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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농기계 맡겨만 주세요! 논두렁 달리는 동부농협 맥가이버 허수한 대리

새벽, 주말 없이 농기계 고장에는 즉시 출동
못고치는 농기계 없어, 전국기능경기대회 심사위원 활동
언제나 봉사하는 모습에 농민들 칭송 자자

최민화 기자 / 입력 : 2017년 10월 27일
ⓒ (주)고성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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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다섯 시. 전화벨이 울린다. 
“요게 콤바인이 시동이 안 걸린다, 우짜노!” 
해도 뜨지 않은 시간에 논두렁을 달려 하나를 수리하고 나면 또 옆의 논에서 그를 부른다. 
“아요, 허 대리. 요도 함 와봐라!” 그렇게 하루해가 간다.
농민들이 신문사에 전화를 해왔다. 주말이든 평일이든, 낮이든 밤이든 할 것 없이 농기계가 고장났다는 소리만 들리면 출동하는 이가 동부농협에 있다고. 하우스에 물 조절, 햇빛 조절까지 자기 일도 아닌데 말만 하면 뚝딱 해내는 사람이란다. 동부농협 외곡지점 허수한 대리가 그 주인공이다.
“요즘 같은 영농철에는 정말이지 눈코 뜰 새가 없어요. 새벽에 전화가 와도 얼마나 급하면 이 시간에 나와달라 하나 생각하면 제 마음이 더 조급해지거든요. 제가 조금 더 움직여야 농민들이 조금 더 편해진다는 생각을 하면 숨 돌리는 잠깐도 사치 같더라고요.”
허수한 대리는 농사짓는 아버지를 보며 자랐다. 그의 아버지는 경남친환경농업인연구회 고성군지부 허주 고문이다. 봄이면 싹이 돋고, 푸릇한 여름을 지나 황금빛 가을걷이철이 오는 들녘은 그의 놀이터였다. 사철 쉬지 않는 아버지를 보며 자랐으니 그 역시 바지런할 수밖에 없다.
고등학생 시절 농기계 정비 자격증을 땄고, 대학시절에는 축산을 전공했다. 1998년 동부농협에 입사한 후 본점에 근무한 1년 반을 제외하곤 내내 외곡지점에서 근무했다. 지역 농민들 중 그를 모르는 사람이 있으면 간첩이다. 
이앙기, 경운기, 콤바인 등등 온갖 농기계 중 못 고치는 기계가 없다. 2011년에는 한국산업인력공단 주관 경남지방기능경기대회 농기계 정비부문 금상, 같은 해 전국기능경기대회 농기계 정비부문에서는 우수상을 받았다. 2015년에는 전국기능경기대회 농기계정비부문 출제위원이었고 지난해와 올해는 전국기능경기대회 농기계부문 심사위원이었다.
“육묘장에 근무하는 날이면 24시간을 꼬박 근무하고 다음날 일해야 하니 몸은 힘들죠. 기계는 당장 수리해야 하는데 부품 조달이 안 되면 마음이 급해져요. 농민의 아들이니 농업인들이 뭐가 힘든지, 농기계가 고장나면 얼마나 고생스러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 더 그렇죠.”
아침 7시면 출근해 저녁 7시쯤 퇴근하는 것이 일상이다. 주말이라고 쉴 수도 없고 쉬지도 않는다. 그는 경남농협 119봉사단원이다. 태풍 차바가 왔을 때 수해가 컸던 김해 한림농협에 일주일간 파견근무한 적이 있다. 죽은 가축들 옆에서 그는 고장난 농기계를 고쳐야 했다. 별다른 일이 없는 주말이면 사량도, 한산도 등 도서지역을 찾아 개인적으로 봉사한다. 다음날 농민이 일을 해야 하는데 농기계가 멈추면 얼마나 답답할까 싶어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없다.
가을걷이가 끝나면 농민들은 콩이나 깨를 가져다 준다. 농민에게 곡식은 피땀이다. 그걸 나눠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저한테는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응원군인 아들 현규, 딸 지원이가 있어요. 늘 바깥일에만 신경쓰는 남편을 이해하고 지켜봐주는 정미아 씨, 미안하고 사랑합니다. 가족들에게는 늘 미안한 가장이에요. 하지만 가을걷이가 끝난 후 농민들의 표정을 보면 지난 시간동안 흘린 땀방울이 시원하게 씻겨나가는 기분입니다. 앞으로도 제가 퇴임하는 날까지 농민들을 위해 지금처럼 일할 겁니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17년 10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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