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고성신문 |
|
고성향토문화선양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월이도자기인형 제작과 관련, 박서영 회장으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들어본. 다음은 본지 배만호 서울지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편집자 주
배만호 서울지사장(이하 배)= 고성향토문화선양회 박서영 회장님, 오랜만에 다시 뵙습니다. 지난해 10월, 제1회 월이축제 개최를 앞두고 고성신문과 추석특집 인터뷰를 하셨죠? 기록적인 폭염과 함께 올 여름을 보내며 항상 바쁘게 움직이는 “고성향토문화선양회(이하 ‘선양회’)”의 활동은 여전하시죠?
박서영 회장(이하 박)= 반갑습니다. 111년만의 혹서라고들 합니다만 이런저런 ‘선양회’ 일들을 하느라 분주하게 지내다 보니 찜통더위도 오히려 쉽게 넘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 다시 이런 귀한 기회를 마련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배= ‘선양회’에서 이번에 ‘월이도자기인형’ 제작에 착수한다고 들었습니다.
박= 네, 올해도 ‘선양회’는 몇 가지 의미 있는 사업들을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이 일들에 대해서는 나중에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올해 주요 사업 가운데서도 이번 도자기인형 제작은 아주 소중한 의미를 지닌 사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배= ‘월이도자기인형’을 제작하게 된 동기는 무엇이었습니까?
박= ‘월이’를 도자기 예술품으로 표현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은 선양회 활동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가지게 된 것으로 꽤 오랜 바람이었습니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손쉬운 월이 캐릭터 개발을 구상 하던 중, 한 지인이 한복을 바탕으로 한 도자기인형을 연구해온 전문 작가를 소개해 준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조선시대 복식을 도자기 작품으로 재현하시는 분이었죠. 유럽과 일본 등지에서는 오래 전부터 전설에 나오거나 역사적인 인물들을 상징적 인형으로 제작해서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지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주 오랜 석기 시대부터 조선 말기에 이르기까지 항아리나 그릇 형태의 도자기는 많지만 인물상의 도자기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들었습니다. 이번 작품을 만드는 작가에 대해서 상세히 말씀을 드리면, 처음 만난 이후 2년 가깝게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월이’의 생애를 도자기 인형으로 표현해 보자는데 서로 공감대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지난 3월 ‘선양회’ 신년총회 자리에 작가를 초대해 도자기 제작구상을 미리 들어보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이를 지켜본 참석자들께서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도 이 일을 시작하는데 큰 힘이 되었지요.
배= 인형제작을 맡게 된 ‘오주현도자기인형연구소’는 어떤 곳이며, 오주현 작가는 어떤 분입니까?
박= 오주현 작가는 ‘우리나라 1세대 도자인형 작가’로 잘 알려진 분이죠. 대학에서는 도예학을, 대학원에서는 도자디자인학을 전공한 뒤 특히 조선시대 복식을 도자인형으로 표현하기 위해 흙과 유약은 물론 고온 가마의 온도 조정 등에 대한 깊은 연구에 심혈을 기울여 온 분이죠. 조선시대의 복식 고증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쏟아 왔다고 들었습니다. 또한 조선시대 인물들의 얼굴표정과 의상, 옷 색깔을 어떻게 표현하느냐 하는데도 남다른 고뇌와 열정을 바쳐 오신 분이기도 하고요.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오주현도자기인형연구소’는 오 작가와 함께 우리나라 ‘달항아리 원조 도예가’ 중의 한 분이시며 오랫동안 우리전통문화에 관심을 쏟아 오신 황규완 대표님이 계십니다. 고향 고성(固城)의 의기 ‘월이’의 정신을 되살려 미래의 문화컨텐츠로 자리매김해 나가려는 ‘선양회’의 문화활동에 깊은 공감과 감명을 받게 되었다며 기꺼이 ‘재능기부’ 뜻을 살려, 이른바 ‘착한 가격’의 제작비로 인형제작을 해보겠다는 제안을 해주었습니다. ‘선양회’로서는 너무나 소중한 지원군을 만난 셈이죠.
배= 도자기 제작에 착수하기도 전에 이미 많은 분들이 보유의사를 밝히고 구입의 뜻으로 서명을 해주셨다는데 그분들을 만나셨을 때 특기할 만한 일들이 있었다면...?
박= 이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몇몇 어려움이 뒤따르곤 했지만 구상 단계에서부터 제일 걱정됐던 부분이 ‘많은 분들에게 인형제작의 의미를 어떻게 설명하고, 또 이에 대한 이해를 구하느냐?’하는 점이었습니다. 인형의 구입가가 비싸다, 싸다는 문제 이전에 월이도자기인형이 담고 있는 취지랄까? 가치랄까?, 그런 것에 대한 이해와 또 인형을 소장하는 의미에 대한 공감을 얻어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았습니다. 쉽지 않으리란 생각은 가졌지만 처음에는 어떻게 첫 단추를 끼워야 할지 정말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우선 가장 가까이에 있는 서울의 선양회 회원에서부터 이해를 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몇몇 회원께서 의외로 빨리 수용의 뜻을 밝혀주었습니다. 큰 힘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미팅에 대한 자신감도 가질 수 있게 되었고요. 인형제작에 관한 자료를 준비해 고성과 사천, 진주 등지에도 여러 차례 다녀왔습니다. 이분은 인형제작에 대한 이해를 해주시겠지 하는 생각이 들면 꼭 시간을 얻어 찾아뵙고 열심히 설명을 드렸죠. 이런저런 사연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일일이 다 말씀드리지는 못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반응은 ‘놀랍고 고마웠다!’라는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1차 목표를 50개의 인형을 제작하려고 합니다. 지난 7월 말 ‘연구소’ 측과 계약을 하기 이전에 이미 1차분 전체 숫자와 맞먹는 구입계약서에 사인을 해주셨습니다. 몇몇 분들은 구입서에 서명을 해 주시면서 오히려 저와 ‘선양회’ 활동에 용기를 북돋아 주는 감동적인 얘기를 들려주시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한 세세한 사연들은 앞으로 발간예정인 월이인형동호인지에 소개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배= 구입가는 어떻게 정해졌는지요?
박= 인형의 가격이라고 말하기는 그렇고… 작품의 공급가라기도 그렇고… 하여튼 월이인형을 구입하시는 분들이 보내주시는 이 작품가를 어떻게 이름 붙여야 할지가 참 난감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작품가를 정한 것은 우리 ‘선양회’가 아니고 인형을 만들어 공급한 연구소 측이 제시한 것입니다. 사실 유럽이나 일본 등지에서 도자기인형작품 가격을 보면 깜짝 놀랄 때가 많지요. 예를 들어 일본의 도예가 심수관 가의 작품 등 이름이 널리 알려진 작가의 작품가는 우리의 일반적인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 대부분이지요. 어쨌든 ‘연구소’ 측은 이번 월이인형의 작품가는 ‘연구소’ 측으로서는 최선의 공급가라는 설명을 여러 차례 해왔습니다. 그러나 우리 ‘선양회’로서는 이 인형에 대한 구입의사를 밝혀 오신 분들께 결코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겨드리는 것 같아 무척 조심스럽고 미안했습니다. 한 분 한 분 자세한 설명을 드릴 수 없어서 안타깝기도 하고요. 배= 1차로 50점을 제작한다고 하셨는데 월이의 얼굴표정, 모습 등이 어떻게 작품으로 표현되나요? 박= 앞서 답변에서도 잠시 언급을 했습니다만 이번 1차 제작에는 50점만 만들기로 했습니다. 작가와도 그렇게 얘기가 다 되었고요. 그런데 막상 한 점, 한 점 월이의 생애를 어떤 모습으로 형상화 하느냐 하는 점을 좀 디테일한 부분까지 작가와 얘기를 나눠보니 그것이 보통 어려운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우선 얼굴 표정 샘플을 몇 가지 놓고 의견을 나눠 봤는데요. 사람의 표정 고르기부터가 그렇게 힘든 줄 몰랐습니다. 소녀시절의 모습, 기생이 되었을 때의 모습이나 표정, 교방춤을 추는 모습, 또 장고를 메고 있을 때, 가야금을 켜고 있을 때, 심지어 목에 큰칼을 쓰고 있을 때 표정 등등 한 점 한 점 깊이 들어가 보면 난감하기까지 할 정도라고 할까요? 임진왜란 당시 일반인들의 복식이나 기녀들이 즐겨 입던 옷차림, 머리 모양에서부터 신발, 장신구 등 추적, 연구해야 할 요소들도 한두 가지가 아닌 것 같아요. 저고리와 치마에 입힐 색깔의 종류, 그리고 채도라고 합니까? 색깔의 밝기 말이죠. 작가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습니다.
배= 앞으로 요구가 있으면 계속 추가제작은 이어가실 건가요?
박= 네, 추가제작을 말씀 드리기 전에 지난 몇 달 동안 월이도자기인형 1차분 신청이라고 할까요? 많은 분들이 그렇게 흔쾌히 구입서에 서명을 해 주실지 몰랐습니다. 시간이 좀 걸리긴 했습니다만 기간이 처음 예상했던 것 보다 절반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 같은 반응을 보고 앞으로 추가요청이 있을 때 어떻게 할까 생각을 안 해본 것도 아니죠, 그러나 일단 1차분 제작을 마치고 다 나눈 후 추가분 제작은 천천히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려고 해요. 만일 2차로 추가분을 제작하다라도 1, 2차분을 모두 합쳐서 100점은 넘기지 않으려고 하고요. 월이인형에 대한 미래가치 보존을 위해서라도 이것만은 꼭 지키고 싶습니다.배= 도자기인형의 제작, 보급이 완료되면 인형전시회 개최구상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만, 작품의 추가 활용 등 앞으로 어떤 장기구상을 가지고 계십니까? 박= 네, 전시회 계획은 물론 오래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인형전시회 개최를 염두에 두고 처음 제작 단계에서부터 하나하나 준비를 해나가려고 합니다. 먼저 인형마다 고유번호를 부여할 생각입니다. 누가 소장하고 있는 춤추는 모습의 인형은 몇 번, 이런 식이죠. 당연히 한 점 한 점 족보라고 할까? 자세한 기록도 남겨두려고 해요. 평소에는 각 개인이 각자 소장하고 있다가 전시회 때는 일정 장소에 모아 예쁘게 진열하면 꽤 볼만 하기도 하려니와 월이에 대한 홍보효과도 무척 크리라 기대가 됩니다. 제1회 전시회는 당연히 고성에서 개최할 생각이고요, 그 이후에는 서울, 부산 등지에서도 순회전시회를 가질 계획입니다. 아직은 잘 모르긴 하지만 중국이나 미국 LA 등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곳이면 해외전시회도 생각해 볼 수 있겠지요.전시회 개최 뿐 아니라 인형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분들을 위한 동호인지를 발간해 서로간의 정보 공유와 함께 동호인들끼리의 친교 모임도 가져 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배= ‘선양회’가 올해 구상하고 계시는 또 다른 주요사업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습니까?
박= ‘선양회’는 지난해 10월 “제1회 월이축제”를 통해 창작무 월이춤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월이춤에 이어 올해는 창작판소리 ‘월이가’를 공모를 통해 제작하려고 합니다. 가사인 사설과 채보, 두 부문으로 나누어 ‘월이가’를 완성하려고 해요. ‘월이창작무’, ‘월이판소리’가 이렇게 하나씩 완성되어 가면서 우리는 차곡차곡 월이에 관한 문화컨텐츠를 축적해 나갈 수 있게 되겠지요. 올해 사업은 아니지만 앞으로 월이연극제도 열고 뮤지컬, 오페라 등도 만들어 나가려 합니다.당장 오는 10월 29일(수)에는 지난해 진주 교육대학교 세미나에 이어 두 번째로 “‘월이’ 설화의 정본확립과 컨텐츠 구현방안 학술세미나”가 서울 남산자락에 있는 ‘문학의 집 ‧ 서울’에서 개최됩니다. 고성출신인 경희대학교 교수 김종회 한국문학평론가협회장님께서 좌장을 맡아 준비하고 계십니다.10월 20일 ‘문화의 날’을 맞아 고성주민자치센터의 도움과 군내 각급 학교의 협조로 군민과 학생 200여명과 함께 ‘월이길 걷기’ 행사를 가지게 됩니다. 마암면 간사지에서 고성천 주변에 이르는 ‘월이둘레길’을 걸으면서 월이의 숭고한 정신을 되새겨 보는 뜻 깊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배= 인형 제작, 보급 다음 단계로 독창적 ‘월이’ 캐릭터 개발 등도 생각하고 있는지요?
박= 네, 끊임없이 많은 구상들을 해보고 있지요. 멀지 않은 때, 빠르면 내년 중에라도 ‘월이’를 주제로 한 여러 가지 다양한 캐릭터를 개발해 보고 싶습니다. 누구나 가까이, 그리고 아주 손쉽게 가질 수 있는 캐릭터들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월이에 관한 캐릭터가 아니더라도 고성군과의 협의를 거쳐 군화(郡花)인 국화, 군목(郡木)인 은행나무, 군조(郡鳥)인 까치 등도 ‘월이’와 연계시키거나 아니면 별도의 캐릭터나 상품 등을 개발해 봤으면 하는 희망이랄까, 바램을 갖고 있습니다.배= ‘월이도자기인형’의 제작‧보급을 통해 앞으로 이루고 싶은 먼 미래의 꿈과 소원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입니까?
박= ‘월이’를 생각하며 ‘선양회’ 활동을 시작한 것이 벌써 3년을 훌쩍 넘겼습니다. 그러나 지금이 시작이나 마찬가지다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뗀 것 같고요. 이러한 생각이 드는 것은 ‘월이’를 통해 앞으로 우리가 이루어나가야 할 ‘문화의 꿈’이 너무나 높고 먼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올해의 핵심 사업으로 ‘월이도자기인형’의 제작‧보급을 실현시키려 하고 있습니다만 ‘월이’는 우리 고성의 자랑스러운 역사적 인물이자 미래 문화 컨텐츠로서의 무한한 의미와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월이사당 건립’이나 ‘월이황토마을 조성’, 월이 연극, 뮤지컬, 영화 제작 등 수없이 많은 실로 다양한 미래의 꿈과 소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선양회’ 활동과 미래에 대한 우리 고성군민과 향우님들의 깊은 관심과 성원일 것입니다. 욕심일지 모르겠습니다만, 나아가 우리나라 전 국민들이 누구나 월이를 잘 알게 되고 또 사랑하는 날이 꼭 오리라 믿고 싶습니다.배= 오랜 시간 귀한 자리, 그리고 소중한 답변 대단히 감사합니다.박= 귀한 기회와 지면을 할애해 주신 고성신문의 배려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