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 인구감소의 그늘, 늘어나는 폐교
② 애물단지 폐교를 보물단지로 재활용
③ 지역민과 호흡하며 폐교에서 문화사랑방으로
④ 나무 냄새 물씬 장난감 숲, 도쿄 장난감 미술관
⑤ 효율적 폐교 활용으로 지역을 살린다
지난해 5월 기준 전국의 폐교는 3천683곳에 달한다. 이 중 2천330곳은 매각 후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했지만 1천300곳이 넘는 폐교는 각 지역교육청의 폐교재산으로 분류돼있다. 전체 폐교의 10%는 매각이나 대부되지 못한 채 흉물로 방치된 상태다. 한 학교당 연간 관리비용은 500만 원 안팎이다. 방치되는 폐교가 늘어날수록 교육예산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자체는 물론 교육청 등에서는 폐교를 지역주민들에게 유익한 문화교육시설, 복합시설로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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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전포동 놀이마루 |
ⓒ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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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과 주민을 위한 복합문화시설, 놀이마루
2016년 9월, 서면에 새로운 문화시설이 문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했다. 부산교육청이 운영하는 ‘놀이마루’는 말 그대로 놀이를 위한 공간이다. 많은 사람들이 어울려 놀이를 하는 곳, 온가족이 모여앉아 식사와 곁들여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자 아이들을 훈육하는 열린 공간인 마루 두 가지의 의미를 합한 공간이다.
놀이마루는 부산 중에서도 서면의 노른자위인 전포동에 위치하고 있다. 옛 철공소나 공장 건물의 외형을 그대로 유지한 채 리모델링을 통해 개성 넘치는 카페로 탈바꿈한 가게들이 늘어나면서 카페거리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카페거리를 가로지르는 교차로의 중앙지점에 놀이마루가 자리하고 있다. 전체 면적 1만4천273㎡(4천325평)에 이르는 대지에 전체 연면적 6천626㎡(2천7평)의 지상 4층 건물이다. 정문에 들어서면 노란색과 주황색으로 칠해진 외벽에 커다란 첼로와 뮤지컬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속 한 장면의 실루엣과 함께 등나무 아치가 눈에 띈다. 모습은 여전히 학교 건물과 다를 바 없다.
놀이마루는 지은 지 50년을 훌쩍 넘긴 폐교였다. 2012년 마지막 졸업식과 동시에 옛 중앙중학교가 이사해버리고 빈 건물은 잠시 수학과학창의체험관으로 활용됐다. 수학과학창의체험관인 ‘궁리마루’는 2012년 4월 개관한 후 3년이 조금 넘게 운영되면서 부산과 경남, 울산 지역의 학생 47만여 명이 다녀가 과학교육 활성화에 한 몫 단단히 했다. 그러나 부산과학기술협의회가 국립부산과학관으로 이전하면서 또다시 방치된 건물은 도심 한가운데 흉물스럽게 방치됐다.
더구나 주변은 옛 공장지대였고 현재 상가지역이기 때문에 주민들은 불미스러운 상황이나 오물, 쓰레기의 난무를 우려했다. 서면 한복판에 있는 빈 땅은 토목·건축업자들이 눈독들이기도 했다. 아파트를 지으면 장사가 되기 때문이었다.
놀이마루의 운영 및 지원을 담당하는 백호정 장학사는 “폐교는 문화적 자산이 될 수 있다는 부산교육청의 판단으로 건물 뼈대는 그대로 두고 외부에 갈매기와 반딧불이 등 다양한 조형물을 활용해 공간을 재구성했다”면서 “시설 운영 책임은 교육청이지만 시설은 학생교육문화회관이 만들고 관리하며 또한 창의체험활동 프로그램의 운영은 부산문화재단이 위탁받아 운영하는 방식으로 꾸려간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놀이마루에서는 학생 1천200여 명, 예술영재교육 강사 등의 재능기부를 통한 입체조형물, 벽화는 물론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골판지 작품, 병뚜껑조형물 등 다양한 예술작품으로 단장돼있다.
재단 소속 예술인이 직접 강사로 나서 기능 중심의 교육이 아닌 창의성, 상상력을 키우는 융복합적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취재 당일 놀이마루에서는 웹툰작가 조광진 씨를 초청해 ‘웹툰으로 먹고 살기’ 강연이 한창이었다.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와 지역주민들까지, 1층 전체가 분주했다. 마침 주말을 맞아 인근 주택가에 거주하는 주민들도 산책을 나왔고, 카페거리를 찾은 젊은이들도 운동장에서 쉬는 모습이 더러 보였다. 놀이마루 담을 따라서는 헤나, 비누만들기, 디퓨저 만들기 등 지역 젊은 디자이너와 창업가들이 모여 각자의 부스에서 다양한 상품과 체험을 선보이는 중이었다. 한때 폐교였던 이곳은 이제 문화단지를 이루고 있었다.
놀이마루는 문화예술공간이다. 단순한 체험을 넘어 직접 프로그램을 꾸려간다. 이 곳에서는 ‘움’과 ‘쉼’, ‘틈’의 세 가지 테마가 운영된다. ‘움’은 뮤지컬이나 표현무용, 무대디자인, 무대의상, 무대분장, 공연기획 등 공연예술활동과 창작그림책, 쿠키스타일링, 연극놀이 등 창의융합활동, 영화제작, 빛그림영상제작, 스페이스 레일 등 시각영상예술활동과 타악, 힙합랩뮤직 등 음악예술활동으로 나다움과 아름다움, 여유로움, 즐거움의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북카페와 전시, 동아리공연, 스포츠체험, 문화예술교육행사, 지역축제, 이동청소년쉼터 등으로 문화향유, 즐김, 소통, 공유의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은 ‘쉼’, 학생과 교사 및 시민동아리를 중심으로 문화예술 진로융합 심화과정, 인문학 콘서트 등의 운영으로 학교교육의 틈과 학생의 틈, 교사들의 틈을 메운다는 ‘틈’의 의미를 담았다.
놀이마루는 폐교 활용의 우수모델로 꼽힌다. 지역민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의 대표적인 성공사례인 놀이마루는 향후 부산학생교육문화재단 분관 소속으로 부산문화재단에 위탁될 예정이다. 놀이마루는 프로그램이 없는 시간에는 지역민들을 위해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또한 지역의 특성상 안전을 위해 20여 대의 CCTV가 24시간 가동된다.
옛 중앙중학교의 폐지로 자칫 흉물로 남을 뻔했던 폐교는 이제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공간이자 주민들을 위한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변모했다. 또한 앞으로 부산시민의 문화적 소통과 예술 활성화의 본거지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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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기장군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 |
ⓒ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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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방치 폐교가 에너지 체험장으로,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
기후변화와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에너지활용교육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부산 기장군의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가 주목받고 있다.
일광해수욕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는 폐교된 옛 일광초등학교 학리분교 건물을 리모델링해 지난해 4월 정식으로 개소했다.
2007년 폐교 이후 마땅한 시설이 운영되지 못했지만 기후대응을 놓고 지구촌이 관심을 기울이면서 10년만에 통합기후변화대응교육공간으로 거듭나게 됐다. 교육청 단위에서 기후변화교육센터를 설치한 것은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가 최초다.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는 인근에 원전이 밀집된 지역이다. 이 때문에 신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을 다루는 환경교육장으로서 폐교 활용의 좋은 사례로 꼽힌다.
옛 일광초등학교 학리분교의 부지는 모두 1천656㎡, 3개동으로 이뤄져있다. 부산시교육청은 시설을 리모델링하고 15㎾의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는 것은 물론 재활용자원을 활용해 탄소저감 친환경건축물로 재탄생했다.
센터에 들어서면 운동장에는 태양열조리기와 자립형 간이 태양광 발전기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태양열조리기에서 아이들은 쥐포 등 간식거리를 굽고 팝콘을 튀기며 연신 놀라워한다.
자전거로 전기를 만드는 체험도 인기다. 열심히 페달을 밟으며 얼굴이 닳아오를 때쯤 전구에 불이 들어오면 자전거 페달을 젓던 아이도 지켜보던 아이들도 모두 환호성이 터진다. 믹서가 연결된 자전거로는 아이들이 돌아가며 페달을 밟아 주스를 만들기도 한다. 친환경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에너지의 소중함과 환경의 중요성을 체험하게 된다. 이뿐 아니라 태양광으로 달리는 자동차나 풍력발전체험기 등의 시설, 온실체험장비 등 다양한 실습장비를 활용한 체험을 통해 에너지 발생 원리는 물론 환경보전, 에너지 절약 등을 배운다.
초·중·고 단계별 체험은 예약제로 운영된다. 동물카드를 활용해 게임하며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 온난화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해결방법을 토론하는 ‘북극곰에게 냉장고를 보내야겠어’ 같은 프로그램이 있는가 하면 열쇠고리와 소리통을 만들어보며 기후변화가 가져온 생물종다양성의 위기를 알아보는 ‘그 많던 개구리는 어디로’ 등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환경파괴가 가져온 지구의 여러 가지 문제를 알아보게 구성돼있다.
연령이나 학년 상관없이 가장 인기는 에코백 디자인과 천연모기기피제 만들기, 우리콩두부교실 등 환경과 생태를 체험을 통해 배우는 프로그램들이다.
이러한 체험 프로그램들이 입소문을 타면서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는 개관 3개월만에 1천여 명이 찾으면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을 일깨우는 등 긍정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
부산시에는 이전이나 폐지로 비어있는 학교가 30곳 이상이다. 이 중 지난해 기준 학교부지로 재활용된 곳은 6개소, 체험시설 9개소, 부산시에 대부한 곳이 1개소 등 모두 16곳이 학생 대상 교육시설 혹은 시민 시설로 사용 중이다. 과학, 문화예술, 환경교육 등의 다양한 체험시설로 거듭난 부산시교육청의 폐교활용방안은 전국에서도 우수한 사례로 평가받으면서 전국에서 벤치마킹하기 위한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본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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