 가격을 매기겠다는 것인가.
이런 글들이 게시판에 올라오면 수백개의 댓글이 달리면서 설전이 오간다. 개를 가족으로 생각한다면 그러지 말아야 한다, 개가 아무리 소중하다고 해도 사람이 우선이다, 개를 키우기 전 경제력이 있어야 한다, 개를 키우기 위한 자격 검증이 필요하다 등등.
최근에는 ‘사지 말고 입양하자’는 내용의 글도 자주 눈에 띈다. 강아지공장과 연결된 펫숍에서 데려오지 말고 한 번 아픔을 겪은 아이들을 데려와 안락사되는 아이들을 줄이고 나아가서는 사회적 비용까지 줄일 수 있으니 그게 더 나은 길이라는 생각이 늘고 있다.
강아지공장으로 불리는 번식장에서 비인도적 방법으로 강제로 교배당하고 새끼를 낳다가 10살까지도 채 살지 못하고 죽음을 맞는 작은 생명들의 고통을 없애자는 것이다. 또한 경매를 거쳐 펫숍에서 팔려나가는 ‘검증되지 않은 경로’에서 생긴 여러 가지 질병으로 새 가족을 맞은 기쁨은 잠시, 영원한 이별의 아픔을 겪어야 하는 일도 줄이자는 움직임이 ‘사지 말고 입양하자’는 일종의 캠페인이다.

# 유기동물 재입양, 지자체가 나섰다
살림이 빠듯한 기초단체가 길고양이 급식소나 유기동물 재입양을 위한 시설을 설치하고 운영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서울시 강동구는 한국형 동물복지를 개척하고 있는 지역이다.
강동구는 2013년 사료 6톤과 전용그릇 50개를 마련해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기 시작했다. 시간 맞춰 밥이 나오니 길고양이들은 음식물쓰레기봉투를 뜯을 필요가 없었다. 길고양이 급식소는 서울시내 다른 구청들은 물론 국회까지 동참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복지팀 신설을 이끌기까지 했다.
인도적 처리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사실은 보호·관리 예산을 아끼기 위해 안락사하며 개체수를 줄이기에 급급하던 유기동물들이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지난해 11월, 강동구 성내동에 아주 특별한 카페가 문을 열었다. 얼핏 보면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평범한 카페처럼 보인다. 사람과 동물 모두 다시 태어나는 곳, 리본(re:born)카페다.
전국 지자체 최초의 유기동물 입양카페인 리본카페는 자동차 공업사였던 4층 건물을 강동구가 리모델링해 운영하고 있다. 주변은 온통 아파트단지와 주택이다. 동물보호소이자 행동교정을 위한 훈련소이기 때문에 오가는 주민들에게 혐오시설이 되지 않기 위해 내외부 모두 각별히 신경썼다.
리본센터 개소 전 강동구와 인근 지역에서는 연간 1만 마리의 유기동물이 발생했다. 구조된 동물들은 경기도 양주에 있는 위탁보호소로 갔다. 이 중 절반 이상이 20일 내에 안락사를 당했다. 서울시내에서 왕복 네 시간에 달하는 양주의 보호소에 찾아가 입양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간다고 해도 비위생적인 환경에 방치된 개들을 선뜻 입양하는 것은 쉽지 않다.
구청 관계자들은 안락사가 종점인 위탁보호소로 보내기 전 입양센터를 통해 재입양을 추진할 방법에 대해 고심했다. 이게 리본센터의 출발이었다.

# 생명에 대한 심사숙고, 리본센터
연면적 150평 규모의 3층 건물 중 1층은 카페이자 사람과 동물들이 함께 놀 수 있는 공간이다. 최대 20마리까지 개별수용이 가능하다. 2층은 센터에 머무는 유기견들을 분양받기 전 상담을 진행하는 상담실, 3층과 옥상은 반려견의 문제행동 교정 프로그램이나 교육, 실습, 세미나 등이 진행된다.
일반 반려견 출입도 가능한 리본센터에서는 매일 1시, 3시, 5시를 유기견들을 위한 놀이시간으로 정해두고 있다. 보통의 카페와 크게 다를 것 없는 리본카페는 수익금 일부를 유기견을 위해 기부한다.
원한다면 이곳에서 생활하는 유기견들을 입양할 수도 있다. 온라인을 통해 분양가능견을 확인한 후 센터에 방문해 상담을 받는 과정은 다른 보호소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이후 설문지를 작성하고 센터에 3차례 이상 방문해 입양의사를 표현해야 분양자로 확정된다. 입양의사 표현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입소동물과 친해지는 과정이다.
분양 전에는 양육방법과 펫티켓 등 2회의 사전 교육을 받아야 하고 분양식에 참석해 분양견과 분양증서를 함께 받는다. 분양받아 집으로 데려간다고 끝이 아니다. 분양 후 교육도 총 5회 의무이수해야만 한다.
만약 한 입소견의 분양 희망자가 여러 명이라면 센터 관리자들은 회의를 거쳐 선정한다.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분양신청 자체가 거절된다. 또한 입양 후에는 파양이 절대 불가능하다. 공고기간에는 입양이 불가능하며 입양식을 해야만 집으로 데려갈 수 있기 때문에 입소견이 새로운 가족을 만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한 달 가량이다. 한 달의 숙려기간과 입양 후 5주간의 교육을 받아야만 진짜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런 철저한 관리와 교육은 83%라는 높은 재입양율로 되돌아온다.
반려견과 처음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은 이 작은 생명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동물 역시 인간을 처음부터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원칙, 배려의 방식을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게 리본센터의 ‘서당개 교육’이다.
리본센터에서 반려견을 입양하는 경우에는 서당개교육을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리본센터는 유기견의 보호와 재입양만 위한 시설이 아니다. 반려동물행동전문가 양성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최근 들어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른 문제견들의 행동을 교정하는 반려행동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은 일주일에 세 번, 하루 4시간씩 6개월간 진행된다.
교육은 반려견 행동학, 훈련학, 클리커 트레이닝, 애견 미용 등으로 기초이론은 물론 참여자의 관심분야별 실습 등으로 이뤄진다.
강동구청 일자리경제과 동물복지팀 최재민 팀장은 “리본센터와 같은 유기견 입양시설이 늘어나면 가장 타격이 큰 곳은 펫숍이며, 펫숍이 장사가 안 되면 불법 개공장이 없어질 거라고 본다”면서 “키우고자 하는 동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고 심사숙고해 입양해야만 한 생명을 책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생명을 손쉽게 사고 팔면 생명이 소중한지 모르니 파양도 쉬워진다. 최근에는 방송에서도 유기견을 임시보호해 재입양까지 책임지는 연예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사지 말고 입양하기’에 동참하고 있다. 동물권과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람과 동물이 함께 다시 태어나는 리본센터와 같은 공간이 확대되길 바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람과 동물의 바른 공존을 위한 동행이 시작됐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18년 10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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