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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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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소멸, 인구절벽을 이야기할 때면 늘 빠지지 않는 지역 중 하나가 고성이다. 2000년대 초반을 지나면서 가속화되는 고령화는 이제 28%를 넘기면서 고성은 전국에서 가장 늙은 지역으로 꼽힌다. 출산과 인구유입은 나날이 하향 중이다. 정주여건의 부족이 불러온 결과라는 의견이 나온 지 오래됐다.경기가 침체되고, 일자리가 없어지고, 인구가 유출되고, 학교가 문을 닫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운영되는 학교수 31개교보다 폐교수가 더 많은 상황이다. 폐교는 지역의 자산이다. 주민들은 이 자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기를 바라고 있다.
# 체험과 창작을 한 곳에서,
수로요보천도예학교구만면 효락리 옛 회화중학교 구만분교 건물. 넓은 잔디밭 곳곳에 도자기들이 무심한 듯 자리하고 있다. 수시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1976년 개교한 후 30년간 운영되다 2005년 문을 닫은 회화중 구만분교는 3년 만에 도예창작촌인 수로요보천도예창조학교로 돌아왔다.수로요는 건물 2천67.59㎡에 전체 토지 1만3천882㎡를 활용하고 있다. 경남 김해에서 30년 가까이 도예학교를 운영해온 이위준 씨가 2008년 고성으로 시설을 이전해 도자기 체험학교를 운영하고 있다.수로요에서는 핀칭, 코일링 기법으로 자신만의 도자기를 만들어보는 창작도예체험, 코일링기법으로 샐러드볼이나 찬기, 사발, 주전자, 찻잔세트, 생활식기와 화분 등을 만드는 공예체험, 물레체험은 물론 초벌기물과 고급안료를 이용해 머그컵, 접시, 화병, 그릇, 항아리 등을 만들어보는 드로잉 체험이 가능하다. 학년별, 연령별은 물론 단체별로 맞춤형 진행이 가능한 이 수로요 도예체험 프로그램은 기본코스를 2개 이상 선택하거나 창작코스를 체험하며 수로요의 전 시설을 활용하면서 하룻밤을 즐길 수 있는 1박2일 코스도 마련돼 있다.도예체험에서 그치지 않고 다도나 천연염색, 도자기 타임캡슐제작, 생활예절 체험까지도 할 수 있다. 도예 초급수업과 물레 초급, 중급은 물론 조형토와 백토, 분청토, 내와토 등 다양한 점토를 활용해 자유작품을 제작하는 자유성형과정 등 정기적으로 수업받을 수 있는 코스도 마련돼있다.단기 및 정기 체험은 적게는 1만 원에서 많게는 20만 원까지의 수강료를 지불하면 누구든 참여할 수 있다.아동, 청소년의 체험만이 아니다. 수로요는 경남도교육감 인증 교원직무연수를 10년째 진행하고, 경남도내 현장체험학습장이기도 하다. 군의 지원을 받아 전국도자기만들기대회도 진행하고 있다.우수교육문화프로그램 공간으로 인정받는 것은 물론 이위준 씨는 경남예술촌연합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수로요를 폐교를 활용한 예술체험장으로 이끌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고성의 관광벨트화를 논할 때면 수로요보천도예창조학교는 늘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고 있다.구만분교 시설을 대부해 운영되는 수로요는 매년 임대료를 지불하고 있다. 수익이 있으니 운영상 큰 어려움을 겪지 않는데다 일정부분은 군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창작 및 체험시설로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었다.수로요보천도예창조학교장 이위준 씨는 구만사발을 재현하고, 문화예술행사에서 공룡도자기 머그컵 체험 등을 선보이는 등 고성군민과 관광객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고성포럼을 비롯한 군내 단체에 소속돼 활동하며 지역 내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그는 젊은 입주작가들에게 공간을 제공하면서 수로요가 문화예술체험뿐 아니라 창작공간으로도 운영 중이다. 입주작가들은 자유롭게 작품활동을 하면서 동시에 고성을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자칫 버려질 뻔했던 폐교 공간이 도예예술공간이자 체험시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지역 상생프로젝트로 거듭나는 하일초 장춘분교구
하일초등학교 장춘분교는 7천483㎡ 면적에 건축면적 1천427.93㎡로 지난 1940년 개교해 지난 2012년 3월 1일 폐교됐다. 구 하일초등학교 장춘분교는 하이화력발전소 건설노동자들의 기숙사로 활용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된 제21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경남도가 건의한 고성 수산자원보호구역 내 폐교재산 활용 기숙사 설치 허용에 대해 ‘수산자원보호구역 내 폐교라고 해도 오수처리시설 등을 갖추면 기숙사로 활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이 확정됐다.앞서 고성군은 하이화력발전소 건설인력이 유입되기 전 인근지역에 숙박시설의 확보가 시급하다고 판단해 2013년부터 장춘분교를 기숙사로 활용하기 위한 계획을 추진해왔다. 건설업체 또한 본사파견 및 현장직원의 출퇴근에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부담을 덜기 위해 장춘분교에 기숙사 설치를 찬성했다.그러나 장춘분교는 수산자원보호구역 내에 위치한 탓에 기숙사로 활용된다면 건설노동자들에 의한 생활오폐수 발생이 우려되면서 기숙사 건축이 불가능한 형편이었다.이에 군은 지난해 상반기 ‘걷어내는 규제, 지역상생 프로젝트’를 경남도에 제출하고 같은 달 말 부산시청에서 과제 선정 설명회를 개최하며 기숙사 설치를 본격화했다. 이어 7월 화력발전소 건설업체인 SK건설의 현장 확인, 9월 행안부와 경남도에서 현장을 확인했고 12월 수산자원관리법 개정이 확정적으로 예측됐다. 당초 군과 주민들은 건설근로자의 유입을 통해 관련 업종의 활성화로 주민 소득 향상, 일자리 창출 등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뿐만 아니라 건설사 측에서 학교를 기숙사로 개조하는 비용 투자는 물론 직접 공사를 시행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재정적 부담 또한 덜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사 측에서는 화력발전소의 건설이 완료되면 시설을 마을에 기부할 예정이었다. 인근에 동화어촌체험마을 등이 있어 이와 연계된다면 체류형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그러나 입법예고 등의 과정을 앞둔 상태에서 현재까지 해양수산부에서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때문에 실제 기숙사로 활용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폐교가 넘어야할 산, 주민과의 갈등
최근 들어 대부 중인 일부 폐교의 계약기간 만료 시기에 따라 활용을 놓고 임차인과 주민들이 갈등을 빚기도 한다.개교 당시 부지를 희사하거나 기금 등을 내놓곤 했던 주민들은 폐교 건물을 주민들을 위한 사업에 활용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시설을 임차해 운영하고 있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시설을 이전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우수시설로 꼽히는 수로요 역시 올해 초 이런 갈등을 겪었다. 일부 주민들이 학교를 지역활성화사업 등에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교육지원청에 전하며 골이 깊어졌다.수로요 내의 시설물과 창작물 등을 이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주민들이 계속해 민원을 제기한다면 입찰을 통해 대부계약을 체결해야 하기 때문에 구만분교 건물을 놓고 갈등 해결을 위해 수로요, 지역주민, 교육지원청간 대화가 오가야 했다.다행히 현재 시점에서 이 갈등은 해소된 상태다. 그러나 또 다른 폐교 활용을 놓고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이기 때문에 대안, 법적근거 등이 마련돼야 하는 상황이다.제대로 관리 및 운영되지 않는 임대 폐교시설 역시 개선돼야 한다. 체험시설로 개관했으나 연간 200만 원 이하의 임대료조차 내지 못할 뿐 아니라 제때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폐교 활용 시설이 늘고 있다. 이러한 시설을 두고 주민들은 지역사회 환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지역민들의 품으로 돌아오는 폐교
현재 캠핑장으로 활용 중인 상동초등학교는 지역민과 동문회가 지킨 경우다. 모교가 폐교된 후 사라질 것을 우려한 동문들은 자발적으로 기금을 모아 임대료를 내며 모교 건물을 유지했다.영오중학교를 리모델링해 개관한 곤충생태학교는 체험과 캠핑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 방학, 휴가기간은 물론 연중 꾸준히 체험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상리중학교는 지역중심지활성화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향후 상리면민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게 된다.일부 군민들은 군의 스포츠마케팅과 관련해 폐교를 전지훈련팀의 숙소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간 스포츠마케팅이 군의 경제활성화에 꾸준히 효과를 발휘해왔다. 그러나 동시에 청소년 훈련팀의 숙소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받아왔다.이와 관련해 군과 교육청이 협조체제를 구축해 접근성이 좋은 폐교를 청소년 전지훈련팀의 숙소로 리모델링해 운영한다면 지역민의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와 동시에 폐교시설의 효율적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고성교육지원청 정현주 행정지원과장은 “기존 폐교건물들의 활용을 놓고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 “사실 폐교 건물을 활용하는 것이 법적인 문제는 물론 접근성, 효율성 등을 모두 따져볼 수밖에 없어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지만 가장 우선이 돼야 하는 것은 지역민들의 참여와 지역사회 환원”이라고 말했다.정현주 과장은 “폐교는 지역사회의 자산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지자체와의 긴밀한 협조체제 구축을 통해 스포츠마케팅 관련 숙소 등으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시도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에 충분히 공감한다”면서 “지역사회와 지역민과의 의견 교환 등을 통해 폐교건물이 흉물이 아닌, 지역민과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벤치마킹과 구체적 사업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앞서 일본의 사례를 통해 폐교 건물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민과 관 모두의 노력과 참여가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물론 당연한 이야기다. 폐교 건물이 지역민의 품으로 되돌아 가고, 지역과 상생하기 위해서는 주민들 역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폐교는 흉물이 아니라 묵혀둘 수 없는 지역의 소중한 자산이다.
“본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