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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사람은 평등한 권리 가진 ‘존중받아 마땅한 주체’

보호해야 할 대상 아닌
권리를 가진 주체로 인식
반려동물 세금 내는 유럽
동물권리 보장은 당연
펫숍에서 동물 훈련 서비스 제공하는 캐나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18년 09월 07일
ⓒ 고성신문
반려동물 인구 천만 시대다. 너댓명 중 한 명은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동물과
의 반려에 위해 얼마나 준비가 돼있을까?

# 동물보호를 넘어 동물권을 논하는 시대
동물권(Animal rights)는 호주의 철학자 피터 앨버트 데이비드 싱어(Peter Albert David Singer)가 저서 ‘동물해방’은 물론 생명윤리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의 목소리를 높였던 것에서 시작된 개념이다. 그는 동물을 ‘보호할 대상’이 아니라 ‘권리를 지닌 주체’라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유럽 전역에 퍼지고 있는 동물과 인간의 평등한 권리와 맥을 같이 한다.
유럽과 미주 여러 국가들은 동물권을 법으로 규정해두고 있다. 때문에 일정 자격을 갖추지 않은 사람들의 동물 입양은 불가능하다. 산책과 운동도 횟수를 법으로 정해뒀다. 선택이 아닌 동물과 반려를 위한 책임이자 의무인 셈이다.법으로 규정해뒀으니 기반 시설도 따라야 한다. 이미 여러 국가에서는 동물 놀이터나 공원을 마련해 언제든 동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공원에는 다양한 어질리티 시설을 구성해 훈련도 가능하다.산책이나 운동을 하며 자주 만나게 되는 반려동물 가족들은 일종의 커뮤니티를 형성해 정보를 교환하고, 권리 향상을 위한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동물보호를 넘어 이제는 동물권을 논하는 시대다. 

# 책임과 희생이 필요한 동물 반려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키운다.”농담 같지만 사실이다. 반려견 1마리에게 들어가는 비용은 월 13만 원 선이라는 조사결과가 있다. 사료와 간식, 미용 등의 비용이 포함된 비용이다. 개가 15살까지 산다고 쳤을 때 이 금액을 기준으로 한다면 2천340만 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미용이나 간식, 배변패드 등은 선택사항이니 제외하자. ‘기본’만 한다고 쳐도, 만 2개월 된 강아지를 데려와서 15살까지 함께 생활한 후 이별하기까지 드는 돈은 적게 잡아도 1천만 원 이상이라는 소리다. 동물과 함께 생활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경제적 부담과 책임, 나름의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 아기가 자라서 말귀를 알아듣기까지 3년 이상이 걸리는 것처럼 동물의 훈련은 단시간에 불가능하다. 혼을 내면 훈련속도가 더뎌지거나 반항하기도 하고, 주눅들어 이상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훈련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얼마가 걸릴 지는 모르지만 완벽하게 터득할 때까지는 오로지 참고 가르치는 게 최선이다.
주먹만한 강아지 한 마리가 소변이나 대변을 정해진 장소에서 했다고 온 가족이 박수치며 칭찬해주는 광경을 상상해보자. 둘째 강아지를 데려온 지 이제 보름된 기자의 집에서는 매일 일어나는 일이다. 굉장히 우습고, 모르는 사람이 보면 당황스럽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훈련법이다.
기자와 함께 사는 최기찬·기동 형제는 털이 복슬복슬한 포메라니안이다. 개대장 노릇을 하고 있는 기찬이를 데려오기 전 포메라니안의 역사부터 시작해 빗질방법까지 공부했다. 이 종류의 강아지들은 부드러운 속털과 빳빳한 겉털이 함께 나는 이중모이기 때문에 하루라도 빗질을 거르면 속털이 엉킨다. 
또 슬개골탈구가 쉬운 견종이라 바닥이 미끄럽거나 살이 찌면 무릎에 그만큼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위험도 높아진다. 털이 많으니 피부병에도 취약하고 그러니 귓병도 쉽게 걸리니 빗질과 함께 피부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우아하고 도도하고 앙칼진 줄만 알았던 성격의 포메라니안이 옛날옛적에는 스피츠처럼 사모예드처럼 큰 개에서 개량됐기 때문에 아직도 제가 큰 줄 알고 용맹한 척, 사실은 맹랑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 외에도 함께 사는 동물에 대해 공부할 것은 고성말로 ‘천지삐까리’다.
동물만 사람에게 맞출 수는 없다. 사람 역시 동물을 배려하고 양보해야 ‘반려’가 가능하다. 사람의 머리카락이 하루에도 수백 가닥 빠지는 것처럼 동물의 털도 빠질 수 있고, 환경이 나쁘면 사람이 아픈 것처럼 동물도 사람이 제공하는 환경에 따라 병이 생길 수도 치유될 수도 있다. 새가족을 맞는 일인데, 심지어 말도 통하지 않는 동물인데 그 습성과 특징을 이해하고 수용할 자세가 갖춰지지 않았다면 문제는 언제든 생긴다. 이 때문에 유럽 여러 국가에서는 반려동물을 입양하기 전 자격검증을 거치기까지 한다. 동물을 보호하고 관리하고 책임지는 것이 사람의 당연한 도리이며, 동물 역시 사람과 똑같이 생명을 지닌 존재로 존중받아야 마땅하다는 생각에서다.

# 동물세를 내니 동물복지는 당연한 권리 
지난 3월 10일. 사촌동생과 함께 엄마들을 모시고 떠난 후쿠오카 여행에서 일본의 작은 유럽이라는 하우스텐보스에 들렀다. 막 피기 시작한 튤립과 강, 풍차가 어울려 감탄이 연신 쏟아졌다. 그런데 풍경보다 더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 있다.
하우스텐보스의 입구를 지나 왼쪽으로,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 종의 개 한 마리가 부부와 함께 들어서는 모습이 보였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강아지 가족은 관광객이 아니라 인근 마을에 산다고 했다. 하하, 치치라고 부르며 개를 어르며 조금 걷더니 개 그림이 그려진 동물 전용 산책로에 들어섰다. 산책로를 따라 조금 더 들어가면 개 놀이터도 마련돼있다. 서너 개의 면이 갖춰진 놀이터는 부드러운 흙이 깔려있고 울타리가 쳐져 있어 목줄 없이도 강아지들이 뛰어놀 수 있게 돼있다.
본인을 개의 아빠라 칭한 남자는 “매일 산책은 하지만 활동량을 맞춰줄 수 없으니 일주일에 한두 번씩 이 놀이터를 찾아 훈련하기도 하고 달리며 강아지의 스트레스를 풀어준다”며 “시설 이용료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닌데 유원지 측에서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기도 하고, 이용자들도 쓰레기나 대소변 처리를 확실히 하기 때문에 안심하고 이용한다”고 했다.
기자는 해외에 가면 꼭 강아지들 선물을 사오는 ‘습성’이 있다. 캐나다 밴쿠버에서도 이 습성은 마찬가지라 펫숍에 들렀다. 동물별로 섹션을 나눠 사료, 간식, 의류, 미용용품, 간단한 구충제나 소독제 등 다양한 용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몇 가지를 장바구니에 골라담고 나오는데 ‘펫 트레이닝’이라 쓰인 코너가 눈에 띄었다. 물어보니 반려동물들이 가진 나쁜 습관을 교정하거나 바른 습관 길들이기 같은 훈련과정이 제공된다고 한다. 예약제로 운영되고, 등록을 통해 주당 혹은 월 몇 회를 원하는지에 따라 전문 훈련사가 파견돼 훈련이 진행된다. 상담은 이 펫숍이 운영하는 시간이면 언제든 가능하다.반려인들이 물품을 사면서 문제행동에 대해 이런저런 상담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 서비스를 전문적인 교육을 받아 자격을 갖춘 트레이너가 제공한다면 더 질 높은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 펫 트레이닝이 시작됐다.
지난해 가을, 북유럽의 혁신교육 관련 취재건으로 핀란드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유럽 어느 국가든 1인당 충분한 녹지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로 알고 있고, 또한 실제로도 그만큼 공원이 많기도 했다.
그런데 곳곳에 울타리가 둘러져 있고, 흙이 깔린 운동장이 눈에 들어왔다. 목줄을 한 중형견 한 마리가 주변을 산책하나 싶더니 운동장에 쏙 들어가서는, 주인이 목줄을 풀어주는 것과 동시에 뜀박질을 시작했다. 운동장 안에서 원반을 던지고, 앉아, 기다려, 엎드려 같은 훈련을 하는 모양이었다.
핀란드에서 당시 통역을 맡았던 분이 설명하기를, 다른 유럽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핀란드에서는 동물세를 내고 있기 때문에 당당하게 이러한 시설을 요구할 수 있고, 반려인들이 낸 세금으로 시설들을 운영하는 것이니 다른 사람들도 불평불만을 할 수 없는 ‘당연한 권리’라는 것이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18년 09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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