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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 0%에 도전한다, 자격 없이는 동물과 반려 불가능한 독일

나치의 정치적 목적에서 시작된 동물보호법
브리더나 숍 대신 티어하임 통한 입양이 일반적
동물 입양 전 반려인 자격검증 거쳐야 입양 가능
수의학적 근거와 제3의 증인 없이 안락사 불가

최민화 기자 / 입력 : 2018년 09월 14일
글 싣는 순서
① 동물, 당신에게는 ‘가축’입니까 ‘가족’입니까?
② 동물과의 동행을 택한 동물복지국가
③ 유기동물 안락사 0%에 도전하는 독일
④ 동물의 사회성을 존중하는 스위스
⑤ 동물과 사람이 함께 다시 태어나는 리본 프로젝트
⑥ 반려동물, 산업이 아니라 존중이 먼저다

ⓒ 고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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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의 복지를 큰 주제로 잡고, 유럽의 동물복지 현주소를 검색해봤다. 우리와는 환경부터가 달랐고, 국가적 차원의 시스템이 철저하게 마련돼 있었다. 그 중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이 유기동물을 대하는 유럽 국가들의 태도였다. 특히 독일은 유기견의 재입양율이 95%에 이른다고 했다. 왜? 어떻게? 고성의 유기견들은 90% 이상이 안락사인데 독일은 무슨 수로 재입양율 100%에 도전한다는 걸까, 궁금했다.

# 나치의 권력 장악 야욕이 만든 동물보호법
독일에서는 19세기부터 동물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동물의 생체해부, 도살 등으로부터 동물을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이 늘었다. 
1927년, 독일의회는 동물의 생체해부, 도살 등 동물에 행해지는 잔인한 행동을 반대했다. 1932년에는 생체해부를 법적으로 금하는 법령이 제시됐다. 이어 1933년에는 동물생체해부 금지령에 관한 법 제정회의를 개최하고 같은 해 4월부터 동물보호 규정에 대한 법률을 통과시켰다. 
1933년 8월, 독일의 라디오 방송에서는 “동물들은 참을 수 없는 고통과 실험을 경험했다. 신중하게, 묵묵히 생각했다. 죽어가는 동물들을 지속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남자의 목소리가 전파를 탔다. 그는 아돌프 히틀러의 오른팔이라 불리며, 나치당의 중심에 서서 유대인 학살에 앞장섰던 헤르만 괴링이었다.
나치는 권력 장악을 위해 당시 관심을 얻던 동물보호에 대해 법률을 제정하고 통과시켰다. 이 동물보호법은 아주 현대적이고 구체적이어서, 상업적 동물사냥을 제한하고 장제를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소름 끼치지만 사실이다. 독일의 동물보호법은 나치에 의해 만들어졌다.
시작은 불편하지만 지금 독일의 동물보호법은 분명 보호를 넘어 복지로 향하고 있다. 독일은 동물을 사람과 동등한 생명체로 본다. 동물에게 제3의 법적 지위를 부여했다. 동물을 보호하는 것이 의무로 지정된 게 2002년이다. 이보다 앞서 1990년에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조문이 민법에 추가됐다. 
세계동물보호(WAP)의 2014년 발표에 따르면 A부터 G까지 세계동물보호지수 등급 중 독일은 B등급이다. A등급은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영국, 뉴질랜드였다.A등급이 아닌데도 유기동물 재입양율 100%에 가까운 독일의 동물복지 수준이 더욱 궁금해졌다.

# 양육 포기한 동물을 보호하는 뮌헨 티어하임
지난 8월, 독일 중에서도 바이에른주 뮌헨행 비행기에 올랐다. 베를린 티어하임이 독일에서 가장 크고, 시설도 당연히 최고 수준이지만 ‘평범한’ 티어하임을 보고 싶었다. 뮌헨 티어하임 역시 평범한 보호소가 아니라, 베를린 다음으로 독일에서 두 번째로 크고 시설도 최고의 티어하임이긴 했지만.
동물(Tier)의 집(heim)이라는 뜻의 티어하임(Tierheim)은 동물보호소다. 대부분 독일동물보호연합 소속인 티어하임은 독일 전체에 약 1천여 개가 운영 중이다. 독일동물보호연합은 전국협회가 16곳, 지역협회는 740곳이며 소속된 동물보호소만도 550곳이다.
독일 뮌헨에서 반려동물용품점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개나 고양이, 새, 햄스터, 토끼 같은 동물들을 판매하는 펫숍은 찾을 수가 없었다. 독일에서 동물을 입양하려면 지인의 동물이 새끼를 낳기 전부터 기다려야 한다. 아니면 전문 브리더를 통해 입양해야 한다. 
그런데 자격을 가진 전문 브리더를 통해 개를 입양하려면 평균 2천 유로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한화로 250만 원 이상이 드는 것이다. 흔히 맹견이라 불리는 종의 개는 전문 브리더가 아니면 아무리 막대한 비용을 지불한다고 해도 입양이 불가능하다. 이런 이유들로 독일에서는 티어하임을 통한 입양이 일반적이다.
뮌헨중앙역에서 열차를 타고 30분을 달려 메세슈타트(Messestadt)에 도착한 후 동쪽 출구로 나가 버스를 갈아타고 20분 정도를 더 이동하고서야 겨우 근처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지도상으로는 500m 남았다는데 변두리인데다 초행길에 외국이니 쉽게 찾을 수 없어 왔던 길을 두어 번 오가던 중이었다. 초로의 사내가 대형견을 데리고 공원도 없는 길을 산책 중이었다. 두리번거리다 보니 중년의 여성이 또 다른 대형견과 함께 방금 그 아저씨와 같은 방향으로 산책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뮌헨 티어하임, 저기구나.
홍보와 교육을 담당하는 에마 엘레나 그리고레 씨의 안내로 뮌헨티어하임을 둘러볼 수 있었다. 에마를 만난 작은 로비 뒤 복도에서는 보호 중인 동물들을 위한 식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그런데 그 규모가 대형 동물원을 방불케 했다. 상자째 쌓인 채소만도 여럿이었고, 과일도 마트 과일코너를 통째로 옮겨온 듯했다.
식사의 질에 감탄하며 건물 밖으로 나서자마자 아까 티어하임을 못찾아 헤맬 때 묻지 않고도 티어하임을 알 수 있었던 산책견들을 만났다. 주기적으로 산책하며 유기견들의 사회활동을 돕는 자원봉사자들은 모두 지역주민이었다. 산책이나 간단한 생활보조는 특별한 자격이 필요하지 않아 낮시간 은퇴자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다. 산책활동보조 등으로 인연을 맺은 후 입양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사무동 건물을 나서면 입소동물이 티어하임에 들어오기 위해 가장 먼저,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동물병원이 자리 잡고 있다. 간단한 건강검진뿐 아니라 응급수술, 만성질환 치료까지 가능한 시설과 수의사 등 전문수의료인력이 상주하고 있다. 수의사와 관리사 등 티어하임에 근무하는 인력은 모두 60여 명이다.
티어하임은 얼핏 보기에 공원과 별다를 바가 없다. 수많은 종류의 꽃과 나무들이 화단을 메우고 있다.우리나라의 유기동물보호소 대부분이 개가 중심인 반면 티어하임에서는 종의 구분이 없었다. 건물 밖에서 가장 먼저 소개받은 동물은 토끼였고, 다음은 원숭이, 그 다음은 염소와 닭이 함께 생활하는 집이 차례로 소개됐다.
“팝스타 저스틴 비버가 독일에 공연차 방문했을 때 애완원숭이를 데려왔어요. 그런데 조약 때문에 함께 일정을 소화할 수가 없었대요. 저스틴 비버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원숭이를 데리고 우리 티어하임으로 왔더군요.”
에마의 설명을 들으며 희귀동물 보호존에 들어섰다. 원숭이나 너구리는 물론 눈 마주치기도 무서울 정도의 파충류들도 방마다 한 마리씩 차지하고 있었다. 운동 좀 했다 하는 성인남성의 팔뚝보다 굵은 몸통의 보아뱀부터 눈을 두세 번씩 비벼가며 겨우 찾을 수 있는 작은 파충류까지 보호 중이었다.티어하임에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보호 워싱턴 조약(CITES)을 위반하고 밀반입해 사육되던 동물들도 종종 들어온다. 접근이 쉬운 탓에 간혹 다른 국가에서 유기된 동물들도 입소한다. 뮌헨 티어하임을 방문한 당시에도 체코 등 동유럽에서 온 동물들을 보호 중이었다.
에마에게 이 동물들이 티어하임에 오게 된 이유를 물었더니 “더이상 키울 수 없는 동물들의 재입양을 위해 지인들에게까지 알아본 후에야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답했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내장칩을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에 길에 유기해도 주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길에 버려두고 도망가면 끝인 우리와 같은 유기는 거의 없다. 티어하임의 동물들은 유기라기보다는 양육포기가 더 맞는 말 같았다.

# 동물의 특성에 따라 다른 형태의 보호
티어하임에서 보호하고 있는 동물은 1천 마리를 훌쩍 넘는다. 뮌헨 티어하임은 재정의 70%가 시민들의 자발적 후원으로 마련된다. 나머지 30%는 시의 지원을 받고 있다.
보호 동물들은 종의 특성이나 개체의 성격을 모두 고려해 보호 장소나 규모가 정해진다. 모여 놀기 좋아하는 소형견들은 훈데하우스, 일명 강아지아파트에서 함께 생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각기 동 번호가 붙어있는 훈데하우스 입구에는 해당 건물에서 생활하는 동물의 이름과 생년월일, 식성이나 성향 같은 특징을 담은 소개글이 사진과 함께 붙어있다. 방문자들은 개들의 일상을 방해해가며 훈데하우스에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건물 안에 사는 친구들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으니 이만하면 ‘개의 일상권’이 보장되는 셈이다.
낯선 사람이 보이자마자 컹컹 짖어대며 맹견의 위용을 뽐내는 ‘무서운 개들’은 티어하임의 표현에 의하면 ‘혼자 있고 싶어 하는 개들’이었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개들은 몸집에 따라 다르지만 충분히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주고 있었다. 언제든 쉴 수 있는 그늘진 공간은 물론 원반과 밧줄장난감 등 놀거리, 시간 맞춰 건사료, 영양식도 충분히 제공됐다. 사회성이 충분히 형성된 대형견들은 한 우리에 여러 마리가 함께 생활하기도 한다. 혼자 있든 여럿이 있든 사람이 함께 하는 놀이나 훈련은 필수적이다. 프리스비 같은 흔한 놀이에서부터 사람과 함께 생활하기 위한 다양한 훈련까지 진행된다. 
훈련은 전문자격을 가진 티어플래거(Tierflagger)들이 담당한다. 이는 재입양을 목적으로 하는 티어하임에서는 필수적인 코스다.
티어플래거는 동물을 다룬 경험이 최소 3년 이상인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국가공인자격증 시험에 합격해야만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자격증이 없으면 아무리 동물에 대해 잘 알아도 절대 티어플래거가 될 수 없으니 티어플래거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 문제견도 훈련 통해 재입양하는 티어하임
티어하임에서는 동물들만 훈련을 받는 것이 아니다. 보호 중인 동물 중 누군가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싶다면 보호자 역시 일정 기간 정해진 훈련을 받아야 한다. 종류에 따른 특성은 물론 돌발 상황 발생 시 대처방법과 같이, 원하는 동물과 함께 생활하기 위한 다양한 훈련이 길게는 두세 달 이상 이어진다.
반려동물로 익숙한 개나 고양이, 토끼, 햄스터 같은 종류를 입양하기 원하는 희망자는 짧게는 하루, 길게는 5주 이상이 걸린다. 별다른 훈련이랄 것이 없는 토끼나 설치류의 경우 보통은 당일 입양이 가능하다. 특이한 점이나 문제행동이 없는 고양이는 티어하임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 후 입양이 가능하다.
하지만 개는 조금 더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입양할 수 있다. 입양 희망자와 개의 생활패턴, 성격 등이 잘 어울리는지를 먼저 살핀다. 개가 입양 희망자와 함께 있을 때 얌전히 잘 어울리면 1차 합격이다. 다음 관문은 생활환경에 대한 질문이다. 거주하는 곳의 위치가 도심인지 외곽인지, 개가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집에 마당은 있는지, 아이나 다른 반려동물이 있는지 질문이 이어진다. 관절이나 심장이 좋지 않은 노견은 높은 층에 거주하는 희망자에게 엘리베이터 유무까지 확인한다. 질문에서 그치지 않고 티어하임 관리자가 희망자의 집을 직접 방문해 환경을 확인한다. 개는 다른 어떤 동물보다도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이다.
티어하임에는 문제행동을 보이는 동물들도 자주 들어온다. 사람이나 동물을 물어 다치게 하거나 심한 경우 사망사고를 일으킨 동물도 심심찮게 입소한다. 사고를 낸 문제동물은 재훈련이 되지 않는다면 언제든 또 다시 사고를 낼 수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주변의 항의를 이기지 못해 양육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우리나라라면 10일 남짓한 보호공고를 거쳐 안락사되기 십상이다. 순하기 짝이 없다 해도 대형견 재입양조차 쉽지 않은데 하물며 맹견, 문제동물이라면 재입양은 꿈도 꿀 수 없고 혹시라도 입양된다면 ‘기적’으로 불리기까지 한다.
그러나 티어하임에서만큼은 다르다. 앞서 말한대로 재입양을 위한 티어플래거와의 훈련과 입양 희망자와의 훈련을 통해 문제의 소지를 최소화한 후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간다. 처음에는 훈련이 무료로 제공되지만 이후에는 회당 일정 요금을 낸 후 훈련을 받는다. 훈련비를 지급할 정도의 경제력이 없다면 동물을 키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들을 책임질 수 없기 때문이다.

# 자격 검증 없이는 반려동물 입양 불가능
입양절차만 마쳤다고 해서 동물과 함께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격검증이 필요하다.입양 전 진행되는 자격시험에서는 개와 법, 개와 인간, 개의 건강, 공공장소에서의 개 등으로 구분되는 필기시험을 치러야 1차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동물에 대한 상식과 관련법을 얼마나 숙지하고 있는지, 돌발상황에 얼마나 대처할 수 있는지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이 검증과정에서 자격이 안 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아무리 동물을 사랑하고 아낀다고 해도 함께 생활할 수 없다.
1차 시험으로 끝나지 않는다. 입양 후 1년이 경과하면 공공장소 대처능력에 대한 시험을 다시 한 번 치러야 한다. 개를 비롯한 다양한 종의 동물과 사람들이 모이는 공공장소에서 어떠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반려동물과 반려인이 적절하고 안전하게 대응하는지에 대한 평가다. 이 평가까지 최종합격해야만 비로소 ‘반려인으로서의 자격’을 획득하는 것이다.
또한 개는 유치원에 다녀야 한다. 웬 호사인가 싶다. 그러나 이 개 유치원은 사회성을 기르고, 훈련을 통해 나쁜 습관을 바로잡기 위한 일종의 훈련기관이다.
독일에서는 유기동물이라고 해도 안락사를 함부로 진행하지 않는다. 고칠 수 없는 질병으로 인해 심한 통증을 겪는 경우에도 반려인이 혼자서 안락사를 결정할 수는 없다. 광견병을 비롯해 다른 동물에게 전염될 수 있는 질병에 걸려 회복 불능이라는 수의학적 소견은 물론 제3자에게 증명할 수 있는 이유까지 있어야만 안락사를 시행한다.
까다로운 반려의 조건에 대한 이유는 간단하다. 동물은 생명이기 때문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18년 09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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